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추미애 VS 윤석열 파워게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2.16 11:37:08
  • 호수 12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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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강’ 센 남녀가 붙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전운이 감돈다. 청와대가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추미애라는 ‘칼’을 꺼내들었다. 그 대척점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기다리고 있다. 추미애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곧 있을 검찰 정기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여권과 검찰이 대립하는 가운데, 두 수장의 ‘파워게임’은 불가피해 보인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와대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후임으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의원을 지명했다. 조 전 장관이 가족을 둘러싼 의혹으로 사퇴한 지 52일 만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판사와 국회의원으로서 쌓은 법률적 전문성과 정치력을 비롯해 그간 추 후보자가 보여준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하고 공정과 정의의 법치국가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정 사유를 설명했다.

'조’ 가고
‘추’ 왔다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이 중단 없는 검찰 개혁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판사 출신의 개혁성향인 추 후보자는 국회에 입성하기 전부터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 정치권의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1986년 춘천지방법원서 근무하던 시절 군사정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념 서적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후에도 소신 있는 판결을 이어가 ‘껄끄러운 판사’ ‘운동권 판사’로 불렸다.

이러한 성향은 정치권에 진출해서도 이어졌다. 제15대 대선이 열리자 김대중 후보 캠프의 유세단장으로 들어간 추 후보자는 자신의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 선거운동을 펼쳤다. 지금보다 지역감정이 훨씬 심하던 때였다. 진보 측 인사에게 돌을 던지던 행위도 서슴지 않던 시대였다.


그럼에도 추 후보자는 “지역감정의 악령으로부터 대구를 구하는 잔다르크가 되겠다”며 ‘잔다르크 유세단’을 이끌었다. 이러한 저돌적인 모습에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라는 별명이 붙었다.

추 후보자의 강단과 고집은 정치권서도 정평이 났다. 대안신당 소속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 9일 KBS1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서 추 후보자에 대해 “고집도 세고, 조 전 장관보다 더 센 분”이라며 ”검찰 개혁을 강하게 추진할 분이고 현 정부와도 코드가 맞는 분”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범여권은 추 후보자의 지명을 반기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법무·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여망을 받들 경륜 있고 강단 있는 적임자라 평가한다”고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벼른’ BH, 조국→추미애로 정공
‘추’ 인사권 ‘윤’ 수사권 칼자루

정의당은 “율사(법률가) 출신으로 국회의원과 당대표를 두루 거친 경륜을 가진 후보라는 점에서 법무부 장관 역할을 잘 수행하리라 예상된다”며 “무엇보다 검찰개혁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기대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당 대표 출신 5선 국회의원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청와대와 여당이 ‘추미애’라는 고리를 통해 아예 드러내놓고 사법부 장악을 밀어붙이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라며 “청와대와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궁여지책 인사고, 문재인정권의 국정 농단에 경악하고 계시는 국민들께는 후안무치 인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추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단 첫 출근길서 강도 높은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검찰 인사를 통한 조직 장악 가능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이후에 적절한 시기에 말씀 드리겠다”면서도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검찰 개혁을 향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가 더 높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일은 장기간 이어진 법무 분야의 국정공백을 시급히 메우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추 후보자가 검찰 인사권 행사를 통해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검찰의 인사권은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쥐고 있다.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한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인사권에 영향을 미치지만, 의견만 개진할 수 있다. 사실상 정권 인사에게 인사권에 대한 전권이 주어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사권 쥐고
검찰 잡나?

검찰 정기인사는 내년 2월로 예정돼있는데 추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한 뒤 현재 공석인 ‘검사장급 여섯 자리’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법무부는 앞서 지난 7월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윤 총장의 취임 이후 일부 검사들이 사표를 내면서 만들어진 자리다. 당시 법무부는 전격적인 인사를 단행하면서도 일부 자리를 비워뒀다.

바로 검사장급 여섯 자리다. 대전·대구·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 부산·수원고등검찰청 차장검사, 법무부 연수원 기획부장이 그것이다. 이들 검사장급 여섯 자리는 차관급으로, 모두 검찰 고위직이다.

추 후보자가 이들 여섯 자리에 대한 인사권을 고리로 검찰을 압박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는 인사권이 곧 ‘권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공무원 조직서 인사권은 무소불위의 힘이다. 조직서의 생사가 인사권으로 결정된다. 물론 검사도 예외일 수 없다.

추 후보자의 부상으로 최근 큰 조명을 받고 있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 2011년 문 대통령(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함께 쓴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를 통해 인사권의 힘을 설명한 바 있다.
 

