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이낙연 카드’ 손익계산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2.16 11:18:56
  • 호수 12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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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냐 비례냐’ 그것이 문제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낙연 카드’를 두고 여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구 잠룡을 총선서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고심이다. 당내서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한 활용법이 무수히 쏟아지는 이유다.
 

▲ 이낙연 국무총리

이낙연 국무총리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손에 쥔 최고의 총선 카드다. 그는 복수의 여론조사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1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는 고공행진이다. 그 사이 다른 민주당 소속 대선주자들은 추문에 휩싸여 낙마하거나 재판 결과에 따라 낙마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총리의 몸값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어디로…

이 총리의 민주당 복귀 수순은 양쪽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 총리는 당으로의 복귀를 희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이 총리는 방글라데시 다카에 방문해 “난 지금 이 위치(행정부)에 있지만, 여전히 내 심장은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1일 대정부질문을 위해 국회를 찾았을 때는 “(총리직을)너무 오랫동안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도 밝힌 바 있다.

민주당 내부서도 이 총리의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려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10일 <일요시사>를 통해 “‘조국 사태’ 이후 당이 흔들리면서 이 총리에 대한 역할론이 본격적으로 표출된 것 같다”며 “현재 여야를 통틀어 가장 대권에 가까운 인물 아닌가. 티끌 같은 힘도 아쉬운 게 총선판인데, 하물며 이 총리 같은 거물을 당에서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서 이 총리의 총선 출마는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가 당에 복귀한 이후 어떤 역할을 맡느냐는 예상은 분분하다. 예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그것이다.

지역구 출마를 예상하는 쪽은 이 총리가 강한 야권의 상대와 맞상대를 하는 일이 민주당에게 이득일 것이라 본다. 이른바 ‘험지출마론’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불거진 서울 광진을 출마설이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지난 5일 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되면서 광진을은 무주공산이 됐다. 추 의원이 제17대 총선을 제외하고 제15대 총선부터 지금까지 약 20년 동안 이 지역을 지켜왔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반드시 추 의원에 걸맞는 후임을 찾아야 수성해야 한다.

앞서 해당 지역구엔 김상진 건국대 교수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김대중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그는 지난 20대 총선 당시 추 의원과 경선서 맞붙어 아쉽게 패했다. 이후 절치부심한 그는 지난 4년간 광진을서 표심을 다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선 김 교수가 맞상대에 비해 정치적 중량감이 떨어진다고 진단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진영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당협위원장을 맡아 이 지역 출마를 준비 중이다.

‘광진을 출마설’ 오세훈과 한 판?
‘선대위원장설’ 기반 닦기는 딱!

이 때문에 ‘이낙연 광진을 출마’ 카드가 힘을 받고 있다. 전직 서울시장이라는 거물을 잡기 위해 이 총리를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것. ‘전직 총리 대 전직 서울시장’이라는 빅매치는 흥행돌풍을 일으켜 수도권 전역까지 총선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기저에 깔려있다.


물론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민주당 내에서 존재한다. 이들은 이 총리와 광진을 사이에 접점이 없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 총리는 정치 인생의 대부분을 전남서 보냈다. 지난 2000년 치러진 제16대 총선 당시 전남 함평·영광 지역구서 당선된 후 19대까지 해당 지역구서 내리 4선을 지냈다. 2014년에는 전남도지사를 지내기도 했다. 광진을 외에도 종로와 세종 역시 이 총리의 출마 예상지로 거론된다.
 

비례대표로 총선에 나설 것이라 예상하는 쪽은 이 총리의 활동이 지역구라는 한정된 영역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 총리에게 비례대표라는, 지역구보다 안정적인 자리를 주고 전국 선거판을 이끄는 사령관 역할에 매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7월에 한차례 주목받은 바 있다. 6선인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이 총리에게 비례대표 출마와 공동선대위원장을 권유하면서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각 정당은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를 구성한다. 이에 당 최고위원회는 선대위로 변모한다. 당 대표는 선대위원장이 된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함께 이 총리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이끈다는 시나리오다. 강성 이미지의 이 대표와 상대적으로 온건한 이미지의 이 총리가 만나는 그림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조국 사태에 실망한 중도층을 잡을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두 경우 모두 이 총리의 대권 가능성은 높아진다. 지역구에 출마해 야권 잠룡을 꺾는다면 이 총리의 몸값은 현재보다 더 뛰어오르게 된다. 여권 잠룡인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비례대표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안은 이 총리의 취약점인 당내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길이다. 호남이 기반인 이 총리는 지난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이 국민의당에게 호남을 뺏기면서 계파 창출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바 있다. 결국 원내 기반이 약하면 대권까지는 가기 힘들다는 것이 정치권의 통설이다.

전국 도나?

만약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국을 돌며 민주당 후보들의 당선에 일조한다면, 이 총리의 당내 기반은 지금보다 단단해질 수 있다. 낙선이라는 위험도 없다. 다선 의원임에도 지역에 집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민주당 내에서 이 총리 개인으로서도 공동선대위원장이 가장 최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낙연 짝퉁과의 전쟁, 왜?

이낙연 국무총리가 짝퉁(가짜) 한국산 화장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 5일 열린 제96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그는 ‘화장품산업 육성방안’ 안건과 관련해 “어떤 외국에서는 짝퉁 한국산 화장품이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짝퉁은 우리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고 우리 기업의 사기를 꺾는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국내 화장품 산업의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R&D) 확대 ▲수출시장 다변화 ▲짝통 화장품 유통 강력 대처 ▲브랜드 가치 및 제품 고급화 등을 주문했다.

이는 K-뷰티 돌풍을 이어가기 위함으로 읽힌다. 우리나라 화장품은 지난해 수출액이 62억 달러를 넘어서며 세계 4위에 올랐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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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