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 추천 명소 ④의성 금성산 고분군

과거와 현재가 사이좋게 만나다

▲ 의성 금성산 고분군은 대표적인 조문국 유적지다.

경북 의성을 생각하면 마늘과 컬링이 떠오른다. 의성을 좀더 알고 나면 한 가지가 더해진다. 삼한시대 부족국가 중 화려한 문화를 꽃피운 조문국(召文國)이다. 여행자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의성 곳곳에서 조문국을 만난다. 의성 토박이들의 자부심도 남다르다. 조문국에 대해 물어보면 “조문국의 고분군은 경주 왕릉만큼 아름답다”며 눈을 반짝인다.

▲ 금성산 고분군 야경

조문국은 의성군 금성면 일대를 무대로 한 고대국가로, 서기 185년 신라에 병합되기까지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다. 역사에도 그 이름이 기록됐다. <삼국사기>에 “185년(벌휴 이사금 2) 파진찬 구도와 일길찬 구수혜를 좌우 군주로 삼아 조문국을 치게 하니, 군주라는 명칭은 이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이 있다.

▲ 가족과 연인이 산책하기 좋은 금성산 고분군

독자적 문화 형성

조문국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유적은 의성 금성산 고분군(경북기념물 128호)이다. 금성면 대리리와 탑리리, 학미리에 있는데, 조문국이 의성 지역에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음을 알려준다. 5~6세기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 374기가 흩어져 있다. 

고분을 만나기 위해 국도28호선을 달리다가 조문국사적지 표석을 보고 들어간다. 속이 확 트이는 풍광이 여행자를 맞는다. 드넓은 초원에 고분 10여기가 눈에 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 금성산 고분군에서 유일하게 주인이 알려진 경덕왕릉

조문국사적지에는 봉분 40여기가 있는데, 유일하게 주인이 알려진 고분이 1호분(경덕왕릉)이다. 둘레 74m에 높이 8m로, 봉분 아래 화강암 비석과 상석이 있다. 경덕왕릉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전설이 있다.


현재 능이 있는 자리는 약 500년 전에 오이밭이었는데, 원두막에서 낮잠이 든 농부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나는 조문국의 경덕왕이다. 네가 자는 자리가 내 능 위니 속히 철거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노인이 농부 등에 글을 남겼는데, 잠에서 깬 농부가 이 글을 보고 현령에게 고해 봉분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조선 숙종 때 허미수의 문집에도 비슷한 전설이 기록됐다. 경덕왕릉 앞에는 봉분 모양 조문국고분전시관이 있다. 2009년 발굴한 대리리 2호분의 내부 모습을 재현한 곳으로, 순장 문화와 출토 유물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 대리리 2호 분의 내부 모습을 재현한 조문국고분전시관

금성산 고분군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옛이야기와 그림 같은 풍광으로 유명하다. 조문국사적지라는 표시가 없다면 공원으로 착각할 만큼 잘 가꿔졌다. 하늘을 향해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 유구한 역사를 품은 광활함이 다가오고, 반짝이는 초록빛에 양 떼가 뛰노는 목장이 떠오른다. 언덕 위에서 보는 노을도 일품이다. 

▲ 분홍쥐꼬리새(핑크뮬리)와 어우러진 금성산 고분군

사계절 내내 다른 정취를 풍기지만, 특히 봄가을에 많은 이들이 찾는다. 봄에는 작약이 흐드러져 황홀하고, 가을에는 분홍쥐꼬리새(핑크뮬리)와 국화가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친구와 연인, 가족이 삼삼오오 산책을 즐기며 인생 사진을 남긴다. 의성 토박이 사이에서는 웨딩 사진 촬영지로 인기다.

▲ 조문국의 화려한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의성조문국박물관

조문국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의성조문국박물관으로 향하자. 조문국의 화려한 문화와 의성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2013년 문을 연 박물관은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2층 상설전시실에 조문국 관련 유물을 전시한다.

삼한시대 화려한 문화 꽃피운 조문국
드넓은 초원에 형성된 40여기 봉분들

여러 유물 중 대리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금동관모가 눈길을 끈다. 5세기 후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로 ‘장식 봉’이 달렸는데, 조문국의 독자적 문화를 보여주는 자료다.

▲ 3층 기획전시실에서 조선 시대와 일제강점기에 만든 고지도 130여 점을 볼 수 있는 특별전 〈조문국의 부활〉이 열린다.

