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시장’ 새벽 배송의 빛과 그림자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1.26 09:17:10
  • 호수 12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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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잠든 새벽 누군가 다녀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주부들이나 1인 가구에 ‘새벽 배송’은 그야말로 혁신적인 서비스다. 따로 시간을 내서 장 보러 가지 않아도 되고 자고 일어나면 택배 상품을 문 앞에서 만날 수 있는 만큼 편의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새벽 배송의 부작용이 심심치 않게 드러나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직장인의 생활 소비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게, 신선식품의 편리한 구매에 대한 소비자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신선식품

주 52시간 도입으로 간편한 집밥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유통업계가 새벽 배송에 들어가면서 속도전에 뛰어들었다. 늦은 밤 스마트폰 등 모바일로 간편하게 주문해도 다음날 문 앞에서 신선한 식품을 받는 새벽 배송 서비스는 점점 확대되는 모양새다. 

신선식품 새벽 배송은 2015년 한 업체가 틈새 수요를 공략해 ‘신선식품 샛별배송’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문을 열었다. 이후 새벽시장은 급성장했고, 2015년 100억원대에 불과했던 새벽 배송 시장은 지난 3년 새 40배 이상 커져 지난 2018년에는 40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2019년에는 1조 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새벽 배송의 가장 큰 장점은 매번 마트에 들러 장을 보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에 있다. 유통시장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기존 유통 구조만으로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소비자들은 새벽 배송에 중독(?)되고 있는 것이다. 

‘마켓컬리’ 외에도 쿠팡이 직접 품질관리를 하는 ‘로켓프레시’, 신세계서 만든 새벽 배송 ‘SSG닷컴’ ‘헬로네이처’ ‘오아시스마켓’ 등이 새벽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자사 식품 전문 온라인몰 ‘e슈퍼마켓’서 ‘새벽식탁’ 서비스를 시작했고, GS리테일이 온라인몰을 통해 ‘GS프레시’를 시작했다. GS프레시 상품의 당일 배송을 시작한 GS홈쇼핑은 동원의 ‘더반찬’과 협업해 새벽 시간대 배달을 예약할 수 있는 자정 예약 배송을 시작하기도 했다. 

저녁 주문하면 아침 문 앞에
과대 포장에 소음 부작용도

지난해 8월 홈쇼핑업계에선 현대홈쇼핑이 처음 뛰어든 데 이어 CJ오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등은 공략을 목표로 시뮬레이션 및 도입 지역을 점차 확대하는 추세다.

단순 유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PB(자체 제작 제품)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도 인기다. 싱가포르 카야잼, 베트남 스리랏차소스, 프랑스 버터 등 이색적인 외국 식재료가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과일과 채소는 일반 마트보다 맛이 좋고 신선한 점이 구매자의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불량 상품 배송이나 배송 지연 등 불만 사항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고, 매달 구매 금액에 따라 등급을 부여해 쿠폰과 적립금도 지급했다. 또 수시로 쿠폰을 발급하는 이벤트로도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물론 새벽 배송에 따른 부작용도 존재한다. 시장이 커져갈수록, 지나친 포장재로 인해 환경파괴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신선품 위주의 배송으로 인해 과도한 일회용품 포장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 박스 3개에 완충재, 냉장재 등 총 5개가 포장된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유통업체 홈페이지 이용 후기에도 포장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상품은 잘 받았지만, 스티로폼 포장과 얼음팩이 과한 것 같다’ ‘이렇게까지 포장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등의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소비자는 “과대 포장이 불편해 포장재를 회수해 재사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무시당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 다른 피해자들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문 앞에 상품이 놓여있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새벽 3시 아파트 공동현관문을 열어 달라는 연락을 받고 잠에서 깼다. 아파트 현관문이 카드키만 사용 가능해 출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비밀번호를 적어놨음에도 불구하고 상품을 공동현관 앞에 두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수면 방해

또 다른 불만은 소음공해다. 일반적으로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 운영되는 새벽 배송은 인근 주민들이 취침하는 시간에 차량 시동 소리, 택배 운반 소음, 수레 끄는 소리, 계단 뛰는 소리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도심에 위치한 물류센터와 거리가 가깝거나 방음이 미약한 빌라의 경우 소음의 강도는 더 커져 수면을 방해한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비용 부담이 큰 새벽 배송 진출만으로 기업 가치가 재조명받기는 힘들다. 새벽 배송 외에 차별화된 객수 회복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통업계는 지금…
당일 착유·생산 우유도 유통

채소·과일뿐만 아니라 변질하기 쉬운 수산물도 온라인서 주문해 먹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 같은 신선식품 배송 시대는 냉장유통을 활용한 배송 시스템 덕에 가능해졌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신선식품 배송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선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한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착유 하루도 지나지 않은 우유를 새벽 배송하는가 하면, 전문가들이 직접 산지 구입부터 유통까지 참여한 신뢰도 높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최근 산지서 직접 상품을 수급하는 것은 물론, 당일  경매상품을 바로 손질해 배송하는 등 신선식품 제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SG닷컴은 당일 착유해 당일 생산한 ‘바른 유기농우유’를 지난달 7일 새벽 배송분부터 판매하고 있다. 지난 9월29일부터 10월5일까지 시범 운영한 결과, 오리지널 상품은 목표 매출액의 116%를 초과 달성했다.

본 판매를 시작한 이후 오리지널 상품은 당초 목표의 174%, 저지방·무지방 상품은 130%를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당일 착유·생산 우유는, 새벽 배송 인기 상품 상위권에 늘 우유가 등장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충남 보령 개화목장서 오전 3시에 착유한 우유는 가공 공정을 거쳐 온라인 물류센터 ‘네오 002’로 입고된다. 

이는 다음날 새벽 배송(오전 3∼6시 사이 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다. 갓 짠 우유를, 빠르면 24시간 안에 받아보는 셈인데 48시간이 지나면 전량 폐기된다.


기존 우유는 입고 후 4일까지 판매하고 있어 이 같은 ‘극신선’ 상품과는 차이가 있다. 당일 착유·생산의 우유 가격은 일반 유기농 우유와 비슷한 수준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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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