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철강업계 수십억 돈세탁 사건 전말

대기업 낀 비자금 리베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철강업계서 수십억원의 사기사건이 발생해 이슈가 되고 있다. 피해자는 친형처럼 따르던 지인에게 수십억원의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 회사의 대표에게 속아 철강재 구매대행을 시작하게 된 피해자. 알고 보니 망하기 일보 직전의 회사였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시점에 피해액은 이미 수십억원을 넘어섰다. 돌이킬 수 없는 배를 탄 두 사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텅 빈S사 자재창고

제보자 A씨는 철강재 수출입을 하는 작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A씨는 사업이 풀리지 않던 2016년 8월경 B씨를 만나게 된다. B씨는 A씨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S사의 수입 구매대행을 권유했다. 톤당 7000원의 수수료를 주고 150일 후 결제해주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서 B씨는 “월급쟁이보다 더 안정적으로 돈을 벌수 있다. 연매출 50억을 만들어주겠다”고 장담했다.

믿었건만…
수십억원 피해

이후 두 사람은 일 주일에 1~2회의 만남을 지속하며 서로간의 신뢰를 쌓았다. B씨를 믿게 된 A씨는 2017년 하반기에 본인의 집을 담보로 맡기고 구매대행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100톤가량의 소규모 구매대행으로 일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B씨는 A씨에게 “담보를 키워야 수익이 많이 난다”며 담보 증액을 요구했다. 이미 B씨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A씨는 은행에 증액 요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B씨는 본인과 친한 모 은행 지점장 출신 C씨를 소개했다. A씨는 C씨의 도움으로 가까운 친척의 집을 담보로 B씨와 X씨가 지정해준 은행을 통해 한도 증액 승인을 받아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일이다.

얼마 후 B씨는 A씨에게 “다른 회사서 돈을 떼일 수도 있으니 매출채권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보험가입을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A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된다. S사가 망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 S사는 지난해 12월31일 이미 지급불능상황이 돼있었다. B씨는 본인 회사의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A씨의 법인으로 지난 4월 13억8000만원어치의 철강재를 중국서 수입하게 했던 것이다.

B씨는 지난 5월과 8월 A씨의 담보를 이용해 구매했던 12억원가량의 일본산 철근의 구매대금도 지불하지 않았다. A씨는 이 수입대금에 대한 결제금조차 받지 못해 은행에 담보로 넣은 자신의 집과 친척 소유의 집이 넘어갈 상황에 몰렸다. 

연매출 50억 장담했지만…뒤에선 파산 준비
수십억 피해자 속출 “외국 기업도 당했다”

B씨는 A씨와의 친분을 빌미로 개인적으로 돈을 빌리기도 했다. 지난해 7월, 8월 ‘한 달 후 상환’을 조건으로 각 1억원, 1억4000만원을 빌리고 그것마저 돌려주지 않았다. 이렇게 최 대표가 편취한 금액은 총 28억원 이상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S사 직원 C씨와의 대화를 통해 밝혀졌다. C씨는 “S사가 지난해 6월부터 법정관리를 들어가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 4, 5곳에서 수많은 자문과 상담을 해왔다”고 말했다. 또 “S사는 지난해 5월 이미 T사에 38억원을 지급불능의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고 지난 9월, 10월에는 외국회사 2곳에 법정관리를 빌미로 15억원가량의 지급을 거절 통보했다”고 말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A씨에 따르면 두 외국회사의 경우 보험에 들어 있어 실제 피해는 크지 않았다. 타국의 회사, 그리고 이미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회사와 더 이상 엮여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외국회사는 이 일에서 손을 뗐다. A씨는 “B씨가 나에게 보험을 권유한 것도 외국 회사와 같은 방식으로 보험금이라도 타게 해서 입막음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S사는 지난 11월28일 법정관리 회생을 신청해 최종적으로 포괄적 금지명령이 서울회생법원에 의해 내려진 상태다. A씨는 “B씨는 실질적으로 파산을 원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회생을 시도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생 몰아주기?
발견되는 정황

A씨는 이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A씨가 확인한 결과 2017년 12월부터 S사는 자체 재고(5000톤 이상)를 모두 동생 소유인 L사에 마이너스 마진으로 판매해왔고, L사는 이 재고를 팔아 수익을 극대화시키고 있었다. 즉 L사가 돈을 벌게 만들고 S사는 고의로 매출을 줄여 부도를 내려고 했던 것이다.

