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암 마을’ 지도

“우리 동네가 발암지라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마을에 비료공장이 들어섰다. 이후 동네 주민들이 암에 걸리기 시작했다. 세상 사람들은 이 마을을 가리켜 암 마을이라고 불렀다. 20여년 동안 사망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 사이 암에 걸린 주민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났다.
 

▲ ▲ 전수조사 및 수사 촉구 기자회견 갖는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

전라북도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은 암 마을로 불린다. 작은 농촌마을에 붙기엔 너무 과격한 별칭이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주민 4명 중 1명이 암에 걸린 상태다. 암으로 사망한 주민도 10명이 넘는다.

18년 만에
원인 규명

장점마을 주민 수는 99. 100명이 되지 않는 주민들 중 22명이 암에 걸렸고 그 중 14명이 사망했다. 2001년 비료공장이 들어온 이후부터 주민들은 하나둘씩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동네 주민들 사이에 암이 유행처럼 번졌다.

주민들은 수차례에 걸쳐 2001년 들어온 공장이 의심스럽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암에 걸린 주민들이 세상을 떠났다. 마을에는 악취가 진동했고 저수지의 물고기는 집단으로 폐사했다.

주민들은 20174월 암 발병의 원인으로 의심받던 비료공장 금강농산과 관련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고, 같은 해 7월 환경보건위원회가 이를 수용하면서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했다. 2001년 공장이 들어선 이후 16년 만이다.


2년이 지난 후에야 정부의 최종 결과가 나왔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14일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서 가진 장점마을 환경부 역학조사 최종발표회인근 비료공장과 주민 암 발생간의 역학적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강농산은 KT&G로부터 사들인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퇴비로만 사용해야 하지만 불법적으로 유기질 비료로 만들었다. 이는 비료관리법 위반이다. 금강농산은 20174월 공장가동을 잠정 중단했다가 그해 말 폐쇄했다.

모의시험 결과 연초박 건조과정서 발암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와 탐배특이니트로사민 배출이 확인됐다. 공장 가동 중단 1년이 넘은 시점에 채취한 사업장 바닥과 벽면, 원심집진기 등 비료공장 내부와 장점마을 주택의 침적먼지서도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담배특이니트로사민, 다환방향족탄화수소 중 일부 물질은 국제암연구소 기준 1군 발암물질이다. 폐암, 피부암, 비강암, 간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 장점마을 남녀 전체 암 발병률은 갑상샘을 제외한 모든 암에서 전국 표준인구 집단보다 약 225배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점마을 주민 1/4 암 발병
비료공장과 질환 관계 인정

하미나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이번 조사 결과는 환경오염 피해로 인한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을 정부가 확인한 첫 번째 사례라며 향후 환경부에선 익산시와 협의해 주민건강 모니터링과 환경개선 등 사후관리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비특이성 질환이란 특정 요인이 아닌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말한다.

환경부 발표 이후 장점마을 주민들은 역학조사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 주민들은 역학조사서 밝혀졌듯이 주민들이 수년동안 환경오염으로 고통받고 집단으로 암에 걸린 이유는, 금강농산의 불법 행위와 허가기관인 전북도·익산시의 관리·감독 소홀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고 주민들이 악취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사태가 발생해도 행정기관서 돌아온 답변은 문제가 없다였다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전북도와 익산시는 주민들에게 공식사과하고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연초박이 원인이므로 폐기물을 제공한 KT&G도 집단 암 발병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와 함께 피해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뒤늦게 정치권도 나섰다. 전북 익산시의회는 지난 20일 성명서를 통해 암이 집단 발병한 장점마을 사태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익산시의회는 장점마을 주민의 암 집단 발병이 금강농산의 유해물질 때문이라는 발표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주민께 깊은 사죄와 함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문제는 암 발병 사태가 장점마을뿐만 아니라 인근까지 번졌다는 점이다. 장점마을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왈인마을에서도 암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왈인마을 주민에 따르면 비료공장이 들어온 이후 50여명의 주민들 중 확인된 암 환자만 8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3명이 사망했다.

또 인근의 장고재마을서도 10명가량이 암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장고재마을의 전체 주민은 60명으로, 20%가량이 암에 걸린 셈이다. 이 가운데 45명은 사망했고 6명은 현재 투병 중이다. 왈인마을과 장고재마을은 비료공장서 1안팎의 거리에 있다. 500m 거리에 있는 장점마을과 큰 차이가 없다.

인근 마을도
암 발병 많아

주민들은 장점마을의 임 집단 발병이 비료공장의 발암물질 때문이었다는 역학적 관련성이 인정되면서 피해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익산시는 왈인마을과 장고재마을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암 발병 여부를 전수조사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결과를 토대로 전수조사 대상을 확대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장점마을 사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환경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던 다른 지역 문제도 알려지고 있다. 인천 서구 왕길동의 사월마을도 그중 한 곳이다. 120여명이 사는 이 마을 주변엔 크고 작은 공장과 폐기물 처리업체 150여곳이 들어서 있다. 공장과 가정집 사이의 거리가 10m에 불과한 곳도 있다.

대형트럭이 내는 소음과 날리는 쇳가루에 주민들은 호흡기질환, 암 등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호소하는 주민들도 늘었다고 한다. 결국 주민들은 20172월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고, 같은 해 7월 환경보건위원회서 이를 수용해 조사가 이뤄졌다. 그리고 지난 19일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그 결과 생체 내 유해물질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참고치보다는 낮고, 암 발생 비율도 다른 지역보다 유의미하게 높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전체 세대의 70%가 주거환경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과도 함께 제기됐다. 매립지서 배출되는 유해물질과 주민들 질환 사이의 역학관계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사람이 살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라는 점은 확인된 셈이다.

