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4·15총선’ 가르는 유튜브 딜레마

가짜뉴스 판 치는 유튜브, 우파 승리?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유튜브 시대가 열렸다. 정치인에게 유튜브는 어느새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2020 총선서 유튜브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가짜뉴스(Fake News)를 규제할 뾰족한 묘수가 없는 실상이다.
 

▲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낙마시킨 건 첫 번째가 국민의 힘이었고, 두 번째가 유튜버들의 힘이었다.” 지난 10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보수 유튜버들 앞에서 한 말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유튜브 채널서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기존 언론에선(조국 전 장관의 의혹이) 모두 다 가짜뉴스라고 했을 것”이라며 “한국당이 투쟁하는 국면마다 '신의 한수' 같은 유튜브 방송이 있었다”며 보수 유튜버들을 적극적으로 격려했다.

최대 격전지?

내년 총선 격전지로 유튜브가 부상하고 있다. 뉴미디어 전문가들은 2020 총선서 유튜브 여론전이 총선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11월에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앱에 머무른 총 사용시간)이 유튜브라는 통계조사를 보면 아예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다.

정치인이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해 시장 골목을 누리며 명함을 돌리는 건 과거 얘기가 됐다. 유튜브 채널은 다른 홍보 수단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파급력도 높다.정치인들 사이서도 유튜브 채널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국회의원 보좌진 채용 공고에는 영상 편집기술 가능자를 우대 사항으로 올린 의원실을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0월 기준, 국회의원 297명 중 243명이 유튜브 채널을 따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8명 꼴인 셈이다.


현역 의원들 중 이런 흐름에 가장 효과적으로 편승한 의원은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다. 이 의원은 현역 의원 중 가장 많은 구독자 수(32.4만)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유튜브서 강경한 대여투쟁을 이어가며 ‘보수 여전사’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정당들도 앞다퉈 유튜브 채널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한국당의 공식 채널인 ‘오른소리’가 구독자 16.1만명으로 정당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유튜브 채널 ‘씀’은 9.27만명으로 2위에 그쳤다. 최근 씀은 민주당 총선기획단에 합류한 프로게이머 출신 유튜버 황희두 위원과 게임 방송을 기획하며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는 추세다.

2017년 대선 정국 때만 해도 ‘팟캐스트’가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주요 플랫폼이었다. 소리로만 진행되는 팟캐스트서,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유튜브 플랫폼으로 흐름이 집중되자 보수진영은 발 빠르게 이를 선점했다.
 

▲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은 보수 진영이 유튜브에 급격히 진입하는 큰 전환점이 됐다. 보수 지지자들은 기성미디어를 신뢰할 수 없다며 유튜브로 눈을 돌렸다. 당시 정규재 전 한국경제 논설위원실장이 운영하는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직전 그를 단독 인터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신혜식의 ‘신의한수’는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되면서 현재 115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시사 유튜브 채널 중 독보적 1위다.

이 밖에도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들이 이끄는 여러 유튜브 채널들이 구독자 수 상위권을 차지하며 양적으로 진보진영 채널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신의한수(115만명) ▲펜앤드마이크(63.4만명) ▲가로세로연구소(55.5만명) ▲고성국TV(51만명) 등이 시사 유튜브 채널 중 상위권에 올라 있는 상태다.

뉴미디어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뉴미디어 역사 최초로 보수우파가 여론전서 승리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명 보수 유튜버들이 왜곡된 가짜뉴스로 화제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하면 당선…한방에 쪽박 찰 수도
‘믿고 찍을라’ 거짓 내용 규제 없어

특히 역사적으로 증명된 5·18 민주화항쟁과 관련된 가짜뉴스(Fake News)는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유튜브 5·18가짜뉴스 모니터링 최종보고서’를 따르면 5·18 왜곡 영상은 올해에만 98건이 올라오며 역대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뉴스타운TV>가 지난 1월18일 올린 ‘5·18은 폭동이었다! 전남도청 근무 공무원 육성 증언’과 <프리덤 뉴스>의 2017년 10월27일치 ‘5·18 북한군이 전남도청 지하서 지휘했다’는 조회수 100만건 이상이 기록됐다.

이뿐 아니다. 세월호 리본을 뒤집어 촛불을 가운데 두면 북한 노동당 깃발 문양과 똑같다는 황당한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역시 유튜브 발이다. ‘시대지성 에스더’ 채널서 2년 전에 올린 ‘노란 리본 음모론 사탄의 상징? 인신공양설? 노동당기설?’이라는 영상은 아직도 내려가지 않고 조회수 10만을 기록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 ‘김정숙 여사가 G20서 왕따를 당했다’는 등의 주장도 유튜브서 쏟아졌다.

보수 유튜브 채널의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진보 진영 역시 이에 대항할만한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유튜브 가짜뉴스 타격을 목표로 하는 ‘헬마우스’는 “역사상 처음으로 진보가 뉴미디어서 밀리는 것을 보며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마타도어에 대해서는 누군가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가짜뉴스 저격채널 헬마우스의 시작 계기”라고 밝혔다.
 

▲ 유시민 전 장관의 유튜브 채널 ‘유시민 알릴레오’

옥미선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사무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내년 총선 정국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로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유튜브 채널의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 마련 방안을 꼽았다.

옥 사무국장은 “유튜브 등을 이용한 1인 미디어의 발달 및 영향력 증대로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정치 채널은 사실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반면, 이들에게는 언론기관이 지닌 보도의 공정성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이런 새로운 매체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알리미 황희두’ 채널을 운영 중인 민주당 총선기획단 황희두 위원 역시 내년 총선서 유튜브의 영향력이 클 것이라 예상했다. 황 위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상당수 정치인이 유튜버에 굉장히 크게 신경쓰고 있는 추세”라며 “5·18 민주화항쟁, 친일역사와 같이 진위가 명확히 가려진 주제로 극우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낚시성’ 컨텐츠를 만들어 보수 지지자들 사이서도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황 위원은 “극우세력의 자극적인 가짜뉴스가 중고등학생인 미성년자들에게 정신적으로 너무 심각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며 “내년에 투표권이 없지만 다음 대선 때는 투표권이 생기는 세대인데, 이들에게 자극적인 가짜뉴스를 단순히 재미로 소비하고 확대재생산하는 문화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우파 승리?

하지만 문제는 이를 규제할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규제는 ‘언론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개인의 ‘표현의 자유’ 역시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가짜뉴스 근절에 대해 진보 측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고 주장하고, 한국당에서는 보수 유튜브 방송을 탄압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국회 차원에선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콘텐츠가 인기 영합을 추구하는 것인지, 냉정히 현실을 분석하는 것인지를 판단해 정치판이 양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막는 독자·시청자들의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용자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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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