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겉만 번지르르’ 한국영화의 빛과 그림자
<일요시사> ‘겉만 번지르르’ 한국영화의 빛과 그림자
  • 함상범 기자
  • 승인 2019.12.09 17:04
  • 호수 12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일요시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일요시사

독립영화, 드디어 빛을 보는가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최근 영화 <벌새> <메기> <윤희에게> 등 다양성 영화들이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추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올 상반기, 뚜렷하게 성과를 남긴 독립영화가 <항거:유관순 이야기> <교회 오빠>를 제외하고는 미비했던 가운데 세 영화가 기존 메이저 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작품성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
 

▲ 사진=&lt;벌새&gt; &lt;메기&gt; &lt;윤희에게&gt; 포스터
▲ ⓒ<벌새> <메기> <윤희에게> 포스터

국내 영화산업은 한 해 관객수 2억명을 넘는 등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 상반기에만 1000만 영화가 네 편(<극한직업> <기생충> <어벤져스:엔드 게임> <알라딘>)이었으며, 상반기에만 총 1억명의 관객을 돌파했다. 아울러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하듯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한국 영화의 불모지였던 미국서도 화제의 중심에 있다.

강한 여풍

외연만 보면 한국 영화계가 금자탑을 쌓는 듯 보이지만 내실을 자세히 따져보면 침체기에 가깝다. 올해만 하더라도 <극한직업> <기생충> <엑시트>를 제외하곤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작품을 찾기 힘들다. 올해 최고 흥행작 10편 중에 6편이 해외 영화다. 흥행에 성공했더라도 질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은 손에 꼽는다. 이전 다른 작품의 흥행했던 포인트를 적당히 활용해서 만드는 소위 ‘양산형 영화’만 즐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한국영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가을을 기점으로 일부 다양성 영화가 약진을 보이며 한국 영화에 새 바람을 넣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들> <벌새> <메기> <윤희에게>가 그 주인공들이다. 특히 <윤희에게>의 임대형 감독을 제외하면 나머지 감독들이 여성 감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먼저 첫발을 뗀 건 윤고은 감독의 <우리집>이다. 2016년 10대들의 불안을 소재로 한 <우리들>로 5만 관객을 동원한 윤 감독은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집을 사수하려는 노력이 담긴 <우리들>로 또 한 번 5만5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연타석 흥행을 기록했다. 1만명만 넘어도 대박이라는 독립영화계서 단 두 편으로 10만 관객을 기록, 흥행 보증수표 감독이 됐다. 아울러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등 겨우 10세 무렵의 배우들을 상대로 안정적이다 못해 뛰어난 연기력을 드러낸 디렉팅 능력도 조명받고 있다.

연이은 흥행을 기록한 윤 감독은 “첫 번째 영화가 개봉을 목표로 하고 만들었던 영화도 아니어서 결과가 저희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 소화가 안 됐다. 어떤 감독이 돼야 하나 고민도 했다. 답이 잘 안 나오더라. 선배 감독들의 조언을 듣고 빨리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부터는 만들어야겠다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외연만 보면 금자탑
내실 자세히 따지면…

<우리집>에 이어 국내 독립영화계를 강타한 작품이 나왔다. <벌새>다. 이 영화는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국내외 영화제서 무려 34관왕을 차지했고,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관객수 13만명을 돌파했다.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뒤를 이을 연출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김보라 감독은 5개의 신인감독상을 차지하는 등 올해 가장 빛나는 신인감독으로 꼽히고 있다.

1994년 서울을 배경으로 중학생 소녀가 여러 인물들과 크고 작은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는 내용을 그린 이 영화는 ‘성수대교가 무너졌던 1994년 서울’이라는 매우 특수한 배경을 다루고 있다. 막 사춘기에 들어선 중학교 2학년 은희(박지후 분)가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남자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유일하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영지 선생님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 사진=김보라 감독, 이옥섭 감독, 윤고은 감독(위부터 시계방향) 엣나인필름, 리틀빅픽쳐스
▲ 사진=김보라 감독, 이옥섭 감독, 윤고은 감독(위부터 시계방향) ⓒ엣나인필름, 리틀빅픽쳐스

현재도 개봉 중인 <윤희에게>는 1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다른 상업영화에 비해 비교적 적은 상영관을 배정 받았음에도 일궈낸 결과다. 배우 김희애와 김소혜, 성유빈을 앞세운 이 영화는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 분)가 잊고 지냈던 첫사랑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나는 감성 멜로다.

이 땅의 ‘윤희’에게 응원과 희망을 전하는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배우의 연기력이 조화를 이뤄 ‘올해 한국 영화의 발견’이라는 평을 얻었다. 임대형 감독은 “이 영화는 가족으로 인해 고통받은 시간을 가족으로 치유받는 이야기”라고 자평했다.

꽤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한국 독립 영화계도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지난달 28일 개최한 서울독립영화제 역시 이전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무려 118편의 새로운 독립영화를 볼 수 있다.

올 흥행작 60% 흥행영화
다양성 영화 새로운 희망

이번 영화제서 심사위원을 맡게 된 배우 문소리는 “영화제 심사를 하면서 가장 즐거운 점은 올 한해에 중요한 영화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것,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상적인 독립 장편들이 많았다. 최근에 독립 장편들의 경향이 어떤지 보면서 새로운 경향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기대가 된다”고 소감을 드러냈다.

포근한 가을과 함께 유의미한 성과를 낸 영화들이 등장했지만,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올해 독립영화 중 의미 있는 결과를 낸 작품은 115만 관객을 동원한 <항거:유관순 이야기>와 9만4000명을 동원한 <교회 오빠>였다.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롯데엔터테인먼트라는 대기업 자본이 투입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온전한 독립영화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독립영화의 경우 상업 영화 및 해외 영화와 공정한 경쟁을 치루기엔 불리한 위치에 있다. 따라서 국내 영화계의 발전과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스크린 상한제를 비롯한 제도적인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016년 안철수·도종환 의원이 차례로 내놓은 ‘영화및비디오물의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이하 영비법) 이후 올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스크린 상한제를 골자로 한 영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까지도 뚜렷한 진전은 없다. 대기업이 투자와 배급, 상영을 겸업하지 못하도록, 특정 영화가 스크린을 독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취지인데 이마저도 독립영화계를 포용할 만한 요소가 부족해 보인다는 의견이다.

독립영화의 그림자

이에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의 다양성 증진과 독과점 해소는 영화법과 협약에 따라 강력한 규제·지원 정책을 병행하고 있는 프랑스의 사례서 배워야 한다”며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영화진흥위원회는 한시라도 빨리 영화법을 개정하고 규제와 지원을 병행하는 실질적인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기 포토 /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