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송구영신 특집> ‘대박 기원’ 별의별 점괘 세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2.30 11:15:20
  • 호수 12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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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 나올 때까지 ‘점집 투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내년엔 잘 풀릴까?” 2020년 신년을 맞아 다양한 방법으로 점괘를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건강운, 직업운, 연애운 등이 궁금한 이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내년 운세를 점치고 싶어 한다. 사주풀이, 타로카드 등 다양한 점괘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점괘 방식은 바로 ‘사주팔자’ 풀이다. 사주팔자란 ‘사주’는 인간의 운명을 지탱하는 네 가지 기둥을 뜻한다. 태어난 연(年), 월(月), 일(日), 시(時)를 가리킨다. 

사주팔자
동양철학

사주는 한자로 ‘四柱’라 적는데, 그 뜻인즉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를 의미하며, 팔자를 한자로 ‘八字’라 쓰는데, 팔자는 말 그대로 여덟 글자라는 뜻이다. 이 여덟 글자는 해에만 국한돼있는 것이 아니라 연월일시와도 연관돼있다. 

만약 1958년 9월17일 묘시(아침 5∼7시 사이)에 태어난 해는 ‘무술’, 월은 ‘경신’, 일은 ‘신해’, 시는 ‘을묘’라고 가정한다면 태어난 연월일시에 각각 ‘갑자’ 두 글자 씩을 붙여 여덟 글자가 되는데 이를 ‘팔자’라고 한다.

‘팔자가 좋다’ ‘팔자가 사납다’는 말 역시 이에 근거한다. 사람이 태어날 때 사주에 각각 붙는 ‘갑자’는 음양오행학에 근거하는데 자연의 ‘기’를 올곧게 받고 나면 팔자가 좋고, 거꾸로 자연의 기를 잘못 받고 나면 팔자가 사납다. 점쟁이들은 대부분 이런 사주팔자의 논리에 근거해 운세점을 본다.


사주팔자를 분석하는 것은 수년 전부터 동양철학을 기본으로 인간 삶의 흐름을 반영해 통계를 토대로 발전시켜왔으며, 현재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현대의 말로 풀이하면 ‘통계학적 전통 동양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변화가 심하고 예측이 불가하지만 가늠할 수 있고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많은 사람이 사주팔자를 찾는다. 

문제는 사람마다 사주를 풀이하는 베이스를 놓는 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사주 명리학자나 무속인들이 마치 예언자처럼 말하며 사람의 미래를 꿰뚫고 있는 듯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사실을 함부로 예측해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 때문에 상담을 받은 사람들은 자기 사주에 관해 두려움을 갖거나 자괴감, 또는 의욕상실에 빠질 수도 있다. 반대로 좋은 말을 들은 이들은 자기의 사주팔자가 좋다 보니 현재의 노력보다 덜하게 되며 게을러질 수도 있다.

통계학적 전통의 동양철학
점집 상담 종류별로 달라

이욱재 대간작명철학관 원장은 “사주팔자 여덟 글자를 풀어보면, 몇십만 개의 조합이 나온다. 그 안에 웬만한 사람의 성향이나 성품은 다 들어 있기 때문에, 사주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작명의 시작인 동시에 완성이다. 사주에 맞는 최고의 기운을 갖고 이름을 짓는다면 무엇을 하든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름에 관한 조언 외에도 사주에 나온 약점들을 보완할 수 있도록 개인에게 맞는 음식, 숫자, 색깔, 본인과 맞는 시간대 등 생활 전반에 관해 많은 조언을 해준다”며 “제가 사람들에게 작명 외에도 상세하게 생활 속 조언을 해주는 것은 마인드를 바꾸라는 뜻”이라며 “자기에 맞는 좋은 습관을 들이면 그때부터 한 사람의 길이 바뀌게 된다”고 덧붙였다.
 

 

유튜브서 사주팔자에 대한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무수히 많은 영상들이 나온다. 사주팔자 보는 법, 연예인 사주풀이 등 다양한 콘텐츠로 유튜브 시청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카페, 블로그 등에서도 무료로 사주를 봐주겠다며 이메일이나 댓글로 태어난 연월일시 등을 보내달라는 게시글도 왕왕 보인다. 

