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함께 떠나는 여행 ①강원 춘천시

‘춘천 가는 기차’ 타고 ‘소양강 처녀’를 만나다

▲ 소양강 처녀상과 소양강스카이워크

서울에서 출발하는 경춘선은 청평, 가평, 강촌을 거쳐 춘천에 닿는다. 1939년 경춘철도주식회사가 성동-춘천 구간을 개통한 이래, 2010년 복선 전철이 개통하기까지 경춘선이라는 이름으로 운행했다. 과거 북한강을 따라 달리던 경춘선이 복선화되고 이제 ITX-청춘열차가 다니지만, 춘천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낭만적이다.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교통편도 많은 여행자가 춘천을 찾는 이유다. 춘천에 가면서 듣거나 불러볼 만한 노래가 ‘춘천 가는 기차’와 ‘소양강 처녀’다. 춘천 가는 기차는 많은 연인의 춘천행을 이끌었고, 소양강 처녀는 춘천이 호반의 도시임을 알렸다.

▲ 강원도 호반 여행의 중심지가 된 춘천역

호반의 도시

춘천 가는 기차는 가수 김현철이 1989년에 발표한 1집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보사노바 풍의 이 노래는 옛 연인을 그리워하며 기차를 타고 춘천으로 가는 여정을 그렸다. 5월의 아름다운 사랑이 눈 내리는 겨울의 추억으로 변하는 내용이다. 김현철은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에 담았다. 재수생 시절 여자 친구와 춘천행 무궁화호를 탔는데, 워낙 느려서 강촌역에 내려 여행을 즐기고 돌아왔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 춘천역에서 출발하는 춘천시티투어

춘천역은 이제 강원도 호반 여행의 중심지가 됐다. 춘천역 1번 출구 옆에 춘천, 화천, 홍천, 양구, 인제를 아우르는 호수문화권종합관광안내소가 있어 관광 정보를 얻기 좋다. 화천과 양구 시티투어버스뿐 아니라, 역사 건너편에서 화천·양구행 시외버스도 다닌다.

춘천역이 가장 매력적인 것은 춘천시티투어 출발지이기 때문이다. 매일 오전 10시30분이면 시티투어버스 춘천의 명소로 떠나는데, 소양강스카이워크와 소양강 처녀상을 중심으로 춘천의 대표 여행지를 운행한다. 춘천시티투어는 요일마다 코스가 다르며, 이용자는 각 여행지 입장료가 할인된다.


춘천시티투어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는 것이 좋다.

▲ 수상 데크 위에 선 소양강 처녀상

춘천역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춘천을 대표하는 또 다른 노래 소양강 처녀를 기념하는 소양강 처녀상을 만난다. 수상 데크 위에 선 소양강 처녀상은 높이 7m에 이르며, ‘2005년 춘천시민의 날’을 기념해 세웠다. 소양강 처녀 노랫말이 새겨진 받침돌 위에 소양강 처녀상이 있다. 곱상한 얼굴에 치맛자락과 갈대를 살포시 붙잡은 손, 바람에 휘날리는 옷고름이 눈에 띈다.

▲ ‘소양강 처녀’ 노래비

소양강 처녀는 ‘울고 넘는 박달재’ ‘단장의 미아리고개’ 노랫말을 쓴 반야월의 작품이다. 이 노래 주인공은 춘천 출신 윤기순 씨로 알려져 있다. 소양강 뱃사공의 딸인 윤씨는 열여덟 살 되던 1968년 상경해 한국가요예술작가동지회에서 일했다. 어느 날 그녀는 음악가들을 춘천으로 초대했다.

이때 동행한 반야월이 소양강 풍경과 소녀의 모습을 담아 즉흥적으로 노랫말을 썼고, 이호가 곡을 붙여 소양강 처녀가 탄생했다. 당시 김태희가 노래를 불러 큰 인기를 끌었고, 노래방 열풍과 함께 2000년대 들어 가수 한서경이 리메이크한 곡이 히트하면서 ‘국민 가요’로 거듭났다.

