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고3 술집 출입 백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1.26 08:36:12
  • 호수 12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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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나면 어른?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술집에 들어가기 위한 청소년들의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지난 5월 대구의 한 술집서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미성년자들이 술을 마신 뒤 자진신고를 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점주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술집 출입을 노리는 미성년자들의 다양한 수법들을 파헤쳤다. 
 

지난 14일 2020학년도 수능이 끝났다. 인생의 중요한 관문을 마친 수험생들은 한껏 들뜨기 마련이다.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곧 있으면 성인이 된다는 설렘에 가슴이 뛸 수밖에 없다. 

수능 이후 긴장감서 해방된 청소년들은 학교 주변 및 번화가의 노래방, 술집 등에서 음주나 흡연 등 일탈의 유혹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청소년들의 음주율은 16.9%로 집계됐다. 

아직 미성년

현재 음주를 하는 학생의 47.2%가 위험 음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고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신 경험이 있는 학생도 음주자 5명 중 1명 꼴이었다.  

술집서 미성년자가 적발되는 경우 중 가장 흔한 사례는 불상자의 신고다. 같은 장소서 술을 마시던 손님, 앳된 외모로 술집에 출입하는 것을 본 행인이 신고하는 경우다. 고의적으로 경쟁업체서 신고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술값을 내지 않기 위해 업주를 협박하는 경우 등도 있다. 술집 출입을 위한 미성년자들의 교묘한 수법들은 다음과 같다. 


▲신분증= 출생년도 숫자를 얇게 파내 만드는 가짜 신분증은, 일부 청소년들에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인터넷에 ‘신분증 위조, 주민등록증 숫자 바꾸기’라고 검색하면 칼로 파내거나 포토샵으로 수정하는 방법이 나온다. 맨눈으로 봐도 구분하기 힘들어 주점 종업원들이 판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신분증을 도용하는 경우도 있다. 미성년자 외모가 자신과 유사한 외모를 가진 형제나 자매의 신분증을 빌려 술집을 출입하는 경우다. 종업원이 신분증 검사를 소홀히 할 경우를 노려 사용하는 방법이다. 비슷한 얼굴의 신분증을 당당하게 보여주면, 때에 따라 제재를 피해가기도 한다. 

▲SNS= 술집서 신분증을 확인할 때면 미성년자들은 “신분증을 두고 왔다. SNS로 확인이 가능하겠냐”며 너스레를 떤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로 로그인한 상태서 자신이 미성년자가 아닌 것을 보여준다. 

예전에 만든 가짜 계정을 보여 주거나 자신과 닮은 계정으로 종업원에게 확인시켜 안심하게 한다. 이 방법은 맨눈으로 대충 확인하는 종업원들을 노리는 수법이다. 혹은 눈이 침침해 시력이 떨어진 중년 종업원 대상으로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가짜 신분증에 화장실 도피까지
현실적으로 점주들 검사 어려워

▲핸드폰= 신분증을 안 가져 왔지만, 자신의 핸드폰 안에 사진이 있다며 보여준다. 흐릿하게 찍힌 신분증은 육안으로 보면 얼추 비슷해 보인다. 직접 신분증과 얼굴을 비교할 때 유심히 들여다봐야 하는데, 핸드폰 안의 사진은 더욱 구분하기가 힘들다. 

▲시야서 사라지기= 이 방법은 빠른 연생들이 주로 쓰는 수법이다. 호적상 친구들은 20세, 본인은 19세일 경우 사용하는 방법으로, 종업원의 시야서 잠깐 사라지는 것이다. 20세인 친구들이 먼저 자리를 잡은 뒤 신분증 검사를 마치고 음식까지 나온 다음 뒤늦게 합류하는 방법이다. 


손님이 많고 어수선한 분위기서 뒤늦게 등장하면 종업원들이 신분증 검사를 하기 힘들다는 것을 노리는 수법이다. 또 같이 입장한 후 화장실로 몰래 피신할 수도 있다. 보통 손님들이 자리를 잡은 뒤 종업원이 다가와 한 명씩 신분증을 검사할 때 미성년자는 재빠르게 화장실로 숨는다. 신분증 검사가 끝난 뒤 아무렇지 않게 테이블로 복귀하는 경우도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처럼 미성년자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술집을 이용하는 위한 다양한 꼼수를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업주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 술집 점주 A씨는 “현실적으로 미성년자들의 출입을 면밀히 검토하기는 쉽지 않다. 가게서 형사처럼 취조하면 손님들이 불쾌할 수가 있다. 손님의 20세때 모습과 25세때이 모습은 다르기 때문에 위조한 증명서인 경우 정확한 확인은 불가능하다. 가게 내부 CCTV가 보이는 곳에서 꼭 신분증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 점주는 “만약 미성년자가 음주 후 사고를 치면, 미성년자에게 술을 허용한 가게도 징계를 당할 수도 있다. 술집서 신분증을 확인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징계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구분 어려워

지난 11일 제주시에 따르면 10월말,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했다가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은 가게는 일반음식점 21곳, 유흥주점(일명 노래텔) 5곳, 단란주점 1곳 등 27곳이다. 지난해에는 일반음식점 25곳이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인용품점에 청소년이?

경기 김포시의 한 성인용품점은 개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업소는 종업원 없이 자동판매기를 통해 리얼돌을 판매하는 방식을 적극 홍보했다.

하지만 지난달 5일 폐업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5000여명이 동의하는 등 반발의 목소리가 불거지자 이 업소는 당초 개업 계획을 접었다. 

이 밖에도 홍대와 강남 등 번화가에 안이 훤히 보이는 성인용품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청소년들도 쉽게 보고 출입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성인용품점들이 변화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마땅한 법은 없는 실정이다.

지난달 8일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성인용품점을 규제할 수 있는 법은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뿐이다.


이 법 8조는 학교 경계선 200m 내를 상대 정화구역으로 정해 유해업소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학교 200m를 조금만 벗어나면 성인용품점을 만들어도 법에 저촉될 일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성인용품점 자체도 자유업종으로 분류되는 터라, 지자체서 허가를 받는 것이 아닌 신고만으로 개업할 수 있어 관리는커녕 현황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성인용품을 양성화하자며 업주들은 개방적인 아웃테리어(건물 외부를 장식하는 일)로 가게를 꾸미고 있다.

일반 옷가게처럼 투명하고 넓은 창문으로 된 성인용품점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청소년들은 개방적인 성인용품점 앞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성인물에 노출되는 셈이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성인용품점이 무인화, 개방화되면 미성년자가 유해업소를 출입하면 안 된다는 점을 하나도 지키지 못하는 셈”이라며 “실질적으로 미성년자의 접근을 막을 수 있도록 법적 제재는 물론 행정적 조치도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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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