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함께 떠나는 여행 ②성남 신해철거리

한국 음악계를 호령한 '마왕'을 만나는 곳

▲ 신해철거리에 있는 그의 동상과 사진

전설적인 뮤지션을 기리고 관광 콘텐츠로 만들어 유명해진 도시가 있다. 멤피스는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를, 리버풀은 록그룹 비틀스를, 시애틀은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와 록그룹 너바나를 관광 콘텐츠로 개발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스톡홀름은 아바(ABBA)박물관에 관광객을 불러모은다. 우리나라도 대구의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성공 사례로 꼽힌다. 김광석을 테마로 그린 벽화가 있고, 다양한 관련 행사가 열린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신해철 작업실 주변으로 ‘신해철거리’가 조성됐다.

  ▲ 성남시 분당에 있는 신해철거리 입구

‘마왕’이라 불리며 수많은 명곡을 쏟아낸 신해철은 지난 2014년 10월27일, 장협착 수술을 받은 지 며칠 만에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하늘의 별이 되고 말았다. 신해철거리는 성남시와 팬들이 그를 추억할 수 있는 흔적과 마음을 모아 만든 곳. 마이크를 잡고 앉은 신해철 동상을 중심으로 160m 정도 이어진다.

▲ 각계각층 사람들이 생전의 신해철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글이 거리 바닥에 있다.

추모

거리 바닥에 생전의 그를 추모하는, 각계각층 사람들이 쓴 글이 눈에 띈다. ‘신해철, 그리운 이여. 무대 위에서 포효하는 당신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리운 마음 가슴에 담아두겠네. 음악으로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 있을 친구여…’(가수 인순이), ‘힘들었던 시절 형님의 노래 ‘날아라 병아리’를 들으며 위로받던 때가 있었습니다. 언젠가 날아오를 그날을 꿈꾸던 내게 친구가 되어준 그 노래… 내 마음속 영원한 마왕’(방송인 유재석).

▲ 신해철이 쓴 노랫말을 새긴 나무 푯말

신해철이 쓴 노랫말도 나무 푯말에 새겨졌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회 없노라고’(‘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중에서),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민물장어의 꿈’ 중에서).

▲ 생전에 신해철이 발표한 앨범

신해철은 1988년 12월 열린 대학가요제에 밴드 무한궤도의 보컬로 참가해 ‘그대에게’라는 노래로 대상을 받았다. 1990년 솔로 가수로 나서며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재즈 카페’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등이 잇달아 히트했다. 이후 밴드 넥스트를 결성해 1992년 ‘인형의 기사’ ‘도시인’ 등을 발표하며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갔다.

▲ 라디오 프로그램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을 11년 넘게 진행하고 받은 감사패

그는 활발한 사회 참여와 독설로도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사람들이 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느냐고 물으면 신해철은 이렇게 대답했다. “남들이 똑같이 걷는 길에서 낙오하는 것에 대한 무서움보다 내가 진실로 원하는 나의 삶을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무서움이 훨씬 더 엄청나게 무서웠기 때문에 그냥 나의 방식을 택했다.”

그는 MBC-TV 〈100분 토론〉의 단골 토론자였고, 라디오 프로그램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을 진행하며 청춘들을 위로했다.

▲ ‘신해철스튜디오’에 들어서면 응접실 벽을 가득 채운 책이 눈에 띈다.

그가 노랫말을 쓰고 곡을 만든 ‘신해철스튜디오’에는 아직 그의 자취가 생생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응접실이 나온다. 벽을 가득 채운 서가에는 <앎의 의지> <도올 김용옥의 금강경 강해> <북조선 탄생>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워렌 버핏 평전>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 <짧은 여행의 기록> 등 인문, 사회, 문학, 경제, 역사, 종교를 망라한 책이 빼곡하다.

일본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 전집,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 프랭크 허버트의 <듄> 시리즈, 국내 판타지 만화가 강경옥의 <두 사람이다> 등도 눈에 띄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인 신해철의 취향과 엄청난 다독 습관을 짐작할 수 있다.

▲ 서재 옆 음악 감상실에서 그의 음악도 들을 수 있다.

서재 옆은 음악감상실이다. 한쪽 벽에 넥스트 콘서트 때 입은 의상이 걸려 있는데, 이 옷을 입고 열창하던 고인의 모습이 겹쳐진다. 1997년 EMI에서 발매된 넥스트의 라이브 앨범을 감상할 수 있다.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에서 조사한 ‘자장면 계란 회복 및 전 국민 운동’ 등 라디오와 관련된 원고도 가지런히 놓였다.

음악감상실을 이리저리 돌아보노라면 “자, 이제 녹음해야지”라며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설 것 같다.

