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탐사기획> ‘만들어지는’ 학종의 두 얼굴 ③풀어야 할 숙제

정시는 정답을? 학종은 해답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학생부종합전형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획일적인 입시제도를 다양화하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려는 학종의 취지에는 공감도가 높다. 하지만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돼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학종을 폐지하거나 운영 방식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요시사>는 학종의 도입과 현황, 문제점 그리고 대안을 살펴봤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23학년도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 비율이 40%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비롯해 서울 소재 16개 대학을 대상으로 정시 확대를 권고하기로 했다. 건국대·경희대·광운대·동국대·서강대·서울시립대·서울여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등이 그 대상이다.

수능 위주
비율 높아져

지난달 28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대한 손질 내용도 발표했다. 비교과 영역과 자기소개서는 2024년 완전히 폐지된다. 그 전까지 단계적 축소작업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학종의 비교과 영역과 자기소개서는 부모의 영향력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자율활동·동아리·봉사·진로활동 등 이른바 ···이 도마에 올랐다. 교육부는 자율활동을 제외한 나머지 활동을 현재 중학교 2학년부터 대입서 축소 반영하기로 했다.

자기소개서는 기재 금지사항의 검증을 강화하고 문항과 글자수는 20222023학년도 4개 문항 5000자서 3100자로 줄였다가 2024년에 완전히 없앤다. 교사추천서는 2022학년도부터 폐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21학년도부터는 기재 금지사항 검증을 강화한다.

20202021학년도(현재 고등학교 23학년) 입시에는 모든 교내 수상경력을 기재할 수 있는 반면 20222023학년도(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1학년) 입시에는 학기당 1(3년간 6)만 반영된다. 2024학년도 입시에는 수상경력이 반영되지 않는다.

독서활동도 사라진다. 독서활동은 이미 2017학년도에 한 차례 손질을 거쳤다. 2017학년도 이전 독서활동은 책 제목과 저자, 책을 통해 학생이 느낀 점과 배운 점까지 기재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후 책 제목과 저자만 쓰도록 간소화됐다. 교육부는 2023학년도 입시까지 이 방식을 유지하다가 2024학년도 입시 때 없애기로 했다.

문 정시 확대 언급에 교육부 부랴부랴
2023학년도부터 정시 40% 이상 확대돼

교육부의 발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지난 91일 이후 89, 1022일 국회 시정연설서 정시 확대를 언급한 지 38일 만에 나온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이 8월 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후보자로 지명했을 때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입시비리 의혹이 학종 불신, 정시 확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교육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학종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모임 대표는 정부는 학종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삭제의 방식을 사용해왔다. 그 결과 학종은 교사가 적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항목만 남았다. 명목만 남은 셈이다. 존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수학능력시험 중인 수험생들 ⓒ사진공동취재단

학종의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충인 입학사정관협회 회장은 ···, 창의적 체험활동과 자기소개서 등 학종의 핵심사항이 전부 없어졌다. 이는 정말 무식한 처사라며 정시는 하나의 답, 즉 정답을 찾는 것이고 학종은 다양성 평가를 통해 해답을 찾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하나의 답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경우가 없다.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선 교사들이나 교육단체 등 교육계에선 우려 목소리가 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달 6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10년 전으로 퇴행시키는 동시에 교실 붕괴를 예상케 하는 반교육적인 공교육 포기 선언이라며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버리고 수능 문제집을 풀이하는 학교는 정상이라 할 수 없다고 정시 확대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4일에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김승환 전북도교육감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경제학자 우석훈씨 등 각계 인사와 교사, 학부모 등 1503명이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이들은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는 미래교육 관점서 매우 부적절하다”며 정시 확대 방침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답 찾기
다양성 평가

반면 국민 여론은 줄곧 정시 확대 쪽으로 쏠렸다. CBS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025일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입 전형에서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비율이 63.3%로 나타났다. 모든 지역, 연령, 이념성향, 정당 지지층에서 정시 확대 요구가 거셌다. ‘정시 확대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22.3%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30(72.7%), 40(70.8%)70% 이상이 찬성을 표했고, 50(66.9%), 20(62.8%), 60세 이상(49.4%) 순으로 나타났다. 중도층, 진보층, 보수층 등 이념 성향에 상관없이 60% 이상이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해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가 시민참여단 49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서도 정시 확대안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수능 전형(정시)45% 이상으로 확대하는 1안과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2안이 각각 1, 2위를 차지한 것. 또 조사결과 분석을 통해 시민참여단이 적절하다고 본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은 39.6%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공론화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2학년 입시서 각 대학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의 입시비리 의혹이 불거졌지만 교육부는 더 이상의 정시 확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학종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정시 확대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자 결국 문 대통령이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2007년 노무현정부서 입학사정관제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됐을 당시만 해도 학종은 많은 기대를 받았다. 시험이 아니라 창의성과 잠재력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의 진로가 결정됐기에 학부모는 물론 대학과 교사도 이 제도를 반겼다. 이전 정부의 정책은 다음 정부서 사라지게 마련이지만 학종은 계승됐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현재, 학종은 도입 초기 받았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다. 입시제도가 거듭 바뀌는 동안 학종은 매번 손질의 대상이 됐다. 학종의 역사를 가리켜 금지의 역사라고 할 만큼 칼질을 당한 것. 노무현정부부터 문재인정부에 이르기까지 학종은 살아 남았지만 이제는 폐지와 개선의 기로에 섰다.

