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송구영신 특집> 2019·2020 영화계, 못다한 이야기와 하고픈 이야기

충무로를 돌아보고 내다보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2019년 기해년은 임시정부 수립 기념 100주년인 동시에 한국 영화 100주년이었던 한 해였다. 그 시작은 미비했을지 모르나 100년이 지난 지금의 한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 강국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프랑스를 넘어 미국서도 각광 받고 있으며, 1000만 영화는 무려 5편이나 나왔다. 새로운 감독들이 혜성같이 충무로에 나타났고, 독립영화 역시 성장세다. 하지만 빛이 밝은 만큼 그림자는 더 짙은 법. 한국 영화는 ‘양산형 영화’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해결되지 못하는 독과점 논란,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를 깎아내리는 평점 테러, 잘못된 역사 인식으로 인한 역사 왜곡 등 고질병도 앓고 있다. <일요시사>가 영화계의 한 해를 결산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2020년의 영화계를 내다봤다.
 

▲ 봉준호 감독의 &lt;기생충&gt;

2019년 한국 영화계의 가장 빛난 업적은 봉준호 감독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한 것이다. 앞서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2위 격인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바 있으나, 황금종려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신자유주의 시대의 빈틈을 통찰한 이 영화는 전 세계 외신과 영화평론가들의 압도적 호평으로 세계 최고의 권위의 황금종려상의 선택을 받았다.

이 영화는 국내서 10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는 등 대중성도 사로잡았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았다. 프랑스, 스위스, 호주, 베트남, 독일, 벨기에, 미국 등 세계 30개국 이상서 개봉됐다. 일부 국가에선 역대 한국 영화 가운데 흥행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생충>의 금자탑은 여전히 갱신 중이다. 현재 미국서도 각종 영화제의 최고상을 연이어 수상하는 등 낭보가 이어지고 있으며, 오는 2020년 1월5일 미국서 열리는 제77회 골든글로브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도전한다.

금자탑 올린
 <기생충>

2013년 이후 2억명 관객 시대를 맞이한 한국 영화는 꾸준히 현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도 2억2000만명 수준의 관객을 유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가운데 마약 범죄자들을 검거하기 위해 위장 수사로 치킨집을 여는 내용의 <극한직업>은 1626만명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2위에 올랐으며, 신예 이상근 감독의 <엑시트>가 색다른 코미디 재난 영화로 942만 관객을 동원하며 선전했다.

독립영화의 발전도 눈에 띈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항거:유관순 이야기>가 115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규모를 넓혔으며 <벌새> <메기> <윤희에게>와 같은 저예산 영화들이 ‘규모의 한계’를 이겨내고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한 작품성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김보라 감독의 <벌새>는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유수 영화제서 무려 40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이 영화는 91회차 관람객을 비롯해 팬덤이 생기는 등 독립영화 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김 감독을 포함해 <말모이>의 엄유나 감독, <돈>의 박누리 감독, <메기>의 이옥섭 감독, <우리집>의 윤가은 감독, <82년생 김지영>의 김도영 감독 등은 임순례, 방은진, 변영주, 노덕 등 일부 유명 여성 감독 외에는 빛을 보지 못했던 한국 영화계서 여성 감독으로서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배우들도 약진했다. <기생충>의 송강호와 최우식, 조여정을 비롯한 배우들과 <벌새>의 박지후 등은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한국판 드웨인 존슨으로도 일컬어지는 배우 마동석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서 사랑받는 마블스튜디오(이하 MCU)에 합류했다. 길가메시로 캐스팅된 그는 새 영화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 촬영에 한창이다.

1000만 영화 무려 5편
<기생충> 한국영화 100년 결실

빛나는 업적도 많았지만, 한계도 분명했던 한 해였다.

