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함께 떠나는 여행 ②서울 중구

돌담에 새겨진 선율과 추억 ‘광화문 연가’의 길

▲ 정동전망대에서 바라본 덕수궁 일대. ‘광화문 연가’에 등장하는 정동길, 교회당, 덕수궁 돌담길이 이곳에 있다.

명곡은 길가에 따뜻한 추억과 그리움을 남긴다. 이문세가 부른 ‘광화문 연가’에는 정동길, 교회당, 덕수궁 돌담길이 등장한다. 광화문네거리에서 정동교회까지 연인과 거닐던 흔적에 대한 향수가 담겨 있다. 광화문 연가는 작곡가 고 이영훈이 1988년 작사·작곡했다. 좋은 노래는 세월이 지나도 다시 소환된다. 뮤지컬 〈광화문 연가〉로 무대에 올랐고, 추억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배경음악으로 흘렀다.

▲ 붉은 벽돌 건물이 인상적인 정동제일교회

광화문 연가에 나오는 눈 덮인 예배당이 정동제일교회(사적 256호)다.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19세기 교회 건물로, 붉은 벽돌 예배당이 인상적이다. 음악회와 성극 등 신문화가 이곳에서 소개됐고, 1918년에는 한국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됐다.

▲ 마이크 모양으로 만든 이영훈 노래비

교회 건너편에 이영훈의 노래비가 있다. 2008년 세상을 떠난 천재 작곡가를 기리며 이듬해 노래비를 세웠고, 이문세는 노래비 제막식이 열린 정동로터리 길목에서 광화문 연가를 불렀다. 마이크 모양으로 만든 노래비에는 ‘붉은 노을’ ‘옛사랑’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소녀’ 등 이영훈이 만든 주옥같은 노래와 그를 추모하는 글이 담겼다.

연인과의 추억

비문에는 ‘영훈 씨의 음악들을 기억하기 위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당신의 노래비를 세웁니다’라고 쓰여 있다. 스쳐 지나는 연인들의 발자국 뒤로 추억이 따뜻하게 남았다.

▲ 사라진 것과 남은 것, 새로 생긴 것이 공존하는 정동길

광화문 연가의 노랫말처럼 ‘모두 흔적도 없이 변하’는 세월 속, 덕수궁 돌담길과 정동길에는 사라진 것과 남은 것, 새로 생긴 것이 공존한다. 호젓한 돌담 내부길이 개방됐고, 빛바랜 건물은 용도를 바꿔 새롭게 문을 열었다. 시간이 흘러 옛 거리를 다시 걸어도 그리움은 변색돼 다가선다.

▲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진입로 전시물

광화문 연가 여행은 광화문네거리에서 덕수궁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사연을 더한다. 국세청 남대문 별관 건물을 철거한 자리에 지난 봄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개관했다. 지상 1층 높이에 지하로 연결된 전시관은 덕수궁 돌담과 어깨를 맞췄고, 가려진 성공회 서울성당의 전경을 열었다.

전시관에는 시간을 넘어선 서울의 동네와 건축물 모형을 전시중이다. 이곳에서 덕수궁과 정동길 주변의 옛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 영국대사관과 덕수궁 돌담 내부길

성공회 서울성당 옆으로 덕수궁 돌담 내부길이 무료로 개방됐다. 영국대사관에 막혀 있던 길이 지난해 열려, 덕수궁을 한 바퀴 돌아 산책하기 좋다. 돌담 안쪽을 걸으며 궁내 풍경을 엿볼 수 있고, 호젓한 데이트 코스로도 운치 있다.

▲ 복합 문화 공간 ‘정동1928아트센터’로 다시 태어난 구세군중앙회관

돌담길 산책로를 벗어나면 골목은 구세군중앙회관으로 빠르게 연결된다. 근대건축물인 구세군중앙회관(서울시기념물 20호)은 올가을 복합 문화 공간 ‘정동1928아트센터’로 다시 태어났다. 갤러리와 공연장, 예술 공방을 갖췄으며, 1층에는 고풍스런 카페가 들어섰다.

정동1928 아트센터를 나서면 옛 러시아공사관이 있는 정동공원까지 ‘고종의길’이 이어진다. 1896년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궁을 떠나 걸은 길이다.

▲ 정동길에서 만나는 회상의 오브제, 정동극장

광화문 연가의 주요 배경인 정동길에는 낙엽 떨군 가로수 아래 향수가 묻어난다. 사라진 건물에 대한 사연이 길 곳곳에 녹아 있다. 정동 일대에는 1883년 미국공사관을 시작으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각국 공사관이 건립됐고, 서양식 건물도 함께 들어섰다.

이화여고 터에는 대한제국 시기 서구식 호텔인 ‘손탁호텔’, 최초의 여성 병원인 ‘보구여관’ 등이 있었다. 고종은 손탁호텔에서 경운궁(덕수궁) 정관헌으로 커피를 주문해 다과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아담한 찻집, 정동극장 등은 이 길에서 만나는 회상의 오브제다.

