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암행’ 창성동 별관팀 실체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2.09 10:22:26
  • 호수 12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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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 듯 말 듯 ‘관가 저승사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별도 특별감찰반을 가동했다는 의혹에 보수야당은 이를 ‘백원우 별동대’로 규정하고, 3대 청와대 게이트 사건의 교집합으로 청와대 인근의 창성동 별관을 지목했다. <일요시사>는 창성동 별관을 다각도로 추적했다.
 

취재진이 청와대로 모여들었다. 지난 4일 오전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난 후다. 현장에선 검사와 수사관이 탄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건물로 드나들었다. 청와대에서 약 500여미터 떨어진 창성동 별관도 그 중 하나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청와대서 
500여미터

앞서 속칭 ‘백원우 별동대’가 창성동 별관 3층서 근무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의혹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당시 민정수석실 직원들과의 면담을 통해 제기됐다. 직원들은 김 의원과의 면담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밑에 아주 문제 있는 조직이 있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에 따르면, 민정비서관실서 창성동 별관으로 2개의 팀이 나와 있었다. 5층은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팀이 사용했으며, 3층은 백원우 별동대가 사용했다는 것. 최근 유명을 달리한 A 수사관과 경찰 출신의 다른 특감반원이 별동대로 활동했다.

한국당은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 2일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백원우 별동대와 창성동 별관에 대해 “어떻게 하면 이 정권 측근들의 죄를 덮고, 상대편에게는 없는 죄를 뒤집어씌워서 끌어낼지 중상모략을 꾀하던 밀실”이라며 “(여권이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축소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4일 “(A 수사관이 속했던)백원우 별동대 자체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미래를 보여준다”며 “친문(친 문재인) 세력의 범죄는 모두 덮어버리고, 야권 세력에 대해선 불법적 공작·수사를 서슴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상진 의원도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현대판 ‘3·15 부정선거’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그것보다 더한,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서 공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백원우 별동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검, 전격 BH 압수수색 왜?
‘백원우 별동대’ 별관 3층에…

청와대는 별동대 의혹에 대해 즉시 반박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특감반원이 당시 직제상 없는 일을 했다든지, 혹은 비서관의 별동대였다든지 하는 등의 억측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시 (대통령의)특수관계인을 담당했던 두 분은 대통령비서실 직제령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창성동 별관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1년 전 이맘때 검찰은 창성동 별관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첫 청와대 압수수색이었다.

압수수색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이하 특감반)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지고 난 후 진행됐다. 앞서 김태우 전 수사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업무 범위를 넘어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폭로했다. 한국당은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조국 당시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 4명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은 압수수색으로 이어졌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과 특감반 등이 위치한 청와대 경내 여민관과, 창성동 별관서 자료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청와대는 검찰에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했다. 
 

▲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윤영찬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압수수색에 응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청와대는 군사상 보안을 요하는 시설이라 그에 준해 압수수색 절차에 응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경내 진입은 아니고 임의제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반박에도
의심 가득

이번 압수수색도 당시와 마찬가지로 임의제출 형식으로 진행됐다. 압수수색을 집행한 서울동부지검은 “(4일) 오전 11시30분께 대통령비서실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알렸다. 1년 전 압수수색을 집행한 곳도 서울동부지검이다.

청와대는 이번 압수수색에 유감을 표명하는 과정서 검찰이 김태우 전 수사관의 진술에 의존해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오늘(지난 4일) 서울동부지검이 압수수색으로 요청한 자료는 지난해 12월 ‘김태우 사건’서 비롯한 압수수색서 요청한 자료와 대동소이하고, 당시 청와대는 성실히 협조한 바 있다”며 “비위 혐의가 있는 제보자 김 전 수사관의 진술에 의존해 검찰이 국가중요시설인 청와대를 거듭해 압수수색한 것은 유감”이라고 성토했다.

창성동 별관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때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던 곳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며 국정 농단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 2017년 3월, 검찰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창성동 별관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수색했다.

