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탐사기획> ‘만들어지는’ 학종의 두 얼굴 ③풀어야 할 숙제

정시는 정답을? 학종은 해답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학생부종합전형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획일적인 입시제도를 다양화하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려는 학종의 취지에는 공감도가 높다. 하지만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돼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학종을 폐지하거나 운영 방식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요시사>는 학종의 도입과 현황, 문제점 그리고 대안을 살펴봤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23학년도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 비율이 40%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비롯해 서울 소재 16개 대학을 대상으로 정시 확대를 권고하기로 했다. 건국대·경희대·광운대·동국대·서강대·서울시립대·서울여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등이 그 대상이다.

수능 위주
비율 높아져

지난달 28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대한 손질 내용도 발표했다. 비교과 영역과 자기소개서는 2024년 완전히 폐지된다. 그 전까지 단계적 축소작업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학종의 비교과 영역과 자기소개서는 부모의 영향력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자율활동·동아리·봉사·진로활동 등 이른바 ···이 도마에 올랐다. 교육부는 자율활동을 제외한 나머지 활동을 현재 중학교 2학년부터 대입서 축소 반영하기로 했다.

자기소개서는 기재 금지사항의 검증을 강화하고 문항과 글자수는 20222023학년도 4개 문항 5000자서 3100자로 줄였다가 2024년에 완전히 없앤다. 교사추천서는 2022학년도부터 폐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21학년도부터는 기재 금지사항 검증을 강화한다.


20202021학년도(현재 고등학교 23학년) 입시에는 모든 교내 수상경력을 기재할 수 있는 반면 20222023학년도(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1학년) 입시에는 학기당 1(3년간 6)만 반영된다. 2024학년도 입시에는 수상경력이 반영되지 않는다.

독서활동도 사라진다. 독서활동은 이미 2017학년도에 한 차례 손질을 거쳤다. 2017학년도 이전 독서활동은 책 제목과 저자, 책을 통해 학생이 느낀 점과 배운 점까지 기재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후 책 제목과 저자만 쓰도록 간소화됐다. 교육부는 2023학년도 입시까지 이 방식을 유지하다가 2024학년도 입시 때 없애기로 했다.

문 정시 확대 언급에 교육부 부랴부랴
2023학년도부터 정시 40% 이상 확대돼

교육부의 발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지난 91일 이후 89, 1022일 국회 시정연설서 정시 확대를 언급한 지 38일 만에 나온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이 8월 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후보자로 지명했을 때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입시비리 의혹이 학종 불신, 정시 확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교육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학종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모임 대표는 정부는 학종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삭제의 방식을 사용해왔다. 그 결과 학종은 교사가 적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항목만 남았다. 명목만 남은 셈이다. 존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수학능력시험 중인 수험생들 ⓒ사진공동취재단

학종의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충인 입학사정관협회 회장은 ···, 창의적 체험활동과 자기소개서 등 학종의 핵심사항이 전부 없어졌다. 이는 정말 무식한 처사라며 정시는 하나의 답, 즉 정답을 찾는 것이고 학종은 다양성 평가를 통해 해답을 찾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하나의 답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경우가 없다.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선 교사들이나 교육단체 등 교육계에선 우려 목소리가 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달 6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10년 전으로 퇴행시키는 동시에 교실 붕괴를 예상케 하는 반교육적인 공교육 포기 선언이라며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버리고 수능 문제집을 풀이하는 학교는 정상이라 할 수 없다고 정시 확대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4일에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김승환 전북도교육감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경제학자 우석훈씨 등 각계 인사와 교사, 학부모 등 1503명이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이들은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는 미래교육 관점서 매우 부적절하다”며 정시 확대 방침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답 찾기
다양성 평가

반면 국민 여론은 줄곧 정시 확대 쪽으로 쏠렸다. CBS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025일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입 전형에서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비율이 63.3%로 나타났다. 모든 지역, 연령, 이념성향, 정당 지지층에서 정시 확대 요구가 거셌다. ‘정시 확대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22.3%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30(72.7%), 40(70.8%)70% 이상이 찬성을 표했고, 50(66.9%), 20(62.8%), 60세 이상(49.4%) 순으로 나타났다. 중도층, 진보층, 보수층 등 이념 성향에 상관없이 60% 이상이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해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가 시민참여단 49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서도 정시 확대안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수능 전형(정시)45% 이상으로 확대하는 1안과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2안이 각각 1, 2위를 차지한 것. 또 조사결과 분석을 통해 시민참여단이 적절하다고 본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은 39.6%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공론화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2학년 입시서 각 대학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의 입시비리 의혹이 불거졌지만 교육부는 더 이상의 정시 확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학종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정시 확대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자 결국 문 대통령이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2007년 노무현정부서 입학사정관제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됐을 당시만 해도 학종은 많은 기대를 받았다. 시험이 아니라 창의성과 잠재력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의 진로가 결정됐기에 학부모는 물론 대학과 교사도 이 제도를 반겼다. 이전 정부의 정책은 다음 정부서 사라지게 마련이지만 학종은 계승됐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현재, 학종은 도입 초기 받았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다. 입시제도가 거듭 바뀌는 동안 학종은 매번 손질의 대상이 됐다. 학종의 역사를 가리켜 금지의 역사라고 할 만큼 칼질을 당한 것. 노무현정부부터 문재인정부에 이르기까지 학종은 살아 남았지만 이제는 폐지와 개선의 기로에 섰다.

