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노인 고독사 실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2.02 10:25:58
  • 호수 12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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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얼어 죽다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추운 겨울, 아무도 모르게 노인들이 숨지는 사건이 매년 일어나고 있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채 쓸쓸히 숨을 거둔 노인들이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에 그 실상을 알아봤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고독하게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노인이다. 몸이 약한 노인들은 암과 폐렴 등의 질병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기온이 계속 내려가면 이들은 심장마비나 뇌졸중, 중풍 등으로 쓰러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추위에 더욱 취약하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노인들은 저체온증을 조심해야 한다. 심장이나 뇌에 문제가 생기고 악화할 경우 결국 사망에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저체온으로 인한 사망은 특히 나이와 관련이 밀접하기 때문에 65세 이상의 노인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또 겨울에는 몸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노인들은 체력이 부족하므로, 저체온증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저체온증

지난 2011년 1월4일 오후 4시35분경 광주광역시서 혼자 생활하던 70대 노인이 숨진 지 4일 만에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노인은 슬하에 1남1녀를 뒀지만, 오래 전부터 부인과 별거하고 자식과도 떨어져 타지서 생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관서 무료급식으로 끼니를 떼우고, 일요일마다 교회에 빠지지 않는 등 평소 건강한 모습으로 외부활동을 많이 했지만, 결국 쓸쓸히 혼자 생을 마감했다. 

2012년 12월4일 경남 마산에선 병든 채 혼자 살던 65세 노인이 사망했다. 시체가 심하게 훼손되고 난 뒤에야 소방대원에 의해 발견됐다. 이 노인은 남편과 이혼한 뒤 기초생활 수급자로 생활했고, 자식들과의 왕래도 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1월3일 79세 할머니는 차디찬 방 안에서 숨졌다. 이 할머니는 2012년 남편을 여의고 홀로 지내다 뒤늦게 가족에게 발견됐다. 영하 10도의 추위에도 보일러를 켜지 않고 전기장판으로만 버티다 결국 변을 당했다. 자식에게 보일러 비용조차 부담을 주고 싶어 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2015년 11월30일 대구서도 홀로 살던 60대 할아버지가 숨진 지 두달 만에 대구의 한 원룸 주택서 발견됐다. 기초생활 수급자였던 68세 할아버지는 방안에서 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두 달 전부터 연락이 닿지 않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사회복지공무원이 소방대원과 함께 창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할아버지는 이미 오래 전에 숨진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2개월 전부터 주민센터서 연락해도 연락이 안 됐으며 (숨진 지)50일은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사인은 급성, 심장마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노인은 10년 전부터 가족과 왕래도 없이 폐지를 주워 홀로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호적상 자녀가 있고 폐지를 줍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독거노인의 집을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는 노인 돌보미 서비스의 혜택도 받지 못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쓸쓸하게 생을 마감

같은 해 12월27일 서울 광진구의 한 다세대주택서도 61세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기초생활 수급자인 노인은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으며 보일러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전기장판만 틀고 한겨울을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1월4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30분경 서구 화정동 한 주택서 80세 노인이 사망한 것을 외손자가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은 노인이 지난달 31일과 1일 사이에 지병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손자는 지난달 31일 오전까지 연락이 닿았던 할머니가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자 할머니 집을 찾았다가 이를 발견한 것으로 경찰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노인은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보일러도 틀지 않고 전기장판에만 의지해 추위를 버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형편이 넉넉치 않은 자식들을 생각해 월세 방에서 홀로 지내왔던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같은 해 3월2일 80대 노인이 자택서 숨진 지 열흘 만에 발견됐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에 있는 원룸서 81세 노인이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노인의 시신 부패가 심해, 열흘 전쯤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인은 심장 질환을 앓으면서도 광주의 한 초등학교서 배움터 지킴이로 활동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2월 인제서도 80대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노인은 2월6일 오전 11시35분경 인제읍 덕산리 자택서 숨진 채 발견됐다. 홀로 살아온 노인은 이날 도시락 배달을 위해 방문한 봉사자의 신고로 발견됐다.

같은 해 11월 광주서도 고독사가 잇따라 발생했다. 11월27일에는 광주 남구 한 원룸에 살던 70대 할아버지가 홀로 사망했다. 이 할아버지는 서울에 사는 아내와 아들과 떨어져 혼자 살아온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틀 뒤인 29일 광주 서구 한 아파트서 80대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최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며느리의 전화와, 평소 할머니가 아파트단지서 보이지 않는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가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할머니를 발견했다.

2018년 새해 첫날, 부산의 한 다세대 주택 단칸방서 홀로 생활하던 60대 세입자가 숨진 지 사흘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새해 첫 날인 1일 오후 3시48분경 부산 사상구에 있는 한 다세대 주택 1층 단칸방서 숨져 있는 세입자를 집주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전기장판으로 버티다 참변
연락 닿지 않아서야 신고

집주인은 세입자가 며칠째 집안에서 인기척이 없자 이상하게 여겨 마스터키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부엌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세입자를 발견해 119와 경찰에 신고했다. 세입자는 지난 2년 동안 단칸방서 가족도 없이 홀로 생활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해 12월6일 광주서 60대 노인이 쓰러졌다.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20분경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원룸서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노인의 집에서 심한 냄새가 난다는 원룸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망한 지 일주일 이상 지난 것으로 보이는 시신을 발견했다.

김현숙 충주대 노인보건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의 건강 문제는 경제, 심리적인 문제가 모두 연결됐고 그날 그날에 따라 우선으로 요구되는 복지 서비스가 다를 수 있다”며 “한 사례에 대해 통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과 시스템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추용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지금은 각 기관들이 한 노인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나눠 가지고 있어, 대상자가 어떤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서로 알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례 관리자가 대상자의 가정 형편과 고민, 필요한 서비스 내용 등 모든 정보를 관리하면서 만족도를 평가하고 부족한 게 있으면 채워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법은?

서울 송파구는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 배달’ 사업을 12월부터 개시한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구가 선정한 독거노인 150명에게 앞으로 주 3회 우유가 배달된다. 이전에 배달한 우유가 쌓여 있으면 배달원이 이를 동 주민센터에 알리고 담당 공무원이 방문해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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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