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함께 떠나는 여행 ①강원 춘천시

‘춘천 가는 기차’ 타고 ‘소양강 처녀’를 만나다

▲ 소양강 처녀상과 소양강스카이워크

서울에서 출발하는 경춘선은 청평, 가평, 강촌을 거쳐 춘천에 닿는다. 1939년 경춘철도주식회사가 성동-춘천 구간을 개통한 이래, 2010년 복선 전철이 개통하기까지 경춘선이라는 이름으로 운행했다. 과거 북한강을 따라 달리던 경춘선이 복선화되고 이제 ITX-청춘열차가 다니지만, 춘천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낭만적이다.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교통편도 많은 여행자가 춘천을 찾는 이유다. 춘천에 가면서 듣거나 불러볼 만한 노래가 ‘춘천 가는 기차’와 ‘소양강 처녀’다. 춘천 가는 기차는 많은 연인의 춘천행을 이끌었고, 소양강 처녀는 춘천이 호반의 도시임을 알렸다.

▲ 강원도 호반 여행의 중심지가 된 춘천역

호반의 도시

춘천 가는 기차는 가수 김현철이 1989년에 발표한 1집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보사노바 풍의 이 노래는 옛 연인을 그리워하며 기차를 타고 춘천으로 가는 여정을 그렸다. 5월의 아름다운 사랑이 눈 내리는 겨울의 추억으로 변하는 내용이다. 김현철은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에 담았다. 재수생 시절 여자 친구와 춘천행 무궁화호를 탔는데, 워낙 느려서 강촌역에 내려 여행을 즐기고 돌아왔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 춘천역에서 출발하는 춘천시티투어

춘천역은 이제 강원도 호반 여행의 중심지가 됐다. 춘천역 1번 출구 옆에 춘천, 화천, 홍천, 양구, 인제를 아우르는 호수문화권종합관광안내소가 있어 관광 정보를 얻기 좋다. 화천과 양구 시티투어버스뿐 아니라, 역사 건너편에서 화천·양구행 시외버스도 다닌다.

춘천역이 가장 매력적인 것은 춘천시티투어 출발지이기 때문이다. 매일 오전 10시30분이면 시티투어버스 춘천의 명소로 떠나는데, 소양강스카이워크와 소양강 처녀상을 중심으로 춘천의 대표 여행지를 운행한다. 춘천시티투어는 요일마다 코스가 다르며, 이용자는 각 여행지 입장료가 할인된다.


춘천시티투어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는 것이 좋다.

▲ 수상 데크 위에 선 소양강 처녀상

춘천역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춘천을 대표하는 또 다른 노래 소양강 처녀를 기념하는 소양강 처녀상을 만난다. 수상 데크 위에 선 소양강 처녀상은 높이 7m에 이르며, ‘2005년 춘천시민의 날’을 기념해 세웠다. 소양강 처녀 노랫말이 새겨진 받침돌 위에 소양강 처녀상이 있다. 곱상한 얼굴에 치맛자락과 갈대를 살포시 붙잡은 손, 바람에 휘날리는 옷고름이 눈에 띈다.

▲ ‘소양강 처녀’ 노래비

소양강 처녀는 ‘울고 넘는 박달재’ ‘단장의 미아리고개’ 노랫말을 쓴 반야월의 작품이다. 이 노래 주인공은 춘천 출신 윤기순 씨로 알려져 있다. 소양강 뱃사공의 딸인 윤씨는 열여덟 살 되던 1968년 상경해 한국가요예술작가동지회에서 일했다. 어느 날 그녀는 음악가들을 춘천으로 초대했다.

이때 동행한 반야월이 소양강 풍경과 소녀의 모습을 담아 즉흥적으로 노랫말을 썼고, 이호가 곡을 붙여 소양강 처녀가 탄생했다. 당시 김태희가 노래를 불러 큰 인기를 끌었고, 노래방 열풍과 함께 2000년대 들어 가수 한서경이 리메이크한 곡이 히트하면서 ‘국민 가요’로 거듭났다.

