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함께 떠나는 여행 ①강원 춘천시

‘춘천 가는 기차’ 타고 ‘소양강 처녀’를 만나다

▲ 소양강 처녀상과 소양강스카이워크

서울에서 출발하는 경춘선은 청평, 가평, 강촌을 거쳐 춘천에 닿는다. 1939년 경춘철도주식회사가 성동-춘천 구간을 개통한 이래, 2010년 복선 전철이 개통하기까지 경춘선이라는 이름으로 운행했다. 과거 북한강을 따라 달리던 경춘선이 복선화되고 이제 ITX-청춘열차가 다니지만, 춘천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낭만적이다.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교통편도 많은 여행자가 춘천을 찾는 이유다. 춘천에 가면서 듣거나 불러볼 만한 노래가 ‘춘천 가는 기차’와 ‘소양강 처녀’다. 춘천 가는 기차는 많은 연인의 춘천행을 이끌었고, 소양강 처녀는 춘천이 호반의 도시임을 알렸다.

▲ 강원도 호반 여행의 중심지가 된 춘천역

호반의 도시

춘천 가는 기차는 가수 김현철이 1989년에 발표한 1집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보사노바 풍의 이 노래는 옛 연인을 그리워하며 기차를 타고 춘천으로 가는 여정을 그렸다. 5월의 아름다운 사랑이 눈 내리는 겨울의 추억으로 변하는 내용이다. 김현철은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에 담았다. 재수생 시절 여자 친구와 춘천행 무궁화호를 탔는데, 워낙 느려서 강촌역에 내려 여행을 즐기고 돌아왔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 춘천역에서 출발하는 춘천시티투어

춘천역은 이제 강원도 호반 여행의 중심지가 됐다. 춘천역 1번 출구 옆에 춘천, 화천, 홍천, 양구, 인제를 아우르는 호수문화권종합관광안내소가 있어 관광 정보를 얻기 좋다. 화천과 양구 시티투어버스뿐 아니라, 역사 건너편에서 화천·양구행 시외버스도 다닌다.

춘천역이 가장 매력적인 것은 춘천시티투어 출발지이기 때문이다. 매일 오전 10시30분이면 시티투어버스 춘천의 명소로 떠나는데, 소양강스카이워크와 소양강 처녀상을 중심으로 춘천의 대표 여행지를 운행한다. 춘천시티투어는 요일마다 코스가 다르며, 이용자는 각 여행지 입장료가 할인된다.


춘천시티투어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는 것이 좋다.

▲ 수상 데크 위에 선 소양강 처녀상

춘천역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춘천을 대표하는 또 다른 노래 소양강 처녀를 기념하는 소양강 처녀상을 만난다. 수상 데크 위에 선 소양강 처녀상은 높이 7m에 이르며, ‘2005년 춘천시민의 날’을 기념해 세웠다. 소양강 처녀 노랫말이 새겨진 받침돌 위에 소양강 처녀상이 있다. 곱상한 얼굴에 치맛자락과 갈대를 살포시 붙잡은 손, 바람에 휘날리는 옷고름이 눈에 띈다.

▲ ‘소양강 처녀’ 노래비

소양강 처녀는 ‘울고 넘는 박달재’ ‘단장의 미아리고개’ 노랫말을 쓴 반야월의 작품이다. 이 노래 주인공은 춘천 출신 윤기순 씨로 알려져 있다. 소양강 뱃사공의 딸인 윤씨는 열여덟 살 되던 1968년 상경해 한국가요예술작가동지회에서 일했다. 어느 날 그녀는 음악가들을 춘천으로 초대했다.

이때 동행한 반야월이 소양강 풍경과 소녀의 모습을 담아 즉흥적으로 노랫말을 썼고, 이호가 곡을 붙여 소양강 처녀가 탄생했다. 당시 김태희가 노래를 불러 큰 인기를 끌었고, 노래방 열풍과 함께 2000년대 들어 가수 한서경이 리메이크한 곡이 히트하면서 ‘국민 가요’로 거듭났다.

