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수’ 황교안 단식의 진짜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1.25 10:30:32
  • 호수 12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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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해도 투쟁처럼, 굶어도 황제처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 최근 당 내부에서는 황 대표에 대한 사퇴 여론이 드세다. 황 대표는 이 같은 사퇴 여론에 선을 그은 직후,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복수의 당 관계자들은 드센 사퇴 여론에도 황 대표를 버티게 하는 세 가지 ‘전가의 보도’가 있다고 이구동성하고 있다.
 

▲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장소는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으로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고발하고 바로 잡겠다는 취지다. 그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하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갑자기
단식을?

황 대표는 지난 20일 청와대 앞에서 발표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며 드리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를 막기 위해 저는 이 순간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투쟁을 시작하겠다. 죽기를 각오하겠다”고 선언했다.

황 대표의 단식투쟁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단식을 순수한 의미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지난 20일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여권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등을 강행하려는 움직임과 외교·안보 등에서 나타나는 국정 실패에 항의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현역 의원의 지원사격도 있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00석 남짓밖에 되지 않는 의석을 가진 한국당이 이들의 패스트트랙 강행 폭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당 대표가 나서 목숨을 걸고 국민들께 도움을 청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전향적인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당 일부를 제외하고는 황 대표의 단식을 순수한 의미로 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황 대표가 21세기 정치인이 하지 않아야 할 세 가지 ‘단식, 삭발, 의원직 사퇴’ 중 두 개를 이행했다”며 “의원이 아니기에 의원직 사퇴는 불가능하지만 당 대표직 사퇴 카드는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주변 만류에도 단식 시작
‘황’ 견제할 잠룡이 없네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도 “황 대표의 단식은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도, 은폐된 진실에 대한 진상규명의 목표도, 국민적 공감대도 없는, 감동 없는 ‘단식 투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당과 같은 보수야당인 바른미래당의 최도자 수석대변인 역시 “문재인정부의 국정 난맥이나 지소미아 연장이 황 대표 한 명의 단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자신의 리더십 위기에 정부를 걸고 넘어져서 해결하려는 심산을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 김무성(사진 오른쪽)·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

비판을 종합하면, 황 대표가 자신의 리더십 위기를 돌파하는 데 단식투쟁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최근 황 대표에 대한 사퇴 여론이 거세다. 당 리더십서도 ‘여진’이 발생했다. 황 대표는 최근 박찬주 전 육군대장을 영입하려다 당 안팎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고, 그토록 공언하던 보수통합마저 답보상태에 있다.

여진이 ‘강진’으로 바뀐 시점은 같은 당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 직후다. 김 의원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동반 퇴진을 요구했다. 이후 김 의원은 “현 직책서 사퇴할 것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창조적인 파괴’를 통한 쇄신론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곳곳서 황 대표에 대한 사퇴론이 터져 나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김 의원의 결단으로)한국당에 기회가 왔다. 그런데 그 절호의 기회가 공중분해돼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쇄신론 후
단식 돌입

홍준표 전 대표는 보수단체 주최 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야당을 얕잡아보고 있는데 단식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라며 “문 대통령은 코웃음을 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같이 말한 이유에 대해 “김 의원이 제기한 당 쇄신론에 중지를 모아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사퇴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그는 김 의원의 쇄신론이 불거지고 난 후 최고위원회의서 “이번 총선서도 우리가 국민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 저부터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총선 전 사퇴는 없을 것이라는 의사 표시였다.

황 대표는 거센 사퇴론에도 꿈쩍하지 않는 모습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한국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자신에 대한 어떤 사퇴론도 일거에 잠재울 수 있는 세 가지 ‘전가의 보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잠룡 부재론 ▲장수교체 불가론 ▲친박(친 박근혜) 대세론이 바로 그 세 가지다.

