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남양주 동물보호소 철거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2.16 11:43:08
  • 호수 12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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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마리 어디로…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남양주에 위치한 한 유기동물보호소가 존폐 위기에 처해있다. 20년이 넘은 보호소지만 불법 건축물로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해당 보호소에 대한 사정을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반려인들은 현재 1000만명이 넘는다. 그만큼 해마다 버려지는 동물 수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5년간 버려진 반려동물은 41만5500여마리로 집계됐다. 해마다 8만3000여마리, 하루 평균 220여마리가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유기동물 구조·보호를 위해 쓰인 예산은 연평균 100억원에 달한다.

열악한 여건

지난 3월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은 “길가에 유기되는 동물 문제, 사설보호소의 열악한 여건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의원은 “한국 사회서 반려동물 보호에 대한 논의는 매우 적었고, 그마저도 번식 농장 문제에 대부분의 논의가 집중돼왔다”며 “입양 이후 가정 내에서의 동물 보호, 길가에 유기되는 동물 문제, 사설보호소의 열악한 여건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50마리 유기동물의 안식처 마석보호소 철거를 반대한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최근 남양주시 시청서 민원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유기동물을 구조·보호하고 있는 마석보호소를 철거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마석보호소에 대한 철거 명령과 강제이행금까지 부과한다는 것은, 동물들 구조로 하루도 버텨내기 힘든 소장님들께는 너무도 가혹한 일이다. 철거를 5년 더 연장해주시고 강제이행금을 공익 목적 차원서 면제해주시길 바란다. 갈 곳을 잃은 동물들이 더욱 안전한 환경서 지낼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불법건축물 민원은 2017년에도 제기됐으나 이전을 준비하겠다는 보호소 측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면서 시정명령 이후 절차인 이행 강제금 부과가 보류된 바 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보호소 이전을 요구했던 토지 소유주 측이 올해 2개의 불법건축물에 대한 민원을 재차 제기하면서 또다시 시정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보호소 소장 A씨는 “이곳을 20년 넘게 운영해왔는데 갑자기 나가라고 하는 건 너무한 처사다. 올해 말까지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이행금을 부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소 인근에 길이 생기다 보니 토지주가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데, 지장이 있어 철거를 요구하는 것 같다. 우리도 땅을 알아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사할 곳으로, 주변에 사람이 살지 않은 곳을 찾고 있는데 쉽지만은 않다. 새로운 곳을 알아볼 동안 철거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기동물 문제는 어느 한 개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회적인 문제다. 보호의 사각지대서 최약자로 고통 받는 동물들을 위해, 생명존중을 위한 마음과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열린 행정으로 선처를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올해 말까지 철거 안하면 벌금 부과
불법건축 민원 제기…일단 시정명령

남양주시는 이곳 보호소에 대해 12월에 이행강제금 부과를 사전통지하고, 내년 초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계속 해당 건축물이 철거되지 않으면 이행 강제금 중복 부과나 고발 조처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곳에서 보호하고 있는 150마리의 유기동물들이다. 남양주시의 입장은 불법건축물을 용인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보호소는 동물들을 당장 옮길 수 있는 장소가 없는 상황이다. 

남양주 화도읍사무소 관계자는 “토지주가 허락도 없이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등 불법건축물로 민원을 넣어 강제이행금 120만원을 부과했다. 지난해에는 보류해줬지만, 올해는 보류하기가 힘들 것 같다”며 “불법건축물이 있는 것이 확인된 이 강제이행금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설 동물 보호소는 불법건축물로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재정적으로 넉넉치 않은 개인이 운영해 농지나 그린벨트 등 저렴한 땅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또 조그맣게 시작하다가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허가를 받지 않다가 점점 커지는 경우 불법이라고 민원이 들어와 위기를 겪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부서 유기동물을 위한 지원이 많았으면 이런 경우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석 보호소는 약 2000명의 회원이 후원 중인데 한 달 평균 사료 120포를 지원해주고 있다. 이들은 유기동물이 병이 들면 병원비도 후원해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불법 개농장이 문제가 되다 보니 공무원들이 반려동물을 축산법이나 환경법을 근거로 엄격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며 “동물보호법상 지자체장이 민간단체에 동물보호운동이나 그 밖에 이와 관련된 활동을 권장하거나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하는 등 동물 보호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만큼, 지자체서 이를 근거로 유기견 보호소 같은 동물보호 시설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철거 불가피

평소 유기견 봉사를 자주 다니는 A씨는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봉사도 자주 다니고 후원도 한다. 해당 동물보호소가 철거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너무나 슬프다. 동물들이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물보호센터-사설보호소 비교

지난해 국내서 발생한 유기동물은 12만1077마리였다. 2014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로, 매일 평균 330마리 동물이 버려지는 셈이다. 그런데 실제 유기동물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12만이라는 숫자는 지자체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에 입소된 개체만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구조되지 못하고 야생서 살아가거나 동물단체가 구조한 경우, 그리고 사설보호소로 입소된 개체는 통계서 제외됐다.

흔히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곳을 ‘유기견 보호소’라고 불린다. 크게 보면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와 사설보호소로 나눌 수 있다.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는 현재 전국에 298개소가 있고, 지난해의 경우 1년 동안 200억4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동물들을 보호 관리했다. 매년 입소되는 유기동물의 숫자와 종류, 그리고 보호형태(입양, 주인반환, 자연사, 안락사, 보호)도 파악된다.

하지만 사설보호소의 사정은 좀 복잡하다. 사설보호소는 개인이 버려진 동물을 한두 마리 데려다 키우다가 그 규모가 점차 커진 곳들이 많지만 현재 전국에 몇 곳이 있는지, 모두 몇 마리의 유기동물이 관리되고 있는지 정확히 숫자를 아는 사람이 없다.

지난해 농식품부가 용역을 통해 전국에 82개 사설보호소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으나 실은 어디까지를 사설보호소라고 불러야 하는지 기준조차 없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를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어떤 이가 유기견 30마리를 데려다 자기 땅에서 키운다고 해서 이를 사설보호소로 부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같이 관리가 안 되다 보니 일부 사설보호소들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후원금을 착복하거나 남의 땅에서 동물을 보호하거나 질병 예방 및 방역을 잘못해 전염병이 퍼지는 등의 문제다. 국내 최대 규모 사설 유기견 보호소인 애린원도 이 같은 문제서 벗어나지 못했다. 2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애린원은 한때 보호동물이 3000마리 가까이 늘어났을 정도로 개체 관리가 되지 않았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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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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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