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송구영신 특집> ‘대박 기원’ 별의별 점괘 세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2.30 11:15:20
  • 호수 12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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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 나올 때까지 ‘점집 투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내년엔 잘 풀릴까?” 2020년 신년을 맞아 다양한 방법으로 점괘를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건강운, 직업운, 연애운 등이 궁금한 이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내년 운세를 점치고 싶어 한다. 사주풀이, 타로카드 등 다양한 점괘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점괘 방식은 바로 ‘사주팔자’ 풀이다. 사주팔자란 ‘사주’는 인간의 운명을 지탱하는 네 가지 기둥을 뜻한다. 태어난 연(年), 월(月), 일(日), 시(時)를 가리킨다. 

사주팔자
동양철학

사주는 한자로 ‘四柱’라 적는데, 그 뜻인즉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를 의미하며, 팔자를 한자로 ‘八字’라 쓰는데, 팔자는 말 그대로 여덟 글자라는 뜻이다. 이 여덟 글자는 해에만 국한돼있는 것이 아니라 연월일시와도 연관돼있다. 

만약 1958년 9월17일 묘시(아침 5∼7시 사이)에 태어난 해는 ‘무술’, 월은 ‘경신’, 일은 ‘신해’, 시는 ‘을묘’라고 가정한다면 태어난 연월일시에 각각 ‘갑자’ 두 글자 씩을 붙여 여덟 글자가 되는데 이를 ‘팔자’라고 한다.

‘팔자가 좋다’ ‘팔자가 사납다’는 말 역시 이에 근거한다. 사람이 태어날 때 사주에 각각 붙는 ‘갑자’는 음양오행학에 근거하는데 자연의 ‘기’를 올곧게 받고 나면 팔자가 좋고, 거꾸로 자연의 기를 잘못 받고 나면 팔자가 사납다. 점쟁이들은 대부분 이런 사주팔자의 논리에 근거해 운세점을 본다.


사주팔자를 분석하는 것은 수년 전부터 동양철학을 기본으로 인간 삶의 흐름을 반영해 통계를 토대로 발전시켜왔으며, 현재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현대의 말로 풀이하면 ‘통계학적 전통 동양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변화가 심하고 예측이 불가하지만 가늠할 수 있고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많은 사람이 사주팔자를 찾는다. 

문제는 사람마다 사주를 풀이하는 베이스를 놓는 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사주 명리학자나 무속인들이 마치 예언자처럼 말하며 사람의 미래를 꿰뚫고 있는 듯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사실을 함부로 예측해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 때문에 상담을 받은 사람들은 자기 사주에 관해 두려움을 갖거나 자괴감, 또는 의욕상실에 빠질 수도 있다. 반대로 좋은 말을 들은 이들은 자기의 사주팔자가 좋다 보니 현재의 노력보다 덜하게 되며 게을러질 수도 있다.

통계학적 전통의 동양철학
점집 상담 종류별로 달라

이욱재 대간작명철학관 원장은 “사주팔자 여덟 글자를 풀어보면, 몇십만 개의 조합이 나온다. 그 안에 웬만한 사람의 성향이나 성품은 다 들어 있기 때문에, 사주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작명의 시작인 동시에 완성이다. 사주에 맞는 최고의 기운을 갖고 이름을 짓는다면 무엇을 하든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름에 관한 조언 외에도 사주에 나온 약점들을 보완할 수 있도록 개인에게 맞는 음식, 숫자, 색깔, 본인과 맞는 시간대 등 생활 전반에 관해 많은 조언을 해준다”며 “제가 사람들에게 작명 외에도 상세하게 생활 속 조언을 해주는 것은 마인드를 바꾸라는 뜻”이라며 “자기에 맞는 좋은 습관을 들이면 그때부터 한 사람의 길이 바뀌게 된다”고 덧붙였다.
 

 

유튜브서 사주팔자에 대한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무수히 많은 영상들이 나온다. 사주팔자 보는 법, 연예인 사주풀이 등 다양한 콘텐츠로 유튜브 시청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카페, 블로그 등에서도 무료로 사주를 봐주겠다며 이메일이나 댓글로 태어난 연월일시 등을 보내달라는 게시글도 왕왕 보인다. 