▲ 왕실 도서관으로 사용된 중명전

정동극장 뒤쪽에 왕실 도서관으로 사용된 ‘중명전’이 숨어 있다. 을사늑약이 체결된 아픈 과거가 담긴 곳이다. 정동제일교회에서 이어지는 서울시립미술관, 배재학당역사박물관 등도 정동길이 선사하는 소소한 산책 코스다.

1988년 고 이영훈이 작사·작곡
여전히 뮤지컬·드라마 배경음악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3층 정동전망대에 오르면 광화문네거리 일대가 아득하게 내려다보인다. 덕수궁과 돌담길의 윤곽도 이곳에서 선명하다. 전망대에서 정동 일대의 옛 사진을 전시중이며, 커피 향과 더불어 추억에 잠길 수 있다.

▲ 옛 새문안동네 일대에 예술을 덧씌워 도시 재생 방식으로 구성한 돈의문박물관마을

광화문 연가와 함께 예전 돌담길 데이트를 한 연인들은, 이제 아이 손잡고 돈의문박물관마을에 들러볼 일이다. 정동길 끝자락에 있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옛 새문안동네 일대에 예술을 덧씌워 도시 재생 방식으로 구성했다.

개조한 집과 한옥 건물은 박물관, 미술관 등 전시 체험 공간으로 운영중이다. 추억의 영화관, 콤퓨타게임장 등 그때 그 시절 풍경을 길모퉁이에서 만날 수 있다.

▲ 인문학 전문 책방과 갤러리, 뮤지엄 콘서트홀 등으로 꾸민 ‘순화동천’

정동길에서 벗어나 순화동 쪽으로 가면 추억 여행이 무르익는다. 빽빽한 건물 숲으로 변한 순화동 한가운데 인문학 전문 책방과 갤러리, 뮤지엄 콘서트홀 등으로 꾸민 ‘순화동천’이 자리한다. 동천(洞天)은 도교에서 말하는 이상향을 의미한다. 복도에는 인문학 서적이 채워져 있고, 고서를 간직한 책박물관에서 매달 음악회가 열린다. 

▲ 로마네스크와 고딕이 절충된 약현성당

서소문역사공원 너머 중림동 언덕에 세월을 간직한 서울 ‘약현성당(사적 252호)’이 있다. 1892년 한국 최초로 세운 서양식 벽돌 교회 건물로, 로마네스크와 고딕이 절충된 유서 깊은 공간이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을 방문했으며, 교황청이 인정한 천주교서울순례길에 포함된다.

화재를 딛고 다시 건립된 성당에서 천주교 박해 당시 수많은 순교자의 아픔이 서린 서소문역사공원이 내려다보인다. 성당은 드라마 〈열혈 사제〉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 정원과 쉼터, 카페 등이 있는 공중 산책로 ‘서울로7017’

약현성당

약현성당에서 내려서면 공중 산책로 ‘서울로7017’로 이어진다. 1970년에 만든 서울역고가도로가 2017년 17개 보도로 다시 태어났다. 약 1km 산책로에 정원과 쉼터, 카페 등이 있으며, 버스킹 공연이 펼쳐진다. 염천교 수제화거리나 남대문시장과 연결되고, 서울 도심 야경을 감상하는 명소로도 사랑받는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서울도시건축전시관→정동1928아트센터→고종의길→정동제일교회→정동전망대→돈의문박물관마을→순화동천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서울도시건축전시관→정동1928아트센터→고종의길→정동제일교회→중명전→정동전망대→순화동천
둘째 날: 돈의문박물관마을→서울시립미술관→약현성당→서울로7017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중구 문화관광 www.junggu.seoul.kr/tour
- 서울도시건축전시관 www.seoulhour.kr
- 정동1928아트센터 www.jeongdong1928.com
- 돈의문박물관마을 http://dmvillage.info
- 순화동천 https:// blog.naver.com/sunhwadongcheon
- 약현성당 www.yak-hyeon.or.kr
- 서울로7017 http://seoullo7017.seoul.go.kr   

문의 전화
- 광화문관광안내소 02)735-8688
- 서울도시건축전시관 02)736-8050
- 정동1928아트센터 02)722-1928
- 중명전 02)771-9952
- 돈의문박물관마을 02)739-6994~5
- 순화동천 02)772-9001
- 약현성당 02)362-1891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덕수궁 방향 100m.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한남 IC→한남대교→남산1호터널→광화문네거리 방향

숙박 정보
- 르와지르호텔 서울: 중구 퇴계로, 02)6936-6000, www.loisir-md.com
- 케이팝호텔 서울역점: 중구 후암로60길, 02)773-2500, http://kpophotelseoul.com
- 베니키아호텔아카시아: 중구 동호로, 02)2277-4917, www.hotelacacia.co.kr 

식당 정보
- 전주유할머니비빔밥(비빔밥): 중구 세종대로14길, 02)752-9282
- 덕수정(부대찌개): 중구 정동길, 02)755-0180
- 동그라미식당(한식백반): 중구 소월로, 02)503-6540
- 리즈너블한식당(닭볶음탕): 중구 만리재로35길, 02)363-5008


주변 볼거리
서울역사박물관, 손기정기념관, 문화역서울284, 농업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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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