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창업 입출구 전략

장사는 6시부터!

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OECD 국가 중에서 최상위권에 속한다. 취업자의 25~30%가 자영업자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처럼 자영업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한국인들이 대개 저녁 이후 밤 시간대에, 집 안이 아닌 외부에서 활동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6시 이후에는 집으로 들어가는데, 우리나라는 6시부터 바깥에서 시작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한국은 자영업 시장 규모가 큰 편이다.
 

인구밀도 역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고, 도시가 발달됐고 아파트도 많아, 적은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생활하는 환경 때문에, 한 점포를 방문할 수 있는 소비자가 많은 편이다. 즉, 웬만한 동네에서도 장사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부모가 직장을 그만두면 장사나 해서 먹고 살면 된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고, 실제로 장사해서 큰 부자가 된 부모들도 많았다. 최근에는 배달문화가 발달하면서 집안으로 찾아가는 서비스 자영업 업종이 증가하는 추세다. 

레드오션

이와 같은 요인들이 한국의 생활문화와 인구통계학적인 수요 측면에서 바라본 자영업 비중이 높은 이유라면, 공급자 측면에서 자영업 비중이 높은 이유는 IMF 사태를 겪으면서 실업자들이 대거 자영업 시장으로 뛰어들었고, 근자에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고 있어 이들이 또한 자영업 시장으로 진입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선진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후 대책이 부족한 이들은 자영업으로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장기불황과 증가하는 청년 실업률은 만만해(?) 보이는 자영업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게 한다.

한 마디로, 수요도 풍부하나 상대적으로 공급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자영업 시장이 레드오션 시장이 돼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자영업 창업자들이 이러한 레드오션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은 뭘까?    
 

▲창업자 마인드셋= ‘안 되면 장사나 하지’라는 부모 세대의 마음 자세로 자영업에 뛰어들면 실패한다. 모든 자영업이 직장생활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다. 상대적으로 운영이 쉽다고 생각되는 편의점이나 커피숍 역시 아르바이트 직원 채용 및 관리 등 결코 쉽지 않은 일이 산적해 있다. 직장 생활과 달리, 모든 걸 내가 책임져야 하는 골치 아픈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성실성과 끈기로 무장돼 있어야 하고, 웬만한 일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의지와 무던함은 전제 조건이다. 이전까지의 자존심과 권위의식, 명예는 과감히 던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창업자는 모든 이에게 ‘을’ 또는 ‘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갑’인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창업 전 철저한 준비= 한국의 자영업 실패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창업 전 사전 준비가 허술하다는 점이다. ‘빨리빨리 문화’가 창업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경솔한 준비로 시작한 창업의 실패율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우선 창업의 이론 및 실무 교육을 충분히 이수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의 무료 창업교육 프로그램도 많고, 인터넷 등에서 창업 정보를 어렵지 않게 수집할 수 있고, 각종 박람회도 자주 열린다. 1차적으로 본인이 창업에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창업하고자 하는 업종의 현장에서 실전체험을 해봐야 한다. 아르바이트도 괜찮고, 무료 봉사나 위장 취업도 좋다. 짧게는 한두 달, 길게는 6개월 이상 현장 경험을 해보면 어느 쪽이 본인이 감당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업종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겉으로만 보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어도 실전 창업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사전에 판단을 잘못하고 들어간 창업은 얼마 못 가 포기로 이르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포기하면서 하는 말은 “좋은 경험 했다” “수업료 많이 치렀다” 등등이다. 이 같은 낭비와 후회를 사전에 예방하는 길은 이론적 실무적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길이다.

한 점포 방문하는 소비자 많아
집으로 찾아가는 서비스 증가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이냐, 독립점포 창업이냐= 자영업 창업자들이 직면하는 선택의 문제 중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을 할 것인가, 아니면 독립점포 창업을 할 것인가이다. 브랜드 창업을 하려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대해 신뢰가 가지 않고 창업비용도 더 들어가 부담이다. 그렇다고 독립점포 창업을 하려니 초보 창업자들에게는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창업 경험과 경력이 많은 창업자는 독립창업으로 그럭저럭 꾸려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초보자가 독립창업을 하려면 억세게 운이 좋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도입기에서 성장기로 넘어가는 업종으로 소비자들이 ‘묻지마 소비’를 할 정도로 바람이 부는 업종은 그나마 장사가 잘 될 수 있다. 


물론 그것도 시시각각 변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과 진입 및 탈퇴가 자유로운 자영업 시장의 속성상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하고 금방 트렌드가 바뀌거나 과당경쟁에 빠질 수 있다. 심지어 창업 전문가들은 장사 베테랑도 요즘은 변화무쌍한 국내 창업시장 트렌드를 따라갈 수 없어서 프랜차이즈 기업의 집단지성을 믿는 게 더 안정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브랜드나 업종은 어떤 게 좋을까. 업종이 성장하는 중이고, 브랜드 또한 경쟁력이 있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창업자 각자의 사정과 판단에 따라서 꼭 그러한 브랜드를 선택 못할 수도 있다. 이때 브랜드 선택의 기준은 변화와 혁신을 끊임없이 해나가는 브랜드를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산업 분야가 다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기업만 생존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프랜차이즈산업이라고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가맹점의 부담을 최소화 하면서 지속적으로 브랜드 업그레이드를 해나가는 가맹본부는 장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과거 브랜드 명성에만 의존하고, 투자를 하지 않는 이름난 브랜드에 가맹하면 서서히 점포가 죽어간다는 점이다. 명성에 의존하는 브랜드보다 혁신하는 브랜드가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진리다.

▲출구전략= 자영업은 출구전략도 잘 세워야 한다. 입구전략이 성공적이거나 실패하거나 관계없이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입구전략이 성공적이어서 투자금을 회수한 상태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 선택 기준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권리금을 받고 매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세를 몰아서 계속 점포운영을 하는 것이다. 

자영업도 이익을 내기 위한 사업이기 때문에 어느 것이든 좋다. 다만 장사를 계속한다고 결정했다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간혹 장사 잘 되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초심을 잃고, 나태하고 겸손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경우 6개월도 못 가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성실, 겸손, 끈기, 지속적 혁신은 초지일관해야 하는 절대적 진리다.

실전 들어가면 완전히 달라
최소의 비용으로 업종 전환

만약 입구전략이 실패했다면 출구전략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오픈 후 한 달이 지나도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면 분명 점포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반드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책도 없이 더 이상 기다려봐야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 창업시장의 진리다. 업종의 제품 및 상품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서비스가 나쁜지 등 그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대체로 업종 경쟁력이 있다면 문제 해결이 쉽다. 이 때는 서비스 개선과 광고홍보를 강화해 매출증대 방안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업종 경쟁력에 근본적 문제점이 있다면 시간이 지나도 잘 해결되지 않는다. 이 때는 과감하게 손절매를 하는 선택이 유리하다. 결단 없이 시간이 계속 가면 적자가 누적될 것이다. 큰 손해 없이 점포 매각이 된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은 결과다. 이 때문에 기존 점포 인테리어를 살려서 할 수 있는 대안 업종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어느 정도 추가 투자도 감수해야 한다. 

리스크

다행히 최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중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업종전환을 해주는 곳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으니 잘 찾아보면 의외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출구전략을 결론적으로 말하면, 힘들다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시간이 가면 해결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점이다. 실패하더라도 대책을 세우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확률을 훨씬 높일 수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