폐지를 주장하는 쪽이나 개선을 주장하는 쪽 모두 학종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종배 대표는 취지만 따지면 학종은 좋은 제도다. 이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전제로 놓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 적성을 찾아가는 방식인데 그보다 좋은 입시제도가 어디 있겠나라고 전했다.

여론은 수능
교육계 반발

박경식 미래정책연구원 원장은 고등학교 성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인재를 두루 뽑아 입학 후 학업수행과 미래의 인재를 선발·양성하고자 하는 학종의 목적은 좋다. 또 바람직한 인재를 선발하고자 하는 학종의 원래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박 원장은 목적은 좋지만 현실이 이를 순수하게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 자녀를 둔 대치동의 한 학부모 A씨는 학종을 없애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A씨는 학종은 엄마가 관리해줄 수 없는 학생은 도전조차 해볼 수 없는 제도다. 학종으로 대학을, 그것도 명문대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엄마가 입학 첫날부터 생활기록부 마감날까지 함께 학생처럼 생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학종은 입학 당시 원대한 꿈을 가졌던 학생들이 하나씩 삐끗할 때마다 그 꿈을 버려야 하는 정책이다. 의사를 꿈꿨던 학생은 중간고사를 망치면 의대에 못 간다. 공대에 가려던 학생은 수행평가서 한 번 실수하면 그걸로 끝이다. 학생들은 마지막에 남은 기록에 맞춰 대학을 선택한다고 지적했다.

조국 논란이 과연 조국만의 일일까. 돈을 쓸 수 있는 엄마들은 돈을 쓰고, 시간이 있는 엄마들은 대신 봉사활동을 해준다. 그게 무슨 차이인가. 학부모종합전형이라는 말이 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종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기득권을 위한 제도는 계속 득세할 것이다. 아마 다음 정부가 들어오면 이름만 바꿔 운영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 국회 시정연설 중인 문재인 대통령 ⓒ국회사진취재단

강충인 회장 역시 학종은 입시제도의 궁극적인 길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수시 100%로 학생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제도 자체는 잘 만들었는데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부각되면서 제도 전체가 매도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의 논란에 대해 수시 시스템을 뒤틀어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학종 또 다시 도마에 올라
“정작 학생 위한 정책 없다”

이들이 입을 모아 학종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부분은 공교롭게도 교사였다. 일부 교사의 갑질이나 부족한 역량이 학종을 천덕꾸러기신세로 전락시켰다는 주장이다. A씨는 학종으로 인해 교권이 살아났다고 하는데, 정말 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교권이 아니라 평범한 학생을 상대로 한 갑질만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학교, 공교육은 이미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고도 덧붙였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은 상당한 수준이다. ··고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평가는 51.6%가 보통, 부정이 39% 수준이었다. 반면 긍정적인 답변은 9.5%에 그쳤다. 부정평가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늘어났다.

교사에 대한 신뢰도도 낮았다. 학부모 응답자 중 신뢰한다는 답변은 19.7%에 머물렀다. 보통은 49.8%였고 신뢰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30.5%. 평균점수로 환산하면 5점 만점에 2.85점 수준이다. 교사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신뢰도는 20123점을 넘겼지만 2013년 입학사정관제가 학종으로 전환된 이후 2.64점으로 떨어졌다.

강충인 회장은 교사의 질,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 과정서 생활기록부에 대한 교사의 권한을 지금보다 더 많이 부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부가 학종을 좌지우지할 게 아니라 교사들의 양심에 따라 학생들을 평가할 수 있도록 의무와 책임을 동시에 부과하는 게 필요하다. 사회적 인식과 교사에 대한 신뢰감 역시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종은 기득권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그보다 정보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의 무관심과 무책임이 현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이미 사회적으로 학종에 대한 믿음은 사라진 상태다. 궁극적으로는 국민이 믿어줘야 한다. 대학은 학종이 도입된 후 10여년 동안 학생들에 대한 많은 데이터를 쌓았다.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도입 10년
어디로 가나

학종에 대해 각기 어떤 입장을 보였든 입시제도에 학생들이 소외돼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이종배 대표는 교육에 애들이 없다. 교사와 대학, 정부의 입장은 많은데 정작 학생을 생각하는 목소리는 없다고 비판했다. 강충인 원장 역시 “80년 교육사에서 학생을 위한 정책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A씨는 정부에서는 소외계층을 위한다고 사회배려자 전형등을 만든다. 하지만 이 방법은 대학으로 가는 쪽문을 열어주는 것뿐이다. 사회배려자 전형 등으로 대학에 입학한 아이들은 취업 시장, 결국 마지막 링에서 무너진다. 경제적 차이에 상관없이 같은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잣대가 필요하다. 학종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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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