▲ 소양강스카이워크와 소양2교

수변을 따라 소양강스카이워크가 지척이다. 소양강스카이워크는 개장과 함께 춘천 여행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소양강은 인제에서 발원해 소양강 처녀상 인근 소양2교에서 북한강과 합류한다. 소양강 수면 위로 뻗은 길이 174m 스카이워크를 따라가면 원형 광장이 나온다.

소양강스카이워크, 소양강 처녀상 등 볼거리 
여전히 낭만적인 춘천으로 가는 길

156m 구간에 삼중 강화유리를 깔고, 그 아래로 강물까지 높이가 7.5m나 돼 스릴 있다. 강 위로 소양2교와 춘천대교 등이 이어지고, 강 건너편으로 가평과 춘천의 산세와 아파트 단지가 소양강 처녀상과 어울린다. 소양강스카이워크 입장료 2000원은 ‘춘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춘천의 전통시장, 육림고개, 명동 상가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 ▲국립춘천박물관 현묘의정원은 양양의 낙산사 담장 아래 강원도 곳곳에서 발굴한 불교와 유교 문화재를 배치했다.

국립춘천박물관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딱딱하고 통일된 느낌이 드는 여느 국립박물관과 달리 특별한 매력이 있다. 1층에 들어서면 규모가 큰 뮤지엄카페가 보인다. 천장까지 탁 트인 공간에 계단식으로 조성했다.

박물관 외부는 석불, 광배, 문인석, 무인석 등 석조 유물을 중심으로 산책하기 좋은 ‘현묘의정원’과 ‘기억의정원’으로 꾸몄다. 현묘의정원은 양양의 낙산사 담장 아래 강원도 곳곳에서 발굴한 불교와 유교 문화재를 배치하고, 그 사이로 길을 냈다.

특히 1층 고대실에서 현묘의정원으로 빠지는 길이 있는데, 넓은 창으로 바라보는 정원이 아름답다.

▲ 〈관동팔경특별전 Ⅳ―고성 청간정〉에서 보는 청간정 실시간 영상

오는 15일까지 국립춘천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관동팔경특별전 Ⅳ-고성 청간정’이 열린다. 시와 그림으로 관동팔경 청간정을 재조명한다. 전시실 끝에는 청간정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실시간으로 벽에 투영돼, 시원한 풍광과 파도 소리를 들으며 쉴 수 있다.

▲ 한국전쟁 참전 배경부터 승전 기록, 에티오피아 문화까지 만나볼 수 있는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 카페 ‘이디오피아벳’에서 맛보는 커피

북한강과 합류하는 공지천에는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이 있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당시 황실 근위대에서 선발한 카그뉴 대대를 파견해 수많은 전과를 올렸다. 한국전쟁 참전 배경부터 승전 기록, 에티오피아 문화까지 한번에 만나볼 수 있다.

기념관 건너편에 카페 ‘이디오피아벳’이 있다. ‘에티오피아의 집’이라는 뜻으로, 에티오피아 황실 커피 생두가 전해진 곳이다. 여행 중에 따뜻하고 특별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쉬기 좋다.

▲ 만화가 탄생한 배경과 역사, 친숙한 만화 캐릭터를 만나는 애니메이션박물관 ▲ 토이로봇관에서 로봇을 이용한 체험을 즐기는 여행객

애니메이션박물관과 토이로봇관은 이웃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지로 제격이다. 애니메이션박물관은 1~2층 전시실에서 만화가 탄생한 배경과 역사, 친숙한 만화 캐릭터를 만나는 곳이다. 토이로봇관은 로봇을 이용한 체험 전시관이다.

