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탐사기획> ‘만들어지는’ 학종의 두 얼굴 ③풀어야 할 숙제

정시는 정답을? 학종은 해답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학생부종합전형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획일적인 입시제도를 다양화하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려는 학종의 취지에는 공감도가 높다. 하지만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돼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학종을 폐지하거나 운영 방식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요시사>는 학종의 도입과 현황, 문제점 그리고 대안을 살펴봤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23학년도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 비율이 40%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비롯해 서울 소재 16개 대학을 대상으로 정시 확대를 권고하기로 했다. 건국대·경희대·광운대·동국대·서강대·서울시립대·서울여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등이 그 대상이다.

수능 위주
비율 높아져

지난달 28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대한 손질 내용도 발표했다. 비교과 영역과 자기소개서는 2024년 완전히 폐지된다. 그 전까지 단계적 축소작업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학종의 비교과 영역과 자기소개서는 부모의 영향력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자율활동·동아리·봉사·진로활동 등 이른바 ···이 도마에 올랐다. 교육부는 자율활동을 제외한 나머지 활동을 현재 중학교 2학년부터 대입서 축소 반영하기로 했다.

자기소개서는 기재 금지사항의 검증을 강화하고 문항과 글자수는 20222023학년도 4개 문항 5000자서 3100자로 줄였다가 2024년에 완전히 없앤다. 교사추천서는 2022학년도부터 폐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21학년도부터는 기재 금지사항 검증을 강화한다.


20202021학년도(현재 고등학교 23학년) 입시에는 모든 교내 수상경력을 기재할 수 있는 반면 20222023학년도(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1학년) 입시에는 학기당 1(3년간 6)만 반영된다. 2024학년도 입시에는 수상경력이 반영되지 않는다.

독서활동도 사라진다. 독서활동은 이미 2017학년도에 한 차례 손질을 거쳤다. 2017학년도 이전 독서활동은 책 제목과 저자, 책을 통해 학생이 느낀 점과 배운 점까지 기재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후 책 제목과 저자만 쓰도록 간소화됐다. 교육부는 2023학년도 입시까지 이 방식을 유지하다가 2024학년도 입시 때 없애기로 했다.

문 정시 확대 언급에 교육부 부랴부랴
2023학년도부터 정시 40% 이상 확대돼

교육부의 발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지난 91일 이후 89, 1022일 국회 시정연설서 정시 확대를 언급한 지 38일 만에 나온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이 8월 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후보자로 지명했을 때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입시비리 의혹이 학종 불신, 정시 확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교육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학종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모임 대표는 정부는 학종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삭제의 방식을 사용해왔다. 그 결과 학종은 교사가 적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항목만 남았다. 명목만 남은 셈이다. 존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수학능력시험 중인 수험생들 ⓒ사진공동취재단

학종의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충인 입학사정관협회 회장은 ···, 창의적 체험활동과 자기소개서 등 학종의 핵심사항이 전부 없어졌다. 이는 정말 무식한 처사라며 정시는 하나의 답, 즉 정답을 찾는 것이고 학종은 다양성 평가를 통해 해답을 찾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하나의 답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경우가 없다.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선 교사들이나 교육단체 등 교육계에선 우려 목소리가 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달 6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10년 전으로 퇴행시키는 동시에 교실 붕괴를 예상케 하는 반교육적인 공교육 포기 선언이라며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버리고 수능 문제집을 풀이하는 학교는 정상이라 할 수 없다고 정시 확대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4일에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김승환 전북도교육감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경제학자 우석훈씨 등 각계 인사와 교사, 학부모 등 1503명이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이들은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는 미래교육 관점서 매우 부적절하다”며 정시 확대 방침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답 찾기
다양성 평가

반면 국민 여론은 줄곧 정시 확대 쪽으로 쏠렸다. CBS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025일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입 전형에서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비율이 63.3%로 나타났다. 모든 지역, 연령, 이념성향, 정당 지지층에서 정시 확대 요구가 거셌다. ‘정시 확대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22.3%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30(72.7%), 40(70.8%)70% 이상이 찬성을 표했고, 50(66.9%), 20(62.8%), 60세 이상(49.4%) 순으로 나타났다. 중도층, 진보층, 보수층 등 이념 성향에 상관없이 60% 이상이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해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가 시민참여단 49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서도 정시 확대안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수능 전형(정시)45% 이상으로 확대하는 1안과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2안이 각각 1, 2위를 차지한 것. 또 조사결과 분석을 통해 시민참여단이 적절하다고 본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은 39.6%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공론화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2학년 입시서 각 대학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의 입시비리 의혹이 불거졌지만 교육부는 더 이상의 정시 확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학종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정시 확대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자 결국 문 대통령이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2007년 노무현정부서 입학사정관제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됐을 당시만 해도 학종은 많은 기대를 받았다. 시험이 아니라 창의성과 잠재력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의 진로가 결정됐기에 학부모는 물론 대학과 교사도 이 제도를 반겼다. 이전 정부의 정책은 다음 정부서 사라지게 마련이지만 학종은 계승됐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현재, 학종은 도입 초기 받았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다. 입시제도가 거듭 바뀌는 동안 학종은 매번 손질의 대상이 됐다. 학종의 역사를 가리켜 금지의 역사라고 할 만큼 칼질을 당한 것. 노무현정부부터 문재인정부에 이르기까지 학종은 살아 남았지만 이제는 폐지와 개선의 기로에 섰다.

