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육상쟁 이후…’ 녹십자그룹 후계구도 막전막후
‘골육상쟁 이후…’ 녹십자그룹 후계구도 막전막후
  • 김정수 기자
  • 승인 2020.01.15 09:59
  • 호수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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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지덕지 봉합…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GC녹십자그룹은 작은아버지와 조카의 공동 경영체제다. 창업주의 타계로 그룹을 함께 일궈낸 작은아버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창업주의 두 아들은 현재 그룹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 대표다. 승계에 힘이 실리는 쪽은 후자다. 다만 여러 변수를 배제하기 어렵다. 왜일까?
 

▲ (사진 왼쪽부터)허일섭 녹십자 회장, 허은철 사장, 허용준 부사장
▲ (사진 왼쪽부터)허일섭 녹십자 회장, 허은철 사장, 허용준 부사장

GC녹십자그룹(이하 녹십자그룹)은 국내 유수의 의약품 제조업체다. 주력 사업 분야는 혈액 제제와 백신 제제. 그룹의 모태는 지난 1967년 인수된 ‘수도미생물약품판매주식회사’다. 사명은 1969년 ‘극동제약’으로 변경됐고, 2년 뒤 ‘녹십자’로 교체된 간판이 2004년까지 쓰였다. 이후 지주회사 전환에 따라 ‘녹십자홀딩스’로 개편됐고, 지난해 1월 ‘GC녹십자’로 최종 결정됐다.

혈액·백신
의약품 제조

녹십자그룹을 세운 인물은 고 허영섭 창업주다. 그는 부친(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으로부터 지분을 출자 받아 수도미생물약품판매주식회사를 인수했다. 허 창업주는 자신의 동생과 함께 그룹을 키웠다. 허 창업주는 지난 2009년 지병으로 타계했다. 동생 허일섭 GC녹십자홀딩스 회장은 창업주의 뒤를 이었다.

창업주에겐 세 아들이 있다. 첫째는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 그는 지난 2005년부터 경영에 참여했지만 2년 만에 돌연 회사를 떠났다. 일각에선 부자 간 경영철학에 간극이 있었다는 말이 있었다.

둘째는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다. 그는 지난 1998년 녹십자 경영기획실에 입사해 1년 동안 근무했다. 이후 목암생명과학연구소 기획관리실장에 이어 녹십자 R&D기획실 상무이사, 전무이사, 최고기술경영자,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허 사장은 지난 2015년 조순태 녹십자 대표이사와 함께 공동대표이사를 맡았고, 이듬해 녹십자 단독 대표가 됐다.

셋째는 허용준 GC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이다. 허 부사장은 2003년 녹십자홀딩스에 입사했다. 이후 경영기획실, 영업기획실을 거쳐 경영관리실장(부사장)을 지냈다. 그는 지난 2017년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다.

허 사장과 허 부사장은 허 회장 아래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앞서 회사를 떠난 첫째 허 전 부사장은 부친이 세상을 떠난 뒤 지분을 두고 모친과 갈등을 겪었다. 이른바 ‘녹십자 모자의 난’이다.

창업주 작고 후 숙부·조카 공동경영
그룹 수직계열화…핵심사 대표는 차남

당시 허 창업주는 녹십자홀딩스의 최대주주(12.37%)였다. 그의 유언장에 따르면 허 전 부사장의 부인과 허 사장, 허 부사장 등은 각 5만~5만5000주를 받게 됐다. 반면 허 전 부사장은 단 1주의 주식도 물려받을 수 없었다.

허 전 부사장은 모친에 의해 유언장이 조작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허 전 부사장은 “유언장이 작성될 때 부친은 뇌종양 수술 이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3년의 소송 끝에 허 전 부사장은 패소했다. 그는 유류분 청구 소송을 통해 약간의 지분을 확보했다. 허 전 부사장의 GC녹십자홀딩스 지분은 0.60%에 그친다.
 

녹십자그룹은 30개가 넘는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 중 6개사가 상장사다. ▲GC녹십자홀딩스 ▲GC녹십자 ▲GC녹십자엠에스 ▲GC녹십자랩셀 ▲GC녹십자웰빙 ▲GC녹십자셀 등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녹십자그룹은 GC녹십자홀딩스를 정점으로 수직 계열화를 구축했다.