당시 창성동 별관에도 현 정권과 마찬가지로 특감반이 위치해 있었다.

검찰이 창성동 별관을 압수수색한 이유는, 그곳에서 특감반이 영장 없이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감사담당관의 신체를 수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사건은 지난 2015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감사담당관의 주장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문체부 국민소통실의 사무관과 주무관을 지목하며 “이들을 감찰해 무조건 중징계를 받도록 조치하라”고 직간접적으로 지시했다는 것. 감사담당관은 이들에 대해 특별히 부적절한 사항을 찾지 못하자 압박이 들어왔다고 진술했다.

공포 대상
불려 가면…

해당 감사담당관은 지난 2017년 3월 “(지난 2016년 1월)영장도 없이 저와 사무관, 주무관의 휴대전화·컴퓨터·서랍·이메일을 4시간 이상 뒤졌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특감반이 있던 창성동 별관에 불려가 신발과 양말 등을 벗고 신체수색을 당했다고 한다. 휴대전화도 빼앗긴 뒤 개인정보 이용에 동의하라고 강요받았다. 지갑서 국가유공자증이 나오자 “사기 쳐서 받은 것 아니냐. 털어보겠다”는 협박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사회 내부서 창성동 별관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과거 정권은 이곳에 특감반은 물론 비밀 사무실을 두곤 했다. 일례로 이명박정권 때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이곳에 들어섰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포항 인맥인 ‘영포회’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광우병 촛불집회’ 직후인 지난 2008년 7월 신설됐다. 공직자와 공기업의 비리를 조사한다고 해 ‘관가의 저승사자’ ‘암행감찰반’ 등으로 불렸다.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소유인 김해시의 한 골프장서 기업체의 골프 접대를 받은 공직자들을 적발해 징계를 요구한 사건은, 이 조직이 어떤 업무했던 곳인지 보여준다.

그러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2008년 7월 공직윤리지원관실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희화화한 ‘쥐코’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린 한 중소기업 대표를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당시 야당인 민주당의 문제제기로 2010년 1차 수사를 벌여 불법 사찰이 실제로 있었음을 확인한 바 있다.

현재 창성동 별관은 백원우 별동대가 위치한 곳으로 의심받고 있다. 한국당은 민주당 등 범여권이 주장하는 공수처의 미래가 백원우 별동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정부여당은 이러한 주장에 반박하며,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맹비난했다.

GH 공무원 신체 수색
MB 민간인 사찰 나서

민주당은 ‘검찰 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5일 첫 회의서 설훈 특위위원장은 “해방 후 집권당서 검찰 공정수사촉구특위를 만든 일은 처음일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폭력사태 수사와 관련해 한국당 의원들은 7개월 넘게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의)의도가 뻔히 보인다. 그래서 무고한 사람을 죽음으로 이르게 한 게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종걸 의원도 “검찰총장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검찰조직을 사병처럼 선별적으로 동원하는 행태는 참 후진적 행태”라며 “우리 민주당은 노회한 정치꾼 같은 검찰의 행태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난했다.


이상민 의원 역시 “마치 큰 조직폭력배나 범죄집단을 습격해 일망타진하듯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면서 청와대를 압수수색했다”며 “그 행태를 보면 불순한 여론몰이, 망신주기 등 그야말로 저의가 있는 악랄한 정치행위를 하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구속된 지 7일 만에 이루어진 압수수색이었다. 앞서 지난달 27일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서 근무할 당시 3∼4개의 금융업체로부터 5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기고, 자산관리업체에 동생 취업을 청탁해 1억원대 급여를 지급하게 한 혐의로 지난달 27일 구속됐다.

2017년 민정수석실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했다는 의혹이 청와대 강제수사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서울동부지검은 감찰중단 의혹과 관련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 백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상태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민정수석실 특감반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어느 수준까지 진행했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검날은
어디까지?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백 전 비서관과 박 비서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만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 전 수석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총괄했고, 검찰의 조사를 받은 백 전 비서관과 박 비서관의 직속상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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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