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세균-추미애 청문회’ 쟁점 관전포인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2.30 09:54:57
  • 호수 12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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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현역불패’라지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청문회 정국이 곧 문을 연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이어 곧바로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예정돼있다. <일요시사>는 여야의 피 튀기는 공방이 펼쳐질 두 거물급 후보자를 둘러싼 핵심 쟁점을 쫓았다.
 

▲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와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여야가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를 검증할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인선을 마무리했다. 본격적인 청문회 정국의 서막이 오른 것.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박병석, 원혜영, 박광온, 신동근, 박경미, 김영호 의원을 위원으로 추천하고 이 중 박광온 의원이 간사를 맡기로 했다. 이에 맞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자당 몫으로 나경원 의원을 특위위원장에 선정하고, 주호영, 김상훈, 김태흠, 김현아 의원을 위원으로 명단에 올렸다. 간사는 김상훈 의원이다. 

검증 에이스
전진 배치

진용이 화려하다. 모두 여야의 간판급 중진 의원들이다. 이번 청문회의 중량감을 대변한다. 이들은 청문 일정 확정, 증인 채택 등 청문회 사전 논의 단계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절차는 내년 1월8일까지 완료돼야 한다.

정 후보자 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삼권분립 파괴 논란’이다. 만약 정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이는 헌정 사상 첫 국회의장 출신 국무총리라는 사례가 된다. 앞서 국회의장·국무총리를 모두 지낸 선례가 2차례(백두진·정일권 전 의장)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국무총리를 지낸 뒤 국회의장으로 옮겼다.

반면 정 후보자는 이와 반대다. 통상적인 인사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우리나라 의전서열상 국회의장은 대통령에 이은 2위고, 국무총리는 5위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원이었던 정 후보자가 의정서열상 3단계 하락한 자리로 가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정 후보자 지명을 직접 발표하며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야권은 삼권분립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 측은 매서운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문 대통령의 정 후보자 지명을 ‘70년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이라고 표현했다. 새로운보수당도 역시 ‘헌법유린’이라며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삼권의 한 축인 입법부의 수장 출신이 행정부의 2인자로 간다면 입법부가 행정부의 시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공통된 우려다. 이는 다가올 청문회에서 여야가 가장 크게 부딪힐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삼권분립 파괴’ ‘송도사옥 개입’
추 ‘울산시장 개입’ ‘석사논문 표절’

‘포스코 송도사옥 매각 개입 의혹’ 역시 여야가 불붙을 지점이다. 앞서 정 후보자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지난 2014년 6월 지인 박모씨의 부탁을 받고 포스코건설의 송도사옥 매각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초 <시사저널>은 해당 의혹을 보도하며, 그 근거로 2014년 6월 정 후보자와 박씨 간에 이뤄진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통화에서 정 후보자는 포스코 측의 초벌 검토 결과를 박씨에게 알려주며 “‘(내가 포스코 측에)좀 더 체크를 해봐라. 그래서 길이 없겠는지 연구를 해봐라’고 얘기를 해놓은 상태”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정 후보자는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1·2심서 모두 패했다. 법원은 정 후보자가 박씨에게 청탁을 받고 포스코건설 측에 송도사옥 매각과 관련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기사 내용이 허위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원고 패소로 판결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 후보자가 억대 빚을 총리 지명 직전에 일괄 변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당 김상훈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억대 자금을 수십 년간, 이자 지급도 없이 상환하지 않았다면, 이는 채무가 아니라 사실상 증여를 받은 셈이다. 마땅히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해당 의혹에 “새로울 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1·2심 패소
부메랑?

이 외에도 정 후보자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시절 15∼20대 국회까지 실적이 미진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정 후보자가 이 기간 대표발의한 법안의 수는 45건, 이 중 처리된 수는 14건에 불과하다는 것.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노코멘트’ 하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 역시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가장 큰 쟁점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이다. 이는 현 정국 최대 이슈기도 하다. 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지난 6·13지방선거 과정서 청와대와 함께 여당인 민주당이 선거에 개입했다며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논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확산됐다. 그는 지난달 27일 국회 정론관에 모습을 드러내 자신이 낙선했던 지난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의 ‘하명 수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시간은 지난해 3월로 돌아간다. 한국당은 지방선거를 100여일 앞두고 공천 신청을 접수받는다고 알렸다. 접수 첫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은 같은 직에 공천을 신청했다. 이후 한국당은 김 전 시장을 울산시장 단독 후보로 확정하고, 일찌감치 본선 준비에 돌입했다.
 

