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연예인 ‘컴백 논란’ 가열

컴백하고 싶니?

지난 2001년 청소년 성매매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배우 이경영이 최근 외주로 제작된 MBC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에 카메오로 출연, 촬영까지 마쳤으나 MBC 측이 지난 6일 ‘출연자 제한 심의규정’을 들어 이경영의 방송출연을 무산시켰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연예계에서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의 방송활동 재개에 대한 찬반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은 마땅히 공공성이 강한 방송에서 퇴출돼야 한다는 논리와 한번 새겨진 ‘주홍글씨’로 인해 연예인의 생존권까지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만큼 유연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MBC 측은 이경영의 방송출연 무산에 대해 “비도덕적인 범죄를 저지른 배우를 방송에 출연시킬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네티즌 J씨 역시 “성매매 범죄자가 버젓이 TV에 나오면 청소년들은 ‘범죄자도 저렇게 활개치고 다닐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한번 저지른 범죄로 연예인의 방송 출연 권리 및 생존권을 영구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형벌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성매매 등 범죄는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라 일반 사회구성원에 대한 처벌이란 측면에서 일정기간의 방송출연 금지는 합리적인 조치다”라며 “다만 연예인 본인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충분한 처벌을 받았다면 공식적 사과 과정 등을 거쳐 방송활동 재개도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은 한결같이 “팬들의 의견에 따르겠다”며 자숙의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어떤 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떳떳이 활동을 재개하는가 하면, 여론의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돌아오거나 혹독한 시련을 겪고 조심스럽게 컴백하는 사람이 있는 등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의 컴백은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방송계 내부에서 ‘방송출연에 대한 방송사 윤리규정’ 제정이 하루빨리 이뤄져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연예계는 마약과 같다. 돈이 생기고, 인기가 생기고, 자신을 우러러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를 포기하고 연예계를 떠나기가 쉽지 않다.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곳이 연예계다. 연예계는 마약과 같아서 한번 발을 내디디면 좀처럼 헤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연예인의 평소 이미지와 문제의 사안, 복귀당시의 여론 등에 따라 이들의 복귀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제각각이다.
사생활이 담긴 비디오 파문을 겪은 오현경은 10년 만에 컴백했고 유사한 사례로 사생활 비디오가 유출돼 연예계를 떠났던 백지영은 다시 돌아오기까지 3년이 걸렸다. 또 2001년 마약복용에다 간통혐의까지 추가된 황수정은 연예계 복귀까지 6년이 걸려 오현경을 제외하면 복귀한 물의 연예인 사례 가운데 가장 자숙기간이 길었다.
지난 2001년 청소년 성매매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아 방송 출연을 중단했던 이경영은 이후 2005년 영화 <종려나무 숲>으로 복귀한 뒤 <상사부일체>, <신기전> 등의 영화에 특별 출연 형식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TV 드라마 복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MBC, 이경영 카메오 출연 막으며 ‘컴백 논란’ 다시 일어
“공공성 고려해 퇴출해야” VS “생존권 영구박탈은 가혹”
성 관련된 물의는 남녀 모든 연예인들에게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
자숙기간 마약 3년·폭행과 병역 2년·도박 6개월·음주운전 3개월

청소년 성매매 혐의로 구속됐던 배우 송영창은 최근까지 방송활동은 자제한 채 연극 <연극열전2> 등으로 활동해왔다. 송영창은 연극계 최대의 화제를 모은 이 시리즈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타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들의 사례에서 보듯 성과 관련된 물의는 남자 연예인이든 여자 연예인이든 모든 연예인들에게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은 마약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로 이들이 복귀하기까지 평균 3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왔다. 지난 1999년 ‘대마초 흡연협의’로 구속된 신동엽은 약 2년이 지난 2001년 10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MC로 복귀했다. 22개월 만이다.
2002년 엑스터시를 복용한 성현아는 54개월 만에 영화로 컴백했다. 이밖에 폭행과 병역은 2년, 도박은 6개월, 음주운전은 평균 3개월 정도의 자숙기간을 거쳐 연예계로 복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력위조 파문으로 논란이 됐던 연예인들은 평균 1년도 안돼 전원 복귀했다. 대학졸업과 유학 사실을 위조한 최화정과 최수종은 진행 중인 라디오 프로그램과 드라마 촬영을 이유로 비난 여론을 뒤로하고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주영훈은 학력위조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후 약 9개월 만에 아내 이윤미와 함께 이렇다한 설명 없이 KBS 2TV <샴페인>에 출연했다.
이외에도 2002년 불법로비와 탈세 문제를 일으킨 서세원은 2005년 라디오 진행자로 복귀를 노렸으나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복귀가 무산된 적이 있는 반면 술취한 상태에서 라디오를 진행했던 방송인 이종환은 교통방송 DJ로 복귀했다.

한편 스캔들을 일으킨 연예인이 충분한 자숙의 시간을 갖지 않고 슬그머니 복귀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지만 주로 여성 연예인들을 도마 위에 올려 놓는 현실에 대한 자성론도 거세다.
옛 남자 친구의 동영상 공개 협박 사건으로 2007년 11월 이후 활동을 중단했던 가수 아이비의 경우 지난 1일 유명 작곡가와의 열애설이 불거진 뒤 일부 네티즌들의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이처럼 피해자든 가해자든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연예계 복귀시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다만 복귀 당시 ‘여론의 흐름’만이 있을 뿐이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복귀시점은 평소 인기와 이미지에 크게 좌우된다.
2003년 1월 가수 유승준은 전격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징병 대상자에서 제외됨과 동시에 한국 연예인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인기절정을 달리던 그가 연예계에서 퇴출된 건 대중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유승준은 평소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지만 정작 군 입대에 대한 문제에 맞닥뜨리자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말을 바꿔 팬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배신감을 안겼다.
황수정도 역시 평소 청순했던 이미지 때문에 사랑 받았기 때문에 이와 상반된 모습이 팬들에게 더욱 큰 실망을 안겨줬고 드라마로 복귀하기까지 오랜 시간 연예계 주변을 맴돌았다. 반면 평소 ‘악동’ 이미지가 강했던 가수 싸이는 2001년 11월 대마초를 핀 혐의로 구속됐지만 6개월의 짧은 자숙기간을 거쳐 2002년 연예계에 복귀해 성공을 거뒀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케이블 방송과 공중파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복귀를 모색한다. 섭외하는 쪽은 이슈 몰이를 위해 복귀를 설득하고 연예인은 잠잠해진 분위기를 틈타 복귀를 모색한다.
물론 법적으로 정해진 자숙의 시간은 없다. 수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 공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거듭된 사과와 충분한 반성의 시간을 가지기를 팬들은 원하고 있다. 이러한 삼고초려 하는 모습을 보일 때 팬들은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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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