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 추천 명소 ④의성 금성산 고분군

과거와 현재가 사이좋게 만나다

▲ 의성 금성산 고분군은 대표적인 조문국 유적지다.

경북 의성을 생각하면 마늘과 컬링이 떠오른다. 의성을 좀더 알고 나면 한 가지가 더해진다. 삼한시대 부족국가 중 화려한 문화를 꽃피운 조문국(召文國)이다. 여행자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의성 곳곳에서 조문국을 만난다. 의성 토박이들의 자부심도 남다르다. 조문국에 대해 물어보면 “조문국의 고분군은 경주 왕릉만큼 아름답다”며 눈을 반짝인다.

▲ 금성산 고분군 야경

조문국은 의성군 금성면 일대를 무대로 한 고대국가로, 서기 185년 신라에 병합되기까지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다. 역사에도 그 이름이 기록됐다. <삼국사기>에 “185년(벌휴 이사금 2) 파진찬 구도와 일길찬 구수혜를 좌우 군주로 삼아 조문국을 치게 하니, 군주라는 명칭은 이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이 있다.

▲ 가족과 연인이 산책하기 좋은 금성산 고분군

독자적 문화 형성

조문국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유적은 의성 금성산 고분군(경북기념물 128호)이다. 금성면 대리리와 탑리리, 학미리에 있는데, 조문국이 의성 지역에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음을 알려준다. 5~6세기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 374기가 흩어져 있다. 

고분을 만나기 위해 국도28호선을 달리다가 조문국사적지 표석을 보고 들어간다. 속이 확 트이는 풍광이 여행자를 맞는다. 드넓은 초원에 고분 10여기가 눈에 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 금성산 고분군에서 유일하게 주인이 알려진 경덕왕릉

조문국사적지에는 봉분 40여기가 있는데, 유일하게 주인이 알려진 고분이 1호분(경덕왕릉)이다. 둘레 74m에 높이 8m로, 봉분 아래 화강암 비석과 상석이 있다. 경덕왕릉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전설이 있다.


현재 능이 있는 자리는 약 500년 전에 오이밭이었는데, 원두막에서 낮잠이 든 농부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나는 조문국의 경덕왕이다. 네가 자는 자리가 내 능 위니 속히 철거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노인이 농부 등에 글을 남겼는데, 잠에서 깬 농부가 이 글을 보고 현령에게 고해 봉분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조선 숙종 때 허미수의 문집에도 비슷한 전설이 기록됐다. 경덕왕릉 앞에는 봉분 모양 조문국고분전시관이 있다. 2009년 발굴한 대리리 2호분의 내부 모습을 재현한 곳으로, 순장 문화와 출토 유물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 대리리 2호 분의 내부 모습을 재현한 조문국고분전시관

금성산 고분군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옛이야기와 그림 같은 풍광으로 유명하다. 조문국사적지라는 표시가 없다면 공원으로 착각할 만큼 잘 가꿔졌다. 하늘을 향해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 유구한 역사를 품은 광활함이 다가오고, 반짝이는 초록빛에 양 떼가 뛰노는 목장이 떠오른다. 언덕 위에서 보는 노을도 일품이다. 

▲ 분홍쥐꼬리새(핑크뮬리)와 어우러진 금성산 고분군

사계절 내내 다른 정취를 풍기지만, 특히 봄가을에 많은 이들이 찾는다. 봄에는 작약이 흐드러져 황홀하고, 가을에는 분홍쥐꼬리새(핑크뮬리)와 국화가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친구와 연인, 가족이 삼삼오오 산책을 즐기며 인생 사진을 남긴다. 의성 토박이 사이에서는 웨딩 사진 촬영지로 인기다.

▲ 조문국의 화려한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의성조문국박물관

조문국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의성조문국박물관으로 향하자. 조문국의 화려한 문화와 의성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2013년 문을 연 박물관은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2층 상설전시실에 조문국 관련 유물을 전시한다.

삼한시대 화려한 문화 꽃피운 조문국
드넓은 초원에 형성된 40여기 봉분들

여러 유물 중 대리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금동관모가 눈길을 끈다. 5세기 후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로 ‘장식 봉’이 달렸는데, 조문국의 독자적 문화를 보여주는 자료다.

▲ 3층 기획전시실에서 조선 시대와 일제강점기에 만든 고지도 130여 점을 볼 수 있는 특별전 〈조문국의 부활〉이 열린다.

