<일요시사 송구영신 특집> ‘대박 기원’ 별의별 점괘 세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2.30 11:15:20
  • 호수 12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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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 나올 때까지 ‘점집 투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내년엔 잘 풀릴까?” 2020년 신년을 맞아 다양한 방법으로 점괘를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건강운, 직업운, 연애운 등이 궁금한 이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내년 운세를 점치고 싶어 한다. 사주풀이, 타로카드 등 다양한 점괘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점괘 방식은 바로 ‘사주팔자’ 풀이다. 사주팔자란 ‘사주’는 인간의 운명을 지탱하는 네 가지 기둥을 뜻한다. 태어난 연(年), 월(月), 일(日), 시(時)를 가리킨다. 

사주팔자
동양철학

사주는 한자로 ‘四柱’라 적는데, 그 뜻인즉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를 의미하며, 팔자를 한자로 ‘八字’라 쓰는데, 팔자는 말 그대로 여덟 글자라는 뜻이다. 이 여덟 글자는 해에만 국한돼있는 것이 아니라 연월일시와도 연관돼있다. 

만약 1958년 9월17일 묘시(아침 5∼7시 사이)에 태어난 해는 ‘무술’, 월은 ‘경신’, 일은 ‘신해’, 시는 ‘을묘’라고 가정한다면 태어난 연월일시에 각각 ‘갑자’ 두 글자 씩을 붙여 여덟 글자가 되는데 이를 ‘팔자’라고 한다.

‘팔자가 좋다’ ‘팔자가 사납다’는 말 역시 이에 근거한다. 사람이 태어날 때 사주에 각각 붙는 ‘갑자’는 음양오행학에 근거하는데 자연의 ‘기’를 올곧게 받고 나면 팔자가 좋고, 거꾸로 자연의 기를 잘못 받고 나면 팔자가 사납다. 점쟁이들은 대부분 이런 사주팔자의 논리에 근거해 운세점을 본다.


사주팔자를 분석하는 것은 수년 전부터 동양철학을 기본으로 인간 삶의 흐름을 반영해 통계를 토대로 발전시켜왔으며, 현재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현대의 말로 풀이하면 ‘통계학적 전통 동양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변화가 심하고 예측이 불가하지만 가늠할 수 있고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많은 사람이 사주팔자를 찾는다. 

문제는 사람마다 사주를 풀이하는 베이스를 놓는 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사주 명리학자나 무속인들이 마치 예언자처럼 말하며 사람의 미래를 꿰뚫고 있는 듯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사실을 함부로 예측해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 때문에 상담을 받은 사람들은 자기 사주에 관해 두려움을 갖거나 자괴감, 또는 의욕상실에 빠질 수도 있다. 반대로 좋은 말을 들은 이들은 자기의 사주팔자가 좋다 보니 현재의 노력보다 덜하게 되며 게을러질 수도 있다.

통계학적 전통의 동양철학
점집 상담 종류별로 달라

이욱재 대간작명철학관 원장은 “사주팔자 여덟 글자를 풀어보면, 몇십만 개의 조합이 나온다. 그 안에 웬만한 사람의 성향이나 성품은 다 들어 있기 때문에, 사주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작명의 시작인 동시에 완성이다. 사주에 맞는 최고의 기운을 갖고 이름을 짓는다면 무엇을 하든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름에 관한 조언 외에도 사주에 나온 약점들을 보완할 수 있도록 개인에게 맞는 음식, 숫자, 색깔, 본인과 맞는 시간대 등 생활 전반에 관해 많은 조언을 해준다”며 “제가 사람들에게 작명 외에도 상세하게 생활 속 조언을 해주는 것은 마인드를 바꾸라는 뜻”이라며 “자기에 맞는 좋은 습관을 들이면 그때부터 한 사람의 길이 바뀌게 된다”고 덧붙였다.
 

 

유튜브서 사주팔자에 대한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무수히 많은 영상들이 나온다. 사주팔자 보는 법, 연예인 사주풀이 등 다양한 콘텐츠로 유튜브 시청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카페, 블로그 등에서도 무료로 사주를 봐주겠다며 이메일이나 댓글로 태어난 연월일시 등을 보내달라는 게시글도 왕왕 보인다. 

