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커피 창업시장

900원이냐? 4000원이냐?

2019년 올해도 가장 많은 창업수요 업종 중 하나는 커피전문점이었다. 고가 커피는 ‘스타벅스’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중심상권뿐 아니라 지역상권 고가 커피전문점을 초토화시켰다. 중간 가격대 커피는 ‘이디야커피’가 선두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는 가운데 ‘커피베이’의 선전이 돋보였다. 저가 커피는 ‘메가MGC커피’‘더벤티’‘커피에반하다’‘빽다방’ 등이 매장을 크게 늘였다. 전체적으로 프랜차이즈 시장은 중간 가격대 커피와 저가 커피가 성장하고 고가 커피는 스타벅스에 밀려 주춤한 한 해였다. 
 

▲ 스마트띠아모 벤딩머신

여기에 최근 들어 무인카페 커피전문점과 ‘벤딩머신’창업이 증가하고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1500원 대로 좋은 커피 맛을 내는, 무인카페 창업이나 벤딩머신 설치 창업이 미래 커피 창업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저가 혼전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4000원 대인 고가 커피로는 스타벅스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토종 브랜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기업 브랜드의 출점을 규제하는 정부 규제의 역설로 스타벅스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는 이유로 규제를 받지 않고, 중심상권뿐 아니라 지역상권에도 속속 입점해 주변상권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고객의 편의성을 높여서 이제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대화하고 토론하고 공부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 브랜드들이 대기업으로서 골목상권 진출 규제를 받는 사이 스타벅스는 그 틈을 비집고 전국 상권을 장악해버린 것이다. 언제까지 이러한 현상을 지켜봐야 하는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급기야 그나마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선전하고 있던 ‘투썸플레이스’도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돼버렸는데, 더 이상 스타벅스와 경쟁이 어려웠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공차’ 역시 글로벌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3200원 하는 중간 가격대 커피전문점은 이디야커피가 선두 질주를 하고 있는 가운데, 커피베이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이 분야 1위 브랜드인 이디야커피는 올해에도 300여개 가맹점포를 늘리면서 3000호점을 돌파했다. 커피베이는 150여개 가맹점포를 출점하면서 600여개 점포로 이 분야 2위 자리를 굳혀가는 모양 세다. 이디야와 커피베이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암흑기였던 작년과 올해에도 가맹점포를 크게 확장했는데, 커피전문점이 이미 포화라는 시장의 평가를 무색케 할 정도다. 
 


특히 커피베이의 성장은 향후 커피시장의 판도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이 진단이다. 커피베이의 성장 원인을 일부에서는 선두 브랜드인 이디야커피가 수도권에서는 더 이상 입점할 장소를 찾기가 어려워 커피베이가 어부지리로 창업 수요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디야커피는 수도권에서는 웬만한 지역은 가맹점이 들어가 있어서 더 이상 입점할 점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올해 이디야커피의 출점도 지방에서 많이 일어났다. 하지만 커피베이는 10년간 수많은 커피전문점 브랜드의 부침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해온 나름대로의 경쟁력이 있다. 외부 환경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해온 것이다.

커피베이는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중간 가격대 포지션닝을 취하고 있는데, 최고 품질의 아라비카 생두 5종(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 에티오피아, 온두라스)을 엄선해 전문 로스터의 손을 거쳐 각 가맹점에 공급된다. 또한 100% 아라비카 원두 고유의 맛과 향을 유지하기 위해 태우지 않는 미디엄 로스팅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부드럽고 고소한 커피 맛이 특징인데, 고객들로부터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커피원두의 품질관리를 위해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로스팅 공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품질관리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의 니즈와 고객 클레임 및 컴플레인을 즉각 해결하고 있다.

신 메뉴 개발은 커피베이의 가장 큰 경쟁력 요소다. 커피 및 음료, 빙수 외에 디저트 메뉴도 샌드위치, 베이글, 베이커리, 토스터, 아이스크림 등 신 메뉴를 다양하게 출시한다. 이로써 커피베이는 경쟁 브랜드에 비해 디저트 메뉴 매출이 훨씬 높은 것이 장점이다. 향후 커피전문점은 커피 및 음료와 다양한 디저트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분위기 있는 공간이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거기에 초점을 맞춰 혁신하면서 점포 콘셉트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이에 걸맞게 품격 있는 인테리어로도 여타 브랜드와 차별화했다. 