올해 국내 개봉 영화 흥행 10위에 한국 영화는 <극한직업> <기생충> <엑시트> <봉오동 전투>가 전부다. 나머지 6편은 외국 영화가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안방을 내준 격이다. 2015년 10위 내에 속한 외화가 4편, 2016년에는 2편, 2017년에 3편에 비해 초라한 성적이다. 일부를 제외하곤 국내 영화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겨울왕국2> <어벤져스:엔드게임> <알라딘>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 <캡틴 마블> <조커> 등 할리우드 영화의 공세에 한국 영화들은 맥없이 밀려났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은 ‘그 영화만의 미덕’이 아닌 흥행한 영화의 공식만 답습한 ‘양산형 영화’의 확산 때문이라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봉오동 전투>와 <나쁜 녀석들:더 무비> <82년생 김지영> <돈> <악인전>은 비록 흥행을 거둔 편임에도 평단의 평가는 좋지 못했다. 그 가운데 올해 최악의 영화로 꼽히는 <자전차왕 엄복동>은 150억여원이 투입됐음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CG와 앞뒤가 맞지 않는 개연성, 애국심에 의존한 ‘국뽕’으로 점철됐다는 혹평을 받았고, UBD(17만, 관객 단위)라는 신조어로 대중의 조롱을 받기도 했다.
 

▲ 엑시트

주춤한 한국 영화들 사이서 분전한 월트디즈니컴퍼니는 국내 관객 점유율 1위 배급사로 올라섰다. 영화진흥위원회의 ‘11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11월 배급사별 관객 점유율서 CJ ENM은 23.3%를 기록, 26.9%를 차지한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에 밀려 2위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24.5%의 점유율로 디즈니(24.4%)에 0.1% 앞섰지만, 겨울철부터 결국 1위 자리를 내줬다.

두 배급사가 역 4000억원대 매출액을 기록한 가운데 롯데컬처웍스, 쇼박스, NEW 등은 1000억원대 전후의 매출로 턱없이 부족한 성적을 받았다.

세계로 쭉쭉
한계도 분명

역사 왜곡 논란이나 평점 테러 등 이전에도 발생해온 문제들이 올해에도 불거졌다. <나랏말싸미>는 역사 왜곡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한글 창제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세종이 아닌 신미 스님이 한글을 창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설에 집중했다가 평점 테러 등을 당하며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82년생 김지영>은 국내서 가장 민감한 이슈로 떠오른 젠더 문제서 악의적인 평점 테러를 받았다. 논란을 비웃기라도 하듯 367만 관객을 돌파했으나, 고질병은 여과 없이 드러났다.

또 매년 불거지고 있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 역시 해결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엄청난 인기를 얻는 외화가 등장할 때마다 재점화되는 ‘독과점 논란’은 해결책이 미궁 속에 빠져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스크린 상한제’ 관련 법안을 수 차례발의했지만, 상정된 법안은 없다.

그런 가운데 2020년 한국 영화는 다시 한번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한 새로운 장르의 작품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보겠다는 심산이다. 또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거머쥔 스타 감독들 역시 대거 귀환하며, 단편영화 등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신예 감독들도 비교적 큰 규모의 자본을 투자 받아 신선한 이야기를 써낼 준비를 하고 있다.

2020년은 명성이 자자한 특급 감독들의 작품이 매달 이어지며, 극장가를 풍성하게 채울 전망이다. 500만 관객 이상의 흥행을 기록한 감독들이 즐비하다. 대부분이 스타 배우들과 손을 잡았다. 라인업만 봐도 한국 영화의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한맨 파워
미 브랜드 파워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은 이병헌과 다시 뭉친 <남산의 부장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강동원, 이정현과 함께 <부산행> 이후 좀비들이 득세한 한반도를 그린 <반도> <관상>과 <더 킹>의 한재림 감독은 송강호와 이병헌을 주축으로 한 <비상선언>, 류승완 감독은 김윤석, 조인성과 함께 작업한 <탈출:모가디슈>로 충무로를 휘저을 전망이다.

이 외에도 <변호인> <강철비>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양우석 감독은 <정상회담>을 제작하며 <태극기를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은 <1947, 보스턴>을, <신세계>와 <마녀>의 박훈정 감독은 엄태구, 전여빈 등 신예를 앞세운 <낙원의 밤>을,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은 박보검의 첫 주연 영화 <서복>으로 나선다.
 