52세대 122(20196월 기준)이 살고 있는 사월마을에는 제조업체 122, ·소매 17, 폐기물처리업체 16곳 등 165곳의 공장이 있다. 이 중 82곳은 망간과 철 등 중금속과 같은 유해물질 취급 사업장이다. 마을 앞 수도권 매립지 수송도로는 버스와 대형트럭 등이 하루에 13000여대, 마을 내부도로는 승용차와 소형트럭이 하루 약 700대 오가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인천 사월마을의 대기 중 미세먼지와 중금속 등이 인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고, 마을 내 토양 등에서도 중금속이 검출됐다. 2018년 겨울과 봄, 여름 3계절 각 3일간 측정된 대기 중 미세먼지의 평균농도는 55.5/로 같은 날 인근지역 측정망 농도(인천 서구 연희동, 37.1/)보다 1.5배 높았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주민 122명 중 총 15명이 암에 걸렸고 이 중 8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발생된 암의 종류가 다양하고 전국 대비 암 발생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도 전국의 개별입지 공장의 밀도, 14세 미만 및 65세 이상 취약인구 비율을 고려했을 때 인천 서구는 난개발 취약수준이 가장 위험한 10분위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의 70%
주거부적합

유승도 국립환경과학원 환경건강연구부장은 이번 조사는 환경으로부터 기인한 삶의 질 관점서 주거환경 적합성 평가를 시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향후 인천시와 협의해 주민건강 조사와 주거환경 개선 등 사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에는 경기 김포시 거물대리에 거주하다 건강 피해를 입은 주민 8명이 국가로부터 환경오염 피해 구제급여를 지급받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거물대리는 난개발로 인한 환경오염의 대명사 격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2012년 말부터 언론을 통해 거물대리 주민들이 원인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다 20132014년 예비역학조사서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발견됐고 타 지역에 비해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는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 피해 가능성이 확인됐다. 20152단계 역학조사서도 주민들이 토양, 대기, 농작물 오염과 관련된 중금속에 많이 노출돼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138월 당시 김포시 대곶면에 있는 공장 수는 838, 양촌읍 529, 통진읍 433개에 달했다. 하지만 김포시청서 조사 방법과 분석기관의 신뢰성 문제를 들어 20132015년 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7년 환경부서 구제급여 선지급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정밀조사가 다시 실시되고 나서야 거물대리 지역의 환경오염 피해 사실이 비로소 인정됐다.

전북 정읍의 정애마을도 제2의 장점마을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북도의회 김철수 의원은 정읍 이평면 정애마을 주민 58명 가운데 4명이 암으로 숨지고 다섯 가족이 타지로 이주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2016년 정애마을 건너편에 폐기물 재활용업체가 들어선 이후 하수 폐기물, 분뇨 악취, 폐기물 처리용 화학약품 냄새로 주민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할 수준이라고 한다.


김 의원은 전북도의 뒷북 행정, 느슨한 행정력이 도마 위에 오르지 않도록 폐기물 수집과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 건강이 위협받지 않도록 직접 나서 불안과 불신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 남원의 내기마을 문제도 오래됐다. 50여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 인근에 1999년 아스콘 공장이 들어섰다. 최근 10년 동안 내기마을 주민 15명이 폐암과 식도암, 방광암 등의 판정을 받았다. 역학조사 결과 마을 지하수서 기준치의 최고 26배에 달하는 라돈이 검출됐다.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아스콘 공장과 채석장, 고압 송전탑 등이 암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월마을·내기마을·북이면
주민들 시름시름 앓고 있어

하지만 암 집단 발병과 공장 등의 유해물질 배출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아 현재까지도 명확한 원인 규명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다 최근 장점마을 조사 책임자였던 김성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장이 내기마을 조사가 부실했다고 양심고백을 했다. MBN 보도에 따르면 김 소장은 라돈의 측정 수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매연물질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각장이 밀집해 있는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상황도 심각하다. 북이면과 내수읍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모든 암과 폐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유의미하게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1일 청주시의회 환경보전연구모임이 개최한 미세먼지와 소각장으로부터 안전한 청주시 만들기토론회 발제에 나선 충북대 의대 김용대 교수는 북이면과 내수읍 주민들의 폐암 발병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다고 발표했다.
 

▲ 인천 사월마을 ⓒJTBC

김 교수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6년 사이 북이면 주민 중 105명이 폐암에 걸렸다. 전국 평균을 1로 가정해 환산하면 북이면 주민의 폐암 발병률은 1.35에 달했다. 전국 폐암 평균발병률보다 35% 높은 것이다. 김 교수는 소각장서 배출되는 다이옥신과 같은 독성물질과 미세먼지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은 지난 10월 대정부질문서 북이면 문제에 대한 환경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북이면서 하루 544t의 쓰레기가 소각되면서 주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이면 주민 5000여명 중 45명이 암으로 고통받고 있고 지난 10년간 60명이 암으로 사망했다그중 식도암과 폐암이 경악할 수준의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조명래 환경부장관에게 물었다.

조 장관은 해당 지역의 소각장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그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암종 발생 빈도도 상당히 높기 때문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건강영향평가
2∼3년 뒤에나

환경부는 지난 9월 북이면 이장들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열고 건강영향조사 계획을 밝혔다. 지난 4월 북이면 주민 1532명이 청원을 넣은 지 5개월 만이다. 건강영향조사는 소각장서 발생하는 오염물질과 주민건강 문제 사이의 인과관계를 찾는 데 중점을 둔다. 최종 조사 결과는 23년 뒤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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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