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키즈 뷰티 현주소

엄마 화장품 몰래 바르던 시대는 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아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장난감 시장에 어른들이 침투했다. 어른들의 세계인 뷰티 시장에 아이들이 끼어들었다. 상품 가짓수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소비층이 확장되는 모습이 시장 곳곳서 나타나는 중이다. 이 과정서 키즈 뷰티시장이 틈새서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키덜트족은 대중문화 시장의 큰손으로 꼽힌다.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다.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뜻한다. 이들은 장난감이나 만화, 의복 등 유년시절 즐기던 물건에 향수를 느끼고 상품을 구입한다.

키덜트와
어덜키즈

지난 2005910<동아일보>에 키덜트 문화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당시 기사엔 키덜트 문화가 순수·대중문화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사실 예전엔 키덜트 문화라고 하면 정신적 퇴행이라는 부정적 뉘앙스가 강해 소수의, 미성숙한, 비주류 문화로 간주됐다. 하지만 이젠 당당히 순수와 대중예술 전반에 걸쳐 주류 문화의 일원으로 자리 잡는 추세라고 소개됐다.

그로부터 15년 뒤 키덜트 시장은 1조원이 훌쩍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며 매출이 점차 쪼그라들고 있는 백화점서 키덜트 상품은 새로운 동력으로 성장했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욜로(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태도)’ 등 개인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이가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키덜트 시장의 주요 고객은 경제력이 있는 3040대다. 이들은 자신의 취미활동을 위해 비용을 아낌없이 지불한다. 키덜트족은 시장서 하나의 문화집단이자 소비집단으로 자리잡았다. 그러자 유통업계는 키덜트족을 겨냥해 전자제품이나 주방용품에 접목하는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놨다.


최근에는 키덜트와 상대되는 개념인 어덜키즈가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어른(Adult)과 아이(Kids)의 합성어로, 어른처럼 화장을 하고 옷을 입으며 어른 흉내를 내는, 어른 같은 아이를 가리킨다. 어덜키즈의 소비 품목이 점차 다양해지면서 시장 역시 커지고 있다.

어린시절 엄마 옷을 입어보거나 화장품을 발라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친구끼리 역할놀이를 하며 어른 흉내를 내보기도 했을 것이다. 과거에는 놀이에만 이용했던 옷이나 화장품 등에 대한 아이들의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단순히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가 아니라 꾸미는 아이가 늘어났다. ‘키즈 뷰티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 소비 연령도 낮아지는 추세다.

<겨울왕국2> 흥행 몰이
드레스·화장도구 불티

#1. A씨는 4, 6세 딸들과 함께 지난달 21일에 개봉한 <겨울왕국2>를 보러 영화관에 갔다. 영화관은 <겨울왕국2>를 보러 온 가족들로 꽉 차 있었다. 영화를 다 본 뒤 A씨의 딸들은 극 중 엘사와 안나가 입었던 드레스를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러 온 몇몇 아이들은 이미 엘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영화관 한편에서 엘사와 안나 드레스를 파는 중이었다.

#2.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B씨는 최근 학부모들의 전화를 받느라 정신없다. <겨울왕국2> 개봉 이후 아이들이 하나둘씩 엘사 드레스를 입고 등원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어버린 것. 학부모들은 드레스 등원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B씨는 2014<겨울왕국> 1편 때보다 심해졌다고 귀띔했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딸이 있는 배우가 나와 영화 <겨울왕국>에 대해 언급했다. 이 배우는 이번에는 그들(엘사와 안나)이 뭘 입고 나올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우스갯소리처럼 지나갔지만 배우의 말에 공감을 표하는 엄마들이 많았다. 실제 <겨울왕국2>에서는 캐릭터들이 화려한 드레스의 향연을 벌였다.

<겨울왕국> 1편에 나왔던 엘사 드레스를 입은 아이들을 이미 길거리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옷가게는 물론 영화관 내에서도 드레스를 종류별로 걸어뒀다. 한 유튜브 영상에는 아이의 눈을 가린 채 드레스가 진열된 길을 달리는 아빠의 모습이 올라오기도 했다. 엘사 드레스가 겨울 패딩에 이어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로 떠올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겨울왕국> 1편은 20141월 개봉한 이후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13억달러에 달하는 흥행수익을 거둬 말 그대로 초대박을 쳤다. 이 과정서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인형의 대명사였던 바비 인형보다도 더 팔렸다고 한다.

<겨울왕국> 등
유통업계 특수

<겨울왕국2>의 흥행세는 1편보다 더 엄청나다. 지난달 21일 개봉 이후 엿새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첫 주 토요일에는 160만명, 일요일에는 150만명의 관객을 합치면 주말 이틀 동안에만 300만명이 <겨울왕국2>를 본 셈이다. 그러자 유통업계서도 <겨울왕국2>의 흥행 열풍에 발 빠르게 숟가락을 얹었다.

이마트는 겨울왕국 캐릭터를 이용해 레고와 인형 등 신상 완구 50여종을 준비했다. 롯데마트도 아렌델 궁전세트등을 한정 판매하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홈플러스 역시 주인공의 모습이 담긴 이불과 쿠션, 베개 등 침구류와 식기, 핫팩, 욕실화 등 관련 상품 50여종을 선보이고 있다.