▲ 윤희에게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소위 ‘불한당원’이라는 팬덤을 구축한 변성현 감독은 설경구와 손을 맞잡고 <킹메이커:선거 판의 여우>로 돌아온다. <변산>으로 아쉬운 성적을 남긴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를, <말죽거리 잔혹사> <쌍화점>으로 흥행했으나 <하울링> <강남1970>으로 연이은 쓴맛을 본 유하 감독은 <파이프 라인>으로 재기에 도전한다.

영화계서 흔히 입봉작을 두고 ‘영혼을 갈아 만든다’는 말을 쓰곤 한다. 2020년에는 단편영화 및 예술 영화로 두각을 나타낸 신예 감독들의 데뷔작도 무수해 기대감을 준다.


2012년 <파수꾼>으로 파란을 일으킨 윤성현 감독이 당시의 주역인 이제훈과 박정민 등을 캐스팅한 <사냥의 시간>과, 14분짜리 단편영화 <몸값>으로 최고 유망주로 떠오른 이충현 감독은 박신혜, 전종서를 앞세운 스릴러 영화 <콜> 그리고 <극한직업> 개봉 직후 최고의 몸값을 자랑한 류승룡이 선택하면서 화제를 모은 조은지 감독의 <입술은 안돼요>가 기대작으로 꼽힌다.

디즈니에 빼앗긴 한국 안방
위상 되찾을 스타 감독은?

특히 배우 출신이자 단편영화 <이만원의 효과>로 호평을 받은 조 감독은 첫 상업영화에 도전하며 문소리, 김윤석에 이어 배우 출신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는다.

2020년에는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뮤지컬 영화가 두 편이나 개봉한다. 또 한국서 성공한 적 없는 SF영화도 개봉 예정이다. 먼저 <히말라야>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은 안중근 열사를 소재로 한 <영웅>을 뮤지컬 영화로 제작 중이다. 1909년 10월 하얼빈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사형 판결로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그린 동명의 국내 오리지널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에 빼앗겼다시피 한 뮤지컬 영화 장르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첫 작품이다.
 

▲ 코미디 영화로 1000만 관객의 위업을 달성한 극한직업

뮤지컬서도 무대를 압도한 정성화가 주연을 맡았다. 류승룡과 염정아가 캐스팅된 <인생은 아름다워>도 기대되는 뮤지컬 작품이다. <국가부도의 날>의 최국희 감독과 <완벽한 타인>과 <극한직업>을 통해 충무로 원탑 각색 작가로 떠오른 배세영 작가의 합작품이다. <늑대소년>과 <탐정 홍길동>으로 연이은 흥행을 거둔 조성희 감독은 송중기를 앞세운 SF영화 <승리호>를 영화관에 건다.


지난해와 올해 아쉬운 성적을 받아들인 한국 영화계가 유명 감독들의 ‘맨 파워’를 보여주는 준비를 하는 가운데 외화는 앞서 성공한 작품 또는 시리즈물로 거대한 한국 영화 시장을 노린다.

스타 감독 
대거 귀환

먼저 한국서 꾸준히 사랑받는 <스타워즈: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를 시작으로, 윌 스미스 주연의 <나쁜 녀석들:포에버>, 샤를리즈 테론과 니콜 키드먼 주연의 <밤쉘>, 소리 없는 공포 영화로 주목받은 <콰이어트 플레이스2>, DC코믹스를 실사화한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퀸의 황홀한 해방>, 다니엘 크레이그가 마지막으로 제임스 본드 역을 소화하는 <007 노 타임 투 다이>, MCU 페이즈 4의 첫 영화이자 스칼렛 요한슨의 <블랙 위도우>, 국내서 연이어 흥행에 성공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등이 그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국내 감독들의 면면과 외국 영화들의 제목이 2020년 영화계의 문을 두드리는 가운데 영화팬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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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