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한국영화 3파전’ 국대 연기 고수들이 붙었다

<시동> VS <천문> VS <백두산>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겨울왕국2>가 국내 영화관을 휩쓸고 가자 한국 블록버스터 3편이 국내 영화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7~8월 여름과 더불어 국내 영화계 최고 대목으로 불리는 이 시기에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컬쳐웍스, NEW는 수백억원대 제작비 규모의 영화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채비를 마쳤다. 아무리 대목이라고 해도 제품이 형편없으면 손이 가지 않는 법. 세 배급사가 야심 차게 준비한 영화 <시동>, <천문:하늘에 묻는다>(이하 <천문>), <백두산>을 비교 분석했다.
 

▲ 사진제공=NEW

지난 18일 가장 먼저 개봉했던 <시동>은 드라마 장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약 90억원의 총제작비가 투입됐으며, 손익분기점은 260만명이다. <글로리데이>를 연출한 최정열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배우 박정민을 중심으로 염정아, 정해인, 그리고 마동석이 핵심 인물로 나온다.

영화는 학교 가기 싫어서 자퇴하고 어영부영 하루를 살아가는 ‘택일’(박정민 분)과 그의 절친 ‘상필’(정해인 분)이 고장난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서 시작된다. ‘공부 좀 해달라’는 배구선수 출신 엄마 ‘정혜’(염정아 분)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 모르는 사람들과 시비나 붙고 다니는 철없는 택일은 정혜와의 말다툼 끝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군산의 한 중국집서 배달원이 된다. 그곳서 ‘거석이형’(마동석 분)을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밝고 유쾌한 배경서 음울한 분위기를 넘나드는 이 영화는 세상의 고정관념 속에서 자유를 찾아 방황하는 10대의 얼굴과 희망을 그려낸다.

까칠한 성격 탓에 손해 보는 일을 사서 하면서도 우연히 알게 된 사람들과 정을 붙이면서 사회에 적응해가는 택일의 이야기다. 극을 이끄는 박정민의 양아치 연기는 일품이다. <동주> <사바하> 등 언제나 뛰어난 연기를 펼쳐온 그는 <시동>서 슬랩스틱 코미디마저도 준수하게 선보이며, 다소 과할 수 있는 상상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촘촘한 구성과 유머
갑작스러운 결말


<악인전> <성난황소> 등 비슷한 영화에만 출연해 ‘위기론’이 불거졌던 마동석은 거석이형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얼굴로 관객들과 만난다. 영화의 큰 웃음 중 열에 아홉은 단발머리에 헤어밴드를 한 마동석이 만들어낸다. 정해인과 염정아, 김민재, 윤경효, 최성은 등 등장하는 배우들 모두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웹툰을 기반으로 촘촘한 스토리에 현실성을 벗어난 상상력으로 만화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하는 이 영화는 중후반부까지도 밀도 있게 ‘빌드업’한다. 각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고 개연성 높은 전개가 이어지며, 적재적소서 숨통 같은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정성스럽고 탄탄하게 이야기를 쌓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결말서 강렬한 갈등 없이 마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이야기가 끝나 버린다. 재밌게 보고 있다가 갑자기 ‘휙’하고 끝내버린 느낌이라 허무하다. 아쉬운 대목이 있기는 하나 정의롭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위로하는 메시지는 힐링을 선사하는 데 충분하다.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지난 19일 개봉했던 <백두산>은 남과 북을 집어삼킬 백두산의 폭발을 막아야 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 영화다. 재난 영화는 <부산행> <터널> <판도라> <엑시트> 등 대다수의 작품이 흥행에 성공할 정도로 국내서 인기가 많다.

배우 이병헌과 하정우라는 걸출한 투톱에 마동석, 전혜진, 배수지 등이 출연하며 올 겨울 대표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백두산 폭발이라는 스케일 답게 260억원의 투입됐으며, <신과 함께>를 통해 CG 영역서 엄청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덱스터 스튜디오가 합세했다. <천하장사 마돈나>를 연출한 이해준 감독과 <감시자들> <신과 함께> 시리즈 등에서 촬영을 맡은 김병서 감독이 공동작업했다.

