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황교안 플랜B

삭발, 단식…다음 카드는?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패스트트랙 정국이 절정에 다다랐다. 선거제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유한국당의 의석수 축소는 불가피해진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당에서 각종 전략을 짜고 있지만 뾰족한 묘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다음 플랜B는 무엇이 될까.
 

▲ 단식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내년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정치개혁특위서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또 오는 3일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하는 사법개혁안이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들의 원천 무효를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어 남은 한 달 동안 여야의 극한 대치 국면이 예상된다.

여야
극한 대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앞으로 일 주일은 국회의 모든 지도자가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결정적인 시간”이라며 본회의 표결 전까지 집중 협상을 제안했다. 사실상 오는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사법개혁안과 선거제 개정안을 정기국회 종료날(10일) 이전에 처리하겠다고 선포한 셈이다.

내년 총선을 위해선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일(17일) 이전에 선거구 획정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들을 처리하려는 심산이다.

반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지만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논의하는 것이 진정한 협상의 전제조건”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27일 부의는 불법이며, 그 부의는 무효”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국당의 강경한 패스트트랙 무효 주장의 배경에 검찰 수사를 염두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당 의원들의 과반이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현재 검찰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상태다.

한국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절차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 26일 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연기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문 의장에게 보냈다. 여 위원장은 협조문을 통해 ‘선거법 개정안은 중대한 법률적 하자가 있다’며 ‘한국당 의원들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청해 민주당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이 90일간의 활동기한이 보장된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법안을 논의해야 함에도, 김종민 민주당 의원으로 하여금 간사 위원들 간 합의도 없이 일방적 강행 처리를 하게 했다’고 적었다. 

일단 결집력 상승
현실정치는 ‘글쎄’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국회사무처 문의 결과 선거법 개정안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심사기간을 거쳤기 때문에 자동 부의된다”며 “연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한국당의 요청에 선을 그었다.

한국당은 정기국회 종료 전까지 패스트트랙 철회 후 선거제 논의를 하자는 주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지역구 의원을 줄이고 비례대표 정수를 확대하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지역구 의석 축소로 인해, 제1야당인 한국당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으로 지정된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모든 전략을 총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략으로 제기되는 ▲한국당과 변혁 공조▲본회의 보이콧▲조건부 협상론▲필리버스터 중에 뾰족한 ‘묘수’는 없어 보인다.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서 필사적으로 버티며 단식했던 배경으로 풀이된다.


먼저 한국당과의 변혁 공조는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둠과 동시에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의 ‘4+1 공조’를 도모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법안이 표결에 들어가면 한국당(108석)과 선거제 개정안에 반대하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 15석)이 공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보수 성향의 무소속 의원(4석)의 의석까지 모두 합친다고 해도 겨우 127석에 불과하다. 법안을 저지하기 위한 재적 의원(295석)의 과반인 148석에 21석이 모자라다.

다만, 선거제 개정안 통과를 위한 군소 야당들의 미묘한 입장차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

개혁안
지렛대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은 호남 지역구의 과도한 축소 등을 이유로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을 주장하는 심상정 대표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에 ‘지역구 250, 비례대표 50’이나 ‘지역구 240, 비례대표 60’으로 조정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지만 정의당은 원안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변혁 오신환 대표는 지난 26일 “원안 그대로 올려놓고 의원들의 양심에 따른 선택에 맡기라”고 말했다.

군소여당 내 공조 체제 내 분열로 선거제 개정안 통과 난항을 내심 원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따른다.

두 번째 대안인 한국당의 보이콧은 본회의가 열릴 경우에는 오히려 ‘눈 뜨고 코 베이는’ 격이 된다. 국회법 제 109조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법안 가결이 가능하다. 만약 한국당 의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이 전원 출석(187석)한다면, 과반의 출석 조건을 충족함과 동시에 94표의 찬성표만 있으면 법안 통과가 가능한 셈이다.
 

