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송구영신 특집> ‘대박 기원’ 별의별 점괘 세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2.30 11:15:20
  • 호수 12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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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 나올 때까지 ‘점집 투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내년엔 잘 풀릴까?” 2020년 신년을 맞아 다양한 방법으로 점괘를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건강운, 직업운, 연애운 등이 궁금한 이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내년 운세를 점치고 싶어 한다. 사주풀이, 타로카드 등 다양한 점괘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점괘 방식은 바로 ‘사주팔자’ 풀이다. 사주팔자란 ‘사주’는 인간의 운명을 지탱하는 네 가지 기둥을 뜻한다. 태어난 연(年), 월(月), 일(日), 시(時)를 가리킨다. 

사주팔자
동양철학

사주는 한자로 ‘四柱’라 적는데, 그 뜻인즉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를 의미하며, 팔자를 한자로 ‘八字’라 쓰는데, 팔자는 말 그대로 여덟 글자라는 뜻이다. 이 여덟 글자는 해에만 국한돼있는 것이 아니라 연월일시와도 연관돼있다. 

만약 1958년 9월17일 묘시(아침 5∼7시 사이)에 태어난 해는 ‘무술’, 월은 ‘경신’, 일은 ‘신해’, 시는 ‘을묘’라고 가정한다면 태어난 연월일시에 각각 ‘갑자’ 두 글자 씩을 붙여 여덟 글자가 되는데 이를 ‘팔자’라고 한다.

‘팔자가 좋다’ ‘팔자가 사납다’는 말 역시 이에 근거한다. 사람이 태어날 때 사주에 각각 붙는 ‘갑자’는 음양오행학에 근거하는데 자연의 ‘기’를 올곧게 받고 나면 팔자가 좋고, 거꾸로 자연의 기를 잘못 받고 나면 팔자가 사납다. 점쟁이들은 대부분 이런 사주팔자의 논리에 근거해 운세점을 본다.


사주팔자를 분석하는 것은 수년 전부터 동양철학을 기본으로 인간 삶의 흐름을 반영해 통계를 토대로 발전시켜왔으며, 현재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현대의 말로 풀이하면 ‘통계학적 전통 동양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변화가 심하고 예측이 불가하지만 가늠할 수 있고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많은 사람이 사주팔자를 찾는다. 

문제는 사람마다 사주를 풀이하는 베이스를 놓는 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사주 명리학자나 무속인들이 마치 예언자처럼 말하며 사람의 미래를 꿰뚫고 있는 듯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사실을 함부로 예측해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 때문에 상담을 받은 사람들은 자기 사주에 관해 두려움을 갖거나 자괴감, 또는 의욕상실에 빠질 수도 있다. 반대로 좋은 말을 들은 이들은 자기의 사주팔자가 좋다 보니 현재의 노력보다 덜하게 되며 게을러질 수도 있다.

통계학적 전통의 동양철학
점집 상담 종류별로 달라

이욱재 대간작명철학관 원장은 “사주팔자 여덟 글자를 풀어보면, 몇십만 개의 조합이 나온다. 그 안에 웬만한 사람의 성향이나 성품은 다 들어 있기 때문에, 사주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작명의 시작인 동시에 완성이다. 사주에 맞는 최고의 기운을 갖고 이름을 짓는다면 무엇을 하든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름에 관한 조언 외에도 사주에 나온 약점들을 보완할 수 있도록 개인에게 맞는 음식, 숫자, 색깔, 본인과 맞는 시간대 등 생활 전반에 관해 많은 조언을 해준다”며 “제가 사람들에게 작명 외에도 상세하게 생활 속 조언을 해주는 것은 마인드를 바꾸라는 뜻”이라며 “자기에 맞는 좋은 습관을 들이면 그때부터 한 사람의 길이 바뀌게 된다”고 덧붙였다.
 

 

유튜브서 사주팔자에 대한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무수히 많은 영상들이 나온다. 사주팔자 보는 법, 연예인 사주풀이 등 다양한 콘텐츠로 유튜브 시청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카페, 블로그 등에서도 무료로 사주를 봐주겠다며 이메일이나 댓글로 태어난 연월일시 등을 보내달라는 게시글도 왕왕 보인다. 