▲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그는 책에서 “내가 법무부에 가서 자리를 잡은 것은 인사를 통해 힘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중략) 인사권을 행사하고 검찰총장보다 장관이 힘이 세다는 것을 보여주니 검찰이 완전히 충성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마음대로 개혁할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문 대통령과 김 교수 역시 책에서 “검찰의 인사는 검사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고, 법무부장관이 검찰 행정과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무기이기도 하다”며 “자존심이 강한 공무원일수록 인사에 민감한데 검사들은 특히 그렇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
BH 겨냥

청와대·여권에게 ‘인사권’이 있다면, 검찰에게는 ‘수사권’이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추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 ▲조 전 장관 일가 수사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에 대한 수사 강도와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최근 이들 의혹들과 관련해 친정부 인사들을 소환조사하고 있다. 딸의 입시비리 등 가족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조 전 장관은 지난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세 번째 소환조사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조 전 장관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조 전 장관 외에도 다수의 친정부 인사가 검찰청을 오가고 있다.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지난 10일 민주당 임동호 전 최고위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검찰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사무실과 집 등을 압수수색한 당일(지난 6일) 송 부시장을 소환했다. 압수물품을 분석하지 않고 관련자를 소환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최근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최측근 인사다.

윤 총장 역시 추 후보자와 비교해 결코 밀리지 않는 강단을 보여준 바 있다. 추 후보자가 ‘추다르크’라면 윤 총장은 ‘적폐 청산의 칼’로 불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과 탄핵으로 이어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의 일등 공신이자, 문재인정부 집권 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수사 등을 주도했다.

친정부 인사 줄소환돼
이해찬 강력 대응 예고

고민정 대변인은 윤 총장을 지명했을 당시 브리핑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 농단과 적폐 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며 “윤 내정자(현 검찰총장)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 뽑음과 동시에, 시대적 사명인 검찰 개혁과 조직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소개했던 바 있다.

이에 많은 이들이 ‘강 대 강’ 대치를 예상하고 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의 발언은 그가 장관의 힘에 눌리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기수문화’서도 마찬가지다. 앞서 윤 총장은 문무일 전 검찰총장 후임으로 지명 받았을 당시 문 전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5기수 아래였다.
 

▲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검찰 내 파장은 컸다. 15명이 넘는 검사장들이 줄지어 사퇴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검찰이 ‘기수파괴’에 반발해 윤 총장을 흔들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검찰은 윤 총장 임명 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윤 총장이 추 후보자보다 9기수 후배임에도 현재의 수사를 흔들림 없이 진행할 것이라 예상되는 이유다.

청와대·여권 대 검찰의 뒤가 없는 갈등은 이미 전조를 보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청와대를 압수수색, 갈등이 최고조에 오른 바 있다. 지난 4일, 청와대에는 검사와 수사관이 탄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드나들었다. 고민정 대변인은 즉시 “비위 혐의가 있는 제보자(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의 진술에 의존해 검찰이 국가중요시설인 청와대를 거듭해 압수수색한 것은 유감”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검찰에 즉각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설훈 의원을 필두로 ‘검찰 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특정 검찰 간부의 정치 개입이 적발될 시 실명을 공개하겠다고 경고했다.

후퇴 없는
전면전?

이 대표는 지난 11일 국회 본청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엄중 대응하겠다. 검찰 간부들이 우리 당 의원들에게까지 와서 여러 개혁 법안에 부정적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그런 활동을 한다면 실명을 공개하겠다”며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마라, 난 단호한 사람이다. 다시 와서 그런 행위를 한다면 정치 개입한 실체를 낱낱이 드러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같은 듯 다른 강금실-추미애 운명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역대 두 번째 여성 법무부장관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앞서 2003년 강금실 전 장관이 첫 번째다.

두 사람은 모두 판사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검찰개혁이라는 과제를 안았다는 점에서도 같다.

차이점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됐을 당시의 경력이다. 강 전 장관은 40대의 젊은 나이에 비교적 짧은 판사·변호사 경력을 갖고 장관직을 시작했다. 그러나 추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에 당대표를 지낸 거물 인사다.

강 전 장관은 검찰의 수사권 독립 토대를 마련하고, 인사시스템의 변화,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상명하복 규정 삭제 등 검찰 개혁의 초석을 닦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핵심 과제인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는 실패했다.

추 후보자가 이를 완수할 수 있느냐가 검찰 개혁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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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