1층에는 어린이들이 실내에서 유물을 발굴·복원하는 과정을 체험해보는 어린이고고발굴체험관이 있다.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2020년 3월29일까지 특별전 〈조문국의 부활〉이 열린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에 만든 고지도 130여점을 전시하는데, 여기서 조문국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 의성조문국박물관 옥상 정원에서 본 금성산 고분군

같은 층에 있는 옥상 정원에 가면 금성산 고분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성산(531m)은 의성의 명산으로, 수많은 전설을 품고 있다. 국내 최초 화산으로, 고분군을 보호하듯 우뚝 섰다. 박물관 주변에 민속유물전시관을 비롯해 지석묘정원, 미로정원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됐다.

▲ 중생대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 316개가 있는 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 산지

시간 여행을 즐길 만한 다른 유적도 있다. 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 산지(천연기념물 373호)는 약 1억15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 4종 316개가 있는 곳이다. 크기가 다양한 초식 공룡과 육식 공룡 발자국이 동시에 발견돼, 공룡 서식지로 추정한다.

▲ 전탑 양식과 목조건축 수법을 동시에 보여주는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

통일신라 때 세운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국보 77호)도 가까이 있다. 높이 9.56m에 폭 4.51m로, 전탑 양식과 목조건축 수법을 동시에 보여준다.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 다음으로 오래된 석탑이다. 탑리리는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가 풍겨, 한 바퀴 둘러볼 만하다.

▲ 여름에 얼음이 언다는 빙혈이 있는 의성 빙계리 얼음골 ▲ 고즈넉한 산 아래 들어앉은 빙계서원

천연기념물 ‘얼음골’

의성 빙계리 얼음골(천연기념물 527호)을 빠뜨리면 서운하다. 경치가 수려한 곳으로, 여름에 얼음이 얼고 겨울에 김이 솟는다는 빙혈과 풍혈이 있다. 빙혈 근처에 탑리리 오층석탑을 본뜬 의성 빙산사지 오층석탑(보물 327호)이 자리한다. 초록색 푸르름 속에 석탑의 기품이 빛난다. 얼음골 입구에 인재 교육의 중심이던 빙계서원도 있다. 고즈넉한 산 아래 앉아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한적하게 선조의 멋을 되새기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의성 금성산 고분군→의성조문국박물관→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 산지→의성 탑리리 오층석탑→의성 빙계리 얼음골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의성 금성산 고분군→의성조문국박물관→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 산지
둘째 날: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산운마을→의성 빙계리 얼음골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의성군 문화관광 http://tour.usc.go.kr
- 의성조문국박물관 www.usc.go.kr/jmgmuseum   

문의 전화
- 의성군청 관광문화과 054)830-6356
- 의성조문국박물관 054)830-6915
- 빙계리 얼음골(의성군청 시설관리사업소) 054)830-6952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의성,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6회(07:30~19: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의성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의성역 정류장까지 도보 약 120m, 의성-금오 농어촌버스 이용, 학미리 정류장 하차, 금성산 고분군 입구까지 도보 약 470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의성시외버스터미널 054)832-0180 
기차: 청량리역-의성역, 무궁화호 하루 2회(07:38, 21:03) 운행, 약 4시간 소요. 의성역 정류장에서 의성-금오 농어촌버스 이용, 학미리 정류장 하차, 금성산 고분군 입구까지 도보 약 47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낙동 JC 영덕·영천 방면→당진영덕고속도로→정안교차로 대구·군위 방면→비안다인로→봉양교차로 안동·의성 방면→조문로→동부로→의성 금성산 고분군

숙박 정보
- 의성소우당고택: 금성면 산운마을길, 054)834-7762, http://소우당.com 
- 빙계계곡야영장: 춘산면 빙계계곡길, 054)830-6952
- 투데이모텔: 의성읍 동서2길, 054)834-9929
- 신라모텔: 의성읍 동서1길, 054)832-4040
- 금봉자연휴양림: 옥산면 휴양림길, 054)833-0123, www.gumbong.go.kr
- 탑산약수온천모텔: 봉양면 도리원2길, 054)833-5001 

식당 정보
- 의성마늘한우프라자(불고기전골·육회): 의성읍 중앙길, 054)832-4422
- 할매닭발(닭발·보리밥): 의성읍 전통시장3길, 010-4840-8213
- 이영희마늘이야기(마늘불고기정식): 의성읍 경북대로, 054)832-6362
- 남선옥식육식당(한우숯불구이): 의성읍 전통시장1길, 054)834-2455
- 봉양한우마실작목회(한우불고기·불고기전골): 봉양면 봉기길, 054)832-1114

주변 볼거리
고운사, 한국애플리즈, 사촌마을, 왜가리전통생태마을, 산운생태공원, 탑산약수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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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