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지아트몰링 불법시공·알박기 의혹

패션그룹 형지의 야심작 ‘막 지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패션그룹형지가 소유하고 있는 부산 형지아트몰링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다. 아트몰링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 제보자는 아트몰링의 불법 도로공사와 그로 인한 침수피해, 보복성 알박기 등 수많은 불법행위를 고발하고 나섰다. 과연 부산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서 직접 현장에 다녀왔다. 
 

패션그룹 형지(회장 최병오)가 소유한 형지아트몰링(이하 아트몰링)서 잡음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제보자 A씨는 “아트몰링 준공이 완료된 2017년부터 지금까지 받은 피해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인근 상인들과 힘을 합쳐 하단동공사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기도 했다.

골목상권 침해
각종 특혜 의혹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아트몰링은 대지면적 3859.9㎡(약 1167평), 연면적 5만8879㎡(약 1만7810평) 등의 규모 건물에 자리한 복합쇼핑몰이다. 지하 8층, 지상 17층 규모의 이 빌딩의 소유주는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이다. 회장 개인 소유 빌딩을 법인이 임차해 쇼핑몰을 운영 중인 셈이다. 

건축 승인을 받는 과정부터 각종 특혜 의혹에 휩싸였던 쇼핑몰은 개점 이후 인근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아트몰링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은 “최 회장 일가의 돈벌이 때문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하는 상황이다.  

A씨와 대책위가 주장하는 큰 문제는 총 세 가지다.


첫 번째로 문제가 됐던 것은 교통영향평가 누락이다. A씨는 “2013년 진행한 교통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이들은 직접 전문기관에 의뢰해 얻은 교통영향평가를 근거로 제시했다. 쇼핑몰이 주변의 심각한 교통체증을 유발한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건 없이 건축허가가 내려진 배경이 석연치 않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논란이 된 도로는 쇼핑몰 뒤편 진출입로인 100m가량 길이의 이면도로다. 이 도로 폭은 원래 8m였으나 형지 측이 추가로 3m로 확보해 11m로 넓어진 상태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관련 지침과 비교할 때 여전히 폭이 4m나 좁은 상태다.

부산의 한 도시계획위에 참여했던 전문가는 “통상적으로 준공 승인에 앞서 상위기관의 지침이든 권고사항이든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교통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 회장을 비롯한 사하구청 관계자 등을 사문서위조 및 도로교통정비촉진법 위반혐의로 부산지방검찰청에 고소하기도 했다. 

준공허가 전부터 문제
교통영향평가 부실 지적

하지만 검찰은 건축인허가를 내준 이가 사하구청임을 들어 범죄 성립요건이 충족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인허가를 내준 담당공무원에 대해서도 교통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인물이라며 주민들이 제기한 소에 대해 불기소처분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A씨와 대책위는 국토교통부로부터 교통영향평가 지침에 근거해 교통량이 400대 이상인 구역에 대해서는 이면도로의 폭을 15m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A씨에 따르면 형지그룹의 아트몰링은 시간당 교통량이 579대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국토교통부는 쇼핑몰의 진출입로인 이면도로의 폭이 충분하지 않아 사용승인을 받을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공사는 그대로 진행됐고 이는 명백한 특혜이자 민관 유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부산 사하구청은 인근 상인들이 국토부의 의견을 잘못 해석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토부가 밝힌 ‘15m 폭’이란 이면도로를 지칭하는 게 아닌 쇼핑몰 진출입로에 해당하는 주차장의 폭을 뜻한다는 것이다.
 

형지 측 역시 “사하구청이 국토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해 ‘문제없다’는 답변을 통보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는 이와 관련해 “사하구청에서 국토부에 질의를 할 때 대책위에서 국토부에 했던 질의와 다르게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교묘하게 바꿔서 질의했다”고 주장했다.

