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 위기의 한국타이어, 왜?

3세 순항 중 암울한 먹구름

[일요시사 취재 1팀] 김정수 기자 = ‘MB 사돈기업’ 한국타이어가 난관에 봉착했다. 최근 조현범 대표이사가 구속됐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기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사명을 교체하고 3세 경영의 닻을 올렸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과 마주했다.
 

▲ 법원 출석하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지난 19일 검찰은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배임수재, 업무상 횡령,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의 혐의다. 검찰은 금융거래 내역을 추적, 조 대표의 차명계좌로 들어간 거액의 자금이 개인 용도로 사용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혐의는?

검찰은 조 대표가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원씩 총 5억원가량을 챙기고, 계열사 자금 2억원 정도를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근 조 대표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피해 금액을 모두 돌려줬다”는 취지의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갑을관계’를 이용해 사실상 하청업체로부터 상납을 받은 점 등 범행이 무겁다고 판단해 구속 상태로 수사하는 방침을 정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였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해 7월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했고, 이를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한 바 있다.조세범칙조사는 일반 세무조사와 결이 다르다. 소득 은닉이나 탈세 여부에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안에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한다.


지난 1월 국세청은 한국타이어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세무 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서 회삿돈 횡령 등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차명계좌 다수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세청의 고발과 별개로 조 대표의 개인 비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대표의 배임수재와 업무상 횡령 범죄에 차명계좌가 사용된 점을 확인해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영장 발부, 조현범 대표 결국 구속
‘뒷돈 수수’ 차명계좌로 빼돌린 혐의

지난 21일 조 대표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조 대표는 ‘협력업체서 뒷돈을 받은 게 맞나’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 조성한 게 사실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날 법원은 조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범죄 행태 등에 비춰 사안이 중대하다”며 “피의자의 지위와 수사 경과 등을 참작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결국 조 대표가 구속되면서 그룹은 치명타를 입게 됐다. 특히 오너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조 대표는 지난 1988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했다. 현재 한국타이어 대표와 그룹 지주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고운영책임자를 겸임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이른바 ‘MB 사돈기업’으로 불린다. 조 대표는 지난 200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인 이수연씨와 결혼했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오너 3세 경영체제로 운영 중이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은 지난해 대표이사 자리서 내려왔다. 조 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차남 조 대표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장남이 지주회사를, 차남이 핵심 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현재 그룹 지분은 조 회장(23.59%), 조 부회장(19.32%), 조 대표(19.31%)를 비롯해 가족들이 73.92%를 쥐고 있다. 오너 일가가 대규모 기업집단을 이끌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타이어는 20년 만에 기존 사명을 변경하면서 혁신 기업 성장을 향한 의욕을 보였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5월 간판을 ‘한국타어앤테크놀로지’로 교체했다. 기존 로고를 포함해 계열사 이름까지 모두 변경했다.

당시 한국타이어는 “사명 변경은 미래 산업 생태계의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개별 계열사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를 넘어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 개척에 도전하는 파괴적 혁신을 지속하게 해줄 초석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국내 시장서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 등과 경쟁하고 있다. 다만 업황 부진과 함께 수입 타이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 타이어 빅3는 미쉐린, 콘티넨탈, 브리지스톤 등이다. 수입 자동차에 대한 인기와 국산 자동차가 수입 타이어를 장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공정위-경제개혁연구소 지적 대상
업계 불황에 대표 공백 부담 가중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연결 기준 6조79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직전 년도에 비해 177억원 소폭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7026억원으로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907억원 감소했다.

올해 실적은 관망세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8352억원. 영업이익은 1803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799억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1억원 감소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연결 기준 5조2182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84억원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상황이 다르다. 누적 영업이익은 426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308억원 감소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4분기 실적에 대해 “글로벌 타이어시장은 감소폭이 개선되고 있지만, 완성차 생산 감소와 시장재고로 인해 부진 해소폭은 제한적”이라며 “기후온난화로 윈터타이어에 대한 주문이 지연되고 있어 4분기 기여가 불확실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시민단체 등은 한국타이어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공정위는 ‘2018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를 통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오너 일가 지분 보유 계열사를 사익편취 규제대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상황 불리


또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 3월 ‘사익편취 회사를 통한 지배 주주일가의 부의 증식 보고서’에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사익편취액을 지적한 바 있다. 연구소는 조 대표의 사익편취액을 개인기준 274억원, 그룹 기준 490억원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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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