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암 마을’ 지도

“우리 동네가 발암지라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마을에 비료공장이 들어섰다. 이후 동네 주민들이 암에 걸리기 시작했다. 세상 사람들은 이 마을을 가리켜 암 마을이라고 불렀다. 20여년 동안 사망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 사이 암에 걸린 주민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났다.
 

▲ ▲ 전수조사 및 수사 촉구 기자회견 갖는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

전라북도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은 암 마을로 불린다. 작은 농촌마을에 붙기엔 너무 과격한 별칭이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주민 4명 중 1명이 암에 걸린 상태다. 암으로 사망한 주민도 10명이 넘는다.

18년 만에
원인 규명

장점마을 주민 수는 99. 100명이 되지 않는 주민들 중 22명이 암에 걸렸고 그 중 14명이 사망했다. 2001년 비료공장이 들어온 이후부터 주민들은 하나둘씩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동네 주민들 사이에 암이 유행처럼 번졌다.

주민들은 수차례에 걸쳐 2001년 들어온 공장이 의심스럽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암에 걸린 주민들이 세상을 떠났다. 마을에는 악취가 진동했고 저수지의 물고기는 집단으로 폐사했다.

주민들은 20174월 암 발병의 원인으로 의심받던 비료공장 금강농산과 관련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고, 같은 해 7월 환경보건위원회가 이를 수용하면서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했다. 2001년 공장이 들어선 이후 16년 만이다.


2년이 지난 후에야 정부의 최종 결과가 나왔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14일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서 가진 장점마을 환경부 역학조사 최종발표회인근 비료공장과 주민 암 발생간의 역학적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강농산은 KT&G로부터 사들인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퇴비로만 사용해야 하지만 불법적으로 유기질 비료로 만들었다. 이는 비료관리법 위반이다. 금강농산은 20174월 공장가동을 잠정 중단했다가 그해 말 폐쇄했다.

모의시험 결과 연초박 건조과정서 발암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와 탐배특이니트로사민 배출이 확인됐다. 공장 가동 중단 1년이 넘은 시점에 채취한 사업장 바닥과 벽면, 원심집진기 등 비료공장 내부와 장점마을 주택의 침적먼지서도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담배특이니트로사민, 다환방향족탄화수소 중 일부 물질은 국제암연구소 기준 1군 발암물질이다. 폐암, 피부암, 비강암, 간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 장점마을 남녀 전체 암 발병률은 갑상샘을 제외한 모든 암에서 전국 표준인구 집단보다 약 225배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점마을 주민 1/4 암 발병
비료공장과 질환 관계 인정

하미나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이번 조사 결과는 환경오염 피해로 인한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을 정부가 확인한 첫 번째 사례라며 향후 환경부에선 익산시와 협의해 주민건강 모니터링과 환경개선 등 사후관리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비특이성 질환이란 특정 요인이 아닌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말한다.

환경부 발표 이후 장점마을 주민들은 역학조사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 주민들은 역학조사서 밝혀졌듯이 주민들이 수년동안 환경오염으로 고통받고 집단으로 암에 걸린 이유는, 금강농산의 불법 행위와 허가기관인 전북도·익산시의 관리·감독 소홀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고 주민들이 악취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사태가 발생해도 행정기관서 돌아온 답변은 문제가 없다였다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전북도와 익산시는 주민들에게 공식사과하고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연초박이 원인이므로 폐기물을 제공한 KT&G도 집단 암 발병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와 함께 피해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뒤늦게 정치권도 나섰다. 전북 익산시의회는 지난 20일 성명서를 통해 암이 집단 발병한 장점마을 사태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익산시의회는 장점마을 주민의 암 집단 발병이 금강농산의 유해물질 때문이라는 발표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주민께 깊은 사죄와 함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문제는 암 발병 사태가 장점마을뿐만 아니라 인근까지 번졌다는 점이다. 장점마을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왈인마을에서도 암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왈인마을 주민에 따르면 비료공장이 들어온 이후 50여명의 주민들 중 확인된 암 환자만 8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3명이 사망했다.

또 인근의 장고재마을서도 10명가량이 암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장고재마을의 전체 주민은 60명으로, 20%가량이 암에 걸린 셈이다. 이 가운데 45명은 사망했고 6명은 현재 투병 중이다. 왈인마을과 장고재마을은 비료공장서 1안팎의 거리에 있다. 500m 거리에 있는 장점마을과 큰 차이가 없다.

인근 마을도
암 발병 많아

주민들은 장점마을의 임 집단 발병이 비료공장의 발암물질 때문이었다는 역학적 관련성이 인정되면서 피해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익산시는 왈인마을과 장고재마을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암 발병 여부를 전수조사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결과를 토대로 전수조사 대상을 확대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장점마을 사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환경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던 다른 지역 문제도 알려지고 있다. 인천 서구 왕길동의 사월마을도 그중 한 곳이다. 120여명이 사는 이 마을 주변엔 크고 작은 공장과 폐기물 처리업체 150여곳이 들어서 있다. 공장과 가정집 사이의 거리가 10m에 불과한 곳도 있다.

대형트럭이 내는 소음과 날리는 쇳가루에 주민들은 호흡기질환, 암 등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호소하는 주민들도 늘었다고 한다. 결국 주민들은 20172월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고, 같은 해 7월 환경보건위원회서 이를 수용해 조사가 이뤄졌다. 그리고 지난 19일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그 결과 생체 내 유해물질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참고치보다는 낮고, 암 발생 비율도 다른 지역보다 유의미하게 높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전체 세대의 70%가 주거환경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과도 함께 제기됐다. 매립지서 배출되는 유해물질과 주민들 질환 사이의 역학관계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사람이 살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라는 점은 확인된 셈이다.