지하철역사 내 지하도에 테이블을 설치한 뒤 무료로 사주를 봐주겠다며 호객행위를 하거나 도심 번화가서 커플들을 대상으로 연애운을 위주로 사주풀이가 성행 중이다. 고민이 많은 대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신년을 앞두고 운세를 점치기 위해 용한 점집, 유명한 점집이나 무속인을 찾는다.


신점이란 신이 점쳐주는 것을 의미한다. 신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전해주는 것을 뜻한다. 신점 잘 보는 곳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무작정 시작하는 상담으로 점사가 술술 나올 가능성은 극히 적다. 그렇기 때문에 전화상담이나 대면상담의 경우에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점사가 나와야 한다. 상담시간이 너무 짧은 곳은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신년 운세
재미로만?

전화상담은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고 점사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비밀이 보장되며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상담이 가능하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제3자에게 전화번호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상담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대면상담의 장점은 직접 대면해 이뤄지기 때문에 좀 더 심층적인 상담이 가능하며 직접 두 눈으로 보기 때문에 점사의 정확도가 올라간다. 또 유선상의 소통이 아닌 대면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상담받는 사람이 조금 더 마음을 열 수 있다. 단점은 시간을 내어 직접 상담을 받아야 하며 타인의 눈에 띌 수 있다.

신점을 보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무당이 접신 상태로 내담자의 점솨를 봐주는 방식이다. 

접신없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도 있다. “이 양반은 화가 나면 끝까지 해보자 하는 게 문제다. 성질만 죽이고 살면 괜찮은데...”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생각이 많으니 고민이 많아지지. 일단 한 번 해봐” 등 내담자에게 구체적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한다. 내담자의 아쉬운 부분을 거침 없이 말하는 게 특징이다. 

젊은이들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흥미로운 카드를 이용하는 방식인 ‘타로’를 선호하기도 한다. 타로 카페가 늘어나면서 2030층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번화가에 천막을 치고 타로를 봐주는 곳도 있다. 타로카드는 18세기 이후 점술도구로 자주 쓰이게 된 카드의 일종으로 메이저 아르카나 22장(또는 트럼프 21장과 조커 1장), 마이너 아르카나(또는 네 수트 카드) 56장, 총 78장으로 이뤄져 있다.

타로를 보는 공간이 ‘타로 카페’로 불리고 있는데 이 같은 사실은 대중들에게 이를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일부 타로 카페는 일반 카페처럼 은은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음료를 판매하기도 하며 실제 타로를 보지 않더라도 카페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대중적 활용법 덕분에 타로 카페는 하나의 데이트 코스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나의 
놀이문화로

이렇듯 현대의 흐름에 발맞춰 타로는 본래 점술로서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하나의 놀이문화로도 다양한 변모를 보이고 있다. 유튜브서 타로 영상을 제공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 편하게 타로를 접하고 감상할 수도 있고 ‘전화 타로’ 같은 서비스도 개발돼 바쁜 현대인에게 더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타로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타로를 통한 상담 자체가 사람들에게 하나의 유희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일종의 취미로 즐기는 추세다. 타로카드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관상을 많이 보기도 했다. 관상이란 사람의 생김새와 얼굴을 보고 운명·성격·수명 등을 알아보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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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 때는 관리의 선발 기준을 ‘신언서판(身言書判)’으로 정하고, 가장 먼저 풍채와 용모를 봤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관상을 중요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신라시대 때 국내에 들어온 관상은 조선시대 들어 유행하며 ‘관상학’으로 발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각국 지도자의 성향을 분석하는 데 얼굴 생김새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로 따지자면 관상에 인공지능을 이용한 미세표정 분석 기술을 결합했다고 보면 된다. 역학과 명리학에 기반을 둔 사주 역시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얼굴형이 좋은 관상에 해당할까. 관상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목구비다. 코는 재물운을 담당하고, 눈은 재물운 중에서도 특히 부동산운을 담당한다. 입은 명예운과 인간관계를 알려준다. 이마도 중요하다. 오른쪽 눈썹의 위를 ‘일각’이라 해 아버지의 운을 나타내고, 왼쪽 눈썹 위를 ‘월각’이라 해 어머니의 운을 나타낸다. 양 눈썹 위가 홍색 황색을 띠고 선명하면 부모가 건강하고 장수한다.

