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수’ 황교안 단식의 진짜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1.25 10:30:32
  • 호수 1246호
  • 댓글 0개

욕해도 투쟁처럼, 굶어도 황제처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 최근 당 내부에서는 황 대표에 대한 사퇴 여론이 드세다. 황 대표는 이 같은 사퇴 여론에 선을 그은 직후,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복수의 당 관계자들은 드센 사퇴 여론에도 황 대표를 버티게 하는 세 가지 ‘전가의 보도’가 있다고 이구동성하고 있다.
 

▲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장소는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으로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고발하고 바로 잡겠다는 취지다. 그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하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갑자기
단식을?

황 대표는 지난 20일 청와대 앞에서 발표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며 드리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를 막기 위해 저는 이 순간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투쟁을 시작하겠다. 죽기를 각오하겠다”고 선언했다.

황 대표의 단식투쟁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단식을 순수한 의미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지난 20일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여권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등을 강행하려는 움직임과 외교·안보 등에서 나타나는 국정 실패에 항의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현역 의원의 지원사격도 있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00석 남짓밖에 되지 않는 의석을 가진 한국당이 이들의 패스트트랙 강행 폭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당 대표가 나서 목숨을 걸고 국민들께 도움을 청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전향적인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당 일부를 제외하고는 황 대표의 단식을 순수한 의미로 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황 대표가 21세기 정치인이 하지 않아야 할 세 가지 ‘단식, 삭발, 의원직 사퇴’ 중 두 개를 이행했다”며 “의원이 아니기에 의원직 사퇴는 불가능하지만 당 대표직 사퇴 카드는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주변 만류에도 단식 시작
‘황’ 견제할 잠룡이 없네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도 “황 대표의 단식은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도, 은폐된 진실에 대한 진상규명의 목표도, 국민적 공감대도 없는, 감동 없는 ‘단식 투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당과 같은 보수야당인 바른미래당의 최도자 수석대변인 역시 “문재인정부의 국정 난맥이나 지소미아 연장이 황 대표 한 명의 단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자신의 리더십 위기에 정부를 걸고 넘어져서 해결하려는 심산을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 김무성(사진 오른쪽)·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

비판을 종합하면, 황 대표가 자신의 리더십 위기를 돌파하는 데 단식투쟁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최근 황 대표에 대한 사퇴 여론이 거세다. 당 리더십서도 ‘여진’이 발생했다. 황 대표는 최근 박찬주 전 육군대장을 영입하려다 당 안팎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고, 그토록 공언하던 보수통합마저 답보상태에 있다.

여진이 ‘강진’으로 바뀐 시점은 같은 당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 직후다. 김 의원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동반 퇴진을 요구했다. 이후 김 의원은 “현 직책서 사퇴할 것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창조적인 파괴’를 통한 쇄신론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곳곳서 황 대표에 대한 사퇴론이 터져 나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김 의원의 결단으로)한국당에 기회가 왔다. 그런데 그 절호의 기회가 공중분해돼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쇄신론 후
단식 돌입

홍준표 전 대표는 보수단체 주최 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야당을 얕잡아보고 있는데 단식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라며 “문 대통령은 코웃음을 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같이 말한 이유에 대해 “김 의원이 제기한 당 쇄신론에 중지를 모아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사퇴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그는 김 의원의 쇄신론이 불거지고 난 후 최고위원회의서 “이번 총선서도 우리가 국민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 저부터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총선 전 사퇴는 없을 것이라는 의사 표시였다.

황 대표는 거센 사퇴론에도 꿈쩍하지 않는 모습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한국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자신에 대한 어떤 사퇴론도 일거에 잠재울 수 있는 세 가지 ‘전가의 보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잠룡 부재론 ▲장수교체 불가론 ▲친박(친 박근혜) 대세론이 바로 그 세 가지다.

