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철강업계 수십억 돈세탁 사건 전말

대기업 낀 비자금 리베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철강업계서 수십억원의 사기사건이 발생해 이슈가 되고 있다. 피해자는 친형처럼 따르던 지인에게 수십억원의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 회사의 대표에게 속아 철강재 구매대행을 시작하게 된 피해자. 알고 보니 망하기 일보 직전의 회사였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시점에 피해액은 이미 수십억원을 넘어섰다. 돌이킬 수 없는 배를 탄 두 사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텅 빈S사 자재창고

제보자 A씨는 철강재 수출입을 하는 작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A씨는 사업이 풀리지 않던 2016년 8월경 B씨를 만나게 된다. B씨는 A씨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S사의 수입 구매대행을 권유했다. 톤당 7000원의 수수료를 주고 150일 후 결제해주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서 B씨는 “월급쟁이보다 더 안정적으로 돈을 벌수 있다. 연매출 50억을 만들어주겠다”고 장담했다.

믿었건만…
수십억원 피해

이후 두 사람은 일 주일에 1~2회의 만남을 지속하며 서로간의 신뢰를 쌓았다. B씨를 믿게 된 A씨는 2017년 하반기에 본인의 집을 담보로 맡기고 구매대행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100톤가량의 소규모 구매대행으로 일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B씨는 A씨에게 “담보를 키워야 수익이 많이 난다”며 담보 증액을 요구했다. 이미 B씨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A씨는 은행에 증액 요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B씨는 본인과 친한 모 은행 지점장 출신 C씨를 소개했다. A씨는 C씨의 도움으로 가까운 친척의 집을 담보로 B씨와 X씨가 지정해준 은행을 통해 한도 증액 승인을 받아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일이다.

얼마 후 B씨는 A씨에게 “다른 회사서 돈을 떼일 수도 있으니 매출채권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보험가입을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A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된다. S사가 망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 S사는 지난해 12월31일 이미 지급불능상황이 돼있었다. B씨는 본인 회사의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A씨의 법인으로 지난 4월 13억8000만원어치의 철강재를 중국서 수입하게 했던 것이다.

B씨는 지난 5월과 8월 A씨의 담보를 이용해 구매했던 12억원가량의 일본산 철근의 구매대금도 지불하지 않았다. A씨는 이 수입대금에 대한 결제금조차 받지 못해 은행에 담보로 넣은 자신의 집과 친척 소유의 집이 넘어갈 상황에 몰렸다. 

연매출 50억 장담했지만…뒤에선 파산 준비
수십억 피해자 속출 “외국 기업도 당했다”

B씨는 A씨와의 친분을 빌미로 개인적으로 돈을 빌리기도 했다. 지난해 7월, 8월 ‘한 달 후 상환’을 조건으로 각 1억원, 1억4000만원을 빌리고 그것마저 돌려주지 않았다. 이렇게 최 대표가 편취한 금액은 총 28억원 이상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S사 직원 C씨와의 대화를 통해 밝혀졌다. C씨는 “S사가 지난해 6월부터 법정관리를 들어가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 4, 5곳에서 수많은 자문과 상담을 해왔다”고 말했다. 또 “S사는 지난해 5월 이미 T사에 38억원을 지급불능의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고 지난 9월, 10월에는 외국회사 2곳에 법정관리를 빌미로 15억원가량의 지급을 거절 통보했다”고 말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A씨에 따르면 두 외국회사의 경우 보험에 들어 있어 실제 피해는 크지 않았다. 타국의 회사, 그리고 이미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회사와 더 이상 엮여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외국회사는 이 일에서 손을 뗐다. A씨는 “B씨가 나에게 보험을 권유한 것도 외국 회사와 같은 방식으로 보험금이라도 타게 해서 입막음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S사는 지난 11월28일 법정관리 회생을 신청해 최종적으로 포괄적 금지명령이 서울회생법원에 의해 내려진 상태다. A씨는 “B씨는 실질적으로 파산을 원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회생을 시도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생 몰아주기?
발견되는 정황

A씨는 이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A씨가 확인한 결과 2017년 12월부터 S사는 자체 재고(5000톤 이상)를 모두 동생 소유인 L사에 마이너스 마진으로 판매해왔고, L사는 이 재고를 팔아 수익을 극대화시키고 있었다. 즉 L사가 돈을 벌게 만들고 S사는 고의로 매출을 줄여 부도를 내려고 했던 것이다.