지하철역사 내 지하도에 테이블을 설치한 뒤 무료로 사주를 봐주겠다며 호객행위를 하거나 도심 번화가서 커플들을 대상으로 연애운을 위주로 사주풀이가 성행 중이다. 고민이 많은 대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신년을 앞두고 운세를 점치기 위해 용한 점집, 유명한 점집이나 무속인을 찾는다.


신점이란 신이 점쳐주는 것을 의미한다. 신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전해주는 것을 뜻한다. 신점 잘 보는 곳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무작정 시작하는 상담으로 점사가 술술 나올 가능성은 극히 적다. 그렇기 때문에 전화상담이나 대면상담의 경우에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점사가 나와야 한다. 상담시간이 너무 짧은 곳은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신년 운세
재미로만?

전화상담은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고 점사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비밀이 보장되며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상담이 가능하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제3자에게 전화번호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상담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대면상담의 장점은 직접 대면해 이뤄지기 때문에 좀 더 심층적인 상담이 가능하며 직접 두 눈으로 보기 때문에 점사의 정확도가 올라간다. 또 유선상의 소통이 아닌 대면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상담받는 사람이 조금 더 마음을 열 수 있다. 단점은 시간을 내어 직접 상담을 받아야 하며 타인의 눈에 띌 수 있다.

신점을 보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무당이 접신 상태로 내담자의 점솨를 봐주는 방식이다. 

접신없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도 있다. “이 양반은 화가 나면 끝까지 해보자 하는 게 문제다. 성질만 죽이고 살면 괜찮은데...”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생각이 많으니 고민이 많아지지. 일단 한 번 해봐” 등 내담자에게 구체적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한다. 내담자의 아쉬운 부분을 거침 없이 말하는 게 특징이다. 

젊은이들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흥미로운 카드를 이용하는 방식인 ‘타로’를 선호하기도 한다. 타로 카페가 늘어나면서 2030층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번화가에 천막을 치고 타로를 봐주는 곳도 있다. 타로카드는 18세기 이후 점술도구로 자주 쓰이게 된 카드의 일종으로 메이저 아르카나 22장(또는 트럼프 21장과 조커 1장), 마이너 아르카나(또는 네 수트 카드) 56장, 총 78장으로 이뤄져 있다.

타로를 보는 공간이 ‘타로 카페’로 불리고 있는데 이 같은 사실은 대중들에게 이를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일부 타로 카페는 일반 카페처럼 은은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음료를 판매하기도 하며 실제 타로를 보지 않더라도 카페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대중적 활용법 덕분에 타로 카페는 하나의 데이트 코스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나의 
놀이문화로

이렇듯 현대의 흐름에 발맞춰 타로는 본래 점술로서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하나의 놀이문화로도 다양한 변모를 보이고 있다. 유튜브서 타로 영상을 제공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 편하게 타로를 접하고 감상할 수도 있고 ‘전화 타로’ 같은 서비스도 개발돼 바쁜 현대인에게 더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타로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타로를 통한 상담 자체가 사람들에게 하나의 유희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일종의 취미로 즐기는 추세다. 타로카드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관상을 많이 보기도 했다. 관상이란 사람의 생김새와 얼굴을 보고 운명·성격·수명 등을 알아보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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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 때는 관리의 선발 기준을 ‘신언서판(身言書判)’으로 정하고, 가장 먼저 풍채와 용모를 봤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관상을 중요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신라시대 때 국내에 들어온 관상은 조선시대 들어 유행하며 ‘관상학’으로 발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각국 지도자의 성향을 분석하는 데 얼굴 생김새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로 따지자면 관상에 인공지능을 이용한 미세표정 분석 기술을 결합했다고 보면 된다. 역학과 명리학에 기반을 둔 사주 역시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얼굴형이 좋은 관상에 해당할까. 관상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목구비다. 코는 재물운을 담당하고, 눈은 재물운 중에서도 특히 부동산운을 담당한다. 입은 명예운과 인간관계를 알려준다. 이마도 중요하다. 오른쪽 눈썹의 위를 ‘일각’이라 해 아버지의 운을 나타내고, 왼쪽 눈썹 위를 ‘월각’이라 해 어머니의 운을 나타낸다. 양 눈썹 위가 홍색 황색을 띠고 선명하면 부모가 건강하고 장수한다.

