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암 마을’ 지도

“우리 동네가 발암지라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마을에 비료공장이 들어섰다. 이후 동네 주민들이 암에 걸리기 시작했다. 세상 사람들은 이 마을을 가리켜 암 마을이라고 불렀다. 20여년 동안 사망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 사이 암에 걸린 주민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났다.
 

▲ ▲ 전수조사 및 수사 촉구 기자회견 갖는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

전라북도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은 암 마을로 불린다. 작은 농촌마을에 붙기엔 너무 과격한 별칭이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주민 4명 중 1명이 암에 걸린 상태다. 암으로 사망한 주민도 10명이 넘는다.

18년 만에
원인 규명

장점마을 주민 수는 99. 100명이 되지 않는 주민들 중 22명이 암에 걸렸고 그 중 14명이 사망했다. 2001년 비료공장이 들어온 이후부터 주민들은 하나둘씩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동네 주민들 사이에 암이 유행처럼 번졌다.

주민들은 수차례에 걸쳐 2001년 들어온 공장이 의심스럽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암에 걸린 주민들이 세상을 떠났다. 마을에는 악취가 진동했고 저수지의 물고기는 집단으로 폐사했다.

주민들은 20174월 암 발병의 원인으로 의심받던 비료공장 금강농산과 관련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고, 같은 해 7월 환경보건위원회가 이를 수용하면서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했다. 2001년 공장이 들어선 이후 16년 만이다.


2년이 지난 후에야 정부의 최종 결과가 나왔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14일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서 가진 장점마을 환경부 역학조사 최종발표회인근 비료공장과 주민 암 발생간의 역학적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강농산은 KT&G로부터 사들인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퇴비로만 사용해야 하지만 불법적으로 유기질 비료로 만들었다. 이는 비료관리법 위반이다. 금강농산은 20174월 공장가동을 잠정 중단했다가 그해 말 폐쇄했다.

모의시험 결과 연초박 건조과정서 발암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와 탐배특이니트로사민 배출이 확인됐다. 공장 가동 중단 1년이 넘은 시점에 채취한 사업장 바닥과 벽면, 원심집진기 등 비료공장 내부와 장점마을 주택의 침적먼지서도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담배특이니트로사민, 다환방향족탄화수소 중 일부 물질은 국제암연구소 기준 1군 발암물질이다. 폐암, 피부암, 비강암, 간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 장점마을 남녀 전체 암 발병률은 갑상샘을 제외한 모든 암에서 전국 표준인구 집단보다 약 225배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점마을 주민 1/4 암 발병
비료공장과 질환 관계 인정

하미나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이번 조사 결과는 환경오염 피해로 인한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을 정부가 확인한 첫 번째 사례라며 향후 환경부에선 익산시와 협의해 주민건강 모니터링과 환경개선 등 사후관리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비특이성 질환이란 특정 요인이 아닌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말한다.

환경부 발표 이후 장점마을 주민들은 역학조사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 주민들은 역학조사서 밝혀졌듯이 주민들이 수년동안 환경오염으로 고통받고 집단으로 암에 걸린 이유는, 금강농산의 불법 행위와 허가기관인 전북도·익산시의 관리·감독 소홀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고 주민들이 악취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사태가 발생해도 행정기관서 돌아온 답변은 문제가 없다였다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전북도와 익산시는 주민들에게 공식사과하고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연초박이 원인이므로 폐기물을 제공한 KT&G도 집단 암 발병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와 함께 피해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뒤늦게 정치권도 나섰다. 전북 익산시의회는 지난 20일 성명서를 통해 암이 집단 발병한 장점마을 사태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익산시의회는 장점마을 주민의 암 집단 발병이 금강농산의 유해물질 때문이라는 발표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주민께 깊은 사죄와 함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문제는 암 발병 사태가 장점마을뿐만 아니라 인근까지 번졌다는 점이다. 장점마을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왈인마을에서도 암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왈인마을 주민에 따르면 비료공장이 들어온 이후 50여명의 주민들 중 확인된 암 환자만 8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3명이 사망했다.