이때 1만톤 이상의 T사 재고를 빼돌려 시장에 팔고 T사에는 재고를 분실했다고 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여럿 있다. L사의 등기상 본점 소재지는 S사와 같은 영등포였다. 이후 2017년 10월 S사의 천안창고로 주소지를 이전하게 된다. 즉 L사는 S사의 창고역할을 했던 것. A씨가 확인한 결과 L사에는 직원이 없었고 S사의 직원들이 일을 도맡아 했다.

L사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대표는 동생 D, 그리고 S사의 차장이 등기임원으로 돼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대기업 D그룹과 S사와의 관계다. B씨는 D그룹의 E 과장을 통해 올해 초부터 S사의 철강재를 모두 D그룹에 일시 매도했다. 물론 이 물품은 A씨의 명의로 구매한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이 과정서 S사는 A씨에게 물건을 넘겨받기 전,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자신들의 물건으로 속여 D그룹에 판매했다. 그에 대한 증거로 A씨가 물건을 넘겨주고 서류를 작성한 날짜가 11월1일, S사와 D그룹이 작성한 서류는 10월1일로 돼있다. 

D그룹은 이 물량을 다시 동생의 L사에 90일 안에 판매하기로 하는 ‘바이백 계약’(L사가 실 수요가들에게 선입금을 받아 D그룹에 필요한 만큼의 물량에 대해 원가를 들이지 않고 재구매해 판매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이 두 형제의 돈세탁을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D그룹과 유착
감사 진행 중

심지어 이 계약서 D그룹은 시장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S사서 철근을 구매했고 L사에는 톤당 62만원으로 90일 동안의 고이자를 붙여서 되팔기로 돼있었기 때문에 D그룹으로서는 잃을 것이 하나도 없는 계약이었다. (현재 철근 시장가는 수입산의 경우 톤당 50만원이다.)

A씨가 이런 주장하는 이유는 또 있다. D그룹이 두 형제의 회사가 같은 회사임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D그룹과 최 대표를 이어줬던 E 과장은 S사에 대해 30억원 이상의 채권을 가지고 있던 회사서 S사 담당으로 근무하다가 지난해 5월 D그룹으로 이직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S사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렇게 S사는 33억원 이상을 D그룹으로부터 입금 받고 A씨에게 줘야 하는 돈조차 주지 않았다. 그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미궁에 쌓여있다. 

A씨는 “철강업계에 종사하는 그 누구도 현재 시황서 철근을 톤당 62만원, 그리고 고 이율까지 붙여 판매하는 계약이 불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대기업이 이런 식으로 부정하고 부당한 거래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D그룹 감사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해당 사안으로 감사가 진행 중이고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D그룹은 바이백 계약을 체결한 물건에 대해서는 거래를 중지시켜 놓은 상태다. D그룹 E 과장이 S사의 법정관리 직전에 전체 철강재를 일시에 사주고 범죄은닉 자금 35억원 이상을 만들어주는 이 부당하고 기이한 거래의 대가로 금전 8000여만원을 개인적으로 B씨로부터 받은 정황도 있다.

D그룹과 결탁해 세탁 의혹 “감사 진행 중”
‘배째라’ 대응에 전전긍긍…청원 올리기도

A씨가 이 모든 사기행각을 알아챈 것은 지난달 11일이다. B씨는 A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지난달 8일 점심식사 자리서 은행 결제일 11월26일 이후인 11월29일에 골프를 치러가자며 예약을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서 백 대표는 11월 26일에 이상 없이 결제가 될 것으로 믿을 수 밖에 없었다. 

현재 B씨는 본인은 가지고 있는 재산도 없으니 법대로 하라고 큰소리를 치는 상황이다. B씨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은 그의 막내 동생 소유로 돼있었다. B씨가 법정관리신청을 한 11월28일까지도 본인의 급여는 연봉 2억5000만원, 월 급여 1800만원이 책정돼있었다고 한다.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미 B씨와의 거래를 통해 피해를 본 회사가 있었다. 이 회사는 30억원 이상의 채권이 발생했고, B씨와 처음 거래를 시작할 때 팀장으로 있던 한 임원은 회사의 압박과 그에 따른 죄책감, 우울증으로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이 모든 사실을 아는 B씨가 이전과 다름없이 매주 만나 웃으며 술을 함께 마시고 담보증액을 종용하고 은행까지 알선해가며 지옥으로 밀어 넣었다는 사실이 정말 소름끼친다”고 말했다. 

