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남산스퀘어 특혜’ 의혹

입찰 꼴찌가 낙찰 받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민연금이 보유한 남산스퀘어의 매각입찰 과정서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측에서 특정 업체에게만 추가 가격상향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탈락 업체들은 ‘명백한 특혜’라며 국민연금 측에 항의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측은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 논란의 불씨는 커져만 가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국민연금이 소유한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 빌딩을 품게 됐다. 다수의 경쟁자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됐다. 지난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남산스퀘어 매각 주관사인 CBRE코리아와 신영에셋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이지스자산운용-KKR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국민연금은 이지스자산운용과 남산스퀘어 매각을 위한 MOU를 체결했으며, 내년 초까지 매각 절차는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팔려도 문제
의혹 증폭

국민연금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옛 극동건설 사옥인 남산스퀘어를 2009년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인수한 뒤 지난 8월 매각공고를 내며 10년 만에 매물로 내놨다.

남산스퀘어빌딩은 옛 극동빌딩으로 극동건설이 1976년 사옥을 만들기 위해 토지를 매입했고 2년 뒤 건물을 준공했다. 극동건설은 20여년간 빌딩의 주인으로 소유권을 보유했다. 하지만 1997년 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2003년 ‘맥쿼리센트럴오피스 기업구조조정(CR)리츠’가 1583억원에 매입했다.

국민연금은 2009년 지이자산관리(현 코레이트투자운용)이 만든 ‘지이엔피에스(NPS)제1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를 내세워 빌딩을 샀다. 당시 토지와 건물 매매가격은 3100억원이며 부대비용을 합한 취득가액은 3184억원이다. 국민연금이 남산스퀘어빌딩을 매입할 때 연면적 7만5252㎡를 고려한 3.3㎡(평)당 가격은 1361만원이다. 
 


남산스퀘어 매각에 대형 증권사·운용사를 비롯해 부동산신탁사·글로벌 투자사 등이 6개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나섰는데, 케이리츠투자운용, KB자산운용, GRE-NH투자증권을 제외한 ‘코레이트자산운용-미래에셋대우-한국토지신탁 컨소시엄’ ‘이든자산운용-안젤로고든 컨소시엄’ ‘이지스자산운용-KKR 컨소시엄’ 세 곳이 지난달 중순 적격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됐다.

5000억 이지스자산운용 품으로
왜 특별한 기회를? 의문 제기

매각 주관사 측은 숏리스트로 선정한 세 곳을 대상으로 본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 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이지스자산운용-KKR 컨소시엄을 낙점했다. 남산스퀘어의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입찰과정서 불거졌던 불공정 시비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국민연금 측에서 이지스자산운용에만 추가 가격상향을 허용했다는 것. 본입찰서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이지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이 매각 주관사와 인터뷰를 진행한 후 ’나홀로‘ 가격을 올려 최고가 낙찰을 받은 셈이 됐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 과정서 이지스자산운용 컨소시엄만 입찰 가격을 수백억원 상향 조정했다. 결국 본입찰서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이지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은, 최종 입찰가를 5000억원 조금 넘는 수준으로 올려 최고가를 적어냈고, 그것이 이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게 하는 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매각 주관사는 인터뷰 진행 시 가격 조정에 대한 여지는 모두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탈락 업체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공공기관의 부동산 매각은 최고가 경쟁입찰을 통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에게 낙찰되는 게 통상적이다. 남산스퀘어의 매각입찰은 입찰참여자에 대한 비밀유지약정서와 함께 입찰제안과 가격투찰 외에도 적격업체에 대한 인터뷰 과정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인터뷰 과정서 수백억원 규모의 추가제안을 허용해 최초 응찰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했던 이지스자산운용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불공정 시비가 불거졌다. 


가격 올리기
왜 한 곳만?

