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5선 비박과 주류 친박 궁합

쇄신? 통합? 싸우다 날 샐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전 국회부의장이었던 심재철 의원이 선출됐다. 그의 러닝메이트였던 친박계 김재원 의원이 정책위의장에 오르면서 ‘당 쇄신’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중량급 비박계와 친박계의 조합인데 총선 전 자유한국당의 쇄신은 가능할까. 
 

▲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에 ‘비박계(비 박근혜)’와 ‘비황계(비 황교안)’로 꼽히는 심재철 의원(5선)이 지난 9일 선출됐다. 심 의원의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는 김재원 의원(3선)이 뽑혔다. 심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 결선 투표서 총 106표 가운데 가장 많은 52표를 얻으면서 다른 후보들과 큰 격차로 승리했다.

경륜 ‘심’
전략 ‘김’

정치권에선 이번 원내대표 선거서 ‘황심(心)’이 닿는 ‘김선동-김종석’조가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우세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서 불거진 쇄신론과 세대 교체론에 힘입어 재선과 초선 비례대표의 조합이 더 앞설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친황’ 핵심 그룹인 초·재선 의원으로 구성된 ‘통합과 전진’이 김선동 의원을 지지하고 있고, 원내대표직에 출사표를 내고 철회한 윤상현 의원이 초·재선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으로써 이 관측은 더욱 힘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한국당 의원들의 선택은 경륜 있는 ‘심김’이었다. 경선서 황 대표의 행보에 제동을 걸 비황계의 표심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불신임 건 ▲주요 당직자 인선 문제 ▲물갈이 50% 발표 등으로 ‘황교안 독주 체제’에 대한 비판이 당내서 계속 흘러나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황 대표 측근이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김선동 의원 지지를 독려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반황’ 바람이 오히려 더 강하게 불게 됐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김 위의장은 황심에 반하는 선출이라는 의견에 대해 ‘오해’라며 일축했다. 김 위의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황 대표가 차기 원내대표와 관련해 투쟁력과 협상력을 갖추면 좋겠다고 했는데, 당연히 심 의원과 저를 지목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내지도부와 황 대표의 불협화음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이에 선을 긋고자 함으로 해석된다.

심 원내대표는 ‘친이(친 이명박)계’ 인물로 현 주류 세력과는 거리를 둬왔다. 반면 김 의장은 친박계 핵심 ‘전략통’으로 황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와도 가까운 실세로 꼽힌다. 친박계 인물의 원내대표 당선에 대한 부담이 강한 상황서 정책위의장 자리에 김 의원을 영입한 건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심 원내대표와 주류로 꼽히는 친박계 핵심 인물이 서로 보완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략 투표였다는 것이다.

당초 예상 깨고 ‘황심’ 라인 무너져
투쟁력과 전략 골고루 갖춘 ‘심김’

특히 의원들 사이서 물갈이 폭에 대한 반발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지역구 의원 30%를 컷오프 등의 방안으로 현역 의원 50%를 물갈이한다는 인적쇄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한국당 중진 의원들 사이서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심김은 황 대표의 중진 용퇴 및 물갈이에 반기를 드는 전략을 펼쳤다. 심 원내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공천은 절대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며 “의원님들께서 선수로, 지역으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황 대표님께 직언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의장 역시 지난 1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서 “17대 국회부터 개혁 공천과 물갈이로 50%씩 의원들을 교체해 얻은 결과가 지금의 20대 국회”라며 “항상 동료들끼리 목을 쳐서 쫓아내는 과정을 거쳐 지금에 왔는데, 이번에도 또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 원내대표와 정견발표 전에 서로 원고를 교환해 고쳐줬는데 그 부분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선수(選數) 등 지엽적 기준으로 용퇴, 물갈이를 주장하는 게 옳지 않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파, 대여 투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왔다. 상대적으로 협상력과 투쟁력이 검증되지 않은 다른 후보들과 달리 둘은 노련한 중진들이다. 심 원내대표는 선거 연설 당시 “예행 연습할 시간도 없이 곧바로 실제 상황이다. 협상을 하게 되면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며 5선다운 경쟁력을 앞세웠다.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과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불법 특혜 취업 의혹’을 내세워 ‘싸워봤고, 싸울 줄 아는 사람’이라고 과시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노련한 중진

현재 한국당에는 패스트트랙으로 선정된 선거제 개정안 저지, 패스트트랙 수사 대응 등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협상력과 투쟁력을 보여주는 ‘투트랙’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심김 조합이 투트랙을 잘 소화할 지는 미지수다. 두 인물 모두 당내서 다선의 정치력과 대여 강경투쟁의 선봉에 서 있는 강성파다. 심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출 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심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선출 이후 원내대표 회동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전략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당이 강경하게 반대하는 선거제 개정안과 검찰개혁안이 담긴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유예를 얻어내는 대신, 내년 예산안을 본회의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얼어붙었던 정국의 분위기가 전환되자 당 밖에서는 ‘전략가’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 악수 나누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

