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바둑판 떠난’ 풍운아 이세돌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1.27 08:35:16
  • 호수 12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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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처럼 등장해 바람같이 떠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국 바둑의 간판 ‘쎈돌’ 이세돌 9단이 지난 19일,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프로생활을 시작한 지 24년4개월의 현역 기사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이세돌은 인공지능 AI ‘알파고’를 이긴 인류 유일의 프로기사다.
 

▲ 프로 바둑계를 떠난 이세돌 9단

이세돌이 지난 19일 전문 기사직서 사퇴했다. 이날 그는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한국기원은 “이세돌 9단이 현역서 은퇴한다”고 밝혔다. 이세돌의 은퇴는 여러 차례 예견됐던 바 있다. 

은퇴하는 
바둑 황제 

이세돌은 지난 3월 기사 사직 의사를 한 차례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 그는 중국 커제 9단과 겨룬 ‘3·1운동 100주년 기념 대국’서 완패한 직후 회견서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에 프로기사직을 내려놓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몇 년 전부터 사석서도 지인들에게 “조만간 은퇴할 생각”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하곤 했다.

그는 계획보다 일찍 사퇴서를 냈다. 한국기원과의 오랜 불화가 한몫했다.

이세돌은 “프로기사회가 권한을 남용하고 적립금을 부당하게 뗀다”며 2016년 5월 기사회 탈퇴를 단행했다. 한국기원은 이 문제를 3년 넘게 미루다 새 집행부가 들어선 직후인 지난 7월 이사회를 소집해 “본원 주최 기전엔 기사회 소속 기사만 참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새 정관을 통과시켰다.


이세돌은 당초 성적 하락으로 은퇴를 생각했는데, 기사회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대국도 불가능해져 은퇴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이세돌은 은퇴 후에도 한국기원과 적립금을 둘러싼 법적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적립금은 이세돌이 기사회를 탈퇴한 뒤 한국기원이 기사회의 요청에 따라 이세돌에게 지급하지 않고 보관해온 상금 공제액을 뜻하는데 약 32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돌은 현역 생활을 하면서 18차례의 세계대회 우승과 32차례의 국내대회 우승 등 모두 50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국기원 공식 상금 집계로 98억원에 가까운 수입을 벌어들였다. 

한국기원에 프로기사 자격 사직서 제출
24년 4개월간 활동했던 현역 생활 마감

2014년엔 라이벌 구리와의 10번기가 지구촌을 달궜고, 6승2패로 승리한 그는 상금 500만위안(약 8억5000만원)의 주인이 됐다. 2000년 76승을 올려 한국기원 최다승의 주인공이 되면서 최우수기사상도 획득했다. 통산 8차례의 MVP, 4번의 다승왕과 연승왕, 3번의 승률왕에 올랐다.  

1995년 입단한 이세돌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스타 기사였다. 그의 은퇴는 한국 바둑이 배출한 최고 ‘풍운아’의 퇴장을 의미한다. 변화무쌍한 착점 못지 않게 그의 언행도 화제를 낳곤 했다. 특유의 직설적 화법과 외골수 행동으로 찬사와 비판은 항상 평행선을 달렸다.

초년병이던 2000년 이미 32연승을 내달렸던 그는 대선배들을 제치고 최우수기사로 선정되면서 승단대회 폐지를 이끌었다. 2009년에는 한국바둑리그에는 불참하고 중국리그에 참여하려 했다가 기사회와 마찰을 빚어 ‘휴직계’를 내고 잠적하기도 했다.
 

▲ 알파고와 대결서 1승4패로 패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이세돌 9단 ⓒ한국기원

2016년 5월에는 프로기사회가 탈퇴 회원이 한국기원 주최·주관 대회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고, 회원의 대국 수입서 3∼15%를 일률적으로 공제해 적립금을 모으는 정관 조항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며 “프로기사회의 불합리한 제도에 동조할 수 없다”고 친형인 이상훈 9단과 함께 기사회서 탈퇴했다.

이세돌은 1983년 3월2일생으로 전남 신안군 비금도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광주교육대학을 졸업한 후 목포서 초등학교 교사로 10여년간 교편을 잡다가 비금도로 귀향해 농사를 지으면서 자식을 키웠다. 아마 5단의 실력을 가진 그의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성적 하락
한기 불화

이세돌은 2012년 발간된 자서전 첫 머리에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아버지에게 배웠다”고 단언했다. 그는 1989년 조훈현의 ‘응씨배’ 우승을 보며 프로기사가 되겠다고 다짐했고 9세에 서울로 바둑유학을 떠났다. 이후 이세돌은 형 이상훈과 함께 1995년 입단했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12세였다. 

친형 이상훈 9단이 어렸을 때부터 바둑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던 동생을 보며 ‘나는 이세돌을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은퇴해야겠다’고 바둑을 접었을 정도다. 이후 동생 이세돌의 지원에 전념해오고 있다. 