지하철역사 내 지하도에 테이블을 설치한 뒤 무료로 사주를 봐주겠다며 호객행위를 하거나 도심 번화가서 커플들을 대상으로 연애운을 위주로 사주풀이가 성행 중이다. 고민이 많은 대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신년을 앞두고 운세를 점치기 위해 용한 점집, 유명한 점집이나 무속인을 찾는다.


신점이란 신이 점쳐주는 것을 의미한다. 신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전해주는 것을 뜻한다. 신점 잘 보는 곳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무작정 시작하는 상담으로 점사가 술술 나올 가능성은 극히 적다. 그렇기 때문에 전화상담이나 대면상담의 경우에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점사가 나와야 한다. 상담시간이 너무 짧은 곳은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신년 운세
재미로만?

전화상담은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고 점사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비밀이 보장되며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상담이 가능하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제3자에게 전화번호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상담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대면상담의 장점은 직접 대면해 이뤄지기 때문에 좀 더 심층적인 상담이 가능하며 직접 두 눈으로 보기 때문에 점사의 정확도가 올라간다. 또 유선상의 소통이 아닌 대면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상담받는 사람이 조금 더 마음을 열 수 있다. 단점은 시간을 내어 직접 상담을 받아야 하며 타인의 눈에 띌 수 있다.

신점을 보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무당이 접신 상태로 내담자의 점솨를 봐주는 방식이다. 

접신없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도 있다. “이 양반은 화가 나면 끝까지 해보자 하는 게 문제다. 성질만 죽이고 살면 괜찮은데...”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생각이 많으니 고민이 많아지지. 일단 한 번 해봐” 등 내담자에게 구체적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한다. 내담자의 아쉬운 부분을 거침 없이 말하는 게 특징이다. 

젊은이들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흥미로운 카드를 이용하는 방식인 ‘타로’를 선호하기도 한다. 타로 카페가 늘어나면서 2030층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번화가에 천막을 치고 타로를 봐주는 곳도 있다. 타로카드는 18세기 이후 점술도구로 자주 쓰이게 된 카드의 일종으로 메이저 아르카나 22장(또는 트럼프 21장과 조커 1장), 마이너 아르카나(또는 네 수트 카드) 56장, 총 78장으로 이뤄져 있다.

타로를 보는 공간이 ‘타로 카페’로 불리고 있는데 이 같은 사실은 대중들에게 이를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일부 타로 카페는 일반 카페처럼 은은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음료를 판매하기도 하며 실제 타로를 보지 않더라도 카페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대중적 활용법 덕분에 타로 카페는 하나의 데이트 코스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나의 
놀이문화로

이렇듯 현대의 흐름에 발맞춰 타로는 본래 점술로서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하나의 놀이문화로도 다양한 변모를 보이고 있다. 유튜브서 타로 영상을 제공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 편하게 타로를 접하고 감상할 수도 있고 ‘전화 타로’ 같은 서비스도 개발돼 바쁜 현대인에게 더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타로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타로를 통한 상담 자체가 사람들에게 하나의 유희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일종의 취미로 즐기는 추세다. 타로카드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관상을 많이 보기도 했다. 관상이란 사람의 생김새와 얼굴을 보고 운명·성격·수명 등을 알아보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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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 때는 관리의 선발 기준을 ‘신언서판(身言書判)’으로 정하고, 가장 먼저 풍채와 용모를 봤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관상을 중요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신라시대 때 국내에 들어온 관상은 조선시대 들어 유행하며 ‘관상학’으로 발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각국 지도자의 성향을 분석하는 데 얼굴 생김새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로 따지자면 관상에 인공지능을 이용한 미세표정 분석 기술을 결합했다고 보면 된다. 역학과 명리학에 기반을 둔 사주 역시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얼굴형이 좋은 관상에 해당할까. 관상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목구비다. 코는 재물운을 담당하고, 눈은 재물운 중에서도 특히 부동산운을 담당한다. 입은 명예운과 인간관계를 알려준다. 이마도 중요하다. 오른쪽 눈썹의 위를 ‘일각’이라 해 아버지의 운을 나타내고, 왼쪽 눈썹 위를 ‘월각’이라 해 어머니의 운을 나타낸다. 양 눈썹 위가 홍색 황색을 띠고 선명하면 부모가 건강하고 장수한다.