▲ 소양강스카이워크와 소양2교

수변을 따라 소양강스카이워크가 지척이다. 소양강스카이워크는 개장과 함께 춘천 여행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소양강은 인제에서 발원해 소양강 처녀상 인근 소양2교에서 북한강과 합류한다. 소양강 수면 위로 뻗은 길이 174m 스카이워크를 따라가면 원형 광장이 나온다.

소양강스카이워크, 소양강 처녀상 등 볼거리 
여전히 낭만적인 춘천으로 가는 길

156m 구간에 삼중 강화유리를 깔고, 그 아래로 강물까지 높이가 7.5m나 돼 스릴 있다. 강 위로 소양2교와 춘천대교 등이 이어지고, 강 건너편으로 가평과 춘천의 산세와 아파트 단지가 소양강 처녀상과 어울린다. 소양강스카이워크 입장료 2000원은 ‘춘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춘천의 전통시장, 육림고개, 명동 상가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 ▲국립춘천박물관 현묘의정원은 양양의 낙산사 담장 아래 강원도 곳곳에서 발굴한 불교와 유교 문화재를 배치했다.

국립춘천박물관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딱딱하고 통일된 느낌이 드는 여느 국립박물관과 달리 특별한 매력이 있다. 1층에 들어서면 규모가 큰 뮤지엄카페가 보인다. 천장까지 탁 트인 공간에 계단식으로 조성했다.

박물관 외부는 석불, 광배, 문인석, 무인석 등 석조 유물을 중심으로 산책하기 좋은 ‘현묘의정원’과 ‘기억의정원’으로 꾸몄다. 현묘의정원은 양양의 낙산사 담장 아래 강원도 곳곳에서 발굴한 불교와 유교 문화재를 배치하고, 그 사이로 길을 냈다.

특히 1층 고대실에서 현묘의정원으로 빠지는 길이 있는데, 넓은 창으로 바라보는 정원이 아름답다.

▲ 〈관동팔경특별전 Ⅳ―고성 청간정〉에서 보는 청간정 실시간 영상

오는 15일까지 국립춘천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관동팔경특별전 Ⅳ-고성 청간정’이 열린다. 시와 그림으로 관동팔경 청간정을 재조명한다. 전시실 끝에는 청간정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실시간으로 벽에 투영돼, 시원한 풍광과 파도 소리를 들으며 쉴 수 있다.

▲ 한국전쟁 참전 배경부터 승전 기록, 에티오피아 문화까지 만나볼 수 있는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 카페 ‘이디오피아벳’에서 맛보는 커피

북한강과 합류하는 공지천에는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이 있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당시 황실 근위대에서 선발한 카그뉴 대대를 파견해 수많은 전과를 올렸다. 한국전쟁 참전 배경부터 승전 기록, 에티오피아 문화까지 한번에 만나볼 수 있다.

기념관 건너편에 카페 ‘이디오피아벳’이 있다. ‘에티오피아의 집’이라는 뜻으로, 에티오피아 황실 커피 생두가 전해진 곳이다. 여행 중에 따뜻하고 특별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쉬기 좋다.

▲ 만화가 탄생한 배경과 역사, 친숙한 만화 캐릭터를 만나는 애니메이션박물관 ▲ 토이로봇관에서 로봇을 이용한 체험을 즐기는 여행객

애니메이션박물관과 토이로봇관은 이웃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지로 제격이다. 애니메이션박물관은 1~2층 전시실에서 만화가 탄생한 배경과 역사, 친숙한 만화 캐릭터를 만나는 곳이다. 토이로봇관은 로봇을 이용한 체험 전시관이다.