<백두산>은 백두산이 폭발하면서 북한은 잿더미가 되고 한국도 화산 폭발 여파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 빌딩과 도로가 붕괴되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출발한다. 3차례 폭발이 더 있을 예정이며 4차 폭발 여파는 한반도 전역을 뒤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나라 전체가 공포에 휩싸이는 절체절명의 순간, 정부는 지질학 교수 ‘강봉래’(마동석 분)의 이론에 따른 작전을 계획한다. 미국에 넘길 예정이었던 북한의 핵폭탄을 탈취해 백두산 갱도에 넣은 뒤 폭발시켜 화산 폭발의 압력을 낮춘다는 게 작전의 요지다. 특전사 EOD 대위 ‘조인창’(하정우 분)을 위시한 대원들은 북한에 잠입, 이중간첩 행위가 발각돼 감옥에 있는 북한 일급자원 리준평(이병헌 분)과 접촉해 백두산 폭발을 막으려 한다.


엄청난 스케일
잇따른 클리셰

이 영화의 구성은 1998년 개봉한 <아마겟돈>과 궤를 같이 한다. 닥쳐올 재난을 막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는 이야기다. 여기에 남과 북,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더해지며 ‘스파이물’의 느낌도 전달한다. 이병헌은 웃겼다가 냉정했다가를 반복하는 과정서 후반부 감정을 건드리는 연기는 물론 액션마저도 훌륭히 해낸다.

하정우는 어리바리한 얼굴로 등장해 이병헌과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백두산 폭발이라는 소재를 스크린 위에 생생하게 구현해낸 이 작품의 CG는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시동> <천문>이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백두산>은 ‘보는 것’에 만족감을 준다.

화려한 볼거리를 배경으로 핵심적인 캐릭터의 갈등구조는 잘 살려냈지만, 후반부로 이어지면서 재난 영화의 클리셰가 반복되는 탓에 긴박감이 떨어진다. ‘방해꾼이 된 무능한 정부’와 같은 진부한 설정들로 인해 영화의 매력이 반감되며 남한과 북한, 미국과 중국의 역학 관계가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후반부는 지나치게 짐작 가능하며 신파까지 곁들어지는 등 재난영화의 공식만 밟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점이 있기는 하나 킬링타임용 영화로는 손색없다는 판단이다. 스케일이 큰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 될 전망이다. 
 

▲ 사진제공=롯데컬쳐웍스

가장 늦게 개봉하는 <천문>은 세종과 장영실을 소재로 삼았다. 이미 미디어서 숱하게 잡은 조선 초기 이야기에 무수한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이다. 155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380만명이 손익분기점이다. <덕혜옹주>로 559만 관객을 동원한 허진호 감독의 두 번째 팩션 사극이다.

관노 출신인 ‘장영실’(최민식 분)에게 종3품 대호군까지 하사한 세종(한석규 분)의 브로맨스에 집중했다. 장영실이 감독한 가마가 부서지자 그 죄를 물어 궁에서 내치고 모든 기록물마저 지워버리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배경을 새로운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 영화는 명나라 사신이 영실이 만든 천문 기구를 문제 삼는 것에서 출발한다. 하찮은 계급이 왕의 사랑을 받는 것을 못마땅해 했던 신하들은 때맞춰 왕을 압박한다. 이야기는 20년을 거슬러 올라 세종과 영실의 인연을 보여준다. 당시 세종이 살피던 서역의 책 속 그림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던 건 관노 영실뿐이었다. 조선만의 것을 꿈꾸던 세종에게 영실은 ‘우리 식대로 하면 된다’고 말해주기도 한다. 고독한 임금과 어린 천재는 같은 마음으로 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연기력은 일품
‘역사왜곡’ 우려도…

<천문>의 가장 큰 장점은 최민식과 한석규의 연기력이다. 두 배우를 향한 호평이야 워낙 자자하다. 최민식은 장영실을 아이처럼 순수하고 귀엽게 표현하며,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서 ‘욕하는 세종’을 연기했던 한석규가 이번에는 섹시한 세종을 구현한다. 두 사람의 연기 조합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장면을 선사하는데 기여한다.

로맨스물에 일가견이 있는 허진호 감독은 두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만드는 데 공들인다. 두 사람 외에도 신구와 김홍파를 비롯한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 역시 감동과 재미를 더한다. 또 장영실이 발명한 물시계, 혼천의 등 각종 발명품이 영화 속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등 새로운 볼거리도 제공한다.

영화는 그토록 서로를 위했던 세종과 장영실이 왜 헤어졌으며, 왜 세종은 임금을 내쳤을지, 평생을 단단히 만들어온 가마를 영실은 왜 허술히 만들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답을 제시한다. 역사적 사실이 비교적 분명한 가운데 너무 많은 상상력이 가미된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장영실을 내쫓는 과정이 두 사람의 불화 때문이 아닌 명나라로 인해 발생했다는 상상은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덕혜옹주>에 이은 허진호 감독의 깊이 있는 사극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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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