이 밖에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을 2800원에 유지하면서 싱글오리진커피를 판매함으로써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로는 ‘셀렉토커피’가 있는데, 매년 점포가 증가하면서 250여개 점포가 돼 향후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커피전문점 창업 동향 중 하나는 강력한 가성비 트렌드에 의해 저가 커피가 득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1500원 내외 하는 저가 커피는 커피에반하다가 800여개, 메가MGC커피가 600여개, 더벤티가 350여개 점포가 있다. 이들은 최근 매월 20개 내외 가맹점이 개설되고 있을 정도로 창업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메가MGC커피의 성장세가 눈에 돋보인다. 
 

커피에반하다는 로열티, 가맹비, 보증금, 인테리어 리뉴얼이 없는 4無 정책과 매장별 영업시간 조정, 개별 매장의 자유 메뉴 허용, 오픈 시 무상 교육지원 등의 3有 정책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메가MGC커피는 지난해에만 가맹점이 200여개 늘어났고 올해도 꾸준히 점포가 증가하고 있다. 독특한 브랜드 컬러와 뛰어난 메뉴 개발력에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창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스팀 로스팅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는 ‘흑설탕 버블티’ 출시로 더욱 인기를 끌면서 창업 수요자들을 견인하고 있다. 

초저가 커피 역시 창업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저가 커피의 대명사였던 아메리카노 한 잔에 1500원 하는 커피가 이제는 1000원, 900원 커피로 이동하고 있다. 편의점 커피뿐 아니라 로드숍 점포에서도 900원 커피가 등장 인기를 끌고 있다. ‘커피온리’‘매머드익스프레스’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인데 이들은 키오스크 설치 등 무인화로 운영비용을 줄이고, 원두의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 원가를 줄이는 방법으로 저가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고가 커피 ‘스타벅스’ 독주
중간 가격 ‘이디야’가 선두

커피 머신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1500원 대인 무인카페와 벤딩머신 설치 창업이 증가하고 있다. 자판기 커피는 믹스커피, 블랙커피, 1000원 아메리카노에 이어, 최근에는 1500원 하는 아메리카노 커피 자판기까지 점점 더 성능이 좋아지고 있다. 주로 해외에서 수입하는 벤딩머신은 중심가에 입점하면서 고객을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터치커피’는 벌써 50여개 점포로 확장했고, ‘바리스타마르코’는 벤딩머신을 200여군데에 설치했다. 카페띠아모에서 론칭한 ‘스마트띠아모’ 역시 론칭하자마자 많은 창업자들의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는 중이다.

창업전문가들은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무인카페 및 벤딩머신 고급 자판기가 퍼져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왜냐면 1500원 하는 커피전문점이 인건비 상승의 부담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따라서 장기적으로 무인카페나 벤딩머신 커피가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무인카페는 문을 열고 닫는 것을 원격 자동으로 할 수 있고, 지역에 따라서는 24시간 영업도 가능해 다점포 창업자들의 새로운 업종으로 부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판도는?

이 업종은 병원이나 대형 건물의 벤딩머신 자판기로 설치하거나 밤늦게까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자투리 점포로 시작해도 충분히 해볼만 하다. 전통시장도 좋은 입지다. 다만 기계는 무엇보다 AS가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본사가 그러한 능력이 있는지 사전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하고, 무인카페로 창업할 경우 단순히 자판기계만 설치한다는 것보다 인테리어 디자인 및 음악 등 카페 요소를 지니고 있는지도 중요한 성공 포인트다. 커피 및 음료 외에 디저트 메뉴도 자판기로 판매할 수 있으면 더 좋다. 그리고 창업 후 큰 자본을 가진 경쟁사가 성능이 더 좋은 기계를 자기 점포 주변에 설치할 수 있는 위험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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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