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4·15총선’ 가르는 유튜브 딜레마

가짜뉴스 판 치는 유튜브, 우파 승리?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유튜브 시대가 열렸다. 정치인에게 유튜브는 어느새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2020 총선서 유튜브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가짜뉴스(Fake News)를 규제할 뾰족한 묘수가 없는 실상이다.
 

▲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낙마시킨 건 첫 번째가 국민의 힘이었고, 두 번째가 유튜버들의 힘이었다.” 지난 10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보수 유튜버들 앞에서 한 말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유튜브 채널서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기존 언론에선(조국 전 장관의 의혹이) 모두 다 가짜뉴스라고 했을 것”이라며 “한국당이 투쟁하는 국면마다 '신의 한수' 같은 유튜브 방송이 있었다”며 보수 유튜버들을 적극적으로 격려했다.

최대 격전지?

내년 총선 격전지로 유튜브가 부상하고 있다. 뉴미디어 전문가들은 2020 총선서 유튜브 여론전이 총선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11월에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앱에 머무른 총 사용시간)이 유튜브라는 통계조사를 보면 아예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다.

정치인이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해 시장 골목을 누리며 명함을 돌리는 건 과거 얘기가 됐다. 유튜브 채널은 다른 홍보 수단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파급력도 높다.정치인들 사이서도 유튜브 채널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국회의원 보좌진 채용 공고에는 영상 편집기술 가능자를 우대 사항으로 올린 의원실을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0월 기준, 국회의원 297명 중 243명이 유튜브 채널을 따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8명 꼴인 셈이다.


현역 의원들 중 이런 흐름에 가장 효과적으로 편승한 의원은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다. 이 의원은 현역 의원 중 가장 많은 구독자 수(32.4만)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유튜브서 강경한 대여투쟁을 이어가며 ‘보수 여전사’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정당들도 앞다퉈 유튜브 채널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한국당의 공식 채널인 ‘오른소리’가 구독자 16.1만명으로 정당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유튜브 채널 ‘씀’은 9.27만명으로 2위에 그쳤다. 최근 씀은 민주당 총선기획단에 합류한 프로게이머 출신 유튜버 황희두 위원과 게임 방송을 기획하며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는 추세다.

2017년 대선 정국 때만 해도 ‘팟캐스트’가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주요 플랫폼이었다. 소리로만 진행되는 팟캐스트서,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유튜브 플랫폼으로 흐름이 집중되자 보수진영은 발 빠르게 이를 선점했다.
 

▲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은 보수 진영이 유튜브에 급격히 진입하는 큰 전환점이 됐다. 보수 지지자들은 기성미디어를 신뢰할 수 없다며 유튜브로 눈을 돌렸다. 당시 정규재 전 한국경제 논설위원실장이 운영하는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직전 그를 단독 인터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신혜식의 ‘신의한수’는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되면서 현재 115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시사 유튜브 채널 중 독보적 1위다.

이 밖에도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들이 이끄는 여러 유튜브 채널들이 구독자 수 상위권을 차지하며 양적으로 진보진영 채널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신의한수(115만명) ▲펜앤드마이크(63.4만명) ▲가로세로연구소(55.5만명) ▲고성국TV(51만명) 등이 시사 유튜브 채널 중 상위권에 올라 있는 상태다.

뉴미디어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뉴미디어 역사 최초로 보수우파가 여론전서 승리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명 보수 유튜버들이 왜곡된 가짜뉴스로 화제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하면 당선…한방에 쪽박 찰 수도
‘믿고 찍을라’ 거짓 내용 규제 없어

특히 역사적으로 증명된 5·18 민주화항쟁과 관련된 가짜뉴스(Fake News)는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유튜브 5·18가짜뉴스 모니터링 최종보고서’를 따르면 5·18 왜곡 영상은 올해에만 98건이 올라오며 역대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뉴스타운TV>가 지난 1월18일 올린 ‘5·18은 폭동이었다! 전남도청 근무 공무원 육성 증언’과 <프리덤 뉴스>의 2017년 10월27일치 ‘5·18 북한군이 전남도청 지하서 지휘했다’는 조회수 100만건 이상이 기록됐다.

이뿐 아니다. 세월호 리본을 뒤집어 촛불을 가운데 두면 북한 노동당 깃발 문양과 똑같다는 황당한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역시 유튜브 발이다. ‘시대지성 에스더’ 채널서 2년 전에 올린 ‘노란 리본 음모론 사탄의 상징? 인신공양설? 노동당기설?’이라는 영상은 아직도 내려가지 않고 조회수 10만을 기록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 ‘김정숙 여사가 G20서 왕따를 당했다’는 등의 주장도 유튜브서 쏟아졌다.

보수 유튜브 채널의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진보 진영 역시 이에 대항할만한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유튜브 가짜뉴스 타격을 목표로 하는 ‘헬마우스’는 “역사상 처음으로 진보가 뉴미디어서 밀리는 것을 보며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마타도어에 대해서는 누군가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가짜뉴스 저격채널 헬마우스의 시작 계기”라고 밝혔다.
 

▲ 유시민 전 장관의 유튜브 채널 ‘유시민 알릴레오’

옥미선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사무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내년 총선 정국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로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유튜브 채널의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 마련 방안을 꼽았다.

옥 사무국장은 “유튜브 등을 이용한 1인 미디어의 발달 및 영향력 증대로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정치 채널은 사실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반면, 이들에게는 언론기관이 지닌 보도의 공정성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이런 새로운 매체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알리미 황희두’ 채널을 운영 중인 민주당 총선기획단 황희두 위원 역시 내년 총선서 유튜브의 영향력이 클 것이라 예상했다. 황 위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상당수 정치인이 유튜버에 굉장히 크게 신경쓰고 있는 추세”라며 “5·18 민주화항쟁, 친일역사와 같이 진위가 명확히 가려진 주제로 극우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낚시성’ 컨텐츠를 만들어 보수 지지자들 사이서도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황 위원은 “극우세력의 자극적인 가짜뉴스가 중고등학생인 미성년자들에게 정신적으로 너무 심각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며 “내년에 투표권이 없지만 다음 대선 때는 투표권이 생기는 세대인데, 이들에게 자극적인 가짜뉴스를 단순히 재미로 소비하고 확대재생산하는 문화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우파 승리?

하지만 문제는 이를 규제할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규제는 ‘언론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개인의 ‘표현의 자유’ 역시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가짜뉴스 근절에 대해 진보 측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고 주장하고, 한국당에서는 보수 유튜브 방송을 탄압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국회 차원에선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콘텐츠가 인기 영합을 추구하는 것인지, 냉정히 현실을 분석하는 것인지를 판단해 정치판이 양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막는 독자·시청자들의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용자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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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