이른바 엘사 특수, 겨울왕국 특수다. 특히 수능이 끝나고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겨울왕국2>의 흥행이 장기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와 함께 매출 성수기 또한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겨울왕국2> 열풍이 굿즈 판매로 이어지는 것을 두고 키즈 뷰티 시장이 확장됐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유통업계서 단순 캐릭터 상품이 아닌 아이들이 직접 입고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집중적으로 내놓는 게 그 방증이다. 드레스는 물론 메이크업 세트, 액세서리, 구두 등의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메이크업 세트는 아동 모델이 직접 나와 사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만큼 몇 년 새 화장하는 아이들, 꾸미는 아이들이 늘어난 것. 과거에는 화장을 하거나 액세서리를 달고 다니는 아이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 대중매체서 메이크업을 하는 아이들을 공부하지 않고 놀러 다니거나 일탈하는 이미지로 그리곤 한 것도 그런 인식에 한몫을 했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변화하면서 어린이 화장이 흔한 일로 자리잡고 있다. 키즈 산업은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체 규모는 20028조원서 201434조원, 20184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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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키즈 뷰티, 어덜키즈 시장 역시 급속도로 확장됐다. 대한화장품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영유아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41200억원서 20172000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미 300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는 추정도 나온다.

초등학생도
사고 바르고

2017년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소속 녹색건강연대는 전국 초··고등학생 4736명을 대상으로 색조화장 여부 색조화장 빈도 구매 경로 정보획득 경로 등을 조사한 어린이·청소년 화장품 사용 행태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눈화장, 입술화장 등 색조화장을 해본 경험이 있는 초등학생은 24.2%였다. 초등학생 5명 중 1명이 색조화장을 해본 경험이 있는 것.

이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의 12.1%는 매일 색조화장을 한다고 답했다. 42.2%는 주 1회 색조화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경우 화장품을 직접 구매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38.5%에 이르렀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전문 로드숍서 화장품을 구매했다.


또 색조화장을 한다고 답한 아이들은 대부분 주변인과 SNS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었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화장에 대한 또래집단의 영향이 매우 컸다. 녹색건강연대는 이러한 결과는 화장품 사용이 본격화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화장품에 대한 정보획득은 체계적이지 못한 어린이·청소년의 현실을 드러내는 지표라고 분석했다.

실제 화장을 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한 반의 절반 이상이 메이크업 도구를 가지고 다니고 유튜브를 통해 화장법을 공유하며 쉬는 시간에는 화장을 고치는 일이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와 교사들은 이 문화를 아이들의 놀이로 봐야 할지, 시대 변화로 봐야 할지를 두고 혼란을 겪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서도 무조건 금지해야 한다는 쪽과 적정선을 알려주는 게 낫다는 쪽으로 의견이 갈린다.

한 학부모는 어른이 되면 하기 싫어도 화장을 해야 하는 날이 올 텐데, 왜 벌써부터 화장을 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엄마는 무작정 못하게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차라리 순한 화장품을 사주고 화장법을 알려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화장하고 학교 가는 학생 크게 늘어
피부트러블·외모지상주의 부작용도

일선의 교사들은 이미 시대의 흐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초등학생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는 시대에 SNS와 유튜브에는 화장과 관련된 영상이 널려 있다. 유튜버의 연령대도 낮아지는 추세라 아이들이 제 눈높이에 맞춰 화장을 배울 수 있는 경로도 무궁무진하다. 학교와 집에서 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상황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


실제 유튜브서 키즈 메이크업으로 검색하면 영상이 쏟아진다. 영상의 주인공은 어린이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화장품을 가지고 직접 화장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 성인이 등장해 키즈 메이크업과 성인 메이크업을 비교한 영상은 조회수가 1300만회를 훌쩍 넘었다. 엄마가 등장해 아이의 얼굴에 메이크업을 해주는 영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그럼에도 어린이 화장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대부분의 걱정은 안전성에서 비롯된다. 한창 자랄 시기에 피부 트러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피부가 연약하고 피지 분비가 활발한 어린이나 청소년은 화장품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선 어린 손님을 잡기 위해 유아용 화장품을 쏟아내고 있다. 어린이 화장품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빠진 성인 화장품 시장서 또 다른 동력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안전성이 보장된 제품이라고 해도 얼굴에 바르는 제품인 만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서 외모지상주의를 답습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일부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선 탈코르셋(corset)’ 문화가 번지고 있다. 탈코르셋은 사회서 여성스럽다고 정의해온 것들을 거부하는 움직임이다. 화장이나 렌즈, 긴 생머리, 과도한 다이어트 등을 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화장 인구가 늘고 있는 10대와는 상반되는 움직임이다.

미취학 아동도
키즈 뷰티살롱

화장을 하는 연령대는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미취학 아동도 화장 열풍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성인처럼 마사지와 화장을 체험할 수 있는 키즈 뷰티살롱도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5세 아이가 키즈 뷰티살롱서 마사지를 받고, 메이크업과 손톱 손질을 받는 식이다. 주말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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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