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커피 창업시장

900원이냐? 4000원이냐?

2019년 올해도 가장 많은 창업수요 업종 중 하나는 커피전문점이었다. 고가 커피는 ‘스타벅스’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중심상권뿐 아니라 지역상권 고가 커피전문점을 초토화시켰다. 중간 가격대 커피는 ‘이디야커피’가 선두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는 가운데 ‘커피베이’의 선전이 돋보였다. 저가 커피는 ‘메가MGC커피’‘더벤티’‘커피에반하다’‘빽다방’ 등이 매장을 크게 늘였다. 전체적으로 프랜차이즈 시장은 중간 가격대 커피와 저가 커피가 성장하고 고가 커피는 스타벅스에 밀려 주춤한 한 해였다. 
 

▲ 스마트띠아모 벤딩머신

여기에 최근 들어 무인카페 커피전문점과 ‘벤딩머신’창업이 증가하고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1500원 대로 좋은 커피 맛을 내는, 무인카페 창업이나 벤딩머신 설치 창업이 미래 커피 창업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저가 혼전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4000원 대인 고가 커피로는 스타벅스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토종 브랜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기업 브랜드의 출점을 규제하는 정부 규제의 역설로 스타벅스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는 이유로 규제를 받지 않고, 중심상권뿐 아니라 지역상권에도 속속 입점해 주변상권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고객의 편의성을 높여서 이제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대화하고 토론하고 공부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 브랜드들이 대기업으로서 골목상권 진출 규제를 받는 사이 스타벅스는 그 틈을 비집고 전국 상권을 장악해버린 것이다. 언제까지 이러한 현상을 지켜봐야 하는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급기야 그나마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선전하고 있던 ‘투썸플레이스’도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돼버렸는데, 더 이상 스타벅스와 경쟁이 어려웠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공차’ 역시 글로벌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3200원 하는 중간 가격대 커피전문점은 이디야커피가 선두 질주를 하고 있는 가운데, 커피베이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이 분야 1위 브랜드인 이디야커피는 올해에도 300여개 가맹점포를 늘리면서 3000호점을 돌파했다. 커피베이는 150여개 가맹점포를 출점하면서 600여개 점포로 이 분야 2위 자리를 굳혀가는 모양 세다. 이디야와 커피베이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암흑기였던 작년과 올해에도 가맹점포를 크게 확장했는데, 커피전문점이 이미 포화라는 시장의 평가를 무색케 할 정도다. 
 


특히 커피베이의 성장은 향후 커피시장의 판도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이 진단이다. 커피베이의 성장 원인을 일부에서는 선두 브랜드인 이디야커피가 수도권에서는 더 이상 입점할 장소를 찾기가 어려워 커피베이가 어부지리로 창업 수요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디야커피는 수도권에서는 웬만한 지역은 가맹점이 들어가 있어서 더 이상 입점할 점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올해 이디야커피의 출점도 지방에서 많이 일어났다. 하지만 커피베이는 10년간 수많은 커피전문점 브랜드의 부침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해온 나름대로의 경쟁력이 있다. 외부 환경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해온 것이다.

커피베이는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중간 가격대 포지션닝을 취하고 있는데, 최고 품질의 아라비카 생두 5종(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 에티오피아, 온두라스)을 엄선해 전문 로스터의 손을 거쳐 각 가맹점에 공급된다. 또한 100% 아라비카 원두 고유의 맛과 향을 유지하기 위해 태우지 않는 미디엄 로스팅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부드럽고 고소한 커피 맛이 특징인데, 고객들로부터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커피원두의 품질관리를 위해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로스팅 공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품질관리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의 니즈와 고객 클레임 및 컴플레인을 즉각 해결하고 있다.

신 메뉴 개발은 커피베이의 가장 큰 경쟁력 요소다. 커피 및 음료, 빙수 외에 디저트 메뉴도 샌드위치, 베이글, 베이커리, 토스터, 아이스크림 등 신 메뉴를 다양하게 출시한다. 이로써 커피베이는 경쟁 브랜드에 비해 디저트 메뉴 매출이 훨씬 높은 것이 장점이다. 향후 커피전문점은 커피 및 음료와 다양한 디저트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분위기 있는 공간이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거기에 초점을 맞춰 혁신하면서 점포 콘셉트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이에 걸맞게 품격 있는 인테리어로도 여타 브랜드와 차별화했다. 

