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커피 창업시장

900원이냐? 4000원이냐?

2019년 올해도 가장 많은 창업수요 업종 중 하나는 커피전문점이었다. 고가 커피는 ‘스타벅스’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중심상권뿐 아니라 지역상권 고가 커피전문점을 초토화시켰다. 중간 가격대 커피는 ‘이디야커피’가 선두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는 가운데 ‘커피베이’의 선전이 돋보였다. 저가 커피는 ‘메가MGC커피’‘더벤티’‘커피에반하다’‘빽다방’ 등이 매장을 크게 늘였다. 전체적으로 프랜차이즈 시장은 중간 가격대 커피와 저가 커피가 성장하고 고가 커피는 스타벅스에 밀려 주춤한 한 해였다. 
 

▲ 스마트띠아모 벤딩머신

여기에 최근 들어 무인카페 커피전문점과 ‘벤딩머신’창업이 증가하고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1500원 대로 좋은 커피 맛을 내는, 무인카페 창업이나 벤딩머신 설치 창업이 미래 커피 창업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저가 혼전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4000원 대인 고가 커피로는 스타벅스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토종 브랜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기업 브랜드의 출점을 규제하는 정부 규제의 역설로 스타벅스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는 이유로 규제를 받지 않고, 중심상권뿐 아니라 지역상권에도 속속 입점해 주변상권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고객의 편의성을 높여서 이제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대화하고 토론하고 공부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 브랜드들이 대기업으로서 골목상권 진출 규제를 받는 사이 스타벅스는 그 틈을 비집고 전국 상권을 장악해버린 것이다. 언제까지 이러한 현상을 지켜봐야 하는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급기야 그나마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선전하고 있던 ‘투썸플레이스’도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돼버렸는데, 더 이상 스타벅스와 경쟁이 어려웠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공차’ 역시 글로벌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3200원 하는 중간 가격대 커피전문점은 이디야커피가 선두 질주를 하고 있는 가운데, 커피베이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이 분야 1위 브랜드인 이디야커피는 올해에도 300여개 가맹점포를 늘리면서 3000호점을 돌파했다. 커피베이는 150여개 가맹점포를 출점하면서 600여개 점포로 이 분야 2위 자리를 굳혀가는 모양 세다. 이디야와 커피베이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암흑기였던 작년과 올해에도 가맹점포를 크게 확장했는데, 커피전문점이 이미 포화라는 시장의 평가를 무색케 할 정도다. 
 


특히 커피베이의 성장은 향후 커피시장의 판도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이 진단이다. 커피베이의 성장 원인을 일부에서는 선두 브랜드인 이디야커피가 수도권에서는 더 이상 입점할 장소를 찾기가 어려워 커피베이가 어부지리로 창업 수요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디야커피는 수도권에서는 웬만한 지역은 가맹점이 들어가 있어서 더 이상 입점할 점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올해 이디야커피의 출점도 지방에서 많이 일어났다. 하지만 커피베이는 10년간 수많은 커피전문점 브랜드의 부침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해온 나름대로의 경쟁력이 있다. 외부 환경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해온 것이다.

커피베이는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중간 가격대 포지션닝을 취하고 있는데, 최고 품질의 아라비카 생두 5종(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 에티오피아, 온두라스)을 엄선해 전문 로스터의 손을 거쳐 각 가맹점에 공급된다. 또한 100% 아라비카 원두 고유의 맛과 향을 유지하기 위해 태우지 않는 미디엄 로스팅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부드럽고 고소한 커피 맛이 특징인데, 고객들로부터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커피원두의 품질관리를 위해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로스팅 공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품질관리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의 니즈와 고객 클레임 및 컴플레인을 즉각 해결하고 있다.

신 메뉴 개발은 커피베이의 가장 큰 경쟁력 요소다. 커피 및 음료, 빙수 외에 디저트 메뉴도 샌드위치, 베이글, 베이커리, 토스터, 아이스크림 등 신 메뉴를 다양하게 출시한다. 이로써 커피베이는 경쟁 브랜드에 비해 디저트 메뉴 매출이 훨씬 높은 것이 장점이다. 향후 커피전문점은 커피 및 음료와 다양한 디저트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분위기 있는 공간이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거기에 초점을 맞춰 혁신하면서 점포 콘셉트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이에 걸맞게 품격 있는 인테리어로도 여타 브랜드와 차별화했다. 