한국당 내에서는 사법 개혁안 양보를 지렛대 삼아 선거법 개정안만큼은 반드시 저지하자는 ‘조건부 협상론’이 흘러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게 필요한 법안 통과에 협조하고, 대신 선거법 폐기를 협상하자는 주장이다. 공수처 설치안과 달리 선거법 개정안은 4년에 한 번 적용되는 ‘게임 룰’인 만큼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한국당 강석호 의원은 MBC 인터뷰서 “무엇이든 협상을 하려면 서로 주고받아야 가능하다”며 “전부냐 전무냐, 이렇게 가면 서로가 파멸”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선거제 개편만은 막아야 한다”면서도 “공수처 법안을 조금 손질해 독소조항을 빼고 어느 정도 협상이 된다면(선거제 개정안을 막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못 이긴 척
제자리로?

한국당  의원 역시 BBS서 ‘선거법을 일방처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을 경우 당내서 협상론을 제기할 움직임이 있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협상에 나서야 할 한국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 무효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조건부 협상론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 대표는 급격한 건강 악화 진단에도 청와대 앞에서 단식 투쟁을 8일째 이어가다 지난달 27일 밤, 의식을 읽고 병원에 실려갔다. 이후 자유한국당 정미경 최고위원과 신보라 의원이 황 대표를 대신해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당 지도부가 법안 저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 공수처설치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번복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된 셈이다.

게다가 황 대표의 단식 강행으로 어느 때보다 여당을 향한 투쟁력과 당내 결집력이 높아진 상황이다. 나 원내대표는 “정체불명 선거제, 민심 왜곡 선거제, 위헌적  선거제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회의 부의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제1야당 대표가 목숨을 내놓고 투쟁하고 있는데 기어이 부의를 강행하는 것은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라며 여당에 각을 세웠다.
 

▲ 삭발식 강행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다만, 민주당은 한국당을 향해 연동형을 수용하면, 적용 비율은 유연하게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이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서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수용하면 그때부터 매우 유연하게 협상에 임할 수 있고 실제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법 개정안의 핵심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을 한국당이 수용하면,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수 조정에는 한국당의 입장을 반영해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국당 대다수 의원들이 연동형 도입에 결사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나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들어가는 선거법은 논의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여당 2중대를 위한 선거법”이라고 말했다.

필리버·총사퇴 무의미
힘 받는 조건부 협상론

한국당은 지난 29일 ‘필리버스터’ 카드를 신청했다. 필리버스터는 합법적으로 보장된 의사진행 방해로 표결을 지연시킬 수 있다. 국회법 제106조에 따라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하려는 경우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실시할 수 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가 표결 절차를 무효화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국회법 106조에 따르면 회기가 종료되는 때에는 무제한 토론은 종결 선포된 것으로 보고,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서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날까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실행한다고 가정해도 임시국회가 소집되면 표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각종 민생법안과 계류하고 있는 상황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건 한국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 단식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ㅕ

일각에선 한국당 내 총 사퇴안을 주장하고 있다. 헌법 제41조에 따르면 국회의원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하는데 재적의원이 200인 미만이 되면 국회가 곧 해산되고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자체 해석에 따른 것이다.

한국당 전원이 사퇴할 경우 남는 국회의원은 187명으로, 헌법상 규정된 국회의 구성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게 된다. 다만 의원 사직은 개회 중 본회의 의결이 필요하고, 폐회 중에는 국회의장의 결재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렵다. 과거에도 총 사퇴안이 나온 적은 있었지만 실제 사퇴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지난 2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황 대표의 단식 농성에 대해 “단식을 시작하며 당내 분란이 일거에 없어졌다. 쇄신 요구가 싹 들어갔다. 당내 장악이 딱 됐다”고 했다. 그는 “황 대표가 단식하는 중에는 선거구 조정 정치개혁법을 표결하지 못할 것이다. 정치적 도의가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묘수 없어
합의할 것”

다만 정치권에선 단식은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해 지도부의 리더십 논란은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표결이 진행되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들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여권은 자신만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어쩔 수 없이 한국당이 추후에 합의안을 내놓으리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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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