이때 1만톤 이상의 T사 재고를 빼돌려 시장에 팔고 T사에는 재고를 분실했다고 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여럿 있다. L사의 등기상 본점 소재지는 S사와 같은 영등포였다. 이후 2017년 10월 S사의 천안창고로 주소지를 이전하게 된다. 즉 L사는 S사의 창고역할을 했던 것. A씨가 확인한 결과 L사에는 직원이 없었고 S사의 직원들이 일을 도맡아 했다.

L사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대표는 동생 D, 그리고 S사의 차장이 등기임원으로 돼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대기업 D그룹과 S사와의 관계다. B씨는 D그룹의 E 과장을 통해 올해 초부터 S사의 철강재를 모두 D그룹에 일시 매도했다. 물론 이 물품은 A씨의 명의로 구매한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이 과정서 S사는 A씨에게 물건을 넘겨받기 전,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자신들의 물건으로 속여 D그룹에 판매했다. 그에 대한 증거로 A씨가 물건을 넘겨주고 서류를 작성한 날짜가 11월1일, S사와 D그룹이 작성한 서류는 10월1일로 돼있다. 

D그룹은 이 물량을 다시 동생의 L사에 90일 안에 판매하기로 하는 ‘바이백 계약’(L사가 실 수요가들에게 선입금을 받아 D그룹에 필요한 만큼의 물량에 대해 원가를 들이지 않고 재구매해 판매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이 두 형제의 돈세탁을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D그룹과 유착
감사 진행 중

심지어 이 계약서 D그룹은 시장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S사서 철근을 구매했고 L사에는 톤당 62만원으로 90일 동안의 고이자를 붙여서 되팔기로 돼있었기 때문에 D그룹으로서는 잃을 것이 하나도 없는 계약이었다. (현재 철근 시장가는 수입산의 경우 톤당 50만원이다.)

A씨가 이런 주장하는 이유는 또 있다. D그룹이 두 형제의 회사가 같은 회사임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D그룹과 최 대표를 이어줬던 E 과장은 S사에 대해 30억원 이상의 채권을 가지고 있던 회사서 S사 담당으로 근무하다가 지난해 5월 D그룹으로 이직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S사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렇게 S사는 33억원 이상을 D그룹으로부터 입금 받고 A씨에게 줘야 하는 돈조차 주지 않았다. 그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미궁에 쌓여있다. 

A씨는 “철강업계에 종사하는 그 누구도 현재 시황서 철근을 톤당 62만원, 그리고 고 이율까지 붙여 판매하는 계약이 불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대기업이 이런 식으로 부정하고 부당한 거래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D그룹 감사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해당 사안으로 감사가 진행 중이고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D그룹은 바이백 계약을 체결한 물건에 대해서는 거래를 중지시켜 놓은 상태다. D그룹 E 과장이 S사의 법정관리 직전에 전체 철강재를 일시에 사주고 범죄은닉 자금 35억원 이상을 만들어주는 이 부당하고 기이한 거래의 대가로 금전 8000여만원을 개인적으로 B씨로부터 받은 정황도 있다.

D그룹과 결탁해 세탁 의혹 “감사 진행 중”
‘배째라’ 대응에 전전긍긍…청원 올리기도

A씨가 이 모든 사기행각을 알아챈 것은 지난달 11일이다. B씨는 A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지난달 8일 점심식사 자리서 은행 결제일 11월26일 이후인 11월29일에 골프를 치러가자며 예약을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서 백 대표는 11월 26일에 이상 없이 결제가 될 것으로 믿을 수 밖에 없었다. 

현재 B씨는 본인은 가지고 있는 재산도 없으니 법대로 하라고 큰소리를 치는 상황이다. B씨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은 그의 막내 동생 소유로 돼있었다. B씨가 법정관리신청을 한 11월28일까지도 본인의 급여는 연봉 2억5000만원, 월 급여 1800만원이 책정돼있었다고 한다.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미 B씨와의 거래를 통해 피해를 본 회사가 있었다. 이 회사는 30억원 이상의 채권이 발생했고, B씨와 처음 거래를 시작할 때 팀장으로 있던 한 임원은 회사의 압박과 그에 따른 죄책감, 우울증으로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이 모든 사실을 아는 B씨가 이전과 다름없이 매주 만나 웃으며 술을 함께 마시고 담보증액을 종용하고 은행까지 알선해가며 지옥으로 밀어 넣었다는 사실이 정말 소름끼친다”고 말했다. 

