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세균-추미애 청문회’ 쟁점 관전포인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2.30 09:54:57
  • 호수 12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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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현역불패’라지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청문회 정국이 곧 문을 연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이어 곧바로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예정돼있다. <일요시사>는 여야의 피 튀기는 공방이 펼쳐질 두 거물급 후보자를 둘러싼 핵심 쟁점을 쫓았다.
 

▲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와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여야가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를 검증할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인선을 마무리했다. 본격적인 청문회 정국의 서막이 오른 것.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박병석, 원혜영, 박광온, 신동근, 박경미, 김영호 의원을 위원으로 추천하고 이 중 박광온 의원이 간사를 맡기로 했다. 이에 맞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자당 몫으로 나경원 의원을 특위위원장에 선정하고, 주호영, 김상훈, 김태흠, 김현아 의원을 위원으로 명단에 올렸다. 간사는 김상훈 의원이다. 

검증 에이스
전진 배치

진용이 화려하다. 모두 여야의 간판급 중진 의원들이다. 이번 청문회의 중량감을 대변한다. 이들은 청문 일정 확정, 증인 채택 등 청문회 사전 논의 단계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절차는 내년 1월8일까지 완료돼야 한다.

정 후보자 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삼권분립 파괴 논란’이다. 만약 정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이는 헌정 사상 첫 국회의장 출신 국무총리라는 사례가 된다. 앞서 국회의장·국무총리를 모두 지낸 선례가 2차례(백두진·정일권 전 의장)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국무총리를 지낸 뒤 국회의장으로 옮겼다.

반면 정 후보자는 이와 반대다. 통상적인 인사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우리나라 의전서열상 국회의장은 대통령에 이은 2위고, 국무총리는 5위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원이었던 정 후보자가 의정서열상 3단계 하락한 자리로 가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정 후보자 지명을 직접 발표하며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야권은 삼권분립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 측은 매서운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문 대통령의 정 후보자 지명을 ‘70년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이라고 표현했다. 새로운보수당도 역시 ‘헌법유린’이라며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삼권의 한 축인 입법부의 수장 출신이 행정부의 2인자로 간다면 입법부가 행정부의 시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공통된 우려다. 이는 다가올 청문회에서 여야가 가장 크게 부딪힐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삼권분립 파괴’ ‘송도사옥 개입’
추 ‘울산시장 개입’ ‘석사논문 표절’

‘포스코 송도사옥 매각 개입 의혹’ 역시 여야가 불붙을 지점이다. 앞서 정 후보자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지난 2014년 6월 지인 박모씨의 부탁을 받고 포스코건설의 송도사옥 매각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초 <시사저널>은 해당 의혹을 보도하며, 그 근거로 2014년 6월 정 후보자와 박씨 간에 이뤄진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통화에서 정 후보자는 포스코 측의 초벌 검토 결과를 박씨에게 알려주며 “‘(내가 포스코 측에)좀 더 체크를 해봐라. 그래서 길이 없겠는지 연구를 해봐라’고 얘기를 해놓은 상태”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정 후보자는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1·2심서 모두 패했다. 법원은 정 후보자가 박씨에게 청탁을 받고 포스코건설 측에 송도사옥 매각과 관련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기사 내용이 허위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원고 패소로 판결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 후보자가 억대 빚을 총리 지명 직전에 일괄 변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당 김상훈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억대 자금을 수십 년간, 이자 지급도 없이 상환하지 않았다면, 이는 채무가 아니라 사실상 증여를 받은 셈이다. 마땅히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해당 의혹에 “새로울 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1·2심 패소
부메랑?

이 외에도 정 후보자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시절 15∼20대 국회까지 실적이 미진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정 후보자가 이 기간 대표발의한 법안의 수는 45건, 이 중 처리된 수는 14건에 불과하다는 것.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노코멘트’ 하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 역시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가장 큰 쟁점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이다. 이는 현 정국 최대 이슈기도 하다. 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지난 6·13지방선거 과정서 청와대와 함께 여당인 민주당이 선거에 개입했다며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논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확산됐다. 그는 지난달 27일 국회 정론관에 모습을 드러내 자신이 낙선했던 지난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의 ‘하명 수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시간은 지난해 3월로 돌아간다. 한국당은 지방선거를 100여일 앞두고 공천 신청을 접수받는다고 알렸다. 접수 첫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은 같은 직에 공천을 신청했다. 이후 한국당은 김 전 시장을 울산시장 단독 후보로 확정하고, 일찌감치 본선 준비에 돌입했다.
 