GC녹십자홀딩스의 최대주주는 허 회장(11.88%)이다. 허 사장과 허 부사장은 각각 2.51%, 2.71%를 보유 중이다. 허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의 지분 합은 49.61%로 절반에 육박한다. 사실상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그룹 전체로 향하는 셈이다.

창업주 타계
지분 다툼

GC녹십자홀딩스는 GC녹십자의 최대주주(51.17%)다. 녹십자는 4개 상장사를 비롯해 여러 계열사들을 품고 있는 그룹 핵심사다. 결국 ‘오너 일가→GC녹십자홀딩스→GC녹십자→이하 계열사’ 등으로 이어지는 그림이다.

GC녹십자홀딩스는 GC녹십자의 최대주주면서 자체적으로 국내외 법인들을 지배하고 있다. GC녹십자홀딩스는 ▲녹십자이엠(100%/기계설비공사) ▲지씨웰페어(70.00%/기타 서비스업) ▲녹십자헬스케어(69.01%/의료서비스) ▲녹십자홍콩(77.35%/기타 서비스) 등의 최대주주다.

이 중 녹십자홍콩은 녹십자중국을 100% 지배하고 있다. 다시 녹십자중국은 중국 소재 5개 해외법인을 100% 지배한다. 녹십자 중국과 이들 5개 회사는 의약품 제조·판매를 맡고 있다. ‘녹십자홀딩스→녹십자홍콩→녹십자중국→이하 해외 법인’의 구조다.

그룹 핵심 계열사 GC녹십자는 4개 상장사의 최대주주다. ▲GC녹십자엠에스(42.07%/의약품 제조·판매) ▲GC녹십자랩셀(24.46%/혈액진단업) ▲GC녹십자웰빙(30.01%/의약품 제조) ▲GC녹십자셀(24.46%/의약품 제조·판매) 등이다.

GC녹십자는 이 외에도 ▲인백팜(92.55%/축산업) ▲녹십자지놈(51.85%/유전자 분석) ▲녹십자메디스(36.85%/의료기기) ▲메디진바이오(50.00%/혈장 연구)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허 사장은 GC녹십자를 이끌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승계의 ‘무게 추’는 허 사장에게 쏠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단순 지분 구조’에 따라 후계 구도를 살펴보면 여러 가능성이 관측된다.

핵심사 녹십자
차남 단독대표

허 회장은 꾸준히 GC녹십자홀딩스의 지분을 매입했다. 올해만 하더라도 두 차례의 매입이 있었다.

가장 최근 매입 시기는 지난 9월이다. GC녹십자홀딩스는 그 달 20일 허 회장의 장내매입을 알렸다. 공시에 따르면 허 회장은 모두 네 차례 (11일·16일·18일·20일)에 걸쳐 보통주 2만주를 사들였다.

허 회장은 지난 5월과 6월에도 GC녹십자홀딩스 지분 4만7123주를 장내매입했다. 올해만 7만주 가까운 지분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는 창업주 별세 이후 매년 지분을 꾸준히 확보했다. 2010년 3만2000주를 사들인 뒤 2011년 무상증자 시기를 거쳤으며 이후로 ▲2012년 25만2380주 ▲2013년 14만500주 ▲2014년 10만주 ▲2015년 5만6주 ▲2016년 5만주 ▲2017년 7만3001주 ▲2018년 8만4877주 등을 확보했다.
 

허 회장의 지분 매입으로 허 사장·허 부사장 형제와 지분 격차는 더 벌어졌다. 허 사장과 허 부사장의 GC녹십자홀딩스 지분 합은 5.22%에 불과하다. 허 회장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도 GC녹십자홀딩스에 지분이 있다. 허 회장은 슬하에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장남은 허진성 녹십자바이오테라뷰틱스(GCBT) 상무다. 차남은 허진훈씨, 장녀는 허진영씨다.

허 상무는 0.65%를, 차남과 장녀는 각각 0.61%, 0.2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부인 또한 마찬가지다. 허 회장의 부인 최영아씨에겐 0.43%의 지분이 있다. 허 회장 일가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13.19%다.