가족 여행지

로봇을 움직여 축구와 권투를 하고, 정해진 길을 따라 움직여본다. 요즘 유행하는 드론 체험은 아이들에게 인기다. 로봇 댄스 공연장에서는 로봇 9대가 신나는 음악에 맞춰 댄스 공연을 선보인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 맞춰 유연하고 정확하게 군무를 추는 로봇을 보면 15분이 짧게 느껴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국립춘천박물관→소양강 처녀상, 소양강스카이워크→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이디오피아벳→애니메이션박물관, 토이로봇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제이드가든→강촌레일파크→김유정문학촌→육림고개
둘째 날: 국립춘천박물관→소양강 처녀상, 소양강스카이워크→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이디오피아벳→애니메이션박물관, 토이로봇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춘천에서낭만여행(춘천 관광 포털) http://tour.chuncheon.go.kr
- 춘천시티투어 http://tour.chuncheon.go.kr/tourinfo/cityTour
- 국립춘천박물관 https://chuncheon.museum.go.kr
- 애니메이션박물관 www.animationmuseum.com
- 토이로봇관 http://robotstudio.kr/hb/robot   

문의 전화
- 춘천시청 관광과 033)250-4270
- 춘천역관광안내소 033)250-3089
- 춘천시티투어 033)250-4312, 3896
- 소양강스카이워크 033)240-1695
- 국립춘천박물관 033)260-1500
-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033)240-1649
- 애니메이션박물관 033)245-6470
- 토이로봇관 033)245-6461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춘천,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0~20분 간격(06:10~ 23:59) 운행, 1시간10분~1시간40분 소요. 춘천우체국 정류장에서 100번 버스 이용, 호반환승센터 정류장 하차. 소양강 처녀상까지 도보 약 200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춘천시외버스터미널 033)241-0285 
기차: 용산역-춘천역, ITX청춘 주말 하루 30회(06:15~22:15) 운행, 약 1시간20분 소요. 춘천역에서 소양강 처녀상까지 도보 약 1.2k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전철: 상봉역-춘천역, 경춘선 주말 35분 간격(05:30~23:12) 운행, 약 1시간25분 소요. 춘천역에서 소양강 처녀상까지 도보 약 1.2k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 남춘천 IC→남춘천IC삼거리에서 춘천 방면 우회전→광판삼거리에서 춘천 방면 우회전, 지방도70호선 따라 직진→온의사거리에서 소양강댐 방면 좌회전, 영서로 따라 1.3km 직진 후 우회전, 경춘선 기찻길 지나 좌회전→춘천역→공지로 따라 1km 직진 후 우회전→영서로 따라 200m 직진→소양강 처녀상

숙박 정보
- 춘천게스트하우스마을 로하스 1호점: 서면 툇골길, 010-8941-5978, https://lohas5978.modoo.at
- 게스트하우스 나비야: 서면 툇골길, 033)243-1970, https://cafe.naver.com/nabiya1054
- 춘천베어스호텔: 춘천시 스포츠타운길, 033)245-4300, www.hotelbears.co.kr
- KT&G상상마당 춘천스테이: 춘천시 스포츠타운길399번길, 033)818-4200, www.sangsangmadang.com/stay/reserve
- 춘천소설호텔: 춘천시 중앙로, 033)257-6111 


식당 정보
- 어쩌다농부(된장샐러드비빔밥): 춘천시 중앙로77번길, 033)251-1018 
- 육림닭강정(닭강정): 춘천시 중앙로77번길, 033)244-1510
- 박s푸드(참나물김밥): 춘천시 춘천로, 033)252-6745
- 통나무집닭갈비(닭갈비): 신북읍 신샘밭로, 033)241-5999, www.chdakgalbi.com
- 옛날손장칼국수(장칼국수): 춘천시 영서로, 033)253-5565 
- 현암막국수(막국수): 서면 박사로, 033)243-7361

주변 볼거리
소양강댐, 강촌레일파크, 김유정문학촌, 남이섬, 제이드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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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