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추미애 VS 윤석열 파워게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2.16 11:37:08
  • 호수 12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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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강’ 센 남녀가 붙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전운이 감돈다. 청와대가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추미애라는 ‘칼’을 꺼내들었다. 그 대척점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기다리고 있다. 추미애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곧 있을 검찰 정기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여권과 검찰이 대립하는 가운데, 두 수장의 ‘파워게임’은 불가피해 보인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와대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후임으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의원을 지명했다. 조 전 장관이 가족을 둘러싼 의혹으로 사퇴한 지 52일 만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판사와 국회의원으로서 쌓은 법률적 전문성과 정치력을 비롯해 그간 추 후보자가 보여준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하고 공정과 정의의 법치국가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정 사유를 설명했다.

'조’ 가고
‘추’ 왔다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이 중단 없는 검찰 개혁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판사 출신의 개혁성향인 추 후보자는 국회에 입성하기 전부터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 정치권의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1986년 춘천지방법원서 근무하던 시절 군사정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념 서적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후에도 소신 있는 판결을 이어가 ‘껄끄러운 판사’ ‘운동권 판사’로 불렸다.

이러한 성향은 정치권에 진출해서도 이어졌다. 제15대 대선이 열리자 김대중 후보 캠프의 유세단장으로 들어간 추 후보자는 자신의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 선거운동을 펼쳤다. 지금보다 지역감정이 훨씬 심하던 때였다. 진보 측 인사에게 돌을 던지던 행위도 서슴지 않던 시대였다.


그럼에도 추 후보자는 “지역감정의 악령으로부터 대구를 구하는 잔다르크가 되겠다”며 ‘잔다르크 유세단’을 이끌었다. 이러한 저돌적인 모습에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라는 별명이 붙었다.

추 후보자의 강단과 고집은 정치권서도 정평이 났다. 대안신당 소속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 9일 KBS1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서 추 후보자에 대해 “고집도 세고, 조 전 장관보다 더 센 분”이라며 ”검찰 개혁을 강하게 추진할 분이고 현 정부와도 코드가 맞는 분”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범여권은 추 후보자의 지명을 반기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법무·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여망을 받들 경륜 있고 강단 있는 적임자라 평가한다”고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벼른’ BH, 조국→추미애로 정공
‘추’ 인사권 ‘윤’ 수사권 칼자루

정의당은 “율사(법률가) 출신으로 국회의원과 당대표를 두루 거친 경륜을 가진 후보라는 점에서 법무부 장관 역할을 잘 수행하리라 예상된다”며 “무엇보다 검찰개혁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기대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당 대표 출신 5선 국회의원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청와대와 여당이 ‘추미애’라는 고리를 통해 아예 드러내놓고 사법부 장악을 밀어붙이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라며 “청와대와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궁여지책 인사고, 문재인정권의 국정 농단에 경악하고 계시는 국민들께는 후안무치 인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추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단 첫 출근길서 강도 높은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검찰 인사를 통한 조직 장악 가능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이후에 적절한 시기에 말씀 드리겠다”면서도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검찰 개혁을 향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가 더 높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일은 장기간 이어진 법무 분야의 국정공백을 시급히 메우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추 후보자가 검찰 인사권 행사를 통해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검찰의 인사권은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쥐고 있다.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한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인사권에 영향을 미치지만, 의견만 개진할 수 있다. 사실상 정권 인사에게 인사권에 대한 전권이 주어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사권 쥐고
검찰 잡나?

검찰 정기인사는 내년 2월로 예정돼있는데 추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한 뒤 현재 공석인 ‘검사장급 여섯 자리’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법무부는 앞서 지난 7월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윤 총장의 취임 이후 일부 검사들이 사표를 내면서 만들어진 자리다. 당시 법무부는 전격적인 인사를 단행하면서도 일부 자리를 비워뒀다.

바로 검사장급 여섯 자리다. 대전·대구·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 부산·수원고등검찰청 차장검사, 법무부 연수원 기획부장이 그것이다. 이들 검사장급 여섯 자리는 차관급으로, 모두 검찰 고위직이다.

추 후보자가 이들 여섯 자리에 대한 인사권을 고리로 검찰을 압박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는 인사권이 곧 ‘권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공무원 조직서 인사권은 무소불위의 힘이다. 조직서의 생사가 인사권으로 결정된다. 물론 검사도 예외일 수 없다.

추 후보자의 부상으로 최근 큰 조명을 받고 있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 2011년 문 대통령(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함께 쓴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를 통해 인사권의 힘을 설명한 바 있다.
 

