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LG '기술유출' 진실공방 전말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7.23 11: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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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사람은 있는데 도둑은 없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도둑맞았다는 사람은 있는데 도둑질 했다는 사람은 없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기술유출 공방을 한 마디로 줄인 말이다. 누구의 잘못인지는 법정에서 자연스럽게 밝혀질 텐데 삼성과 LG는 제품보다는 말로써 경쟁사 흠집 내기에 여념이 없다. '빼앗겼다는 자'와 '안 빼앗았다는 자'가 서로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조치를 예고한 상태에서 이 둘의 난타전은 어느 때보다 강도가 셀 전망이다.

수원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길수)는 지난 13일 삼성의 핵심기술을 빼돌린 혐의(산업기술유출방지법 위반)로 조모씨 등 삼성 전현직 연구원 6명과 정모씨 등 LG디스플레이 임직원 4명, LG협력업체 임원 1명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 관계자들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퇴사한 조씨를 통해 관련기술을 컨설팅 방식으로 넘겨받았다. LG디스플레이는 이 과정에서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OLED TV 제조기술을 담은 보고서도 함께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OLED기술 유출 공방
법정 싸움 예고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LG디스플레이의 책임있는 조치와 사과,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심재부 삼성디스플레이 커뮤니케이션팀장(상무)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수사결과를 접하고 LG디스플레이 전사 차원의 조직적 범죄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피해사실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에 유출된 기술개발을 위해 1조2000억원을 투입했다"며 "피해규모는 천문학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OLED 기술력 부족을 단기간에 만회하기 위해 고위 경영진이 삼성의 기술과 핵심인력 탈취를 조직적으로 주도했다"고 밝혔다.


LG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방수 LG디스플레이 전무는 기자회견을 통해 "독자적 기술을 통해 55인치 TV용 OLED 패널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해당 패널이 들어간 TV가 대통령상을 받는 등 기술력을 공인받고 있다"며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른 삼성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TV의 핵심 기술은 TFT 위에 유기물질을 고정시키는 증착기술이며 유기물질을 증착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정이 필요하고, 공정별로 수십번 이상의 시행착오를 거쳐 취득한 삼성의 노하우가 담겨 있는 보고서가 유출됐다"며 "이는 화이트(W) OLED TV에서도 꼭 필요한 핵심기술"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는 삼성이 주장하는 것처럼 증착 등 OLED 관련 핵심 기술을 가져 온 증거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등을 통해 업계나 시장에 알려진 수준 정도의 경쟁사 동향을 영업비밀이라고 해서 기소한 것은 비즈니스 세계의 경쟁 현실을 외면한 처사로 부당한 결정이라고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은 아직까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을 확정된 범죄인 것처럼 자료까지 배포하면서 경쟁사를 흠집 내고 있다"며 "적절한 시점에 삼성디스플레이 측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에 유출된 자료는 논문 등 학술자료를 통해서도 충분히 유추가 가능한 일반적인 수준이었다"면서 "경찰수사에선 LG쪽 임직원이 총 10명이 입건됐는데 최종 검찰기소에선 6명으로 줄어든 것만 봐도 이번 사건은 삼성이 주장하는 것처럼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OLED 기술유출 두고 '진흙탕 싸움' 본격화
가전·IT소품·광고 등 끝없는 '감정싸움'

이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생산기술센터 전무와 OLED 사업전략 담당 임원이 직접 전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에게 수차례에 걸쳐서 문자와 이메일 등을 통해 삼성에서 정보를 빼낼 것으로 요청했다"며 "널리 알려진 정보라면 부당한 방법을 동원해 빼낼 필요가 있었는가"라고 반문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또 "명백한 부정행위인 만큼 사법당국에서 나올 결과를 자신한다"며 "그 결과에 따라 민사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OLED 기술은 현 LCD를 대체할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지난 2007년 삼성이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고, 10인치 이하 중소형 패널을 생산하며 전 세계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TV용 55인치 대형 패널 개발에 나섰고 올초 시제품을 내놓았다. 비슷한 시기에 LG디스플레이도 55인치 패널 시제품을 선보이며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LG는 삼성의 RGB(적농청 색을 내는 유기물을 얇게 유리판에 입혀 색을 내는 기술)방식과는 달리 W-OLED(유기물 위에 컬러필터를 덧씌워 색을 내는 기술)방식으로 대형화가 쉬운 것으로 개발에 성공했다.

이 와중에 삼성은 LG가 공정 기술을 훔쳐 개발 기간을 단축시켰다고 의심하고 LG는 삼성 측 기술과는 방식부터 다르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 둘은 2년 전에도 비슷한 다툼을 벌인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0년 AMOLED 핵심공정 책임자로 근무하다가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긴 A씨 등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금지 및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삼성 "소송불사"
LG "과장됐다"

당시 삼성 측은 "A씨가 퇴사 후 2년 이내에 다른 경쟁업체에 취직하지 않을 의무가 있지만 이를 어겼다"며 "많은 비용을 들여 개발한 AMOLED 기술이 경쟁사에 들어가면 막대한 손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A씨는 중요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만큼 신청인 회사는 A씨의 전직을 금지할 이유가 있다"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소비자가전 분야에서도 양사는 끊임없이 부딪쳐 왔다. 최근에는 냉장고에서 '10ℓ 크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는 2010년 3월부터 본격적인 냉장고 크기 대결을 벌여왔다. 당시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800ℓ를 돌파하는 대용량 냉장고를 선 보였고 같은해 9월 삼성전자는 840ℓ를 출시해 맞불을 놨다.