1층에는 어린이들이 실내에서 유물을 발굴·복원하는 과정을 체험해보는 어린이고고발굴체험관이 있다.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2020년 3월29일까지 특별전 〈조문국의 부활〉이 열린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에 만든 고지도 130여점을 전시하는데, 여기서 조문국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 의성조문국박물관 옥상 정원에서 본 금성산 고분군

같은 층에 있는 옥상 정원에 가면 금성산 고분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성산(531m)은 의성의 명산으로, 수많은 전설을 품고 있다. 국내 최초 화산으로, 고분군을 보호하듯 우뚝 섰다. 박물관 주변에 민속유물전시관을 비롯해 지석묘정원, 미로정원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됐다.

▲ 중생대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 316개가 있는 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 산지

시간 여행을 즐길 만한 다른 유적도 있다. 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 산지(천연기념물 373호)는 약 1억15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 4종 316개가 있는 곳이다. 크기가 다양한 초식 공룡과 육식 공룡 발자국이 동시에 발견돼, 공룡 서식지로 추정한다.

▲ 전탑 양식과 목조건축 수법을 동시에 보여주는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

통일신라 때 세운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국보 77호)도 가까이 있다. 높이 9.56m에 폭 4.51m로, 전탑 양식과 목조건축 수법을 동시에 보여준다.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 다음으로 오래된 석탑이다. 탑리리는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가 풍겨, 한 바퀴 둘러볼 만하다.

▲ 여름에 얼음이 언다는 빙혈이 있는 의성 빙계리 얼음골 ▲ 고즈넉한 산 아래 들어앉은 빙계서원

천연기념물 ‘얼음골’

의성 빙계리 얼음골(천연기념물 527호)을 빠뜨리면 서운하다. 경치가 수려한 곳으로, 여름에 얼음이 얼고 겨울에 김이 솟는다는 빙혈과 풍혈이 있다. 빙혈 근처에 탑리리 오층석탑을 본뜬 의성 빙산사지 오층석탑(보물 327호)이 자리한다. 초록색 푸르름 속에 석탑의 기품이 빛난다. 얼음골 입구에 인재 교육의 중심이던 빙계서원도 있다. 고즈넉한 산 아래 앉아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한적하게 선조의 멋을 되새기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의성 금성산 고분군→의성조문국박물관→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 산지→의성 탑리리 오층석탑→의성 빙계리 얼음골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의성 금성산 고분군→의성조문국박물관→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 산지
둘째 날: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산운마을→의성 빙계리 얼음골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의성군 문화관광 http://tour.usc.go.kr
- 의성조문국박물관 www.usc.go.kr/jmgmuseum   

문의 전화
- 의성군청 관광문화과 054)830-6356
- 의성조문국박물관 054)830-6915
- 빙계리 얼음골(의성군청 시설관리사업소) 054)830-6952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의성,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6회(07:30~19: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의성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의성역 정류장까지 도보 약 120m, 의성-금오 농어촌버스 이용, 학미리 정류장 하차, 금성산 고분군 입구까지 도보 약 470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의성시외버스터미널 054)832-0180 
기차: 청량리역-의성역, 무궁화호 하루 2회(07:38, 21:03) 운행, 약 4시간 소요. 의성역 정류장에서 의성-금오 농어촌버스 이용, 학미리 정류장 하차, 금성산 고분군 입구까지 도보 약 47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낙동 JC 영덕·영천 방면→당진영덕고속도로→정안교차로 대구·군위 방면→비안다인로→봉양교차로 안동·의성 방면→조문로→동부로→의성 금성산 고분군

숙박 정보
- 의성소우당고택: 금성면 산운마을길, 054)834-7762, http://소우당.com 
- 빙계계곡야영장: 춘산면 빙계계곡길, 054)830-6952
- 투데이모텔: 의성읍 동서2길, 054)834-9929
- 신라모텔: 의성읍 동서1길, 054)832-4040
- 금봉자연휴양림: 옥산면 휴양림길, 054)833-0123, www.gumbong.go.kr
- 탑산약수온천모텔: 봉양면 도리원2길, 054)833-5001 

식당 정보
- 의성마늘한우프라자(불고기전골·육회): 의성읍 중앙길, 054)832-4422
- 할매닭발(닭발·보리밥): 의성읍 전통시장3길, 010-4840-8213
- 이영희마늘이야기(마늘불고기정식): 의성읍 경북대로, 054)832-6362
- 남선옥식육식당(한우숯불구이): 의성읍 전통시장1길, 054)834-2455
- 봉양한우마실작목회(한우불고기·불고기전골): 봉양면 봉기길, 054)832-1114

주변 볼거리
고운사, 한국애플리즈, 사촌마을, 왜가리전통생태마을, 산운생태공원, 탑산약수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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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