타로카페, 이젠 데이트 코스
최고 관상 세종대왕·김태희 

이런 조건을 골고루 갖춘 얼굴은 과연 누구일까. 관상가들은 남자는 세종대왕, 여자는 배우 김태희의 관상이 최고로 꼽고 있다. 1만원 지폐에 등장하는 세종대왕의 초화는 약간 긴 동(同)자형 얼굴로 이마:눈·코:입·위턱·아래턱의 비율이 1:1:1로 황금비율로 알려져 있다.

직업운과 부모운을 나타내는 이마가 두툼하고 넓어 제왕의 상이라 할 수 있다. 눈은 가로로 살짝 가는 듯 긴데, 이런 눈을 봉황의 눈이라고 한다. 봉황은 제왕을 상징한다. 세종대왕은 코가 반듯하고 살집이 붙어 전형적인 ‘주먹코’다. 그래서 조선왕조 500년 중 가장 풍요로운 시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역술가들은 분석했다.

김태희 역시 얼굴의 비율이 1:1:1로 이상적이다. 코가 반듯하고 살집이 적당히 붙어 재물운이 있다. 입은 도톰하면서 붉은빛을 띠고 입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가 있어 건강하고 식복이 있다. 김태희의 얼굴형은 V라인이 아니라 동글고 도톰하며 밝은 빛이 난다. 이런 얼굴형은 인기를 얻고 따르는 사람이 많다.


이밖에도 손금을 읽어 미래를 예언하는 방식이 있다. 손금을 수상(手相)이라고도 하며, 이를 다루는 학문은 수상학(手相學)이라 불린다. 이러한 관습은 전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으며, 수많은 문화적 다양성이 있다.

손금은 생명과 건강 운에 관련된 생명선, 지능과 적성에 관련된 두뇌선, 애정운이라 불리는 감정선 등으로 나뉜다. 또 직업의 성공 여부에 관한 운명선, 운명선과 비슷해 보이나 인생에 대한 성공 여부를 보여주는 성공선이 있다. 

습관적으로
무당 찾아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공통점 중 하나는 독특한 손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손금은 삼지창 손금으로 매우 희귀한 손금이다. 감정선 위로 재물선, 운명선, 사업선 3개의 선이 삼지창 모양으로 뻗어 있는 것을 말한다. 삼지창 손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손금이 변해서 삼지창 모양이 된 것이다. 삼지창 손금은 무조건 3개가 다 있다고 좋은 것은 아니며 감정선 위로 뻗어 있어야만 좋은 것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튜브로 신년운세?

연말이 다가오면서 동영상을 통해 신년 운세 등을 봐주거나 라이브 방송으로 사주 풀이를 해주는 ‘유튜브 유명 점집’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11월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전국의 유명 무속인을 소개하는 채널인 ‘용군TV’ 구독자는 최근 13만명을 넘어섰다.

이 채널에 올라온 3300여개 동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6400만회가 넘는다. 이 채널은 전국의 유명 점집을 찾아가 무속인과 무속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주요 콘텐츠로 제공한다. 무속인의 삶 등을 다루기도 하지만 주로 채널 운영자가 무속인을 찾아가 점을 보는 내용이다.

무속인은 이 같은 채널을 통해 특정인의 사주와 관상을 보고 점괘를 풀어준 뒤 휴대폰 번호 및 주소 등을 노출해 홍보한다.

용군TV와 비슷한 무속인 소개 채널인 ‘이 PD’(구독자 9만8400명), 무속인이 직접 운영하며 월별 띠 운세 등을 설명하는 ‘천상신궁’(4만7000명) 등 역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채널이다. 

이 밖에 사이비 무속인에게 속지 않는 법을 알려주는 채널, 사진을 통해 회사 대표 등의 관상을 보고 주가를 예측하는 등의 채널까지 성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유튜브 채널서 활동하는 무속인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관련 채널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과한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한 유명 가수가 사망하자 한 무속인 채널에는 ‘유명 가수의 영혼이 신이 내려 죽기 전 못다 한 심정을 말해줬습니다’란 동영상이 게시됐다.

이 영상에 대해 유명인의 죽음을 팔아 돈벌이에 나섰다는 비판이 일자 해당 영상은 삭제됐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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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