하지만 합의 내용 추인을 위해 의총이 소집된 후 상황은 역전됐다. 의총서 의원들의 ‘성급한 합의’였다는 성토로 인해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는 전언이다. 심 원내대표는 ‘예산안에 대한 여야 3당 합의가 완료될 경우’에 한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겠다고 물러섰지만, 결국 한국당이 표결서 ‘패싱’된 채 내년 예산안이 처리됐다. 심 원내대표의 전략 부재로 인해 리더십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발 기류
내부 확산

남은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에도 뚜렷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되자 심 원내대표는 ‘투쟁’ 카드를 들었다. 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10일 밤부터 실시한 철야농성서 심 원내대표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며 “오늘 예정된 조세·세입 관련 각종 법안들, 비쟁점 법안들, 또 처리될지도 모르는 패스트트랙 법안들에 분명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심김의 전면 등장으로 한국당의 쇄신과 통합은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박계 5선 의원과 친박계 의원은 사실상 한국당 내에서 쇄신의 대상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이들이 원내대표 선거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건 한국당 의원들이 황 대표의 물갈이에 대한 반발 심리가 표출된 메시지로도 볼 수 있는 셈이다.

당 내 중진 의원은 “쇄신을 요구하는 민심을 읽지 못한 선거”였다며 “민심에 부응하는 개혁과  대통합에 역할을 하지 못하면 한국당은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쇄신을 위해서는 보수대통합과 공천혁신이 핵심이다. 통합과 공천혁신은 사실상 양립하기 어려운 구조다. 우리공화당이나 새로운 보수당 인물들과 함께 범야권 통합이 이뤄진다면, 당내 중진들을 중심으로 공천을 둘러싼 파장이 불가피하다. 공천이라는 한정된 자리를 두고 기존의 한국당 인물들과 새로 당에 합류한 인물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싸울 줄 안다더니…벌써 타격?
벌써부터 TK 의원 방패막이로?


따라서 중진인 심 원내대표의 경우에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통합보다는 공천 혁신에 더 힘을 실어 총선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TK(대구·경북) 현역 의원에 대한 물갈이 가능성이 크게 대두된다. 총선기획단 발표를 현재의 한국당 TK 현역 의원 수에 단순 대입하면 19명 중 최소한 6명은 컷오프로 탈락, 9∼10명은 공천에서 물갈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TK 지역은 한국당의 텃밭으로 공천을 받게되면 국회 진출은 거의 따놓은 당상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책임서 자유롭지 않은 의원들이 대거 포진돼있는 곳이다.
 

▲ 수락연설하는 심재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책임을 묻지 않으면, 한국당에게 쇄신은 고사하고 보수를 지지하는 민심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당의 공천기획단 50% 현역 물갈이론이 특히 TK의원들에 대한 집중 컷오프 또는 공천 탈락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과정서 김 위의장이 한국당 공천 과정서 TK지역의 친박계 의원들의 듬직한 ‘방패막’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원내대표 선거 때 TK지역 의원들의 표심이 쏠린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김 위의장이 황 대표의 측근서 대대적인 현역 의원 쇄신을 일정부분 차단할 수 있을 거란 기대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관측대로라면 TK 친박계 의원들을 겨냥한 공천 컷오프는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TK 민심이
운명 가른다”

관건은 민심이다. TK 친박계 의원들이 공천을 받게 되면 도로 ‘TK자민련’(지역 정당 몰락한 현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친박계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한국당의 인적쇄신은 멀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당은 공천 경선 과정서 친박을 심판할 수 있는 민심이 당 쇄신을 판가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교안-심재철 물갈이론 논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원내대표 경선에서 5선 비박계 인물인 심재철 의원이 당선되면서 황교안 대표와 불협화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거 정견발표서 “공천은 절대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며 “의원님들께서 선수로, 지역으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황 대표님께 직언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과 관련해 ‘중진 용퇴론’에 거부감을 느낀 중진들의 표심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9일 국회 총선기획단 회의에 참석해 내년 총선서의 ‘현역 50% 물갈이’와 관련해 “제가 단식투쟁에 돌입한 다음날 현역 의원 50% 이상 교체 방침을 발표한 바 있는데,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국민 눈높이에 다가서려 하는 우리 당의 뼈를 깎는 쇄신 출발신호였다”며 “국민이 원하고 나라가 필요로 하면 그 이상도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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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