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육상쟁 이후…’ 녹십자그룹 후계구도 막전막후

덕지덕지 봉합…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GC녹십자그룹은 작은아버지와 조카의 공동 경영체제다. 창업주의 타계로 그룹을 함께 일궈낸 작은아버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창업주의 두 아들은 현재 그룹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 대표다. 승계에 힘이 실리는 쪽은 후자다. 다만 여러 변수를 배제하기 어렵다. 왜일까?
 

▲ (사진 왼쪽부터)허일섭 녹십자 회장, 허은철 사장, 허용준 부사장

GC녹십자그룹(이하 녹십자그룹)은 국내 유수의 의약품 제조업체다. 주력 사업 분야는 혈액 제제와 백신 제제. 그룹의 모태는 지난 1967년 인수된 ‘수도미생물약품판매주식회사’다. 사명은 1969년 ‘극동제약’으로 변경됐고, 2년 뒤 ‘녹십자’로 교체된 간판이 2004년까지 쓰였다. 이후 지주회사 전환에 따라 ‘녹십자홀딩스’로 개편됐고, 지난해 1월 ‘GC녹십자’로 최종 결정됐다.

혈액·백신
의약품 제조

녹십자그룹을 세운 인물은 고 허영섭 창업주다. 그는 부친(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으로부터 지분을 출자 받아 수도미생물약품판매주식회사를 인수했다. 허 창업주는 자신의 동생과 함께 그룹을 키웠다. 허 창업주는 지난 2009년 지병으로 타계했다. 동생 허일섭 GC녹십자홀딩스 회장은 창업주의 뒤를 이었다.

창업주에겐 세 아들이 있다. 첫째는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 그는 지난 2005년부터 경영에 참여했지만 2년 만에 돌연 회사를 떠났다. 일각에선 부자 간 경영철학에 간극이 있었다는 말이 있었다.

둘째는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다. 그는 지난 1998년 녹십자 경영기획실에 입사해 1년 동안 근무했다. 이후 목암생명과학연구소 기획관리실장에 이어 녹십자 R&D기획실 상무이사, 전무이사, 최고기술경영자,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허 사장은 지난 2015년 조순태 녹십자 대표이사와 함께 공동대표이사를 맡았고, 이듬해 녹십자 단독 대표가 됐다.

셋째는 허용준 GC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이다. 허 부사장은 2003년 녹십자홀딩스에 입사했다. 이후 경영기획실, 영업기획실을 거쳐 경영관리실장(부사장)을 지냈다. 그는 지난 2017년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다.

허 사장과 허 부사장은 허 회장 아래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앞서 회사를 떠난 첫째 허 전 부사장은 부친이 세상을 떠난 뒤 지분을 두고 모친과 갈등을 겪었다. 이른바 ‘녹십자 모자의 난’이다.

창업주 작고 후 숙부·조카 공동경영
그룹 수직계열화…핵심사 대표는 차남

당시 허 창업주는 녹십자홀딩스의 최대주주(12.37%)였다. 그의 유언장에 따르면 허 전 부사장의 부인과 허 사장, 허 부사장 등은 각 5만~5만5000주를 받게 됐다. 반면 허 전 부사장은 단 1주의 주식도 물려받을 수 없었다.

허 전 부사장은 모친에 의해 유언장이 조작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허 전 부사장은 “유언장이 작성될 때 부친은 뇌종양 수술 이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3년의 소송 끝에 허 전 부사장은 패소했다. 그는 유류분 청구 소송을 통해 약간의 지분을 확보했다. 허 전 부사장의 GC녹십자홀딩스 지분은 0.60%에 그친다.
 

녹십자그룹은 30개가 넘는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 중 6개사가 상장사다. ▲GC녹십자홀딩스 ▲GC녹십자 ▲GC녹십자엠에스 ▲GC녹십자랩셀 ▲GC녹십자웰빙 ▲GC녹십자셀 등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녹십자그룹은 GC녹십자홀딩스를 정점으로 수직 계열화를 구축했다.