매각 주관사는 “인터뷰도 공식적인 입찰 과정이며 인터뷰 진행 시 가격 조정에 대한 여지는 모두 있었는데 일일이 개별업체에게 추가 가격 제시를 묻지 않았다고 불공정입찰이라고 단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탈락 업체는 “답변을 요구하지 않은 내용을 추가할 경우 전체 내용을 무효처리하겠다는 매각 주관사의 안내 메일 때문에 다른 추가가격 조정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입찰 안내서에도 매입 의향서에 기재된 매입금액 조정 여부 등 중요한 조건은 매도인의 서면승인 없이 조정 또는 철회되지 못하며, 양해각서 체결 시 매매대금은 원천적으로 매입 의향서에 기재된 매입제안 금액과 동일하다고 명시돼 인터뷰 과정서 제시한 조정 가격만으로는 변경이 불가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 극동빌딩

입찰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이런 과정서 ‘미리 특정업체를 염두에 둔 입찰’이라는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었고 차라리 처음부터 경매를 통해 매각을 진행했어야지, 거창하게 비밀유지각서까지 받아가며 입찰을 진행한 배경이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매각 주관사는 적격업체로 선정된 3개사에 이 메일을 통해 보낸 내용은 과거 부동산 매각서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가 인터뷰 당시 가격을 하향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차단하고 이행보증금 등 다소 불명확한 내용을 재차 확인하려는 의미였다고 반박했다. 

불공정 논란
상반된 주장

문제는 국민연금이 부동산 매각의 직접 당사자인 기금운용본부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응찰업체도 국민연금이 인터뷰 진행과정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불공정 시비가 불거진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초 응찰서 최고가를 제시하고도 우선 협상자서 탈락한 코레이트자산운용은 입찰 과정의 불공정을 여전히 문제삼고 있으며, 매각 주관사에 남산스퀘어 우선협상자 배점표 및 매점 결과서와 각사의 입찰 제안서를 공개할 것을 두 차례 공문을 통해 요구했다. 이 업체는 또 공개 요청과는 별도로 추가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즉시 이번 입찰 과정의 불공정 등 입찰 방해와 관련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매각 주관사는 업체의 요구를 거절한 상태며 2차 공문발송 이후에도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어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국민연금도 매각의 직접 당사자인 국민연금 산하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조사 발표나 내부감사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공정한 절차를 거쳐 우선협상자를 선정했기 때문에 절차를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며 “불공정 입찰이 있었다는 업체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배점·제안서 요구에 묵묵부답
“공정하게 선정” 원론적 답변만


기금운용 관계자와 매각 주관사도 “인터뷰도 공식적 입찰과정이며 이지스서 다른 비용을 줄여 부동산 매입금액을 더 올릴 수 있다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수용했다”며 “추가 가격 제시는 상대방의 역량과 사정에 따라 달라 일일이 물어볼 수 없는 내용이고 업체가 자발적으로 제안한 내용인데, 이를 놓고 불공정 입찰이라고 따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코레이트자산운용사는 “인터뷰 과정서 이지스자산운용을 제외한 다른 2개 사에게는 가격 조정과 관련된 어떠한 기회도 부여되지 않았으며 매각 주관사에서 보낸 메일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가격 조정의 가능성조차 원천적으로 봉쇄됐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지스자산운용과 국민연금 사이의 남다른 인연이 부각되기도 했다. 이지스자산운용과 국민연금은 지난해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개발 사업서도 협력했던 사이다. 

당시에도 KRR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이지스자산운용은 총 개발 비용으로 약 2조1000억원을 잡았는데, 차입 외에 국민연금이 에쿼티 투자로 5000억원을 투입했다. 대규모 개발 사업서 이미 합을 맞춰본 사이라는 점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고려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후폭풍에…
일단 정지

후폭풍이 거세지자 국민연금을 비롯한 매각 주관사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일정이 답보상태다. 불공정거래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어서 향후 법적 책임 가능성을 우려해 정상적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리츠운용사와 입찰에 떨어진 코레이트자산운용이 같은 그룹사 계열사기 때문에 (계열사를 지원하려고)입장을 번복하는 등 이해상충 문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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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