52세대 122(20196월 기준)이 살고 있는 사월마을에는 제조업체 122, ·소매 17, 폐기물처리업체 16곳 등 165곳의 공장이 있다. 이 중 82곳은 망간과 철 등 중금속과 같은 유해물질 취급 사업장이다. 마을 앞 수도권 매립지 수송도로는 버스와 대형트럭 등이 하루에 13000여대, 마을 내부도로는 승용차와 소형트럭이 하루 약 700대 오가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인천 사월마을의 대기 중 미세먼지와 중금속 등이 인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고, 마을 내 토양 등에서도 중금속이 검출됐다. 2018년 겨울과 봄, 여름 3계절 각 3일간 측정된 대기 중 미세먼지의 평균농도는 55.5/로 같은 날 인근지역 측정망 농도(인천 서구 연희동, 37.1/)보다 1.5배 높았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주민 122명 중 총 15명이 암에 걸렸고 이 중 8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발생된 암의 종류가 다양하고 전국 대비 암 발생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도 전국의 개별입지 공장의 밀도, 14세 미만 및 65세 이상 취약인구 비율을 고려했을 때 인천 서구는 난개발 취약수준이 가장 위험한 10분위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의 70%
주거부적합

유승도 국립환경과학원 환경건강연구부장은 이번 조사는 환경으로부터 기인한 삶의 질 관점서 주거환경 적합성 평가를 시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향후 인천시와 협의해 주민건강 조사와 주거환경 개선 등 사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에는 경기 김포시 거물대리에 거주하다 건강 피해를 입은 주민 8명이 국가로부터 환경오염 피해 구제급여를 지급받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거물대리는 난개발로 인한 환경오염의 대명사 격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2012년 말부터 언론을 통해 거물대리 주민들이 원인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다 20132014년 예비역학조사서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발견됐고 타 지역에 비해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는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 피해 가능성이 확인됐다. 20152단계 역학조사서도 주민들이 토양, 대기, 농작물 오염과 관련된 중금속에 많이 노출돼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138월 당시 김포시 대곶면에 있는 공장 수는 838, 양촌읍 529, 통진읍 433개에 달했다. 하지만 김포시청서 조사 방법과 분석기관의 신뢰성 문제를 들어 20132015년 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7년 환경부서 구제급여 선지급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정밀조사가 다시 실시되고 나서야 거물대리 지역의 환경오염 피해 사실이 비로소 인정됐다.

전북 정읍의 정애마을도 제2의 장점마을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북도의회 김철수 의원은 정읍 이평면 정애마을 주민 58명 가운데 4명이 암으로 숨지고 다섯 가족이 타지로 이주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2016년 정애마을 건너편에 폐기물 재활용업체가 들어선 이후 하수 폐기물, 분뇨 악취, 폐기물 처리용 화학약품 냄새로 주민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할 수준이라고 한다.


김 의원은 전북도의 뒷북 행정, 느슨한 행정력이 도마 위에 오르지 않도록 폐기물 수집과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 건강이 위협받지 않도록 직접 나서 불안과 불신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 남원의 내기마을 문제도 오래됐다. 50여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 인근에 1999년 아스콘 공장이 들어섰다. 최근 10년 동안 내기마을 주민 15명이 폐암과 식도암, 방광암 등의 판정을 받았다. 역학조사 결과 마을 지하수서 기준치의 최고 26배에 달하는 라돈이 검출됐다.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아스콘 공장과 채석장, 고압 송전탑 등이 암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월마을·내기마을·북이면
주민들 시름시름 앓고 있어

하지만 암 집단 발병과 공장 등의 유해물질 배출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아 현재까지도 명확한 원인 규명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다 최근 장점마을 조사 책임자였던 김성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장이 내기마을 조사가 부실했다고 양심고백을 했다. MBN 보도에 따르면 김 소장은 라돈의 측정 수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매연물질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각장이 밀집해 있는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상황도 심각하다. 북이면과 내수읍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모든 암과 폐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유의미하게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1일 청주시의회 환경보전연구모임이 개최한 미세먼지와 소각장으로부터 안전한 청주시 만들기토론회 발제에 나선 충북대 의대 김용대 교수는 북이면과 내수읍 주민들의 폐암 발병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다고 발표했다.
 

▲ 인천 사월마을 ⓒJTBC

김 교수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6년 사이 북이면 주민 중 105명이 폐암에 걸렸다. 전국 평균을 1로 가정해 환산하면 북이면 주민의 폐암 발병률은 1.35에 달했다. 전국 폐암 평균발병률보다 35% 높은 것이다. 김 교수는 소각장서 배출되는 다이옥신과 같은 독성물질과 미세먼지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은 지난 10월 대정부질문서 북이면 문제에 대한 환경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북이면서 하루 544t의 쓰레기가 소각되면서 주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이면 주민 5000여명 중 45명이 암으로 고통받고 있고 지난 10년간 60명이 암으로 사망했다그중 식도암과 폐암이 경악할 수준의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조명래 환경부장관에게 물었다.

조 장관은 해당 지역의 소각장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그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암종 발생 빈도도 상당히 높기 때문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건강영향평가
2∼3년 뒤에나

환경부는 지난 9월 북이면 이장들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열고 건강영향조사 계획을 밝혔다. 지난 4월 북이면 주민 1532명이 청원을 넣은 지 5개월 만이다. 건강영향조사는 소각장서 발생하는 오염물질과 주민건강 문제 사이의 인과관계를 찾는 데 중점을 둔다. 최종 조사 결과는 23년 뒤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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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