타로카페, 이젠 데이트 코스
최고 관상 세종대왕·김태희 

이런 조건을 골고루 갖춘 얼굴은 과연 누구일까. 관상가들은 남자는 세종대왕, 여자는 배우 김태희의 관상이 최고로 꼽고 있다. 1만원 지폐에 등장하는 세종대왕의 초화는 약간 긴 동(同)자형 얼굴로 이마:눈·코:입·위턱·아래턱의 비율이 1:1:1로 황금비율로 알려져 있다.

직업운과 부모운을 나타내는 이마가 두툼하고 넓어 제왕의 상이라 할 수 있다. 눈은 가로로 살짝 가는 듯 긴데, 이런 눈을 봉황의 눈이라고 한다. 봉황은 제왕을 상징한다. 세종대왕은 코가 반듯하고 살집이 붙어 전형적인 ‘주먹코’다. 그래서 조선왕조 500년 중 가장 풍요로운 시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역술가들은 분석했다.

김태희 역시 얼굴의 비율이 1:1:1로 이상적이다. 코가 반듯하고 살집이 적당히 붙어 재물운이 있다. 입은 도톰하면서 붉은빛을 띠고 입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가 있어 건강하고 식복이 있다. 김태희의 얼굴형은 V라인이 아니라 동글고 도톰하며 밝은 빛이 난다. 이런 얼굴형은 인기를 얻고 따르는 사람이 많다.


이밖에도 손금을 읽어 미래를 예언하는 방식이 있다. 손금을 수상(手相)이라고도 하며, 이를 다루는 학문은 수상학(手相學)이라 불린다. 이러한 관습은 전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으며, 수많은 문화적 다양성이 있다.

손금은 생명과 건강 운에 관련된 생명선, 지능과 적성에 관련된 두뇌선, 애정운이라 불리는 감정선 등으로 나뉜다. 또 직업의 성공 여부에 관한 운명선, 운명선과 비슷해 보이나 인생에 대한 성공 여부를 보여주는 성공선이 있다. 

습관적으로
무당 찾아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공통점 중 하나는 독특한 손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손금은 삼지창 손금으로 매우 희귀한 손금이다. 감정선 위로 재물선, 운명선, 사업선 3개의 선이 삼지창 모양으로 뻗어 있는 것을 말한다. 삼지창 손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손금이 변해서 삼지창 모양이 된 것이다. 삼지창 손금은 무조건 3개가 다 있다고 좋은 것은 아니며 감정선 위로 뻗어 있어야만 좋은 것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튜브로 신년운세?

연말이 다가오면서 동영상을 통해 신년 운세 등을 봐주거나 라이브 방송으로 사주 풀이를 해주는 ‘유튜브 유명 점집’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11월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전국의 유명 무속인을 소개하는 채널인 ‘용군TV’ 구독자는 최근 13만명을 넘어섰다.

이 채널에 올라온 3300여개 동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6400만회가 넘는다. 이 채널은 전국의 유명 점집을 찾아가 무속인과 무속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주요 콘텐츠로 제공한다. 무속인의 삶 등을 다루기도 하지만 주로 채널 운영자가 무속인을 찾아가 점을 보는 내용이다.

무속인은 이 같은 채널을 통해 특정인의 사주와 관상을 보고 점괘를 풀어준 뒤 휴대폰 번호 및 주소 등을 노출해 홍보한다.

용군TV와 비슷한 무속인 소개 채널인 ‘이 PD’(구독자 9만8400명), 무속인이 직접 운영하며 월별 띠 운세 등을 설명하는 ‘천상신궁’(4만7000명) 등 역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채널이다. 

이 밖에 사이비 무속인에게 속지 않는 법을 알려주는 채널, 사진을 통해 회사 대표 등의 관상을 보고 주가를 예측하는 등의 채널까지 성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유튜브 채널서 활동하는 무속인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관련 채널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과한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한 유명 가수가 사망하자 한 무속인 채널에는 ‘유명 가수의 영혼이 신이 내려 죽기 전 못다 한 심정을 말해줬습니다’란 동영상이 게시됐다.

이 영상에 대해 유명인의 죽음을 팔아 돈벌이에 나섰다는 비판이 일자 해당 영상은 삭제됐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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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