지하철역사 내 지하도에 테이블을 설치한 뒤 무료로 사주를 봐주겠다며 호객행위를 하거나 도심 번화가서 커플들을 대상으로 연애운을 위주로 사주풀이가 성행 중이다. 고민이 많은 대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신년을 앞두고 운세를 점치기 위해 용한 점집, 유명한 점집이나 무속인을 찾는다.


신점이란 신이 점쳐주는 것을 의미한다. 신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전해주는 것을 뜻한다. 신점 잘 보는 곳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무작정 시작하는 상담으로 점사가 술술 나올 가능성은 극히 적다. 그렇기 때문에 전화상담이나 대면상담의 경우에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점사가 나와야 한다. 상담시간이 너무 짧은 곳은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신년 운세
재미로만?

전화상담은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고 점사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비밀이 보장되며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상담이 가능하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제3자에게 전화번호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상담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대면상담의 장점은 직접 대면해 이뤄지기 때문에 좀 더 심층적인 상담이 가능하며 직접 두 눈으로 보기 때문에 점사의 정확도가 올라간다. 또 유선상의 소통이 아닌 대면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상담받는 사람이 조금 더 마음을 열 수 있다. 단점은 시간을 내어 직접 상담을 받아야 하며 타인의 눈에 띌 수 있다.

신점을 보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무당이 접신 상태로 내담자의 점솨를 봐주는 방식이다. 

접신없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도 있다. “이 양반은 화가 나면 끝까지 해보자 하는 게 문제다. 성질만 죽이고 살면 괜찮은데...”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생각이 많으니 고민이 많아지지. 일단 한 번 해봐” 등 내담자에게 구체적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한다. 내담자의 아쉬운 부분을 거침 없이 말하는 게 특징이다. 

젊은이들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흥미로운 카드를 이용하는 방식인 ‘타로’를 선호하기도 한다. 타로 카페가 늘어나면서 2030층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번화가에 천막을 치고 타로를 봐주는 곳도 있다. 타로카드는 18세기 이후 점술도구로 자주 쓰이게 된 카드의 일종으로 메이저 아르카나 22장(또는 트럼프 21장과 조커 1장), 마이너 아르카나(또는 네 수트 카드) 56장, 총 78장으로 이뤄져 있다.

타로를 보는 공간이 ‘타로 카페’로 불리고 있는데 이 같은 사실은 대중들에게 이를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일부 타로 카페는 일반 카페처럼 은은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음료를 판매하기도 하며 실제 타로를 보지 않더라도 카페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대중적 활용법 덕분에 타로 카페는 하나의 데이트 코스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나의 
놀이문화로

이렇듯 현대의 흐름에 발맞춰 타로는 본래 점술로서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하나의 놀이문화로도 다양한 변모를 보이고 있다. 유튜브서 타로 영상을 제공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 편하게 타로를 접하고 감상할 수도 있고 ‘전화 타로’ 같은 서비스도 개발돼 바쁜 현대인에게 더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타로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타로를 통한 상담 자체가 사람들에게 하나의 유희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일종의 취미로 즐기는 추세다. 타로카드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관상을 많이 보기도 했다. 관상이란 사람의 생김새와 얼굴을 보고 운명·성격·수명 등을 알아보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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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 때는 관리의 선발 기준을 ‘신언서판(身言書判)’으로 정하고, 가장 먼저 풍채와 용모를 봤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관상을 중요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신라시대 때 국내에 들어온 관상은 조선시대 들어 유행하며 ‘관상학’으로 발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각국 지도자의 성향을 분석하는 데 얼굴 생김새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로 따지자면 관상에 인공지능을 이용한 미세표정 분석 기술을 결합했다고 보면 된다. 역학과 명리학에 기반을 둔 사주 역시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얼굴형이 좋은 관상에 해당할까. 관상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목구비다. 코는 재물운을 담당하고, 눈은 재물운 중에서도 특히 부동산운을 담당한다. 입은 명예운과 인간관계를 알려준다. 이마도 중요하다. 오른쪽 눈썹의 위를 ‘일각’이라 해 아버지의 운을 나타내고, 왼쪽 눈썹 위를 ‘월각’이라 해 어머니의 운을 나타낸다. 양 눈썹 위가 홍색 황색을 띠고 선명하면 부모가 건강하고 장수한다.