GC녹십자홀딩스의 최대주주는 허 회장(11.88%)이다. 허 사장과 허 부사장은 각각 2.51%, 2.71%를 보유 중이다. 허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의 지분 합은 49.61%로 절반에 육박한다. 사실상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그룹 전체로 향하는 셈이다.

창업주 타계
지분 다툼

GC녹십자홀딩스는 GC녹십자의 최대주주(51.17%)다. 녹십자는 4개 상장사를 비롯해 여러 계열사들을 품고 있는 그룹 핵심사다. 결국 ‘오너 일가→GC녹십자홀딩스→GC녹십자→이하 계열사’ 등으로 이어지는 그림이다.

GC녹십자홀딩스는 GC녹십자의 최대주주면서 자체적으로 국내외 법인들을 지배하고 있다. GC녹십자홀딩스는 ▲녹십자이엠(100%/기계설비공사) ▲지씨웰페어(70.00%/기타 서비스업) ▲녹십자헬스케어(69.01%/의료서비스) ▲녹십자홍콩(77.35%/기타 서비스) 등의 최대주주다.

이 중 녹십자홍콩은 녹십자중국을 100% 지배하고 있다. 다시 녹십자중국은 중국 소재 5개 해외법인을 100% 지배한다. 녹십자 중국과 이들 5개 회사는 의약품 제조·판매를 맡고 있다. ‘녹십자홀딩스→녹십자홍콩→녹십자중국→이하 해외 법인’의 구조다.

그룹 핵심 계열사 GC녹십자는 4개 상장사의 최대주주다. ▲GC녹십자엠에스(42.07%/의약품 제조·판매) ▲GC녹십자랩셀(24.46%/혈액진단업) ▲GC녹십자웰빙(30.01%/의약품 제조) ▲GC녹십자셀(24.46%/의약품 제조·판매) 등이다.

GC녹십자는 이 외에도 ▲인백팜(92.55%/축산업) ▲녹십자지놈(51.85%/유전자 분석) ▲녹십자메디스(36.85%/의료기기) ▲메디진바이오(50.00%/혈장 연구)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허 사장은 GC녹십자를 이끌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승계의 ‘무게 추’는 허 사장에게 쏠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단순 지분 구조’에 따라 후계 구도를 살펴보면 여러 가능성이 관측된다.

핵심사 녹십자
차남 단독대표

허 회장은 꾸준히 GC녹십자홀딩스의 지분을 매입했다. 올해만 하더라도 두 차례의 매입이 있었다.

가장 최근 매입 시기는 지난 9월이다. GC녹십자홀딩스는 그 달 20일 허 회장의 장내매입을 알렸다. 공시에 따르면 허 회장은 모두 네 차례 (11일·16일·18일·20일)에 걸쳐 보통주 2만주를 사들였다.

허 회장은 지난 5월과 6월에도 GC녹십자홀딩스 지분 4만7123주를 장내매입했다. 올해만 7만주 가까운 지분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는 창업주 별세 이후 매년 지분을 꾸준히 확보했다. 2010년 3만2000주를 사들인 뒤 2011년 무상증자 시기를 거쳤으며 이후로 ▲2012년 25만2380주 ▲2013년 14만500주 ▲2014년 10만주 ▲2015년 5만6주 ▲2016년 5만주 ▲2017년 7만3001주 ▲2018년 8만4877주 등을 확보했다.
 

허 회장의 지분 매입으로 허 사장·허 부사장 형제와 지분 격차는 더 벌어졌다. 허 사장과 허 부사장의 GC녹십자홀딩스 지분 합은 5.22%에 불과하다. 허 회장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도 GC녹십자홀딩스에 지분이 있다. 허 회장은 슬하에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장남은 허진성 녹십자바이오테라뷰틱스(GCBT) 상무다. 차남은 허진훈씨, 장녀는 허진영씨다.

허 상무는 0.65%를, 차남과 장녀는 각각 0.61%, 0.2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부인 또한 마찬가지다. 허 회장의 부인 최영아씨에겐 0.43%의 지분이 있다. 허 회장 일가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13.19%다.