▲ ▲송철호 전 울산시장

한편 민주당 측에선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송철호 변호사와 임동호 울산시당위원장, 심규명 변호사가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3월5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울산을 염원하는 시민들 앞에 하나가 되겠다”며 ‘원팀(One Team)’을 선언하는 등 선거에 본격적으로 임하기 시작했다.

단수 공천
발목 잡나

김 시장이 공천을 신청하고 일주일여가 흐른 지난해 3월16일,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시장 부속실과 건축 관련부서 등 울산시청 내 사무실 5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는 곧바로 쟁점화됐다.

경찰의 압수수색 소식 직후 민주당 울산시당은 성명을 내고 “(김)시장이 직권을 남용해 이미 선정된 업체를 특정업체로 교체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반면 김 시장과 한국당은 경찰의 압수수색에 크게 반발하며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와 김 시장은 “정권의 검찰·경찰 사냥개를 앞세운 덮어씌우기 수사”라며 “(이런 수사가) 이기붕의 자유당 말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 사이 울산시장 대진표가 짜여졌다. 민주당은 송철호 변호사를 단수후보로 공천했고, 김 시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청와대뿐만 아니라 민주당으로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송철호 현 울산시장이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단수후보로 공천을 받은 과정서 당청의 선거 개입이 있었다고 검찰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4월2일 지방선거서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 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은 해당 소식을 전한 후 “경선은 최대한 치열하게 한다는 당의 정신과 국민 여러분의 경선에 대한 관심 주목도를 최대한 높인다는 방침에 따라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보수야당 배수진 예고
낙마하면…정권 휘청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지난해 4월3일 민주당은 송철호 시장을 단수후보로 공천한다고 발표했다. 정치권은 이 과정이 석연찮다고 말한다. 송 시장의 당적변경 등 공천서 감점을 받을 만한 이력을 갖고 있어서다. 

송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서 당선되기 전 총선 등에서 8번 낙선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무소속이나 민주노동당으로 출마하는 등 수차례 당적을 옮겼다. 당시 민주당 당헌·당규는 당적을 옮겨 정체성이 의심되는 당원은 단수 후보로 공천을 금지하고 있었다.
 

▲ 이낙연 국무총리

그러나 당시 민주당은 송 시장을 단수후보로 공천한 일이 당헌·당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비록 그가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했지만, 당의 동의하에 열세 지역에서 나섰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송 시장과 경선을 앞두고 있던 다른 예비후보자들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당시 민주당 대표는 추미애 후보자였다. 보수야당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추 후보자가 송 시장을 단수후보로 공천하는 과정에 개입했는지 등을 따져 물을 예정이다. 법사위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추 후보자의 경우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여권 개입 의혹에 따라 참고인이든, 피의자든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이 외에도 청문회에는 ▲석사논문 표절 ▲차용증 위조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를 예정이다. 논문 표절 의혹은 추 후보자가 지명된 직후 제기됐다. 지난 2003년 연세대 석사 과정에서 쓴 논문이 앞서 2001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보고서와 2002년 국립농업과학원의 학술대회 결과보고서 등과 유사하다는 의혹이다. 추 후보자 측은 시점상 논문을 썼을 2003년에는 학계의 논문 작성기준이 정비되기 전이라고 해명했다.

조국 이어
가족 겨냥

전임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 때처럼 가족 의혹이 청문회서 집중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지난 2012년 추 후보자는 자신의 딸에게 9000만원을 무상 증여한 후 뒤늦게 차용증 문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추 후보자를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종로는 누구에게?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을 받으면서 종로는 공석이 됐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이 지역에서 빅매치가 펼쳐질 것이라 기대한다. 더불어민주당 진영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출마가, 자유한국당 진영에서는 황교안 대표의 출마가 예상된다. 전 정권과 현 정권 국무총리의 대결이라는 역대급 대진표가 성사될 수 있다. 정 후보자는 종로에 누가 출마할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은 하늘만 아실 것”이라고 답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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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