▲ 소양강스카이워크와 소양2교

수변을 따라 소양강스카이워크가 지척이다. 소양강스카이워크는 개장과 함께 춘천 여행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소양강은 인제에서 발원해 소양강 처녀상 인근 소양2교에서 북한강과 합류한다. 소양강 수면 위로 뻗은 길이 174m 스카이워크를 따라가면 원형 광장이 나온다.

소양강스카이워크, 소양강 처녀상 등 볼거리 
여전히 낭만적인 춘천으로 가는 길

156m 구간에 삼중 강화유리를 깔고, 그 아래로 강물까지 높이가 7.5m나 돼 스릴 있다. 강 위로 소양2교와 춘천대교 등이 이어지고, 강 건너편으로 가평과 춘천의 산세와 아파트 단지가 소양강 처녀상과 어울린다. 소양강스카이워크 입장료 2000원은 ‘춘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춘천의 전통시장, 육림고개, 명동 상가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 ▲국립춘천박물관 현묘의정원은 양양의 낙산사 담장 아래 강원도 곳곳에서 발굴한 불교와 유교 문화재를 배치했다.

국립춘천박물관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딱딱하고 통일된 느낌이 드는 여느 국립박물관과 달리 특별한 매력이 있다. 1층에 들어서면 규모가 큰 뮤지엄카페가 보인다. 천장까지 탁 트인 공간에 계단식으로 조성했다.

박물관 외부는 석불, 광배, 문인석, 무인석 등 석조 유물을 중심으로 산책하기 좋은 ‘현묘의정원’과 ‘기억의정원’으로 꾸몄다. 현묘의정원은 양양의 낙산사 담장 아래 강원도 곳곳에서 발굴한 불교와 유교 문화재를 배치하고, 그 사이로 길을 냈다.

특히 1층 고대실에서 현묘의정원으로 빠지는 길이 있는데, 넓은 창으로 바라보는 정원이 아름답다.

▲ 〈관동팔경특별전 Ⅳ―고성 청간정〉에서 보는 청간정 실시간 영상

오는 15일까지 국립춘천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관동팔경특별전 Ⅳ-고성 청간정’이 열린다. 시와 그림으로 관동팔경 청간정을 재조명한다. 전시실 끝에는 청간정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실시간으로 벽에 투영돼, 시원한 풍광과 파도 소리를 들으며 쉴 수 있다.

▲ 한국전쟁 참전 배경부터 승전 기록, 에티오피아 문화까지 만나볼 수 있는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 카페 ‘이디오피아벳’에서 맛보는 커피

북한강과 합류하는 공지천에는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이 있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당시 황실 근위대에서 선발한 카그뉴 대대를 파견해 수많은 전과를 올렸다. 한국전쟁 참전 배경부터 승전 기록, 에티오피아 문화까지 한번에 만나볼 수 있다.

기념관 건너편에 카페 ‘이디오피아벳’이 있다. ‘에티오피아의 집’이라는 뜻으로, 에티오피아 황실 커피 생두가 전해진 곳이다. 여행 중에 따뜻하고 특별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쉬기 좋다.

▲ 만화가 탄생한 배경과 역사, 친숙한 만화 캐릭터를 만나는 애니메이션박물관 ▲ 토이로봇관에서 로봇을 이용한 체험을 즐기는 여행객

애니메이션박물관과 토이로봇관은 이웃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지로 제격이다. 애니메이션박물관은 1~2층 전시실에서 만화가 탄생한 배경과 역사, 친숙한 만화 캐릭터를 만나는 곳이다. 토이로봇관은 로봇을 이용한 체험 전시관이다.

