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5선 비박과 주류 친박 궁합

쇄신? 통합? 싸우다 날 샐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전 국회부의장이었던 심재철 의원이 선출됐다. 그의 러닝메이트였던 친박계 김재원 의원이 정책위의장에 오르면서 ‘당 쇄신’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중량급 비박계와 친박계의 조합인데 총선 전 자유한국당의 쇄신은 가능할까. 
 

▲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에 ‘비박계(비 박근혜)’와 ‘비황계(비 황교안)’로 꼽히는 심재철 의원(5선)이 지난 9일 선출됐다. 심 의원의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는 김재원 의원(3선)이 뽑혔다. 심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 결선 투표서 총 106표 가운데 가장 많은 52표를 얻으면서 다른 후보들과 큰 격차로 승리했다.

경륜 ‘심’
전략 ‘김’

정치권에선 이번 원내대표 선거서 ‘황심(心)’이 닿는 ‘김선동-김종석’조가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우세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서 불거진 쇄신론과 세대 교체론에 힘입어 재선과 초선 비례대표의 조합이 더 앞설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친황’ 핵심 그룹인 초·재선 의원으로 구성된 ‘통합과 전진’이 김선동 의원을 지지하고 있고, 원내대표직에 출사표를 내고 철회한 윤상현 의원이 초·재선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으로써 이 관측은 더욱 힘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한국당 의원들의 선택은 경륜 있는 ‘심김’이었다. 경선서 황 대표의 행보에 제동을 걸 비황계의 표심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불신임 건 ▲주요 당직자 인선 문제 ▲물갈이 50% 발표 등으로 ‘황교안 독주 체제’에 대한 비판이 당내서 계속 흘러나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황 대표 측근이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김선동 의원 지지를 독려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반황’ 바람이 오히려 더 강하게 불게 됐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김 위의장은 황심에 반하는 선출이라는 의견에 대해 ‘오해’라며 일축했다. 김 위의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황 대표가 차기 원내대표와 관련해 투쟁력과 협상력을 갖추면 좋겠다고 했는데, 당연히 심 의원과 저를 지목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내지도부와 황 대표의 불협화음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이에 선을 긋고자 함으로 해석된다.

심 원내대표는 ‘친이(친 이명박)계’ 인물로 현 주류 세력과는 거리를 둬왔다. 반면 김 의장은 친박계 핵심 ‘전략통’으로 황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와도 가까운 실세로 꼽힌다. 친박계 인물의 원내대표 당선에 대한 부담이 강한 상황서 정책위의장 자리에 김 의원을 영입한 건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심 원내대표와 주류로 꼽히는 친박계 핵심 인물이 서로 보완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략 투표였다는 것이다.

당초 예상 깨고 ‘황심’ 라인 무너져
투쟁력과 전략 골고루 갖춘 ‘심김’

특히 의원들 사이서 물갈이 폭에 대한 반발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지역구 의원 30%를 컷오프 등의 방안으로 현역 의원 50%를 물갈이한다는 인적쇄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한국당 중진 의원들 사이서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심김은 황 대표의 중진 용퇴 및 물갈이에 반기를 드는 전략을 펼쳤다. 심 원내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공천은 절대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며 “의원님들께서 선수로, 지역으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황 대표님께 직언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의장 역시 지난 1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서 “17대 국회부터 개혁 공천과 물갈이로 50%씩 의원들을 교체해 얻은 결과가 지금의 20대 국회”라며 “항상 동료들끼리 목을 쳐서 쫓아내는 과정을 거쳐 지금에 왔는데, 이번에도 또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 원내대표와 정견발표 전에 서로 원고를 교환해 고쳐줬는데 그 부분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선수(選數) 등 지엽적 기준으로 용퇴, 물갈이를 주장하는 게 옳지 않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파, 대여 투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왔다. 상대적으로 협상력과 투쟁력이 검증되지 않은 다른 후보들과 달리 둘은 노련한 중진들이다. 심 원내대표는 선거 연설 당시 “예행 연습할 시간도 없이 곧바로 실제 상황이다. 협상을 하게 되면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며 5선다운 경쟁력을 앞세웠다.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과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불법 특혜 취업 의혹’을 내세워 ‘싸워봤고, 싸울 줄 아는 사람’이라고 과시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노련한 중진

현재 한국당에는 패스트트랙으로 선정된 선거제 개정안 저지, 패스트트랙 수사 대응 등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협상력과 투쟁력을 보여주는 ‘투트랙’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심김 조합이 투트랙을 잘 소화할 지는 미지수다. 두 인물 모두 당내서 다선의 정치력과 대여 강경투쟁의 선봉에 서 있는 강성파다. 심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출 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심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선출 이후 원내대표 회동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전략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당이 강경하게 반대하는 선거제 개정안과 검찰개혁안이 담긴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유예를 얻어내는 대신, 내년 예산안을 본회의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얼어붙었던 정국의 분위기가 전환되자 당 밖에서는 ‘전략가’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 악수 나누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

