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PD출신 연예기획사 대표가 폭력조직 두목과 함께 불법 사설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조은석 부장검사)는 지난 13일 허가 없이 카지노바를 운영한 혐의(관광진흥법 위반 등)로 대전지역 폭력조직 두목 S씨를 구속 기소하고 S씨가 운영하는 카지노바에 2억7500만원을 투자한 연예기획사 D사 대표 A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손님을 관리하는 등 카지노바 운영에 관여한 P씨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S씨 등은 지난 2005년 11월 초부터 2006년 1월까지 서울 역삼동의 한 빌딩 지하에 165㎡ 규모의 유흥 주점에 ‘바카라’ 도박장을 차려 놓고 불특정 손님을 상대로 23억원 상당의 도박판을 벌인 혐의다.
‘바카라’는 플레이어와 뱅커에게 두 장씩의 카드를 나눠준 뒤 각 카드 숫자를 합한 수의 끝자리가 9에 가까운 쪽이 이기는 게임. 만일 이 게임에서 이길 경우 플레이어에게 건 사람은 전부를, 뱅커에게 돈을 건 사람은 돈의 95%를 받는다.
S씨 등은 각각 카지노 운영, 손님 관리 및 유치, 투자, 바지사장, 딜러 등 역할을 나눴으며 손님이 카지노칩을 현금으로 환전할 때 5%의 공제금을 별도로 챙겼다고 검찰은 전했다.
A씨는 공중파 방송사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한 프로그램 다수를 연출하는 등 ‘스타 PD’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으며 PD를 그만둔 후에는 정상급 연예인들이 소속된 연예기획사의 대표로 활동해왔다.
그는 방송사 PD로 재직중 연예기획사 대표 등으로부터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 청탁과 함께 20여 차례에 걸쳐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 2004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평소 친분관계를 오랜 기간 유지해왔고 카지노바 사업 외에도 여러 사업체를 공동으로 운영했다”며 “도박장 개장으로 얻은 이익은 피고인들이 진술하지 않고 있으나 수십억원대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조폭이 연예사업에 손을 댄 적은 있지만 거꾸로 연예관계자가 조폭이 운영하는 불법도박장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연예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한 연예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조폭과 연예관계자들이 얼마나 긴밀한 관계인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조폭과 연예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전했다.
조폭과 연예계는 ‘악어와 악어새’로 비유된다. 조폭들에게 연예계는 언제나 고부가가치를 보장하면서 다른 사업 운영까지 도움을 주는 최고의 사업기반이다.
조폭들은 연예기획사와 손을 잡는 경우가 많다. 조폭들이 기획사에 자금을 공급하거나 방송관계자들에 대한 로비활동을 통해 자신이 지원하는 연예인이 대중적 성공을 거둘 수 있게 하는 등 연예사업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고 있다는 사실은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한 연예관계자는 “서울 모 지역의 경우, 조폭들의 연예인 조달사업도 상당히 번성하고 있다. 방송사 PD들은 일반 사람들보다 주로 조폭과 직접 접촉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조폭들은 키우고 있는 연예 지망생들을 더 성장시키기 위해 로비, 향응이나 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연예지망생들은 가요주점이나 유흥업소 등을 통해 공급되며 PD들에게 선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연예인 사업은 크게 두 유형이 있다”며 “하나는 여성이 잠재력이 있어 조직이 발탁해 키워주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연예지망생의 집에서 키워달라고 돈을 주고 부탁하는 경우”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연예관계자는 “연예 방면 전문가인 연예기획사가 전면에 나서고 조직은 뒤에서 자금 등을 지원한다”며 “연예기획사의 경우 조직 소속은 아니고 동업 형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직에서 역점적으로 키워 중앙에 진출하기도 하는데 가수 L씨와, 배우 K씨의 경우 6년 전 조직에서 발굴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조폭은 자금을, 기획사들은 능력을 제공하며 일반 사업과 유사하게 수익이 나오면 몇 대 몇으로 나누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률관계자는 “연예사업을 누가하고 자금 출처가 어디냐 하는 것은 경제논리로 볼 때 비록 조폭이 관여하더라도 법적 문제가 없다”며 “다만 기획사나 관련 연예인 등을 상대로 협박과 폭력이 이뤄질 때 문제가 발생하며 연예인의 특성상 피해자진술 확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