이 밖에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을 2800원에 유지하면서 싱글오리진커피를 판매함으로써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로는 ‘셀렉토커피’가 있는데, 매년 점포가 증가하면서 250여개 점포가 돼 향후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커피전문점 창업 동향 중 하나는 강력한 가성비 트렌드에 의해 저가 커피가 득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1500원 내외 하는 저가 커피는 커피에반하다가 800여개, 메가MGC커피가 600여개, 더벤티가 350여개 점포가 있다. 이들은 최근 매월 20개 내외 가맹점이 개설되고 있을 정도로 창업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메가MGC커피의 성장세가 눈에 돋보인다. 
 

커피에반하다는 로열티, 가맹비, 보증금, 인테리어 리뉴얼이 없는 4無 정책과 매장별 영업시간 조정, 개별 매장의 자유 메뉴 허용, 오픈 시 무상 교육지원 등의 3有 정책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메가MGC커피는 지난해에만 가맹점이 200여개 늘어났고 올해도 꾸준히 점포가 증가하고 있다. 독특한 브랜드 컬러와 뛰어난 메뉴 개발력에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창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스팀 로스팅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는 ‘흑설탕 버블티’ 출시로 더욱 인기를 끌면서 창업 수요자들을 견인하고 있다. 

초저가 커피 역시 창업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저가 커피의 대명사였던 아메리카노 한 잔에 1500원 하는 커피가 이제는 1000원, 900원 커피로 이동하고 있다. 편의점 커피뿐 아니라 로드숍 점포에서도 900원 커피가 등장 인기를 끌고 있다. ‘커피온리’‘매머드익스프레스’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인데 이들은 키오스크 설치 등 무인화로 운영비용을 줄이고, 원두의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 원가를 줄이는 방법으로 저가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고가 커피 ‘스타벅스’ 독주
중간 가격 ‘이디야’가 선두

커피 머신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1500원 대인 무인카페와 벤딩머신 설치 창업이 증가하고 있다. 자판기 커피는 믹스커피, 블랙커피, 1000원 아메리카노에 이어, 최근에는 1500원 하는 아메리카노 커피 자판기까지 점점 더 성능이 좋아지고 있다. 주로 해외에서 수입하는 벤딩머신은 중심가에 입점하면서 고객을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터치커피’는 벌써 50여개 점포로 확장했고, ‘바리스타마르코’는 벤딩머신을 200여군데에 설치했다. 카페띠아모에서 론칭한 ‘스마트띠아모’ 역시 론칭하자마자 많은 창업자들의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는 중이다.

창업전문가들은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무인카페 및 벤딩머신 고급 자판기가 퍼져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왜냐면 1500원 하는 커피전문점이 인건비 상승의 부담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따라서 장기적으로 무인카페나 벤딩머신 커피가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무인카페는 문을 열고 닫는 것을 원격 자동으로 할 수 있고, 지역에 따라서는 24시간 영업도 가능해 다점포 창업자들의 새로운 업종으로 부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판도는?

이 업종은 병원이나 대형 건물의 벤딩머신 자판기로 설치하거나 밤늦게까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자투리 점포로 시작해도 충분히 해볼만 하다. 전통시장도 좋은 입지다. 다만 기계는 무엇보다 AS가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본사가 그러한 능력이 있는지 사전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하고, 무인카페로 창업할 경우 단순히 자판기계만 설치한다는 것보다 인테리어 디자인 및 음악 등 카페 요소를 지니고 있는지도 중요한 성공 포인트다. 커피 및 음료 외에 디저트 메뉴도 자판기로 판매할 수 있으면 더 좋다. 그리고 창업 후 큰 자본을 가진 경쟁사가 성능이 더 좋은 기계를 자기 점포 주변에 설치할 수 있는 위험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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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