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재팬과 손잡은’ 네이버의 큰 그림

아시아의 구글 될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 소식이 들려왔다. 국내 은행들은 네이버가 이번 통합을 바탕으로 일본서 금융업에 대한 이해도와 경쟁력을 쌓은 뒤 국내서도 세를 늘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내 대형 IT기업인 카카오뱅크에 이어 네이버 역시 국내 은행의 경쟁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18일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인 라인과 일본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Z홀딩스의 통합 기본 합의서를 체결한다고 밝혔다. Z홀딩스는 일본 최대 플랫폼인 야후 재팬의 운영사다.

새 공룡 탄생

현재 일본 라인은 메신저앱 ‘라인’을 일본서 제공하고 있다. 점유율은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후재팬은 5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포털이다. 

은행업계는 네이버가 통합 발표 후 “AI와 핀테크 분야에서 성장을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힌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때마다 인가를 신청할 유력한 후보기업으로 꼽혀왔다. 국내서 네이버의 최대 경쟁사로 꼽히는 카카오가 카카오뱅크를 출범시킨 만큼, 네이버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이 같은 분석과 달리 네이버는 그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 한차례도 도전하지 않았다. 오히려 금융업 진출에 소극적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융사업과 관련해 태도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일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출범하고 간편결제서비스인 네이버페이서비스 사업부문을 네이버파이낸셜로 넘겼다.

네이버파이낸셜을 출범하자 은행업계에선 ‘오픈뱅킹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12월을 앞두고 네이버가 간편결제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는데, 일본 라인과 야후 재팬의 통합소식이 전해지자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국내 금융산업에 진출하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으로 확대되고 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이번 통합에서 AI를 최우선으로 강조했지만, 은행업계는 핀테크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고 한 부분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는 국내와 일본에서 네이버페이를 통한 간편결제서비스를 통해 금융산업의 기초인 결제 분야에 진출했고, 야후 재팬은 인터넷전문은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일본서 금융사업 경쟁력을 강화한 뒤 한국으로 재수입할 것이란 분석에 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라인은 현재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라인’, AI(인공지능) 서비스 ‘클로바’, 간편결제서비스인 ‘Line Pay’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중 금융사업으로 분류되는 라인페이는 ▲편의점 체인 ‘Lawson’ ▲드러그스토어 ‘마츠모토 기요시’ ▲서점 체인 ‘츠타야’ ▲가전매장 ‘빅 카메라’ ▲덮밥 체인점 ‘마츠야’ ▲도쿄 하네다공항 ▲재팬 택시 등 190개 기업과 제휴를 통해 간편결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라인페이는 일본 대형 카드사인 JCB와 제휴를 통해 Line Pay 카드도 발급하고 있다. Line Pay카드는 2017년 3월말 기준 일본 내 3300만 가맹점서 사용이 가능하다.


간편결제업체 관계자는 “일본은 현금결제 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나라지만, 라인 페이는 라인을 바탕으로 일본 내에서도 그 세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선 모두 라인페이가 가능할 정도로 앞으로 결제시장서 라인의 점유율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소프트뱅크와 한솥밥…1억 유저 확보
빅딜에 증권가 기대…은행업계는 긴장

야후 재팬은 일본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재팬넷은행의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다. 남은 지분은 일본 3대 은행 중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41%, 미쓰이스미토모은행 계열 보험사, 후지쯔 등이 보유하고 있다.

2000년 출범한 재팬넷은행은 출범 이후 5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일본 내 인터넷전문은행 중 세븐은행, 라쿠텐은행, SBI수미신뱅크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순익을 내고 있다.

재팬넷은행은 2009년 이후 꾸준히 20억엔(215억원)대의 순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4월1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FY2018)의 순익은 11억2400만엔(120억9334만원)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일본이 제로금리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실적이라는 것이 금융업계의 분석이다.

국내은행 글로벌 사업부 관계자는 “재팬넷은행 출범 이후 세븐일레븐, 라쿠텐 등 대기업들이 일본 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연이어 진출하며 경쟁이 거세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의 경쟁력은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재팬넷은행의 사업 비즈니스 모델은 포털인 야후 재팬을 적극 활용해왔다”며 “이번 경영 통합을 바탕으로 일본 메신저 앱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라인과의 협업이 강화될 경우 재팬넷은행도 성장세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업계는 일본 라인과 야후 재팬을 통합 경영하기로 함에 따라 네이버가 직·간접적으로 금융업 전체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가 현재 네이버페이와 라인페이를 기반으로 간편결제 경험을 직접적으로 쌓고 있고, 야후 재팬이 대주주로 있는 재팬넷은행이 수신, 여신, 결제는 물론 보험, 자산운용 등의 사업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목할 점은 네이버가 언제쯤 국내 금융시장서 사업을 본격화할 것인지다. 업계에선 내달 도입되는 오픈뱅킹을 통해 고객기반을 마련하고 이번 경영통합을 통해 경험을 축적한 이후 국내 금융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네이버가 중국 알리바바의 앤트파이낸셜을 벤치마킹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중심으로 증권과 보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픈뱅킹으로 고객 기반을 마련한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이미 네이버는 일본서 인터넷전문은행인 라인뱅크를 설립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뱅크가 출범 2년도 안돼 분기 기준 흑자를 기록한 데에는 카카오톡을 통해 확보한 고객층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며 “네이버가 국내 최대 포털이라는 점, 보험과 증권 등 다양한 금융업권으로의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뱅크 출범보다 더 큰 경쟁자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넘어야 할 산


다만 두 회사의 경영통합이 성사되기까지는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이라는 막판 변수가 남아있다. 일본 언론들은 “개인 데이터의 과점화를 우려하는 지적이 적지 않아 실제 승인이 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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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