타로카페, 이젠 데이트 코스
최고 관상 세종대왕·김태희 

이런 조건을 골고루 갖춘 얼굴은 과연 누구일까. 관상가들은 남자는 세종대왕, 여자는 배우 김태희의 관상이 최고로 꼽고 있다. 1만원 지폐에 등장하는 세종대왕의 초화는 약간 긴 동(同)자형 얼굴로 이마:눈·코:입·위턱·아래턱의 비율이 1:1:1로 황금비율로 알려져 있다.

직업운과 부모운을 나타내는 이마가 두툼하고 넓어 제왕의 상이라 할 수 있다. 눈은 가로로 살짝 가는 듯 긴데, 이런 눈을 봉황의 눈이라고 한다. 봉황은 제왕을 상징한다. 세종대왕은 코가 반듯하고 살집이 붙어 전형적인 ‘주먹코’다. 그래서 조선왕조 500년 중 가장 풍요로운 시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역술가들은 분석했다.

김태희 역시 얼굴의 비율이 1:1:1로 이상적이다. 코가 반듯하고 살집이 적당히 붙어 재물운이 있다. 입은 도톰하면서 붉은빛을 띠고 입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가 있어 건강하고 식복이 있다. 김태희의 얼굴형은 V라인이 아니라 동글고 도톰하며 밝은 빛이 난다. 이런 얼굴형은 인기를 얻고 따르는 사람이 많다.


이밖에도 손금을 읽어 미래를 예언하는 방식이 있다. 손금을 수상(手相)이라고도 하며, 이를 다루는 학문은 수상학(手相學)이라 불린다. 이러한 관습은 전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으며, 수많은 문화적 다양성이 있다.

손금은 생명과 건강 운에 관련된 생명선, 지능과 적성에 관련된 두뇌선, 애정운이라 불리는 감정선 등으로 나뉜다. 또 직업의 성공 여부에 관한 운명선, 운명선과 비슷해 보이나 인생에 대한 성공 여부를 보여주는 성공선이 있다. 

습관적으로
무당 찾아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공통점 중 하나는 독특한 손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손금은 삼지창 손금으로 매우 희귀한 손금이다. 감정선 위로 재물선, 운명선, 사업선 3개의 선이 삼지창 모양으로 뻗어 있는 것을 말한다. 삼지창 손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손금이 변해서 삼지창 모양이 된 것이다. 삼지창 손금은 무조건 3개가 다 있다고 좋은 것은 아니며 감정선 위로 뻗어 있어야만 좋은 것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튜브로 신년운세?

연말이 다가오면서 동영상을 통해 신년 운세 등을 봐주거나 라이브 방송으로 사주 풀이를 해주는 ‘유튜브 유명 점집’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11월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전국의 유명 무속인을 소개하는 채널인 ‘용군TV’ 구독자는 최근 13만명을 넘어섰다.

이 채널에 올라온 3300여개 동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6400만회가 넘는다. 이 채널은 전국의 유명 점집을 찾아가 무속인과 무속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주요 콘텐츠로 제공한다. 무속인의 삶 등을 다루기도 하지만 주로 채널 운영자가 무속인을 찾아가 점을 보는 내용이다.

무속인은 이 같은 채널을 통해 특정인의 사주와 관상을 보고 점괘를 풀어준 뒤 휴대폰 번호 및 주소 등을 노출해 홍보한다.

용군TV와 비슷한 무속인 소개 채널인 ‘이 PD’(구독자 9만8400명), 무속인이 직접 운영하며 월별 띠 운세 등을 설명하는 ‘천상신궁’(4만7000명) 등 역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채널이다. 

이 밖에 사이비 무속인에게 속지 않는 법을 알려주는 채널, 사진을 통해 회사 대표 등의 관상을 보고 주가를 예측하는 등의 채널까지 성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유튜브 채널서 활동하는 무속인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관련 채널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과한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한 유명 가수가 사망하자 한 무속인 채널에는 ‘유명 가수의 영혼이 신이 내려 죽기 전 못다 한 심정을 말해줬습니다’란 동영상이 게시됐다.

이 영상에 대해 유명인의 죽음을 팔아 돈벌이에 나섰다는 비판이 일자 해당 영상은 삭제됐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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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