하지만 합의 내용 추인을 위해 의총이 소집된 후 상황은 역전됐다. 의총서 의원들의 ‘성급한 합의’였다는 성토로 인해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는 전언이다. 심 원내대표는 ‘예산안에 대한 여야 3당 합의가 완료될 경우’에 한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겠다고 물러섰지만, 결국 한국당이 표결서 ‘패싱’된 채 내년 예산안이 처리됐다. 심 원내대표의 전략 부재로 인해 리더십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발 기류
내부 확산

남은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에도 뚜렷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되자 심 원내대표는 ‘투쟁’ 카드를 들었다. 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10일 밤부터 실시한 철야농성서 심 원내대표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며 “오늘 예정된 조세·세입 관련 각종 법안들, 비쟁점 법안들, 또 처리될지도 모르는 패스트트랙 법안들에 분명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심김의 전면 등장으로 한국당의 쇄신과 통합은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박계 5선 의원과 친박계 의원은 사실상 한국당 내에서 쇄신의 대상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이들이 원내대표 선거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건 한국당 의원들이 황 대표의 물갈이에 대한 반발 심리가 표출된 메시지로도 볼 수 있는 셈이다.

당 내 중진 의원은 “쇄신을 요구하는 민심을 읽지 못한 선거”였다며 “민심에 부응하는 개혁과  대통합에 역할을 하지 못하면 한국당은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쇄신을 위해서는 보수대통합과 공천혁신이 핵심이다. 통합과 공천혁신은 사실상 양립하기 어려운 구조다. 우리공화당이나 새로운 보수당 인물들과 함께 범야권 통합이 이뤄진다면, 당내 중진들을 중심으로 공천을 둘러싼 파장이 불가피하다. 공천이라는 한정된 자리를 두고 기존의 한국당 인물들과 새로 당에 합류한 인물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싸울 줄 안다더니…벌써 타격?
벌써부터 TK 의원 방패막이로?


따라서 중진인 심 원내대표의 경우에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통합보다는 공천 혁신에 더 힘을 실어 총선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TK(대구·경북) 현역 의원에 대한 물갈이 가능성이 크게 대두된다. 총선기획단 발표를 현재의 한국당 TK 현역 의원 수에 단순 대입하면 19명 중 최소한 6명은 컷오프로 탈락, 9∼10명은 공천에서 물갈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TK 지역은 한국당의 텃밭으로 공천을 받게되면 국회 진출은 거의 따놓은 당상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책임서 자유롭지 않은 의원들이 대거 포진돼있는 곳이다.
 

▲ 수락연설하는 심재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책임을 묻지 않으면, 한국당에게 쇄신은 고사하고 보수를 지지하는 민심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당의 공천기획단 50% 현역 물갈이론이 특히 TK의원들에 대한 집중 컷오프 또는 공천 탈락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과정서 김 위의장이 한국당 공천 과정서 TK지역의 친박계 의원들의 듬직한 ‘방패막’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원내대표 선거 때 TK지역 의원들의 표심이 쏠린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김 위의장이 황 대표의 측근서 대대적인 현역 의원 쇄신을 일정부분 차단할 수 있을 거란 기대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관측대로라면 TK 친박계 의원들을 겨냥한 공천 컷오프는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TK 민심이
운명 가른다”

관건은 민심이다. TK 친박계 의원들이 공천을 받게 되면 도로 ‘TK자민련’(지역 정당 몰락한 현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친박계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한국당의 인적쇄신은 멀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당은 공천 경선 과정서 친박을 심판할 수 있는 민심이 당 쇄신을 판가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교안-심재철 물갈이론 논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원내대표 경선에서 5선 비박계 인물인 심재철 의원이 당선되면서 황교안 대표와 불협화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거 정견발표서 “공천은 절대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며 “의원님들께서 선수로, 지역으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황 대표님께 직언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과 관련해 ‘중진 용퇴론’에 거부감을 느낀 중진들의 표심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9일 국회 총선기획단 회의에 참석해 내년 총선서의 ‘현역 50% 물갈이’와 관련해 “제가 단식투쟁에 돌입한 다음날 현역 의원 50% 이상 교체 방침을 발표한 바 있는데,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국민 눈높이에 다가서려 하는 우리 당의 뼈를 깎는 쇄신 출발신호였다”며 “국민이 원하고 나라가 필요로 하면 그 이상도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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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