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4·15총선’ 가르는 유튜브 딜레마

가짜뉴스 판 치는 유튜브, 우파 승리?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유튜브 시대가 열렸다. 정치인에게 유튜브는 어느새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2020 총선서 유튜브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가짜뉴스(Fake News)를 규제할 뾰족한 묘수가 없는 실상이다.
 

▲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낙마시킨 건 첫 번째가 국민의 힘이었고, 두 번째가 유튜버들의 힘이었다.” 지난 10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보수 유튜버들 앞에서 한 말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유튜브 채널서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기존 언론에선(조국 전 장관의 의혹이) 모두 다 가짜뉴스라고 했을 것”이라며 “한국당이 투쟁하는 국면마다 '신의 한수' 같은 유튜브 방송이 있었다”며 보수 유튜버들을 적극적으로 격려했다.

최대 격전지?

내년 총선 격전지로 유튜브가 부상하고 있다. 뉴미디어 전문가들은 2020 총선서 유튜브 여론전이 총선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11월에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앱에 머무른 총 사용시간)이 유튜브라는 통계조사를 보면 아예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다.

정치인이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해 시장 골목을 누리며 명함을 돌리는 건 과거 얘기가 됐다. 유튜브 채널은 다른 홍보 수단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파급력도 높다.정치인들 사이서도 유튜브 채널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국회의원 보좌진 채용 공고에는 영상 편집기술 가능자를 우대 사항으로 올린 의원실을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0월 기준, 국회의원 297명 중 243명이 유튜브 채널을 따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8명 꼴인 셈이다.


현역 의원들 중 이런 흐름에 가장 효과적으로 편승한 의원은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다. 이 의원은 현역 의원 중 가장 많은 구독자 수(32.4만)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유튜브서 강경한 대여투쟁을 이어가며 ‘보수 여전사’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정당들도 앞다퉈 유튜브 채널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한국당의 공식 채널인 ‘오른소리’가 구독자 16.1만명으로 정당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유튜브 채널 ‘씀’은 9.27만명으로 2위에 그쳤다. 최근 씀은 민주당 총선기획단에 합류한 프로게이머 출신 유튜버 황희두 위원과 게임 방송을 기획하며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는 추세다.

2017년 대선 정국 때만 해도 ‘팟캐스트’가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주요 플랫폼이었다. 소리로만 진행되는 팟캐스트서,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유튜브 플랫폼으로 흐름이 집중되자 보수진영은 발 빠르게 이를 선점했다.
 

▲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은 보수 진영이 유튜브에 급격히 진입하는 큰 전환점이 됐다. 보수 지지자들은 기성미디어를 신뢰할 수 없다며 유튜브로 눈을 돌렸다. 당시 정규재 전 한국경제 논설위원실장이 운영하는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직전 그를 단독 인터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신혜식의 ‘신의한수’는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되면서 현재 115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시사 유튜브 채널 중 독보적 1위다.

이 밖에도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들이 이끄는 여러 유튜브 채널들이 구독자 수 상위권을 차지하며 양적으로 진보진영 채널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신의한수(115만명) ▲펜앤드마이크(63.4만명) ▲가로세로연구소(55.5만명) ▲고성국TV(51만명) 등이 시사 유튜브 채널 중 상위권에 올라 있는 상태다.

뉴미디어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뉴미디어 역사 최초로 보수우파가 여론전서 승리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명 보수 유튜버들이 왜곡된 가짜뉴스로 화제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하면 당선…한방에 쪽박 찰 수도
‘믿고 찍을라’ 거짓 내용 규제 없어

특히 역사적으로 증명된 5·18 민주화항쟁과 관련된 가짜뉴스(Fake News)는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유튜브 5·18가짜뉴스 모니터링 최종보고서’를 따르면 5·18 왜곡 영상은 올해에만 98건이 올라오며 역대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뉴스타운TV>가 지난 1월18일 올린 ‘5·18은 폭동이었다! 전남도청 근무 공무원 육성 증언’과 <프리덤 뉴스>의 2017년 10월27일치 ‘5·18 북한군이 전남도청 지하서 지휘했다’는 조회수 100만건 이상이 기록됐다.

이뿐 아니다. 세월호 리본을 뒤집어 촛불을 가운데 두면 북한 노동당 깃발 문양과 똑같다는 황당한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역시 유튜브 발이다. ‘시대지성 에스더’ 채널서 2년 전에 올린 ‘노란 리본 음모론 사탄의 상징? 인신공양설? 노동당기설?’이라는 영상은 아직도 내려가지 않고 조회수 10만을 기록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 ‘김정숙 여사가 G20서 왕따를 당했다’는 등의 주장도 유튜브서 쏟아졌다.

보수 유튜브 채널의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진보 진영 역시 이에 대항할만한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유튜브 가짜뉴스 타격을 목표로 하는 ‘헬마우스’는 “역사상 처음으로 진보가 뉴미디어서 밀리는 것을 보며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마타도어에 대해서는 누군가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가짜뉴스 저격채널 헬마우스의 시작 계기”라고 밝혔다.
 

▲ 유시민 전 장관의 유튜브 채널 ‘유시민 알릴레오’

옥미선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사무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내년 총선 정국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로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유튜브 채널의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 마련 방안을 꼽았다.

옥 사무국장은 “유튜브 등을 이용한 1인 미디어의 발달 및 영향력 증대로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정치 채널은 사실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반면, 이들에게는 언론기관이 지닌 보도의 공정성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이런 새로운 매체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알리미 황희두’ 채널을 운영 중인 민주당 총선기획단 황희두 위원 역시 내년 총선서 유튜브의 영향력이 클 것이라 예상했다. 황 위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상당수 정치인이 유튜버에 굉장히 크게 신경쓰고 있는 추세”라며 “5·18 민주화항쟁, 친일역사와 같이 진위가 명확히 가려진 주제로 극우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낚시성’ 컨텐츠를 만들어 보수 지지자들 사이서도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황 위원은 “극우세력의 자극적인 가짜뉴스가 중고등학생인 미성년자들에게 정신적으로 너무 심각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며 “내년에 투표권이 없지만 다음 대선 때는 투표권이 생기는 세대인데, 이들에게 자극적인 가짜뉴스를 단순히 재미로 소비하고 확대재생산하는 문화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우파 승리?

하지만 문제는 이를 규제할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규제는 ‘언론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개인의 ‘표현의 자유’ 역시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가짜뉴스 근절에 대해 진보 측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고 주장하고, 한국당에서는 보수 유튜브 방송을 탄압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국회 차원에선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콘텐츠가 인기 영합을 추구하는 것인지, 냉정히 현실을 분석하는 것인지를 판단해 정치판이 양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막는 독자·시청자들의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용자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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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