▲ ▲송철호 전 울산시장

한편 민주당 측에선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송철호 변호사와 임동호 울산시당위원장, 심규명 변호사가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3월5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울산을 염원하는 시민들 앞에 하나가 되겠다”며 ‘원팀(One Team)’을 선언하는 등 선거에 본격적으로 임하기 시작했다.

단수 공천
발목 잡나

김 시장이 공천을 신청하고 일주일여가 흐른 지난해 3월16일,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시장 부속실과 건축 관련부서 등 울산시청 내 사무실 5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는 곧바로 쟁점화됐다.

경찰의 압수수색 소식 직후 민주당 울산시당은 성명을 내고 “(김)시장이 직권을 남용해 이미 선정된 업체를 특정업체로 교체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반면 김 시장과 한국당은 경찰의 압수수색에 크게 반발하며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와 김 시장은 “정권의 검찰·경찰 사냥개를 앞세운 덮어씌우기 수사”라며 “(이런 수사가) 이기붕의 자유당 말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 사이 울산시장 대진표가 짜여졌다. 민주당은 송철호 변호사를 단수후보로 공천했고, 김 시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청와대뿐만 아니라 민주당으로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송철호 현 울산시장이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단수후보로 공천을 받은 과정서 당청의 선거 개입이 있었다고 검찰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4월2일 지방선거서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 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은 해당 소식을 전한 후 “경선은 최대한 치열하게 한다는 당의 정신과 국민 여러분의 경선에 대한 관심 주목도를 최대한 높인다는 방침에 따라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보수야당 배수진 예고
낙마하면…정권 휘청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지난해 4월3일 민주당은 송철호 시장을 단수후보로 공천한다고 발표했다. 정치권은 이 과정이 석연찮다고 말한다. 송 시장의 당적변경 등 공천서 감점을 받을 만한 이력을 갖고 있어서다. 

송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서 당선되기 전 총선 등에서 8번 낙선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무소속이나 민주노동당으로 출마하는 등 수차례 당적을 옮겼다. 당시 민주당 당헌·당규는 당적을 옮겨 정체성이 의심되는 당원은 단수 후보로 공천을 금지하고 있었다.
 

▲ 이낙연 국무총리

그러나 당시 민주당은 송 시장을 단수후보로 공천한 일이 당헌·당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비록 그가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했지만, 당의 동의하에 열세 지역에서 나섰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송 시장과 경선을 앞두고 있던 다른 예비후보자들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당시 민주당 대표는 추미애 후보자였다. 보수야당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추 후보자가 송 시장을 단수후보로 공천하는 과정에 개입했는지 등을 따져 물을 예정이다. 법사위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추 후보자의 경우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여권 개입 의혹에 따라 참고인이든, 피의자든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이 외에도 청문회에는 ▲석사논문 표절 ▲차용증 위조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를 예정이다. 논문 표절 의혹은 추 후보자가 지명된 직후 제기됐다. 지난 2003년 연세대 석사 과정에서 쓴 논문이 앞서 2001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보고서와 2002년 국립농업과학원의 학술대회 결과보고서 등과 유사하다는 의혹이다. 추 후보자 측은 시점상 논문을 썼을 2003년에는 학계의 논문 작성기준이 정비되기 전이라고 해명했다.

조국 이어
가족 겨냥

전임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 때처럼 가족 의혹이 청문회서 집중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지난 2012년 추 후보자는 자신의 딸에게 9000만원을 무상 증여한 후 뒤늦게 차용증 문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추 후보자를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종로는 누구에게?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을 받으면서 종로는 공석이 됐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이 지역에서 빅매치가 펼쳐질 것이라 기대한다. 더불어민주당 진영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출마가, 자유한국당 진영에서는 황교안 대표의 출마가 예상된다. 전 정권과 현 정권 국무총리의 대결이라는 역대급 대진표가 성사될 수 있다. 정 후보자는 종로에 누가 출마할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은 하늘만 아실 것”이라고 답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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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