폐지를 주장하는 쪽이나 개선을 주장하는 쪽 모두 학종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종배 대표는 취지만 따지면 학종은 좋은 제도다. 이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전제로 놓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 적성을 찾아가는 방식인데 그보다 좋은 입시제도가 어디 있겠나라고 전했다.

여론은 수능
교육계 반발

박경식 미래정책연구원 원장은 고등학교 성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인재를 두루 뽑아 입학 후 학업수행과 미래의 인재를 선발·양성하고자 하는 학종의 목적은 좋다. 또 바람직한 인재를 선발하고자 하는 학종의 원래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박 원장은 목적은 좋지만 현실이 이를 순수하게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 자녀를 둔 대치동의 한 학부모 A씨는 학종을 없애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A씨는 학종은 엄마가 관리해줄 수 없는 학생은 도전조차 해볼 수 없는 제도다. 학종으로 대학을, 그것도 명문대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엄마가 입학 첫날부터 생활기록부 마감날까지 함께 학생처럼 생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학종은 입학 당시 원대한 꿈을 가졌던 학생들이 하나씩 삐끗할 때마다 그 꿈을 버려야 하는 정책이다. 의사를 꿈꿨던 학생은 중간고사를 망치면 의대에 못 간다. 공대에 가려던 학생은 수행평가서 한 번 실수하면 그걸로 끝이다. 학생들은 마지막에 남은 기록에 맞춰 대학을 선택한다고 지적했다.

조국 논란이 과연 조국만의 일일까. 돈을 쓸 수 있는 엄마들은 돈을 쓰고, 시간이 있는 엄마들은 대신 봉사활동을 해준다. 그게 무슨 차이인가. 학부모종합전형이라는 말이 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종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기득권을 위한 제도는 계속 득세할 것이다. 아마 다음 정부가 들어오면 이름만 바꿔 운영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 국회 시정연설 중인 문재인 대통령 ⓒ국회사진취재단

강충인 회장 역시 학종은 입시제도의 궁극적인 길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수시 100%로 학생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제도 자체는 잘 만들었는데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부각되면서 제도 전체가 매도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의 논란에 대해 수시 시스템을 뒤틀어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학종 또 다시 도마에 올라
“정작 학생 위한 정책 없다”

이들이 입을 모아 학종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부분은 공교롭게도 교사였다. 일부 교사의 갑질이나 부족한 역량이 학종을 천덕꾸러기신세로 전락시켰다는 주장이다. A씨는 학종으로 인해 교권이 살아났다고 하는데, 정말 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교권이 아니라 평범한 학생을 상대로 한 갑질만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학교, 공교육은 이미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고도 덧붙였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은 상당한 수준이다. ··고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평가는 51.6%가 보통, 부정이 39% 수준이었다. 반면 긍정적인 답변은 9.5%에 그쳤다. 부정평가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늘어났다.

교사에 대한 신뢰도도 낮았다. 학부모 응답자 중 신뢰한다는 답변은 19.7%에 머물렀다. 보통은 49.8%였고 신뢰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30.5%. 평균점수로 환산하면 5점 만점에 2.85점 수준이다. 교사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신뢰도는 20123점을 넘겼지만 2013년 입학사정관제가 학종으로 전환된 이후 2.64점으로 떨어졌다.

강충인 회장은 교사의 질,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 과정서 생활기록부에 대한 교사의 권한을 지금보다 더 많이 부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부가 학종을 좌지우지할 게 아니라 교사들의 양심에 따라 학생들을 평가할 수 있도록 의무와 책임을 동시에 부과하는 게 필요하다. 사회적 인식과 교사에 대한 신뢰감 역시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종은 기득권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그보다 정보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의 무관심과 무책임이 현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이미 사회적으로 학종에 대한 믿음은 사라진 상태다. 궁극적으로는 국민이 믿어줘야 한다. 대학은 학종이 도입된 후 10여년 동안 학생들에 대한 많은 데이터를 쌓았다.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도입 10년
어디로 가나

학종에 대해 각기 어떤 입장을 보였든 입시제도에 학생들이 소외돼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이종배 대표는 교육에 애들이 없다. 교사와 대학, 정부의 입장은 많은데 정작 학생을 생각하는 목소리는 없다고 비판했다. 강충인 원장 역시 “80년 교육사에서 학생을 위한 정책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A씨는 정부에서는 소외계층을 위한다고 사회배려자 전형등을 만든다. 하지만 이 방법은 대학으로 가는 쪽문을 열어주는 것뿐이다. 사회배려자 전형 등으로 대학에 입학한 아이들은 취업 시장, 결국 마지막 링에서 무너진다. 경제적 차이에 상관없이 같은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잣대가 필요하다. 학종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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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