도공 맘대로 
툭하면 물난리

두 번째 문제는 불법 도로공사다. A씨는 아트몰링 신축 과정서 하수관로를 확충하기 위해 기존 도로 지면을 높이는 공사가 실시돼 상대적으로 낮은 인근 주택가로 빗물이 모이며 더 큰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아트몰링을 신축하는 과정서 하수관로를 확충하기 위해 기존 도로 지면을 높이는 공사가 진행됐다. 도로 일부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빗물이 아트몰링 이면도로 및 인근 주택가로 모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곳은 예전부터 침수피해가 있던 곳이었지만 아트몰링이 들어선 후 피해 정도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하단동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쇼핑몰 건설을 진두지휘한 최 회장을 향한 원망과 질책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일부 주민들은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 역시 아트몰링과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A씨는 “시공사가 인근 주민과의 사전 협의도 없이 북측 이면도로 대한 하수관로 측구 및 도로 인상 공사를 강행했다”며 “이에 합동점검 간담회를 개최해 인근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키로 했지만 사하구청은 제3의 전문가가 아닌 시공사 측에 검토를 의뢰하는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시공사가 인근 주민과의 사전 협의도 없이 하수관로 측구와 도로 인상 공사를 강행했다”고 주장하며 사하구청과 함께 합동점검 간담회를 개최해 인근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사하구청이 제3의 전문가가 아닌 기존 시공사에 검토를 의뢰하면서 사하구청에 대한 피해대책위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A씨와 대책위의 끊임없는 노력에 구청과 경찰에서는 결국 아트몰링 측에서 불법으로 도로를 인상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원상복구 명령을 내려야 하지만 과태료 처분만이 내려졌다.

감사 일지?
존재하지 않아


A씨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사가 단 한 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큰 공사가 진행되면 감사를 받게 돼있지만 시청과 구청에선 단 한 번도 감사를 진행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A씨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감사 일지를 요청했지만 단 하나의 문서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는 보복성 알박기 의혹이다.

최 회장은 시세 보다 2배가 넘는 돈을 주고 한 아파트를 매입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최 회장이 매입한 아파트는 앞서 아트몰링 건립 당시 반대 목소리를 냈던 인근 상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게다가 재건축 논의가 오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곳 아파트 매입이 일종의 ‘보복성 알박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 회장은 전용면적 61.06㎡의 아파트 한 채를 5억원을 주고 샀다. 주변 부동산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시세는 3억원 안팎에 형성돼있다. 최 회장은 무려 2배 가까운 돈을 주고 아파트 한 채를 사들인 것이다.

형지 측은 “직원 숙박시설용”이라고 설명했다. 쇼핑몰 특성상 직원들의 퇴근이 늦는 경우가 있어 이를 위해 숙소를 마련했다는 것.

하지만 A씨는 “이 곳은 계속해서 재건축 논의가 이뤄지고 있었다”며 “주민 100%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최 회장은 계속해서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아파트를 사들이겠다는 개발업자들도한 채에 5억원을 주고 매입할 경우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는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임의로 도로 높여 인근 물난리 나몰라
회사 묵묵부답 일관 허위사실 유포도

이에 형지 측은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쇼핑몰 개장 전부터 직원 숙소용으로 인근 원룸이나 아파트·빌라 등을 알아봤고, 비용 효율성 면에서 아파트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처럼 ‘보복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A씨의 설명은 달랐다. A씨에 따르면 최 회장은 아파트를 사들인 후 이를 공실로 내버려뒀다. A씨가 이를 항의하자 직원 몇 명을 살게 했지만 그마저도 지금은 확인되지 않는 상태다.

대책위는 이런 사실을 알리고자 사하구 전역에 대자보와 현수막을 만들어 붙이기도 했다. 대자보와 현수막에는 최 회장의 알박기 의혹과 물난리 피해 등을 실었다. 

A씨는 “대자보와 현수막의 내용이 사실이 아닐 경우 형지 측에서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도 없다”면서 “사실만을 고지했기 때문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형지 측에서는 정당한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하지 않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기도 했다. A씨가 자신의 건물을 비싸게 팔기 위해 집회를 하고 방해하고 있다는 소문을 흘린 것. 이로 인해 A씨는 ‘자신의 건물을 팔기 위해 형지 측 공사를 방해했다’는 누명을 쓰기도 했다.

A씨는 “확실하게 나와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해결하려고 했다”며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확인된 문제에 대한 조치만을 원했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주민들 요구
모르쇠 방관

일각에선 아트몰링과 최 회장을 둘러싼 다양한 특혜 의혹과 논란에 대해 사측이 도의적인 책임이나 적절한 대책과 해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러 논란들이 제기되는 가운데 형지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태다.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은 계속해서 싸워나기로 했다. A씨는 “나는 금전적인 피해 보상을 바라는게 아니다. 최 회장과 형지 측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와 함께 잘못된 부분을 원상복구 시켜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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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