가족 여행지

로봇을 움직여 축구와 권투를 하고, 정해진 길을 따라 움직여본다. 요즘 유행하는 드론 체험은 아이들에게 인기다. 로봇 댄스 공연장에서는 로봇 9대가 신나는 음악에 맞춰 댄스 공연을 선보인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 맞춰 유연하고 정확하게 군무를 추는 로봇을 보면 15분이 짧게 느껴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국립춘천박물관→소양강 처녀상, 소양강스카이워크→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이디오피아벳→애니메이션박물관, 토이로봇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제이드가든→강촌레일파크→김유정문학촌→육림고개
둘째 날: 국립춘천박물관→소양강 처녀상, 소양강스카이워크→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이디오피아벳→애니메이션박물관, 토이로봇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춘천에서낭만여행(춘천 관광 포털) http://tour.chuncheon.go.kr
- 춘천시티투어 http://tour.chuncheon.go.kr/tourinfo/cityTour
- 국립춘천박물관 https://chuncheon.museum.go.kr
- 애니메이션박물관 www.animationmuseum.com
- 토이로봇관 http://robotstudio.kr/hb/robot   

문의 전화
- 춘천시청 관광과 033)250-4270
- 춘천역관광안내소 033)250-3089
- 춘천시티투어 033)250-4312, 3896
- 소양강스카이워크 033)240-1695
- 국립춘천박물관 033)260-1500
-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033)240-1649
- 애니메이션박물관 033)245-6470
- 토이로봇관 033)245-6461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춘천,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0~20분 간격(06:10~ 23:59) 운행, 1시간10분~1시간40분 소요. 춘천우체국 정류장에서 100번 버스 이용, 호반환승센터 정류장 하차. 소양강 처녀상까지 도보 약 200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춘천시외버스터미널 033)241-0285 
기차: 용산역-춘천역, ITX청춘 주말 하루 30회(06:15~22:15) 운행, 약 1시간20분 소요. 춘천역에서 소양강 처녀상까지 도보 약 1.2k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전철: 상봉역-춘천역, 경춘선 주말 35분 간격(05:30~23:12) 운행, 약 1시간25분 소요. 춘천역에서 소양강 처녀상까지 도보 약 1.2k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 남춘천 IC→남춘천IC삼거리에서 춘천 방면 우회전→광판삼거리에서 춘천 방면 우회전, 지방도70호선 따라 직진→온의사거리에서 소양강댐 방면 좌회전, 영서로 따라 1.3km 직진 후 우회전, 경춘선 기찻길 지나 좌회전→춘천역→공지로 따라 1km 직진 후 우회전→영서로 따라 200m 직진→소양강 처녀상

숙박 정보
- 춘천게스트하우스마을 로하스 1호점: 서면 툇골길, 010-8941-5978, https://lohas5978.modoo.at
- 게스트하우스 나비야: 서면 툇골길, 033)243-1970, https://cafe.naver.com/nabiya1054
- 춘천베어스호텔: 춘천시 스포츠타운길, 033)245-4300, www.hotelbears.co.kr
- KT&G상상마당 춘천스테이: 춘천시 스포츠타운길399번길, 033)818-4200, www.sangsangmadang.com/stay/reserve
- 춘천소설호텔: 춘천시 중앙로, 033)257-6111 


식당 정보
- 어쩌다농부(된장샐러드비빔밥): 춘천시 중앙로77번길, 033)251-1018 
- 육림닭강정(닭강정): 춘천시 중앙로77번길, 033)244-1510
- 박s푸드(참나물김밥): 춘천시 춘천로, 033)252-6745
- 통나무집닭갈비(닭갈비): 신북읍 신샘밭로, 033)241-5999, www.chdakgalbi.com
- 옛날손장칼국수(장칼국수): 춘천시 영서로, 033)253-5565 
- 현암막국수(막국수): 서면 박사로, 033)243-7361

주변 볼거리
소양강댐, 강촌레일파크, 김유정문학촌, 남이섬, 제이드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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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