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어른의 자세

  • 박재희 노무사 cplapjh@naver.com
  • 등록 2019.12.02 08:53:26
  • 호수 12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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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 기술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에 경험은 곧 자산이었다. 가령 서울서 부산으로 가는 방법을 모른다면 주변의 아는 이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교육 경험이 없는 대학생에게 중·고등학생이 과외수업을 받는 것도 대학입시서 좋은 결과를 냈다는 경험을 신뢰한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인터넷이 널리 확산되고 이후 발전을 거듭하면서 개인의 경험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서울서 부산으로 가는 길을 교통 수단별로 자세히 알려준다. 심지어 미국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도 샌디에고서 로스엔젤레스로 가는 길과 소요시간을 찾을 수 있다.

온라인 교육의 보편화와 정보통신의 발달로 검증된 강사를 접하기 용이해지면서 대학생이 하는 과외는 크게 쇠퇴했다. 즉, 개인의 경험은 힘을 잃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연장자의 권위도 약화됐다.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하는 조언은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앞에서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돌아서서 ‘꼰대’라고 험담한다. ‘내가 대학생일 때’ ‘내가 신입사원일 때’로 시작하는 조언은 진부하기만 하다. 50대가 언급하는 ‘내가 신입사원일 때’는 1990년대 중반 이전이다. 지금 신입사원은 2020년을 목전에 두고 있다. 30년의 간극을 개인 경험으로 메우기는 어렵다. 

사회의 보편적 가치나 규율을 습득하는 미성년자에게나 간혹 훈계할 수나 있을까, 더 이상 어른의 역할은 없다. 나이가 많다고 하여 조언할 자격이 생기는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이라면 서로 우위가 있는 분야를 교환하여 상호 성장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

연장자로서 긴 세월을 자신의 분야에 천착하고 학습해왔다면 고유의 강점을 지니게 마련이다. 굳이 조언하려 들지 않아도 먼저 물어올 것이니, 그에 답하면 족하다. 나이가 적은 이들에게도 배울 점이 많다. 연장자가 나이를 권위로 내세우지 않고 배우려는 자세로 묻는다면 요즘 청년들이 얼마나 훌륭한 지식과 참신한 관점을 갖고 있는지 금새 알게 된다. 


요즘의 어른에게는 연령을 권위로 내세우지 않고 개인의 경험을 일반화하지 않으며,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도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디. 연장자에 대한 예의는 공손한 인사와 존댓말로 충분하다. 지식과 의견 교환을 할 때는 대등한 관계여야 한다.

혹시 아랫사람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말했을 때 불편한 감정이 든다면, 상대의 태도보다 자신 내면의 권위의식을 살펴봐야 한다. 부하직원이나 후배직원이라고 해서 알려주고 가르친다는 자세로 말하기 보다는 내가 아는 바와 나의 의견을 표현한다는 생각으로 말해 보자. 지식과 의견도 구분해야 한다. ‘내 경험’은 지식이 아니다. 자신의 경험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이 지금도 통할 것이라는 개인의 판단에 가깝다. 

상대가 누구든지 지식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내가 상대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내 의견이 더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상대가 나보다 연장자라고 해 주눅 들지도 말자. 연장자와 대등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자세와 아랫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은 서로 같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는 “편하게 얘기해 봐”라는 의례적인 말보다 “이건 잘 모르겠는데 의견 줄 수 있어?”라고 묻는 편이 더 효과가 좋을 것이다. 부하나 후배 직원 앞에서 모른다고 하면서 도움을 청하면 자신을 무시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은연 중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잘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는 것은 더 좋지 않다. 부하직원도 그 답을 모른다면 잘못된 결론에 따라 일이 진행된다. 부하직원이 답을 알고 있다면 상사의 권위는 훼손되고 부하직원은 지시를 따를 수도 없고 따르지 않는 것도 곤란해 비생산적인 고민만 하게 된다. 마음 속 권위의식을 내려놓을 때 진정으로 존중 받을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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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모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정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이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을 점을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 현안 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별검사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