폐지를 주장하는 쪽이나 개선을 주장하는 쪽 모두 학종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종배 대표는 취지만 따지면 학종은 좋은 제도다. 이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전제로 놓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 적성을 찾아가는 방식인데 그보다 좋은 입시제도가 어디 있겠나라고 전했다.

여론은 수능
교육계 반발

박경식 미래정책연구원 원장은 고등학교 성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인재를 두루 뽑아 입학 후 학업수행과 미래의 인재를 선발·양성하고자 하는 학종의 목적은 좋다. 또 바람직한 인재를 선발하고자 하는 학종의 원래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박 원장은 목적은 좋지만 현실이 이를 순수하게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 자녀를 둔 대치동의 한 학부모 A씨는 학종을 없애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A씨는 학종은 엄마가 관리해줄 수 없는 학생은 도전조차 해볼 수 없는 제도다. 학종으로 대학을, 그것도 명문대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엄마가 입학 첫날부터 생활기록부 마감날까지 함께 학생처럼 생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학종은 입학 당시 원대한 꿈을 가졌던 학생들이 하나씩 삐끗할 때마다 그 꿈을 버려야 하는 정책이다. 의사를 꿈꿨던 학생은 중간고사를 망치면 의대에 못 간다. 공대에 가려던 학생은 수행평가서 한 번 실수하면 그걸로 끝이다. 학생들은 마지막에 남은 기록에 맞춰 대학을 선택한다고 지적했다.

조국 논란이 과연 조국만의 일일까. 돈을 쓸 수 있는 엄마들은 돈을 쓰고, 시간이 있는 엄마들은 대신 봉사활동을 해준다. 그게 무슨 차이인가. 학부모종합전형이라는 말이 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종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기득권을 위한 제도는 계속 득세할 것이다. 아마 다음 정부가 들어오면 이름만 바꿔 운영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 국회 시정연설 중인 문재인 대통령 ⓒ국회사진취재단

강충인 회장 역시 학종은 입시제도의 궁극적인 길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수시 100%로 학생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제도 자체는 잘 만들었는데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부각되면서 제도 전체가 매도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의 논란에 대해 수시 시스템을 뒤틀어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학종 또 다시 도마에 올라
“정작 학생 위한 정책 없다”

이들이 입을 모아 학종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부분은 공교롭게도 교사였다. 일부 교사의 갑질이나 부족한 역량이 학종을 천덕꾸러기신세로 전락시켰다는 주장이다. A씨는 학종으로 인해 교권이 살아났다고 하는데, 정말 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교권이 아니라 평범한 학생을 상대로 한 갑질만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학교, 공교육은 이미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고도 덧붙였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은 상당한 수준이다. ··고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평가는 51.6%가 보통, 부정이 39% 수준이었다. 반면 긍정적인 답변은 9.5%에 그쳤다. 부정평가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늘어났다.

교사에 대한 신뢰도도 낮았다. 학부모 응답자 중 신뢰한다는 답변은 19.7%에 머물렀다. 보통은 49.8%였고 신뢰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30.5%. 평균점수로 환산하면 5점 만점에 2.85점 수준이다. 교사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신뢰도는 20123점을 넘겼지만 2013년 입학사정관제가 학종으로 전환된 이후 2.64점으로 떨어졌다.

강충인 회장은 교사의 질,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 과정서 생활기록부에 대한 교사의 권한을 지금보다 더 많이 부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부가 학종을 좌지우지할 게 아니라 교사들의 양심에 따라 학생들을 평가할 수 있도록 의무와 책임을 동시에 부과하는 게 필요하다. 사회적 인식과 교사에 대한 신뢰감 역시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종은 기득권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그보다 정보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의 무관심과 무책임이 현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이미 사회적으로 학종에 대한 믿음은 사라진 상태다. 궁극적으로는 국민이 믿어줘야 한다. 대학은 학종이 도입된 후 10여년 동안 학생들에 대한 많은 데이터를 쌓았다.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도입 10년
어디로 가나

학종에 대해 각기 어떤 입장을 보였든 입시제도에 학생들이 소외돼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이종배 대표는 교육에 애들이 없다. 교사와 대학, 정부의 입장은 많은데 정작 학생을 생각하는 목소리는 없다고 비판했다. 강충인 원장 역시 “80년 교육사에서 학생을 위한 정책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A씨는 정부에서는 소외계층을 위한다고 사회배려자 전형등을 만든다. 하지만 이 방법은 대학으로 가는 쪽문을 열어주는 것뿐이다. 사회배려자 전형 등으로 대학에 입학한 아이들은 취업 시장, 결국 마지막 링에서 무너진다. 경제적 차이에 상관없이 같은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잣대가 필요하다. 학종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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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