숙부 일가 지분 창업주 형제보다 높아
공익법인, 차남 우호지분으로 통할까

특히 허 회장의 장남 허 상무는 지난해 GC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팀 부장서 상무로 승진했다. 허 상무는 지난 2014년 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실 부장으로 입사한 바 있다. 그가 몸 담고 있는 녹십자바이오테라뷰틱스는 캐나다 법인으로 혈액 제제 공장을 운영한다. 혈액 제제는 녹십자그룹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미약한 지분이지만 GC녹십자홀딩스 최대주주이자 그룹 회장인 허 회장의 장남이라는 점, 녹십자그룹 핵심 사업을 담당하는 회사의 상무로 승진한 점 등으로 후문은 계속될 전망이다.

반대로 허 사장의 승계가 공고하다는 분석도 있다. 창업주가 사재 출연한 공익법인이 배경으로 꼽힌다.

GC녹십자홀딩스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3개의 공익법인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상당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차례로 ▲목암생명과학연구소(9.61%) ▲미래나눔재단(4.31%) ▲목암과학장학재단(2.06%) 등이다. 지분의 합은 15.98%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지난 1983년 설립된 국내 제1호 순수 민간연구법인이다. 미래나눔재단은 2009년 북한동포와 새터민과 같이 소외된 계층에게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목암과학장학재단은 2005년 과학도 육성을 위해 설립됐다.

앞서는 숙부
공익법인 역할?

이들은 모두 허영섭 창업주가 사재로 출연한 공익법인이다. 허 사장에게 우호지분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눈길이 가는 건 법인들마다 각각 ‘대표권 제한 규정’이 있다는 것. 이들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허 회장과 허 사장은 목암생명과학연구소의 이사로 등기돼있다. 하지만 대표권 제한 규정에 따라 ‘이사 허일섭 외에’ 대표권은 없다. 나머지 공익법인들도 같은 맥락이다. 미래나눔재단은 허 부사장이, 목암과학재단은 허 사장이 대표권 제한 규정에 따라 대표권을 쥐고 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녹십자 창업주는?

GC녹십자는 지난달 15일 경기도 용인시 본사서 창업주 고 허영섭 회장의 10주기 추모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GC녹십자 임직원들은 자율적으로 참배와 헌화에 참여, 국내 바이오산업의 발전과 필수의약품 국산화에 헌신했던 고인의 뜻을 기렸다.

특히 이번 10주기 추모식에는 ‘목암, 그를 다시 만나다’를 주제로 고인의 생전 활동을 담은 사진전과 육성을 들을 수 있는 공간 등이 마련돼 고인의 발자취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창업주는 생명과학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에서 ‘만들기 힘든, 그러나 꼭 있어야 할 의약품 개발’에 매진, 필수의약품의 국산화를 이룩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이후 B형간염백신, 유행성출혈열백신, 수두백신, 유전자재조합 혈우병치료제 등이 개발됐고, 이는 GC녹십자가 혈액 분획 제제와 백신 분야서 세계적 제약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특히 지난 2009년 전 세계를 공포로 내몰았던 신종플루 예방백신을 개발하고 적시에 전량을 국내 공급해 우리나라의 백신 자주권을 확보하는 등 국가 보건안보에도 큰 공적을 남겼다.

창업주는 회사의 성장을 통해 거둔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며 환자중심주의도 실현했다. 지난 1990년 선천성 유전질환인 혈우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와 재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한국혈우재단’이 대표적이다.

앞서 창업주는 1983년 목암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했다. 당시 그는 “먼지가 쌓여도 이 땅에 쌓이게 해야 한다”며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고, 다른 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민간 연구재단을 설립해 국내 생명과학 연구기반 조성과 후학양성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재계와 업계 관계자들은 고인에 대해 “경제적인 득실보다는 국가와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가치관이 강했던 분”이라며 “자신에게는 엄격하리만큼 검소했지만 공익을 위한 일에는 그 누구보다 아낌이 없었다”고 기억했다.

창업주는 한국제약협회 회장, 사단법인 한독협회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장,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이사장, 한독상공회의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 외에도 국민훈장 모란장, 과학기술훈장 창조장, 독일정부로부터 십자공로훈장 수훈과 인촌상을 받는 주인공이 됐으며 올해 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에 선정됐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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