타로카페, 이젠 데이트 코스
최고 관상 세종대왕·김태희 

이런 조건을 골고루 갖춘 얼굴은 과연 누구일까. 관상가들은 남자는 세종대왕, 여자는 배우 김태희의 관상이 최고로 꼽고 있다. 1만원 지폐에 등장하는 세종대왕의 초화는 약간 긴 동(同)자형 얼굴로 이마:눈·코:입·위턱·아래턱의 비율이 1:1:1로 황금비율로 알려져 있다.

직업운과 부모운을 나타내는 이마가 두툼하고 넓어 제왕의 상이라 할 수 있다. 눈은 가로로 살짝 가는 듯 긴데, 이런 눈을 봉황의 눈이라고 한다. 봉황은 제왕을 상징한다. 세종대왕은 코가 반듯하고 살집이 붙어 전형적인 ‘주먹코’다. 그래서 조선왕조 500년 중 가장 풍요로운 시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역술가들은 분석했다.

김태희 역시 얼굴의 비율이 1:1:1로 이상적이다. 코가 반듯하고 살집이 적당히 붙어 재물운이 있다. 입은 도톰하면서 붉은빛을 띠고 입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가 있어 건강하고 식복이 있다. 김태희의 얼굴형은 V라인이 아니라 동글고 도톰하며 밝은 빛이 난다. 이런 얼굴형은 인기를 얻고 따르는 사람이 많다.


이밖에도 손금을 읽어 미래를 예언하는 방식이 있다. 손금을 수상(手相)이라고도 하며, 이를 다루는 학문은 수상학(手相學)이라 불린다. 이러한 관습은 전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으며, 수많은 문화적 다양성이 있다.

손금은 생명과 건강 운에 관련된 생명선, 지능과 적성에 관련된 두뇌선, 애정운이라 불리는 감정선 등으로 나뉜다. 또 직업의 성공 여부에 관한 운명선, 운명선과 비슷해 보이나 인생에 대한 성공 여부를 보여주는 성공선이 있다. 

습관적으로
무당 찾아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공통점 중 하나는 독특한 손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손금은 삼지창 손금으로 매우 희귀한 손금이다. 감정선 위로 재물선, 운명선, 사업선 3개의 선이 삼지창 모양으로 뻗어 있는 것을 말한다. 삼지창 손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손금이 변해서 삼지창 모양이 된 것이다. 삼지창 손금은 무조건 3개가 다 있다고 좋은 것은 아니며 감정선 위로 뻗어 있어야만 좋은 것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튜브로 신년운세?

연말이 다가오면서 동영상을 통해 신년 운세 등을 봐주거나 라이브 방송으로 사주 풀이를 해주는 ‘유튜브 유명 점집’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11월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전국의 유명 무속인을 소개하는 채널인 ‘용군TV’ 구독자는 최근 13만명을 넘어섰다.

이 채널에 올라온 3300여개 동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6400만회가 넘는다. 이 채널은 전국의 유명 점집을 찾아가 무속인과 무속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주요 콘텐츠로 제공한다. 무속인의 삶 등을 다루기도 하지만 주로 채널 운영자가 무속인을 찾아가 점을 보는 내용이다.

무속인은 이 같은 채널을 통해 특정인의 사주와 관상을 보고 점괘를 풀어준 뒤 휴대폰 번호 및 주소 등을 노출해 홍보한다.

용군TV와 비슷한 무속인 소개 채널인 ‘이 PD’(구독자 9만8400명), 무속인이 직접 운영하며 월별 띠 운세 등을 설명하는 ‘천상신궁’(4만7000명) 등 역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채널이다. 

이 밖에 사이비 무속인에게 속지 않는 법을 알려주는 채널, 사진을 통해 회사 대표 등의 관상을 보고 주가를 예측하는 등의 채널까지 성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유튜브 채널서 활동하는 무속인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관련 채널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과한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한 유명 가수가 사망하자 한 무속인 채널에는 ‘유명 가수의 영혼이 신이 내려 죽기 전 못다 한 심정을 말해줬습니다’란 동영상이 게시됐다.

이 영상에 대해 유명인의 죽음을 팔아 돈벌이에 나섰다는 비판이 일자 해당 영상은 삭제됐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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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