B씨는 A씨와 가깝게 지내던 내수시장을 잘 아는 사람마저 일부러 멀어지게 했다. A씨에게 험담을 늘어놓으며 자연스럽게 멀어지게끔 A씨의 눈과 귀를 모두 막았다. 이런 상황서 A씨에게 B씨는 하나의 종교처럼 마음으로 의지하는 대상이 됐고, A씨는 B씨가 이런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A씨는 “평생 아플 수밖에 없는 자식 이야기를 꺼내며 위로해주고 도와주겠다는 말에 속았던 내 자신이 한없이 한심하고 미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믿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A씨의 청원은 현재 1698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A씨는 “철강업계에 이런 사악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제보를 결정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분들과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고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씨가 변호사를 통해 전해온 답변

▲2018년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위한 상담과 지급불능상황임에도 2019년 A씨에게 철강재 수입을 요청한 사실이 있습니까?
= 2018년 7월 업황 및 고정비 문제로 선제적 차원서 대륙아주서 기업회생 관련 상담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기업회생에 들어갔을 경우 기존 거래처와의 거래관계 유지를 고려해 자구노력을 좀 더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 아래 따로 진행은 하지 않았습니다. 또 2017년도 A씨의 회사에 대해 철강재 대행 당시에는 지급불능상황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철강제 대행 역시 A씨 측에서 먼저 제의한 것입니다.

▲2019년 4월, 5월 A씨에게 수차례 수입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까?
= 2019년 3월부터 12월 현재까지 총 21억5413만2580원의 외상매입금을 지급해왔고, 현재 나머지 잔존 상거래채권은 14억2335만5686원입니다. 그 중 7억9000만원은 A씨 업체서 별도의 매출채권보험에 가입돼있음을 감안할 때(해당 매출채권의 보험료도 당사가 지출했음), 실제 A씨의 피해 금액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이며, 또 A씨 요청에 따라 당사 보유 창고에 별도의 10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으므로 향후 창고가 원활히 매각되면 많은 부분 변제 가능하리라 사료됩니다.

▲2018년 ‘한달 후 상환’을 조건으로 1억원, 1억4000만원을 빌리고 돌려주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까?
= A씨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를 통해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이 있었는데 이자만 계속 나가자 당사에 요청해 일정 이자를 주고 대여를 받을 수 있겠냐고 문의했습니다. 당시 A씨는 연리 24%를 요청하기에 이를 거절했으나 최종 협의해 연리 12%의 이자로 정하고, 2019년 12월까지 지급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당사는 상환요청을 하려면 자금준비를 해야 하니 미리 한 달 전 정도에는 알려달라고 말한 것이 전부이며, A씨로부터 특별히 상환 요청을 받은 바도 없습니다. 

▲2018년 외국회사 2곳에 법정관리로 지급불능/거절 통보한 사실이 있습니까?
= 아닙니다. 외국회사 2곳에 지급불능을 통보한 것은 2019년 12월 3일 회생절차개시 전 보전처분이 내려진 이후입니다. 

▲A씨가 대행으로 수입한 철강재를 D 그룹에 매도하고 결제금액을 은닉한 사실이 있습니까?
= 없습니다. 회사의 은행 및 거래처 결제 자금과 운영자금으로 정상적으로 사용됐습니다. 

▲D 그룹서 D씨의 동생 회사로 바이백 계약을 체결해 재판매 한 사실이 있습니까?
= 예컨대 A업체가 물건을 보유하고 있지만, 당장 현금화가 필요하고, B업체는 해당 물건이 필요하지만, 그 물건을 당장은 일시에 구매할 정도로 충분한 현금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자금력이 되는 C업체는 B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시적으로 A업체로부터 위 물건을 매수한 뒤 추후 B업체가 대금을 마련하는 경우 이를 B업체에게 매각하는 일종의 구매대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이에 따라 C업체는 B업체로부터 계약이행보증금 및 추후 이자와 수수료를 징수합니다) 따라서, 이는 실질적으로는 C업체가 B업체에게 일종의 금융을 제공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위와 같은 구매대행계약은 철강업계서 많이 존재하며, D 그룹과의 계약 역시 위와 같은 형태입니다. 따라서, 당사 대표의 동생이 운영하는 별도 법인(위의 예에서 B업체)서 D 그룹과 위와 같은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법정관리신청을 한 11월28일까지도 연봉 2억5000만원으로 책정, 월급여 1800만원을 수령한 사실이 있습니까?
= 2019년 11월 전에는 그와 같이 보수가 책정돼있었으나 11월 이후 및 회생절차 개시 신청 이후에는 무급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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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