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연예인 ‘컴백 논란’ 가열

컴백하고 싶니?

지난 2001년 청소년 성매매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배우 이경영이 최근 외주로 제작된 MBC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에 카메오로 출연, 촬영까지 마쳤으나 MBC 측이 지난 6일 ‘출연자 제한 심의규정’을 들어 이경영의 방송출연을 무산시켰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연예계에서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의 방송활동 재개에 대한 찬반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은 마땅히 공공성이 강한 방송에서 퇴출돼야 한다는 논리와 한번 새겨진 ‘주홍글씨’로 인해 연예인의 생존권까지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만큼 유연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MBC 측은 이경영의 방송출연 무산에 대해 “비도덕적인 범죄를 저지른 배우를 방송에 출연시킬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네티즌 J씨 역시 “성매매 범죄자가 버젓이 TV에 나오면 청소년들은 ‘범죄자도 저렇게 활개치고 다닐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한번 저지른 범죄로 연예인의 방송 출연 권리 및 생존권을 영구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형벌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성매매 등 범죄는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라 일반 사회구성원에 대한 처벌이란 측면에서 일정기간의 방송출연 금지는 합리적인 조치다”라며 “다만 연예인 본인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충분한 처벌을 받았다면 공식적 사과 과정 등을 거쳐 방송활동 재개도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은 한결같이 “팬들의 의견에 따르겠다”며 자숙의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어떤 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떳떳이 활동을 재개하는가 하면, 여론의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돌아오거나 혹독한 시련을 겪고 조심스럽게 컴백하는 사람이 있는 등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의 컴백은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방송계 내부에서 ‘방송출연에 대한 방송사 윤리규정’ 제정이 하루빨리 이뤄져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연예계는 마약과 같다. 돈이 생기고, 인기가 생기고, 자신을 우러러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를 포기하고 연예계를 떠나기가 쉽지 않다.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곳이 연예계다. 연예계는 마약과 같아서 한번 발을 내디디면 좀처럼 헤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연예인의 평소 이미지와 문제의 사안, 복귀당시의 여론 등에 따라 이들의 복귀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제각각이다.
사생활이 담긴 비디오 파문을 겪은 오현경은 10년 만에 컴백했고 유사한 사례로 사생활 비디오가 유출돼 연예계를 떠났던 백지영은 다시 돌아오기까지 3년이 걸렸다. 또 2001년 마약복용에다 간통혐의까지 추가된 황수정은 연예계 복귀까지 6년이 걸려 오현경을 제외하면 복귀한 물의 연예인 사례 가운데 가장 자숙기간이 길었다.
지난 2001년 청소년 성매매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아 방송 출연을 중단했던 이경영은 이후 2005년 영화 <종려나무 숲>으로 복귀한 뒤 <상사부일체>, <신기전> 등의 영화에 특별 출연 형식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TV 드라마 복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MBC, 이경영 카메오 출연 막으며 ‘컴백 논란’ 다시 일어
“공공성 고려해 퇴출해야” VS “생존권 영구박탈은 가혹”
성 관련된 물의는 남녀 모든 연예인들에게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
자숙기간 마약 3년·폭행과 병역 2년·도박 6개월·음주운전 3개월

청소년 성매매 혐의로 구속됐던 배우 송영창은 최근까지 방송활동은 자제한 채 연극 <연극열전2> 등으로 활동해왔다. 송영창은 연극계 최대의 화제를 모은 이 시리즈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타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들의 사례에서 보듯 성과 관련된 물의는 남자 연예인이든 여자 연예인이든 모든 연예인들에게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은 마약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로 이들이 복귀하기까지 평균 3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왔다. 지난 1999년 ‘대마초 흡연협의’로 구속된 신동엽은 약 2년이 지난 2001년 10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MC로 복귀했다. 22개월 만이다.
2002년 엑스터시를 복용한 성현아는 54개월 만에 영화로 컴백했다. 이밖에 폭행과 병역은 2년, 도박은 6개월, 음주운전은 평균 3개월 정도의 자숙기간을 거쳐 연예계로 복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력위조 파문으로 논란이 됐던 연예인들은 평균 1년도 안돼 전원 복귀했다. 대학졸업과 유학 사실을 위조한 최화정과 최수종은 진행 중인 라디오 프로그램과 드라마 촬영을 이유로 비난 여론을 뒤로하고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주영훈은 학력위조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후 약 9개월 만에 아내 이윤미와 함께 이렇다한 설명 없이 KBS 2TV <샴페인>에 출연했다.
이외에도 2002년 불법로비와 탈세 문제를 일으킨 서세원은 2005년 라디오 진행자로 복귀를 노렸으나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복귀가 무산된 적이 있는 반면 술취한 상태에서 라디오를 진행했던 방송인 이종환은 교통방송 DJ로 복귀했다.

한편 스캔들을 일으킨 연예인이 충분한 자숙의 시간을 갖지 않고 슬그머니 복귀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지만 주로 여성 연예인들을 도마 위에 올려 놓는 현실에 대한 자성론도 거세다.
옛 남자 친구의 동영상 공개 협박 사건으로 2007년 11월 이후 활동을 중단했던 가수 아이비의 경우 지난 1일 유명 작곡가와의 열애설이 불거진 뒤 일부 네티즌들의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이처럼 피해자든 가해자든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연예계 복귀시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다만 복귀 당시 ‘여론의 흐름’만이 있을 뿐이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복귀시점은 평소 인기와 이미지에 크게 좌우된다.
2003년 1월 가수 유승준은 전격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징병 대상자에서 제외됨과 동시에 한국 연예인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인기절정을 달리던 그가 연예계에서 퇴출된 건 대중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유승준은 평소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지만 정작 군 입대에 대한 문제에 맞닥뜨리자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말을 바꿔 팬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배신감을 안겼다.
황수정도 역시 평소 청순했던 이미지 때문에 사랑 받았기 때문에 이와 상반된 모습이 팬들에게 더욱 큰 실망을 안겨줬고 드라마로 복귀하기까지 오랜 시간 연예계 주변을 맴돌았다. 반면 평소 ‘악동’ 이미지가 강했던 가수 싸이는 2001년 11월 대마초를 핀 혐의로 구속됐지만 6개월의 짧은 자숙기간을 거쳐 2002년 연예계에 복귀해 성공을 거뒀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케이블 방송과 공중파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복귀를 모색한다. 섭외하는 쪽은 이슈 몰이를 위해 복귀를 설득하고 연예인은 잠잠해진 분위기를 틈타 복귀를 모색한다.
물론 법적으로 정해진 자숙의 시간은 없다. 수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 공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거듭된 사과와 충분한 반성의 시간을 가지기를 팬들은 원하고 있다. 이러한 삼고초려 하는 모습을 보일 때 팬들은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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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