B씨는 A씨와 가깝게 지내던 내수시장을 잘 아는 사람마저 일부러 멀어지게 했다. A씨에게 험담을 늘어놓으며 자연스럽게 멀어지게끔 A씨의 눈과 귀를 모두 막았다. 이런 상황서 A씨에게 B씨는 하나의 종교처럼 마음으로 의지하는 대상이 됐고, A씨는 B씨가 이런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A씨는 “평생 아플 수밖에 없는 자식 이야기를 꺼내며 위로해주고 도와주겠다는 말에 속았던 내 자신이 한없이 한심하고 미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믿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A씨의 청원은 현재 1698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A씨는 “철강업계에 이런 사악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제보를 결정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분들과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고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씨가 변호사를 통해 전해온 답변

▲2018년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위한 상담과 지급불능상황임에도 2019년 A씨에게 철강재 수입을 요청한 사실이 있습니까?
= 2018년 7월 업황 및 고정비 문제로 선제적 차원서 대륙아주서 기업회생 관련 상담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기업회생에 들어갔을 경우 기존 거래처와의 거래관계 유지를 고려해 자구노력을 좀 더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 아래 따로 진행은 하지 않았습니다. 또 2017년도 A씨의 회사에 대해 철강재 대행 당시에는 지급불능상황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철강제 대행 역시 A씨 측에서 먼저 제의한 것입니다.

▲2019년 4월, 5월 A씨에게 수차례 수입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까?
= 2019년 3월부터 12월 현재까지 총 21억5413만2580원의 외상매입금을 지급해왔고, 현재 나머지 잔존 상거래채권은 14억2335만5686원입니다. 그 중 7억9000만원은 A씨 업체서 별도의 매출채권보험에 가입돼있음을 감안할 때(해당 매출채권의 보험료도 당사가 지출했음), 실제 A씨의 피해 금액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이며, 또 A씨 요청에 따라 당사 보유 창고에 별도의 10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으므로 향후 창고가 원활히 매각되면 많은 부분 변제 가능하리라 사료됩니다.

▲2018년 ‘한달 후 상환’을 조건으로 1억원, 1억4000만원을 빌리고 돌려주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까?
= A씨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를 통해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이 있었는데 이자만 계속 나가자 당사에 요청해 일정 이자를 주고 대여를 받을 수 있겠냐고 문의했습니다. 당시 A씨는 연리 24%를 요청하기에 이를 거절했으나 최종 협의해 연리 12%의 이자로 정하고, 2019년 12월까지 지급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당사는 상환요청을 하려면 자금준비를 해야 하니 미리 한 달 전 정도에는 알려달라고 말한 것이 전부이며, A씨로부터 특별히 상환 요청을 받은 바도 없습니다. 

▲2018년 외국회사 2곳에 법정관리로 지급불능/거절 통보한 사실이 있습니까?
= 아닙니다. 외국회사 2곳에 지급불능을 통보한 것은 2019년 12월 3일 회생절차개시 전 보전처분이 내려진 이후입니다. 

▲A씨가 대행으로 수입한 철강재를 D 그룹에 매도하고 결제금액을 은닉한 사실이 있습니까?
= 없습니다. 회사의 은행 및 거래처 결제 자금과 운영자금으로 정상적으로 사용됐습니다. 

▲D 그룹서 D씨의 동생 회사로 바이백 계약을 체결해 재판매 한 사실이 있습니까?
= 예컨대 A업체가 물건을 보유하고 있지만, 당장 현금화가 필요하고, B업체는 해당 물건이 필요하지만, 그 물건을 당장은 일시에 구매할 정도로 충분한 현금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자금력이 되는 C업체는 B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시적으로 A업체로부터 위 물건을 매수한 뒤 추후 B업체가 대금을 마련하는 경우 이를 B업체에게 매각하는 일종의 구매대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이에 따라 C업체는 B업체로부터 계약이행보증금 및 추후 이자와 수수료를 징수합니다) 따라서, 이는 실질적으로는 C업체가 B업체에게 일종의 금융을 제공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위와 같은 구매대행계약은 철강업계서 많이 존재하며, D 그룹과의 계약 역시 위와 같은 형태입니다. 따라서, 당사 대표의 동생이 운영하는 별도 법인(위의 예에서 B업체)서 D 그룹과 위와 같은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법정관리신청을 한 11월28일까지도 연봉 2억5000만원으로 책정, 월급여 1800만원을 수령한 사실이 있습니까?
= 2019년 11월 전에는 그와 같이 보수가 책정돼있었으나 11월 이후 및 회생절차 개시 신청 이후에는 무급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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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