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4·15총선’ 가르는 유튜브 딜레마

가짜뉴스 판 치는 유튜브, 우파 승리?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유튜브 시대가 열렸다. 정치인에게 유튜브는 어느새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2020 총선서 유튜브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가짜뉴스(Fake News)를 규제할 뾰족한 묘수가 없는 실상이다.
 

▲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낙마시킨 건 첫 번째가 국민의 힘이었고, 두 번째가 유튜버들의 힘이었다.” 지난 10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보수 유튜버들 앞에서 한 말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유튜브 채널서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기존 언론에선(조국 전 장관의 의혹이) 모두 다 가짜뉴스라고 했을 것”이라며 “한국당이 투쟁하는 국면마다 '신의 한수' 같은 유튜브 방송이 있었다”며 보수 유튜버들을 적극적으로 격려했다.

최대 격전지?

내년 총선 격전지로 유튜브가 부상하고 있다. 뉴미디어 전문가들은 2020 총선서 유튜브 여론전이 총선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11월에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앱에 머무른 총 사용시간)이 유튜브라는 통계조사를 보면 아예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다.

정치인이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해 시장 골목을 누리며 명함을 돌리는 건 과거 얘기가 됐다. 유튜브 채널은 다른 홍보 수단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파급력도 높다.정치인들 사이서도 유튜브 채널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국회의원 보좌진 채용 공고에는 영상 편집기술 가능자를 우대 사항으로 올린 의원실을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0월 기준, 국회의원 297명 중 243명이 유튜브 채널을 따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8명 꼴인 셈이다.


현역 의원들 중 이런 흐름에 가장 효과적으로 편승한 의원은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다. 이 의원은 현역 의원 중 가장 많은 구독자 수(32.4만)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유튜브서 강경한 대여투쟁을 이어가며 ‘보수 여전사’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정당들도 앞다퉈 유튜브 채널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한국당의 공식 채널인 ‘오른소리’가 구독자 16.1만명으로 정당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유튜브 채널 ‘씀’은 9.27만명으로 2위에 그쳤다. 최근 씀은 민주당 총선기획단에 합류한 프로게이머 출신 유튜버 황희두 위원과 게임 방송을 기획하며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는 추세다.

2017년 대선 정국 때만 해도 ‘팟캐스트’가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주요 플랫폼이었다. 소리로만 진행되는 팟캐스트서,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유튜브 플랫폼으로 흐름이 집중되자 보수진영은 발 빠르게 이를 선점했다.
 

▲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은 보수 진영이 유튜브에 급격히 진입하는 큰 전환점이 됐다. 보수 지지자들은 기성미디어를 신뢰할 수 없다며 유튜브로 눈을 돌렸다. 당시 정규재 전 한국경제 논설위원실장이 운영하는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직전 그를 단독 인터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신혜식의 ‘신의한수’는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되면서 현재 115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시사 유튜브 채널 중 독보적 1위다.

이 밖에도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들이 이끄는 여러 유튜브 채널들이 구독자 수 상위권을 차지하며 양적으로 진보진영 채널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신의한수(115만명) ▲펜앤드마이크(63.4만명) ▲가로세로연구소(55.5만명) ▲고성국TV(51만명) 등이 시사 유튜브 채널 중 상위권에 올라 있는 상태다.

뉴미디어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뉴미디어 역사 최초로 보수우파가 여론전서 승리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명 보수 유튜버들이 왜곡된 가짜뉴스로 화제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하면 당선…한방에 쪽박 찰 수도
‘믿고 찍을라’ 거짓 내용 규제 없어

특히 역사적으로 증명된 5·18 민주화항쟁과 관련된 가짜뉴스(Fake News)는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유튜브 5·18가짜뉴스 모니터링 최종보고서’를 따르면 5·18 왜곡 영상은 올해에만 98건이 올라오며 역대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뉴스타운TV>가 지난 1월18일 올린 ‘5·18은 폭동이었다! 전남도청 근무 공무원 육성 증언’과 <프리덤 뉴스>의 2017년 10월27일치 ‘5·18 북한군이 전남도청 지하서 지휘했다’는 조회수 100만건 이상이 기록됐다.

이뿐 아니다. 세월호 리본을 뒤집어 촛불을 가운데 두면 북한 노동당 깃발 문양과 똑같다는 황당한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역시 유튜브 발이다. ‘시대지성 에스더’ 채널서 2년 전에 올린 ‘노란 리본 음모론 사탄의 상징? 인신공양설? 노동당기설?’이라는 영상은 아직도 내려가지 않고 조회수 10만을 기록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 ‘김정숙 여사가 G20서 왕따를 당했다’는 등의 주장도 유튜브서 쏟아졌다.

보수 유튜브 채널의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진보 진영 역시 이에 대항할만한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유튜브 가짜뉴스 타격을 목표로 하는 ‘헬마우스’는 “역사상 처음으로 진보가 뉴미디어서 밀리는 것을 보며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마타도어에 대해서는 누군가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가짜뉴스 저격채널 헬마우스의 시작 계기”라고 밝혔다.
 

▲ 유시민 전 장관의 유튜브 채널 ‘유시민 알릴레오’

옥미선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사무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내년 총선 정국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로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유튜브 채널의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 마련 방안을 꼽았다.

옥 사무국장은 “유튜브 등을 이용한 1인 미디어의 발달 및 영향력 증대로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정치 채널은 사실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반면, 이들에게는 언론기관이 지닌 보도의 공정성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이런 새로운 매체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알리미 황희두’ 채널을 운영 중인 민주당 총선기획단 황희두 위원 역시 내년 총선서 유튜브의 영향력이 클 것이라 예상했다. 황 위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상당수 정치인이 유튜버에 굉장히 크게 신경쓰고 있는 추세”라며 “5·18 민주화항쟁, 친일역사와 같이 진위가 명확히 가려진 주제로 극우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낚시성’ 컨텐츠를 만들어 보수 지지자들 사이서도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황 위원은 “극우세력의 자극적인 가짜뉴스가 중고등학생인 미성년자들에게 정신적으로 너무 심각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며 “내년에 투표권이 없지만 다음 대선 때는 투표권이 생기는 세대인데, 이들에게 자극적인 가짜뉴스를 단순히 재미로 소비하고 확대재생산하는 문화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우파 승리?

하지만 문제는 이를 규제할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규제는 ‘언론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개인의 ‘표현의 자유’ 역시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가짜뉴스 근절에 대해 진보 측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고 주장하고, 한국당에서는 보수 유튜브 방송을 탄압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국회 차원에선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콘텐츠가 인기 영합을 추구하는 것인지, 냉정히 현실을 분석하는 것인지를 판단해 정치판이 양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막는 독자·시청자들의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용자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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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