▲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그는 책에서 “내가 법무부에 가서 자리를 잡은 것은 인사를 통해 힘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중략) 인사권을 행사하고 검찰총장보다 장관이 힘이 세다는 것을 보여주니 검찰이 완전히 충성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마음대로 개혁할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문 대통령과 김 교수 역시 책에서 “검찰의 인사는 검사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고, 법무부장관이 검찰 행정과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무기이기도 하다”며 “자존심이 강한 공무원일수록 인사에 민감한데 검사들은 특히 그렇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
BH 겨냥

청와대·여권에게 ‘인사권’이 있다면, 검찰에게는 ‘수사권’이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추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 ▲조 전 장관 일가 수사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에 대한 수사 강도와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최근 이들 의혹들과 관련해 친정부 인사들을 소환조사하고 있다. 딸의 입시비리 등 가족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조 전 장관은 지난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세 번째 소환조사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조 전 장관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조 전 장관 외에도 다수의 친정부 인사가 검찰청을 오가고 있다.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지난 10일 민주당 임동호 전 최고위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검찰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사무실과 집 등을 압수수색한 당일(지난 6일) 송 부시장을 소환했다. 압수물품을 분석하지 않고 관련자를 소환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최근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최측근 인사다.

윤 총장 역시 추 후보자와 비교해 결코 밀리지 않는 강단을 보여준 바 있다. 추 후보자가 ‘추다르크’라면 윤 총장은 ‘적폐 청산의 칼’로 불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과 탄핵으로 이어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의 일등 공신이자, 문재인정부 집권 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수사 등을 주도했다.

친정부 인사 줄소환돼
이해찬 강력 대응 예고

고민정 대변인은 윤 총장을 지명했을 당시 브리핑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 농단과 적폐 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며 “윤 내정자(현 검찰총장)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 뽑음과 동시에, 시대적 사명인 검찰 개혁과 조직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소개했던 바 있다.

이에 많은 이들이 ‘강 대 강’ 대치를 예상하고 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의 발언은 그가 장관의 힘에 눌리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기수문화’서도 마찬가지다. 앞서 윤 총장은 문무일 전 검찰총장 후임으로 지명 받았을 당시 문 전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5기수 아래였다.
 

▲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검찰 내 파장은 컸다. 15명이 넘는 검사장들이 줄지어 사퇴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검찰이 ‘기수파괴’에 반발해 윤 총장을 흔들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검찰은 윤 총장 임명 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윤 총장이 추 후보자보다 9기수 후배임에도 현재의 수사를 흔들림 없이 진행할 것이라 예상되는 이유다.

청와대·여권 대 검찰의 뒤가 없는 갈등은 이미 전조를 보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청와대를 압수수색, 갈등이 최고조에 오른 바 있다. 지난 4일, 청와대에는 검사와 수사관이 탄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드나들었다. 고민정 대변인은 즉시 “비위 혐의가 있는 제보자(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의 진술에 의존해 검찰이 국가중요시설인 청와대를 거듭해 압수수색한 것은 유감”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검찰에 즉각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설훈 의원을 필두로 ‘검찰 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특정 검찰 간부의 정치 개입이 적발될 시 실명을 공개하겠다고 경고했다.

후퇴 없는
전면전?

이 대표는 지난 11일 국회 본청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엄중 대응하겠다. 검찰 간부들이 우리 당 의원들에게까지 와서 여러 개혁 법안에 부정적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그런 활동을 한다면 실명을 공개하겠다”며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마라, 난 단호한 사람이다. 다시 와서 그런 행위를 한다면 정치 개입한 실체를 낱낱이 드러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같은 듯 다른 강금실-추미애 운명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역대 두 번째 여성 법무부장관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앞서 2003년 강금실 전 장관이 첫 번째다.

두 사람은 모두 판사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검찰개혁이라는 과제를 안았다는 점에서도 같다.

차이점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됐을 당시의 경력이다. 강 전 장관은 40대의 젊은 나이에 비교적 짧은 판사·변호사 경력을 갖고 장관직을 시작했다. 그러나 추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에 당대표를 지낸 거물 인사다.

강 전 장관은 검찰의 수사권 독립 토대를 마련하고, 인사시스템의 변화,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상명하복 규정 삭제 등 검찰 개혁의 초석을 닦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핵심 과제인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는 실패했다.

추 후보자가 이를 완수할 수 있느냐가 검찰 개혁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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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