숙부 일가 지분 창업주 형제보다 높아
공익법인, 차남 우호지분으로 통할까

특히 허 회장의 장남 허 상무는 지난해 GC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팀 부장서 상무로 승진했다. 허 상무는 지난 2014년 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실 부장으로 입사한 바 있다. 그가 몸 담고 있는 녹십자바이오테라뷰틱스는 캐나다 법인으로 혈액 제제 공장을 운영한다. 혈액 제제는 녹십자그룹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미약한 지분이지만 GC녹십자홀딩스 최대주주이자 그룹 회장인 허 회장의 장남이라는 점, 녹십자그룹 핵심 사업을 담당하는 회사의 상무로 승진한 점 등으로 후문은 계속될 전망이다.

반대로 허 사장의 승계가 공고하다는 분석도 있다. 창업주가 사재 출연한 공익법인이 배경으로 꼽힌다.

GC녹십자홀딩스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3개의 공익법인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상당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차례로 ▲목암생명과학연구소(9.61%) ▲미래나눔재단(4.31%) ▲목암과학장학재단(2.06%) 등이다. 지분의 합은 15.98%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지난 1983년 설립된 국내 제1호 순수 민간연구법인이다. 미래나눔재단은 2009년 북한동포와 새터민과 같이 소외된 계층에게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목암과학장학재단은 2005년 과학도 육성을 위해 설립됐다.

앞서는 숙부
공익법인 역할?

이들은 모두 허영섭 창업주가 사재로 출연한 공익법인이다. 허 사장에게 우호지분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눈길이 가는 건 법인들마다 각각 ‘대표권 제한 규정’이 있다는 것. 이들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허 회장과 허 사장은 목암생명과학연구소의 이사로 등기돼있다. 하지만 대표권 제한 규정에 따라 ‘이사 허일섭 외에’ 대표권은 없다. 나머지 공익법인들도 같은 맥락이다. 미래나눔재단은 허 부사장이, 목암과학재단은 허 사장이 대표권 제한 규정에 따라 대표권을 쥐고 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녹십자 창업주는?

GC녹십자는 지난달 15일 경기도 용인시 본사서 창업주 고 허영섭 회장의 10주기 추모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GC녹십자 임직원들은 자율적으로 참배와 헌화에 참여, 국내 바이오산업의 발전과 필수의약품 국산화에 헌신했던 고인의 뜻을 기렸다.

특히 이번 10주기 추모식에는 ‘목암, 그를 다시 만나다’를 주제로 고인의 생전 활동을 담은 사진전과 육성을 들을 수 있는 공간 등이 마련돼 고인의 발자취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창업주는 생명과학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에서 ‘만들기 힘든, 그러나 꼭 있어야 할 의약품 개발’에 매진, 필수의약품의 국산화를 이룩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이후 B형간염백신, 유행성출혈열백신, 수두백신, 유전자재조합 혈우병치료제 등이 개발됐고, 이는 GC녹십자가 혈액 분획 제제와 백신 분야서 세계적 제약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특히 지난 2009년 전 세계를 공포로 내몰았던 신종플루 예방백신을 개발하고 적시에 전량을 국내 공급해 우리나라의 백신 자주권을 확보하는 등 국가 보건안보에도 큰 공적을 남겼다.

창업주는 회사의 성장을 통해 거둔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며 환자중심주의도 실현했다. 지난 1990년 선천성 유전질환인 혈우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와 재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한국혈우재단’이 대표적이다.

앞서 창업주는 1983년 목암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했다. 당시 그는 “먼지가 쌓여도 이 땅에 쌓이게 해야 한다”며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고, 다른 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민간 연구재단을 설립해 국내 생명과학 연구기반 조성과 후학양성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재계와 업계 관계자들은 고인에 대해 “경제적인 득실보다는 국가와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가치관이 강했던 분”이라며 “자신에게는 엄격하리만큼 검소했지만 공익을 위한 일에는 그 누구보다 아낌이 없었다”고 기억했다.

창업주는 한국제약협회 회장, 사단법인 한독협회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장,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이사장, 한독상공회의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 외에도 국민훈장 모란장, 과학기술훈장 창조장, 독일정부로부터 십자공로훈장 수훈과 인촌상을 받는 주인공이 됐으며 올해 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에 선정됐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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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