지난해에는 LG전자가 850ℓ, 삼성전자가 860ℓ를 출시하면서 10ℓ 전쟁이 시작됐고 지난 4일 삼성이 세계 최대 용량이라면서 900ℓ급 지펠냉장고를 내놨다. 이후 12일 만에 LG전자가 910ℓ 디오스 냉장고로 응수하면서 세계 최대 용량 타이틀을 다시 가져갔다. 삼성은 국내 최초 상(上)냉장·하(下)냉동 방식을 처음 도입하고 910ℓ냉장고를 신규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닐 텐데 양사는 왜 크기를 두고 다투는 걸까? 전문가들은 크기가 곧 기술력을 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외부에서 보는 냉장고 크기는 mm 단위로 최소한으로 늘리면서 냉장고 내벽의 두께를 최대한 줄여 숨어있는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것. 그러면서 업체들은 벽이 얇아지는 만큼 고효율의 단열재를 써야하고 구석구석 냉기 전달력을 높이기위해 보다 나은 컴프레셔를 개발해야 한다. 즉 크기 전쟁이 기술력 전쟁이라는 것이다.


양사가 주력 TV로 키우고 있는 3D TV 광고와 관련해서도 세계시장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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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용량 냉장고 경쟁

첫승은 LG가 챙겼다. LG전자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자사 TV 기술인 액티브 3D 방식이 LG전자의 기술인 패시브 3D 방식보다 우수하다'는 내용의 광고를 미국에서 반영하자 전미광고국(NAD)에 이의를 제기해 광고영상 사용중단을 권고하는 결정을 받아냈다.

비슷한 시기에 삼성전자도 LG전자가 미국에서 '3DTV 테스트에서 소비자 5명 중 4명이 소니와 삼성보다 LG를 선택했다'는 문구의 광고를 반영하자 NAD에 이의를 신청했고 NAD는 LG전자에 광고영상 사용중단을 권고했다.

영국에서는 LG전자가 'LG 시네마 3D TV'가 풀HD 3D, 풀HD 1080p 영상을 제공하며, 어느 각도에서나 같은 수준의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인쇄광고, 웹사이트, 세일즈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자 삼성전자가 영국 광고심의위원회(ASA)에 LG전자를 허위광고혐의로 제소, ASA는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06년에는 LG전자가 삼성전자가 홍보물을 통해 자사의 "하드디스크 내장형 PDP TV에 대해 허위·비방광고를 펴고 있다"며 법원에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승소를 받아냈다.


지난 2월에는 호주에서 삼성전자의 광고 중단이 결정되기도 했다. 당시 호주 광고심의위원회(ACB)는 LG전자가 삼성전자의 버블세탁기 광고를 상대로 제기한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광고 중단을 결정했다.

ACB는 삼성전자의 버블세탁기 광고가 과장광고에 해당 된다며 TV, 전단지, 언론홍보 등에 관련 표현을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했다.

삼성 "피해사실 규명하고 응분의 책임 물을 것"
LG "경쟁사 흠집 내기, 명예훼손 고소예정"

LG전자는 삼성전자의 버블세탁기 광고 중 일부가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광고에서 버블세탁기가 절전효과, 탁월한 세탁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는데 LG전자가 근거 없는 과장광고로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차세대 첨단 IT소품이 될 무선충전기를 놓고 벌이는 전쟁도 가관이다. 이번에는 LG전자가 삼성전자를 향해 ‘선빵’을 날렸다. 무선충전기 분야에서 LG가 삼성에 비해 앞서있으며 현재 삼성이 추진 중인 무선충전기술이 안전하지도 않고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것.

무선충전은 전기를 전파를 통해 전송하는 방식으로 접촉식인 자기유도 방식과 근거리 전송 방식인 자기공진 방식이 있다.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자기공진 방식은 패드와 스마트폰이 일정거리 떨어져 있어도 충전이 가능하다. LG전자가 상용화한 자기유도 방식은 충전패드 내부의 코일이 자기장을 만들어 충전패드 위의 휴대폰에 유도전류를 흘려주면서 배터리가 충전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LG전자 관계자는 "공진방식이 상용화되려면 충전패드와 휴대폰의 거리가 최소 1~2m는 떨어져 있어도 충전이 돼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공진방식이 지원하는 거리는 여기에 크게 못 미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기유도 방식은 충전 효율성이 기존 케이블 대비 약 90% 수준으로 높다"며 "유해성 문제도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공진방식에 대해서는 "충전 효율성도 문제지만 공진방식은 충전패드와 휴대폰의 주파수를 동일하게 맞춰야만 하고 국제 표준이 없다 보니 아직 유해성 측면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LG-삼성 '티격태격'

삼성은 기술력으로 맞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G가 사용하는 자기유도 방식은 예전부터 있던 방식이라 표준 제정이 먼저 진행된 것일 뿐"이라며 "자기유도 방식은 지난 2010년 7월에 확정됐고 삼성의 공진유도 방식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방식이라 표준화가 조금 늦어진 것인 뿐"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의 공진유도 방식은 올 4월에 무선충전협회(WPC) 확장 표준으로 확정됐다"며 "최신 방식인 만큼 기술적으로는 더 우수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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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