이세돌은 조훈현·이창호·조혜연·최철한에 이어 역대 최연소 5위(12세 4개월)로 입단했고, 그 뒤로 2단이 되는 데 3년이 걸렸다. 1999년에 3단이 된 뒤로 한국 바둑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32연승이라는 역대 연승 3위 기록을 세우며 ‘불패소년’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다. 당시 최우수기사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세돌의 단수는 올라가지 않았다. 승단을 위해 치러야 하는 승단대회를 제대로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형식에 젖어 과도한 대국 수로 스타급 기사를 혹사시키는 승단대회의 문제점은 이전에도 지적되고 있었다. 그 제도에 최초로 반기를 들었던 기사가 바로 이세돌이었다. 

 

당시 3단에 불과했던 이세돌은 메이저 세계대회인 ‘후지쯔배’서 우승하고 ‘LG배’ 결승에 진출하면서 승단대회 무용론을 몸소 보여줬다. 이때 여론의 지지도 받았다. 결국 한국기원은 2003년부터 승단 규칙에 ‘세계대회 우승 시 3단 승단, 준우승 시 1단 승단’ 항목을 추가했다. 이세돌은 이후 각종 대회서 우승하며 단 5개월  만에 9단까지 올랐다.

말도 많고 
탈 많았다

이후에도 2009년 5월까지 국내랭킹 1위, 10번째 세계대회 우승을 하는 등 정상급 기사의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바둑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지적하면서 한국기원에 ‘괘씸죄’로 찍혀 징계를 받았다. 이에 반발하면서 2009년 6월30일부터 2010년 12월31일까지의 18개월 간의 휴직계를 제출하기도 했다.

한국기원과 기보 저작권과 대국료 문제로 마찰을 빚었던 이세돌은 휴직 6개월 만인 2010년 1월11일 복직했다. 한국기원이 이세돌의 복직 조건에 합의하면서 휴직을 끝냈다. 

한국기원과의 앙금을 청산하고 복직하자마자 파죽지세로 24연승과 함께 덤으로 ‘제2회 BC카드배’ 결승서 창하오 9단을 3:0으로 압살하면서 세계 타이틀 하나를 더 추가했다. 세 판 모두 불계승을 거뒀다. 불계승은 대국 도중 한 쪽이 패배 의사를 표명하면 계가까지 가지 않고 상대방의 승리를 선언하고 대국을 끝낸다.


이 대회 16강전에는 당시 중국 랭킹 1위이던 콩지에를 상대로 초반에 대마가 잡혀 85집 정도를 잃은 상태서도 역전승을 거뒀다. 당시 인터뷰서 이세돌은 “초반에 밀려서 그냥 두는 데 의의를 뒀다”고 말해 화제를 뿌렸다.

알파고 대결 등 파란만장 이력
통산 50승 거둔 바둑계 대스타

2011년 4월 ‘제3회 BC카드배’ 결승서 라이벌로 여겨지는 구리 9단을 상대로 3:2 신승을 거두고 동 대회 2회 연속 제패에 성공한다. 이듬해 12월13일 ‘삼성화재배’ 결승 3번기서 구리 9단을 2:1로 다시 물리치고 통산 4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구리 9단과 전적도 10승 1무 14패로 좁혔다. 2014년 구리 9단과의 인생승부 10번기를 시작했다. 

10번기는 제한시간이 4시간에 1분 초읽기 5회. 월드컵 기간인 6월을 제외하고 1월부터 11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에 개최되며 먼저 6승자가 나오면 종료된다. 승자는 우승상금 500만위안(약 8억4000만원)을 패자에게는 20만위안(약 3500만원)의 여비가 지급된다. 단, 최종 성적이 5승5패일 경우 상금을 절반씩 나눈다. 이 대회서 이세돌은 6승2패로 승리했다. 
 

▲ ⓒ한국기원

하지만 이세돌이 30대에 접어든 이후부턴 메이저 세계대회서 준우승만 내리 거두며 서서히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2016년 2월엔 한국 랭킹도 2위로 떨어졌다. 당시 1위인 박정환 9단은 세계무대에선 국내무대만큼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항상 ‘국내용’이라는 오명이 뒤따랐다. 

2016년은 ‘몽백합배’ 결승전서 커제와 접전 끝에 준우승했다. 이세돌은 중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바둑기사 중 한 명이다. 평소 언론과 인터뷰서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하곤 했기 때문이다. “중국서 열리는 대회인데 내가 우승해서 미안합니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요” “이름도 잘 모르는데 그들의 바둑 실력을 어떻게 아나요?” 등이 대표적인 이세돌의 어록이다. 


알파고 이긴
유일한 인간

2016년에는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대결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으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국에선 1승4패로 패했으나 당시 이세돌의 승리는 이후 알파고를 상대로 인간이 따낸 유일한 승리로 남아있다. 3패 후 4번째 대국서 알파고의 허점을 제대로 짚은 백 78수는 ‘신의 한 수’로 상징되고 있다. 이세돌은 알파고와 대결서 패배한 뒤에는 “내가 패배한 것이지 인류가 패배한 것은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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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