황 대표는 복수의 여론조사서 야권 1위에 올라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전체 1, 2위를 다투는 형국이다. 이에 반해 홍준표·오세훈·유승민 등 야권의 내노라하는 대권주자들은 황 대표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 대표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상황서 사퇴론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한국당은 민주당과 전면전을 앞두고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놓고 여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 선거법 개정안은 오는 27일 본회의에 부의되고, 공수처법을 포함한 검찰개혁 법안은 다음달 3일 본회의로 넘어간다. 황 대표가 내세운 단식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공수처 설치법안 및 선거법 개정안 저지’다.

민주당은 여차하면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과 공조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는 일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제2의 패스트트랙 사태가 예상된다.

주류 업고
내 맘대로

물론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1일 문희상 국회의장의 주재로 패스트트랙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4당 대표가 모인 자리에 황 대표만 불참했다. 단식이라는 황 대표의 초강수에 정국이 꽉 막힌 모양새다. 이렇듯 민주당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한 상황서 장수를 교체하면 자칫 기세서 민주당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한국당 내에서 감지된다. 

황 대표는 친박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주요 당직을 모두 친박계가 장악했다. 박맹우 사무총장, 추경호 사무부총장, 김도읍 비서실장, 김명연 수석대변인 등이 대표적인 친박계이자 친황(친 황교안)계로 꼽힌다.

황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서 당선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친박의 지원이었다. 박근혜정부서 공직을 맡거나, 박 전 대통령에 의해 당에 발탁된 의원들이 그를 측면 지원했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 직후, 나 원내대표의 당선에 이어 친박계가 여전히 한국당의 주류임을 재확인한 선거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며 다시금 성장한 친박계가 황 대표 주변의 핵심 보직과 주요 조언 그룹에 포진하면서 쇄신론을 뭉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쇄신 대상인 영남권 의원들 중 쇄신에 화답한 사람은 김무성 의원과 김세연 의원이 전부다. 영남 의원들은 지역 민심에만 매몰돼 쇄신론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내 주류인 영남·친박계가 황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이상, 사퇴론은 탄력을 받기 힘들다.

황 대표의 단식은 진정성서 의심을 받고 있다. 리더십 위기, 분출하는 쇄신 요구를 돌파하기 위한 ‘대내용’ 단식이라는 비판에 이어, 나 원내대표와 파워게임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패트에 ‘숟가락’ 얹으려?
황 vs 나 파워게임 조짐도

두 사람의 갈등이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 당내 중론이다.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여부를 놓고 황 대표가 원칙론을 고수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최근 들어 더욱 좋지 않다는 것. 황 대표가 갑자기 패스트트랙 저지를 꺼내든 이유도 나 원내대표와의 파워게임 때문으로 보인다.  
 

▲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던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패스트트랙 협상을 도맡아 온 사람은 나 원내대표였다. 만약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이 극적으로 이뤄진다면 황 대표의 존재감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황 대표가 단식에 들어간 날 오전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 이인영,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함께 미국 워싱턴DC로 떠났다. 이들 3당 원내대표들은 4박5일간 미국에 있으며,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한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 기간 자연스레 패스트트랙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양제 단식’ ‘황제 단식’ 논란도 일었다. 영양제 단식은 황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기 전 서울 강남의 한 병원서 영양제를 맞았다는 주장이 불거지면서 제기됐다. 병원 측은 “개인정보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황제 단식은 사무처 당직자들을 하루 12시간씩 ‘4인 1조 2교대’로 조를 짜 단식 농성장에 대기하도록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고 대기조엔 임산부 3명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단식투쟁 관련 근무 수칙’에 따르면, 당직자들은 황 대표의 건강을 30분마다 한 차례 이상씩 체크하고 농성장 근처에 거동이 수상한 사람이 없는지, 있다면 농성장 접근을 막는 업무를 담당한다.

영양제 맞고
당직자 대기

이를 두고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단식했던 같은 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이정현 전 대표의 단식 때는 없었던 일이였기 때문이다. 당직자들은 황 대표의 단식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은 황제 단식 논란이 일자 성명서를 내고 “당 대표가 단식투쟁에 돌입한 상황서 사무처 당직자가 단식 농성장서 밤샘 근무를 서며 여러 가지 ‘비상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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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