가족 여행지

로봇을 움직여 축구와 권투를 하고, 정해진 길을 따라 움직여본다. 요즘 유행하는 드론 체험은 아이들에게 인기다. 로봇 댄스 공연장에서는 로봇 9대가 신나는 음악에 맞춰 댄스 공연을 선보인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 맞춰 유연하고 정확하게 군무를 추는 로봇을 보면 15분이 짧게 느껴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국립춘천박물관→소양강 처녀상, 소양강스카이워크→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이디오피아벳→애니메이션박물관, 토이로봇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제이드가든→강촌레일파크→김유정문학촌→육림고개
둘째 날: 국립춘천박물관→소양강 처녀상, 소양강스카이워크→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이디오피아벳→애니메이션박물관, 토이로봇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춘천에서낭만여행(춘천 관광 포털) http://tour.chuncheon.go.kr
- 춘천시티투어 http://tour.chuncheon.go.kr/tourinfo/cityTour
- 국립춘천박물관 https://chuncheon.museum.go.kr
- 애니메이션박물관 www.animationmuseum.com
- 토이로봇관 http://robotstudio.kr/hb/robot   

문의 전화
- 춘천시청 관광과 033)250-4270
- 춘천역관광안내소 033)250-3089
- 춘천시티투어 033)250-4312, 3896
- 소양강스카이워크 033)240-1695
- 국립춘천박물관 033)260-1500
-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033)240-1649
- 애니메이션박물관 033)245-6470
- 토이로봇관 033)245-6461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춘천,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0~20분 간격(06:10~ 23:59) 운행, 1시간10분~1시간40분 소요. 춘천우체국 정류장에서 100번 버스 이용, 호반환승센터 정류장 하차. 소양강 처녀상까지 도보 약 200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춘천시외버스터미널 033)241-0285 
기차: 용산역-춘천역, ITX청춘 주말 하루 30회(06:15~22:15) 운행, 약 1시간20분 소요. 춘천역에서 소양강 처녀상까지 도보 약 1.2k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전철: 상봉역-춘천역, 경춘선 주말 35분 간격(05:30~23:12) 운행, 약 1시간25분 소요. 춘천역에서 소양강 처녀상까지 도보 약 1.2k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 남춘천 IC→남춘천IC삼거리에서 춘천 방면 우회전→광판삼거리에서 춘천 방면 우회전, 지방도70호선 따라 직진→온의사거리에서 소양강댐 방면 좌회전, 영서로 따라 1.3km 직진 후 우회전, 경춘선 기찻길 지나 좌회전→춘천역→공지로 따라 1km 직진 후 우회전→영서로 따라 200m 직진→소양강 처녀상

숙박 정보
- 춘천게스트하우스마을 로하스 1호점: 서면 툇골길, 010-8941-5978, https://lohas5978.modoo.at
- 게스트하우스 나비야: 서면 툇골길, 033)243-1970, https://cafe.naver.com/nabiya1054
- 춘천베어스호텔: 춘천시 스포츠타운길, 033)245-4300, www.hotelbears.co.kr
- KT&G상상마당 춘천스테이: 춘천시 스포츠타운길399번길, 033)818-4200, www.sangsangmadang.com/stay/reserve
- 춘천소설호텔: 춘천시 중앙로, 033)257-6111 


식당 정보
- 어쩌다농부(된장샐러드비빔밥): 춘천시 중앙로77번길, 033)251-1018 
- 육림닭강정(닭강정): 춘천시 중앙로77번길, 033)244-1510
- 박s푸드(참나물김밥): 춘천시 춘천로, 033)252-6745
- 통나무집닭갈비(닭갈비): 신북읍 신샘밭로, 033)241-5999, www.chdakgalbi.com
- 옛날손장칼국수(장칼국수): 춘천시 영서로, 033)253-5565 
- 현암막국수(막국수): 서면 박사로, 033)243-7361

주변 볼거리
소양강댐, 강촌레일파크, 김유정문학촌, 남이섬, 제이드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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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