황 대표는 복수의 여론조사서 야권 1위에 올라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전체 1, 2위를 다투는 형국이다. 이에 반해 홍준표·오세훈·유승민 등 야권의 내노라하는 대권주자들은 황 대표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 대표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상황서 사퇴론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한국당은 민주당과 전면전을 앞두고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놓고 여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 선거법 개정안은 오는 27일 본회의에 부의되고, 공수처법을 포함한 검찰개혁 법안은 다음달 3일 본회의로 넘어간다. 황 대표가 내세운 단식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공수처 설치법안 및 선거법 개정안 저지’다.

민주당은 여차하면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과 공조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는 일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제2의 패스트트랙 사태가 예상된다.

주류 업고
내 맘대로

물론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1일 문희상 국회의장의 주재로 패스트트랙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4당 대표가 모인 자리에 황 대표만 불참했다. 단식이라는 황 대표의 초강수에 정국이 꽉 막힌 모양새다. 이렇듯 민주당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한 상황서 장수를 교체하면 자칫 기세서 민주당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한국당 내에서 감지된다. 


황 대표는 친박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주요 당직을 모두 친박계가 장악했다. 박맹우 사무총장, 추경호 사무부총장, 김도읍 비서실장, 김명연 수석대변인 등이 대표적인 친박계이자 친황(친 황교안)계로 꼽힌다.

황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서 당선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친박의 지원이었다. 박근혜정부서 공직을 맡거나, 박 전 대통령에 의해 당에 발탁된 의원들이 그를 측면 지원했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 직후, 나 원내대표의 당선에 이어 친박계가 여전히 한국당의 주류임을 재확인한 선거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며 다시금 성장한 친박계가 황 대표 주변의 핵심 보직과 주요 조언 그룹에 포진하면서 쇄신론을 뭉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쇄신 대상인 영남권 의원들 중 쇄신에 화답한 사람은 김무성 의원과 김세연 의원이 전부다. 영남 의원들은 지역 민심에만 매몰돼 쇄신론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내 주류인 영남·친박계가 황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이상, 사퇴론은 탄력을 받기 힘들다.

황 대표의 단식은 진정성서 의심을 받고 있다. 리더십 위기, 분출하는 쇄신 요구를 돌파하기 위한 ‘대내용’ 단식이라는 비판에 이어, 나 원내대표와 파워게임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패트에 ‘숟가락’ 얹으려?
황 vs 나 파워게임 조짐도

두 사람의 갈등이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 당내 중론이다.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여부를 놓고 황 대표가 원칙론을 고수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최근 들어 더욱 좋지 않다는 것. 황 대표가 갑자기 패스트트랙 저지를 꺼내든 이유도 나 원내대표와의 파워게임 때문으로 보인다.  
 

▲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던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패스트트랙 협상을 도맡아 온 사람은 나 원내대표였다. 만약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이 극적으로 이뤄진다면 황 대표의 존재감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황 대표가 단식에 들어간 날 오전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 이인영,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함께 미국 워싱턴DC로 떠났다. 이들 3당 원내대표들은 4박5일간 미국에 있으며,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한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 기간 자연스레 패스트트랙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양제 단식’ ‘황제 단식’ 논란도 일었다. 영양제 단식은 황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기 전 서울 강남의 한 병원서 영양제를 맞았다는 주장이 불거지면서 제기됐다. 병원 측은 “개인정보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황제 단식은 사무처 당직자들을 하루 12시간씩 ‘4인 1조 2교대’로 조를 짜 단식 농성장에 대기하도록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고 대기조엔 임산부 3명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단식투쟁 관련 근무 수칙’에 따르면, 당직자들은 황 대표의 건강을 30분마다 한 차례 이상씩 체크하고 농성장 근처에 거동이 수상한 사람이 없는지, 있다면 농성장 접근을 막는 업무를 담당한다.

영양제 맞고
당직자 대기

이를 두고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단식했던 같은 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이정현 전 대표의 단식 때는 없었던 일이였기 때문이다. 당직자들은 황 대표의 단식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은 황제 단식 논란이 일자 성명서를 내고 “당 대표가 단식투쟁에 돌입한 상황서 사무처 당직자가 단식 농성장서 밤샘 근무를 서며 여러 가지 ‘비상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