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공부용 태블릿’의 민낯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2.16 12:57:00
  • 호수 12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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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 떨어지고 해약도 어렵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급격히 학습지가 사라지는 추세다. 종이 대신 태블릿PC로 공부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종이 학습’으로 회귀하고 있다. 전자기기 학습에 대한 불신 때문인데 이 같은 회귀현상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1980년대 후반부터 조기교육 바람이 불면서 가정학습지가 유행했다. 1990년 당시 유치원서 고등학생에 이르는 1200만명의 학생 가운데 14.5%인 170만명이 이를 구독해 15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가정학습지가 번창한 이유로 학교 수업만으로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거나 불안해 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가정학습지가 ▲규칙적이고 일정한 학습량 소화하게 하는 점 ▲성적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한다는 점 ▲교과 과정이 충실하게 반영된 점을 들었다. 

인기

200여개의 학습지가 발행됐으나 자체 기획력과 판매 조직을 갖춘 곳은 10여곳에 지나지 않았다. 학습지는 매일 배달되거나 1주일치를 묶은 주간과 함께 격주간, 월간 등 다양한 형태로 나왔다. 당시 대표적인 학습지로는 대교의 ‘아름아리’를 비롯해 ‘홈스터디’ ‘웅진아이큐’ ‘계몽회원’ ‘구몬식학습’ ‘덕암클래스’ ‘영재교육’ 등이 있었다.

이후 오프라인 학원과 함께 ‘빨간펜’ ‘구몬’ ‘아이템풀’ ‘눈높이’ ‘웅진 씽크빅’ 등의 학습지가 주목받았다. 이를 등에 업고 교원·대교·웅진 씽크빅 등 교육서비스업체들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눈에 띄게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출산율 감소로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성장이 정체된 탓이다. 이에 따라 교육서비스업체들은 변화를 준비했다. 교육서비스는 이제 단순 종이 학습지 시대를 지나 스마트 기기를 활용할 채비를 갖췄다.

여러 교육 업체서 기존의 종이 학습지가 아닌 태블릿 PC를 활용해 초등학습지를 디지털화시킨 스마트학습을 도입, 매년 3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급속도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스마트학습을 이용할 경우, 문제풀이 수행 과정이 태블릿PC 애플리케이션에 남게 되고 다음날 채점 및 결과 확인까지도 가능하다. 

교원의 경우 지난 3월 학습지인 빨간펜에 AI를 접목한 ‘레드펜 AI수학’을 출시한 이후 3주 만에 회원 2만명을 확보했다. 이후 웅진 씽크빅도 AI러닝인 ‘웅진 스마트올’을 선보이면서 에듀테크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대교도 ‘써밋 스피드 수학’이라는 AI 교육 콘텐츠로 교원, 웅진씽크빅에 맞불을 놨다.

하지만 맘카페에서는 태블릿PC를 이용한 수업방식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전자기기 특성상 펜 인식 오류가 일어나는 경우가 발생해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서비스 업체 스마트 플랫폼
펜 인식률 낮고 위약금 부담도

교육카페서 명********은 ‘(패드 학습은)추천하지 않는다. 오류도 오류지만 아이 글씨체 그대로 인식되는 것도 아니고, 연필 잡는 연습이 따로 필요하다. 선생님 입장에선 미리 정답 체크가 돼있으니 편하지만, 매월 기기 값에 스마트 프로그램 비용을 냈는데도 불구하고 10개월 하고 중단하니 위약금 45만원을 물게 됐다’고 게시했다.

가***는 ‘전직 학습지 교사였는데 스마트 수업을 많이 해봤다. 처음에 아이들이 신기해하면서 흥미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류가 계속 발생하다 보니, 아이들이 숙제하는 것을 싫어했다. 수학은 종이에 연필로 쓰면서 푸는 게 가장 좋은 습관’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A사 관계자는 “패드를 이용한 플랫폼은 전체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태블릿은 S사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고장의 위험도는 적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 회사뿐 아니라 다른 학습지 회사들도 지면 학습을 병행하고 있다. 아이의 선호도에 따라 선택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디지털 콘텐츠의 장점으로서 종이 학습으로는 접할 수 없는 삽화, 영상 등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꼽으며, 약정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자기기 가격을 할부 형식으로 납부받다 보니 중간에 해약 시 위약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법률 규정에 따라서 정해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가 신중하게 고민한 다음에 스마트 학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한다. 또 성급한 결정을 막기 위해 무료로 체험할 수 있도록 권유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고발센터에도 올해 1∼3개월간 학습지 이용 중 불편을 겪었다는 소비자 민원이 총 39건 제기됐다. 그중 ▲해지 방어와 과도한 위약금에 대한 문제 제기가 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학습 교사의 잦은 변경 및 자질 문제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12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계약 무단 연장 및 변경 ▲스마트 학습기기 AS ▲기타 순으로 민원이 제기됐다.

불편

이에 대해 이영탁 참교육연구소 기획실장은 “미래의 핵심 역량은 단순히 웹페이지에 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적용하는 능력만이 아니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은 토론활동, 문화·예술·체육활동, 영성 훈련, 노작활동, 민주주의 교육 등을 통해 개개인의 독특한 색깔을 지닌 창의적 인재를 기르는 것”이라는 조언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인들이 학습지를?

학습지 시장에서 성인 회원이 증가 추세인 가운데, 직장인 10명 중 8명이 학습지 교육을 받아볼 생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80명을 대상으로 ‘성인 학습지 인기’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지난달 14일 밝혔다.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어린 시절 학습지 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다(61.3%)’고 답했지만 ‘최근 학습지를 이용하는 성인들이 많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의견이 70%로 나타났다.
‘학습지 교육을 받아볼 생각이 있나’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는 의견이 42.1%로 나타났다. ‘그렇다’ 36.1%, ‘아니다’ 16.8%, ‘전혀 아니다’가 5%였다.

그렇다면 성인들이 학습지를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근·퇴근·점심시간 틈틈이 공부할 수 있어서(50%)’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1대 1로 배울 수 있어서(25.8%)’ ‘천천히 진도를 나갈 수 있어서(14%)’ ‘강사와의 시간 조절이 가능해서(7.6%)’ ‘가격이 저렴해서(2.4%)’ 순이었다.

실제로 지난 2월 기준, 구몬학습의 성인 회원 수는 무려 6만1000여명에 달한다. 2017년 1월 대비 2019년 1월 구몬학습 전체 성인 회원 수는 약 2만명 증가, 신장률로 따지면 42.8%인 셈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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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