성남시·팬이 추억하는 ‘신해철거리’
‘음악으로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있길…’

컴퓨터가 놓인 책상 옆에 일정표가 있다. 그의 마지막 스케줄은 2014년 10월30일 오후 4시 JTBC 〈속사정 쌀롱〉 녹화. 신해철은 이 일정을 끝내 소화하지 못했다. 녹화 사흘 전에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모니터 앞에는 그가 피우던 담배가 있는데, 밤새 담배를 피우며 음악을 만드는 그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 이곳에서 밤새 음악을 만드는 신해철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복도 게시판에는 그를 추모하는 팬들의 간절한 글귀가 빼곡하다. ‘오빠, 너무 늦게 왔네요. 마음속에 잊지 않고 새길게요, 위로해줘서 고마웠어요.’ ‘하늘에서는 꼭 행복하세요.’ ‘마왕 보고 싶다. ㅠ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그곳에서 즐겁고 신나게 있어요. 저도 그럴게요.’ 그를 기리고 추억하며 쓴 글을 보자니 어느새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 운치 있는 율동공원 산책로

‘신해철거리’에서 나와 가까운 곳으로 도심 여행을 떠나보자. 율동공원은 조선 전기 문신 한계희 선생을 기린 청주한씨문정공파묘역신도비(경기문화재자료 84호), 삼일운동기념탑이 있으며, 번지점프장으로 유명하다. 공원이 자리한 동네는 백제 시대부터 밤나무가 많아 율동이라 불렸다. 호수를 따라가는 공원 내 산책로가 운치 있다.

▲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라는 주제로 설계한 책테마파크

율동공원번지점프장 맞은편에 책테마파크가 있다. 아이들과 조용한 겨울을 만끽하기 좋은 곳이다. 진입로에 자리한 조형물이 세계 각국의 문자로 꾸며져 이채롭다. 2006년 개관 당시 ‘문자와 이야기, 신화, 종교, 철학, 과학, 예술, 역사 등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라는 주제로 설계했다고 한다. 책 카페와 야외 공연장도 있어 미리 행사 일정을 알아보고 가면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12월22일까지 〈2019 성남의 얼굴전-집〉이 열리는 성남큐브미술관

성남아트센터는 실내 공연장 세 곳(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 앙상블시어터)과 야외 공연장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성남큐브미술관과 갤러리808에서 다양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오는 22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에서 〈2019 성남의 얼굴전-집〉이 열린다.

성남에 살거나 살았던 작가들의 경험과 기억, 생각을 통해 집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각자가 느끼는 집은 어떤 모습인지 살펴보는 전시다. 회화, 설치, 사진 등 다양한 작품이 볼만하다.

▲ 다양한 기획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

현대어린이책미술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있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국내 최초로 책을 주제로 꾸민 어린이 미술관이다. 국내외 그림책 6000여권이 있고,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다양한 기획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이들이 문학적 상상력과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신해철거리→율동공원→책테마파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신해철거리→율동공원→책테마파크

둘째 날: 성남큐브미술관→현대어린이책미술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성남시청 문화관광 www.seongnam.go.kr/city/1000486/30209/bbsList.do
- 책테마파크 www.snart.or.kr/web/cms/?MENUMST_ID=21541
- 성남큐브미술관 www.snab.or.kr/mainPage.do
- 현대어린이책미술관 www.hmoka.org/main/index.do
 

문의 전화
- 성남시청 관광과 031)729-2993
- 책테마파크 031)708-3588
- 성남큐브미술관 031)783-8000
- 현대어린이책미술관 031)5170-3700
 
대중교통 정보
버스: 9401번 광역버스 이용, 푸른마을 정류장 하차. 17번·33번·370번 일반버스 이용, 동국대한방병원·수내고교 정류장 하차.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판교 IC→판교·분당 방면→느티나무사거리→분당구청 방면→샛별삼거리→수내3동·분당서울대병원 방면→수내고등학교→발이봉로7번길 방면→신해철거리
 
식당 정보
- JS호텔 분당: 분당구 황새울로311번길, 1877-8006, www.jshotelbundang.com
- 메이트호텔 분당: 분당구 황새울로335번길, 1644-5501, www.matehotel-bundang.co.kr

- 호텔갤러리: 분당구 황새울로, 031)702-8200, www.galleryhotel.co.kr
 
식당 정보
- 초원의집(누룽지백숙): 수정구 수정로, 031)742-5449
- 분당유황오리진흙구이(오리구이): 분당구 새마을로, 031)701-5292
- 감미옥 분당점(설렁탕): 분당구 탄천로, 031)709-9448
 
주변 볼거리

모란민속5일장, 남한산성, 중앙공원, 탄천, 정자동카페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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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