이 밖에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을 2800원에 유지하면서 싱글오리진커피를 판매함으로써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로는 ‘셀렉토커피’가 있는데, 매년 점포가 증가하면서 250여개 점포가 돼 향후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커피전문점 창업 동향 중 하나는 강력한 가성비 트렌드에 의해 저가 커피가 득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1500원 내외 하는 저가 커피는 커피에반하다가 800여개, 메가MGC커피가 600여개, 더벤티가 350여개 점포가 있다. 이들은 최근 매월 20개 내외 가맹점이 개설되고 있을 정도로 창업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메가MGC커피의 성장세가 눈에 돋보인다. 
 

커피에반하다는 로열티, 가맹비, 보증금, 인테리어 리뉴얼이 없는 4無 정책과 매장별 영업시간 조정, 개별 매장의 자유 메뉴 허용, 오픈 시 무상 교육지원 등의 3有 정책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메가MGC커피는 지난해에만 가맹점이 200여개 늘어났고 올해도 꾸준히 점포가 증가하고 있다. 독특한 브랜드 컬러와 뛰어난 메뉴 개발력에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창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스팀 로스팅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는 ‘흑설탕 버블티’ 출시로 더욱 인기를 끌면서 창업 수요자들을 견인하고 있다. 

초저가 커피 역시 창업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저가 커피의 대명사였던 아메리카노 한 잔에 1500원 하는 커피가 이제는 1000원, 900원 커피로 이동하고 있다. 편의점 커피뿐 아니라 로드숍 점포에서도 900원 커피가 등장 인기를 끌고 있다. ‘커피온리’‘매머드익스프레스’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인데 이들은 키오스크 설치 등 무인화로 운영비용을 줄이고, 원두의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 원가를 줄이는 방법으로 저가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고가 커피 ‘스타벅스’ 독주
중간 가격 ‘이디야’가 선두

커피 머신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1500원 대인 무인카페와 벤딩머신 설치 창업이 증가하고 있다. 자판기 커피는 믹스커피, 블랙커피, 1000원 아메리카노에 이어, 최근에는 1500원 하는 아메리카노 커피 자판기까지 점점 더 성능이 좋아지고 있다. 주로 해외에서 수입하는 벤딩머신은 중심가에 입점하면서 고객을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터치커피’는 벌써 50여개 점포로 확장했고, ‘바리스타마르코’는 벤딩머신을 200여군데에 설치했다. 카페띠아모에서 론칭한 ‘스마트띠아모’ 역시 론칭하자마자 많은 창업자들의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는 중이다.

창업전문가들은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무인카페 및 벤딩머신 고급 자판기가 퍼져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왜냐면 1500원 하는 커피전문점이 인건비 상승의 부담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따라서 장기적으로 무인카페나 벤딩머신 커피가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무인카페는 문을 열고 닫는 것을 원격 자동으로 할 수 있고, 지역에 따라서는 24시간 영업도 가능해 다점포 창업자들의 새로운 업종으로 부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판도는?

이 업종은 병원이나 대형 건물의 벤딩머신 자판기로 설치하거나 밤늦게까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자투리 점포로 시작해도 충분히 해볼만 하다. 전통시장도 좋은 입지다. 다만 기계는 무엇보다 AS가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본사가 그러한 능력이 있는지 사전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하고, 무인카페로 창업할 경우 단순히 자판기계만 설치한다는 것보다 인테리어 디자인 및 음악 등 카페 요소를 지니고 있는지도 중요한 성공 포인트다. 커피 및 음료 외에 디저트 메뉴도 자판기로 판매할 수 있으면 더 좋다. 그리고 창업 후 큰 자본을 가진 경쟁사가 성능이 더 좋은 기계를 자기 점포 주변에 설치할 수 있는 위험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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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