또 인근의 장고재마을서도 10명가량이 암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장고재마을의 전체 주민은 60명으로, 20%가량이 암에 걸린 셈이다. 이 가운데 45명은 사망했고 6명은 현재 투병 중이다. 왈인마을과 장고재마을은 비료공장서 1안팎의 거리에 있다. 500m 거리에 있는 장점마을과 큰 차이가 없다.

인근 마을도
암 발병 많아

주민들은 장점마을의 임 집단 발병이 비료공장의 발암물질 때문이었다는 역학적 관련성이 인정되면서 피해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익산시는 왈인마을과 장고재마을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암 발병 여부를 전수조사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결과를 토대로 전수조사 대상을 확대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장점마을 사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환경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던 다른 지역 문제도 알려지고 있다. 인천 서구 왕길동의 사월마을도 그중 한 곳이다. 120여명이 사는 이 마을 주변엔 크고 작은 공장과 폐기물 처리업체 150여곳이 들어서 있다. 공장과 가정집 사이의 거리가 10m에 불과한 곳도 있다.

대형트럭이 내는 소음과 날리는 쇳가루에 주민들은 호흡기질환, 암 등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호소하는 주민들도 늘었다고 한다. 결국 주민들은 20172월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고, 같은 해 7월 환경보건위원회서 이를 수용해 조사가 이뤄졌다. 그리고 지난 19일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그 결과 생체 내 유해물질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참고치보다는 낮고, 암 발생 비율도 다른 지역보다 유의미하게 높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전체 세대의 70%가 주거환경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과도 함께 제기됐다. 매립지서 배출되는 유해물질과 주민들 질환 사이의 역학관계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사람이 살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라는 점은 확인된 셈이다.

52세대 122(20196월 기준)이 살고 있는 사월마을에는 제조업체 122, ·소매 17, 폐기물처리업체 16곳 등 165곳의 공장이 있다. 이 중 82곳은 망간과 철 등 중금속과 같은 유해물질 취급 사업장이다. 마을 앞 수도권 매립지 수송도로는 버스와 대형트럭 등이 하루에 13000여대, 마을 내부도로는 승용차와 소형트럭이 하루 약 700대 오가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인천 사월마을의 대기 중 미세먼지와 중금속 등이 인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고, 마을 내 토양 등에서도 중금속이 검출됐다. 2018년 겨울과 봄, 여름 3계절 각 3일간 측정된 대기 중 미세먼지의 평균농도는 55.5/로 같은 날 인근지역 측정망 농도(인천 서구 연희동, 37.1/)보다 1.5배 높았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주민 122명 중 총 15명이 암에 걸렸고 이 중 8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발생된 암의 종류가 다양하고 전국 대비 암 발생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도 전국의 개별입지 공장의 밀도, 14세 미만 및 65세 이상 취약인구 비율을 고려했을 때 인천 서구는 난개발 취약수준이 가장 위험한 10분위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의 70%
주거부적합

유승도 국립환경과학원 환경건강연구부장은 이번 조사는 환경으로부터 기인한 삶의 질 관점서 주거환경 적합성 평가를 시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향후 인천시와 협의해 주민건강 조사와 주거환경 개선 등 사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에는 경기 김포시 거물대리에 거주하다 건강 피해를 입은 주민 8명이 국가로부터 환경오염 피해 구제급여를 지급받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거물대리는 난개발로 인한 환경오염의 대명사 격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2012년 말부터 언론을 통해 거물대리 주민들이 원인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다 20132014년 예비역학조사서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발견됐고 타 지역에 비해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는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 피해 가능성이 확인됐다. 20152단계 역학조사서도 주민들이 토양, 대기, 농작물 오염과 관련된 중금속에 많이 노출돼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138월 당시 김포시 대곶면에 있는 공장 수는 838, 양촌읍 529, 통진읍 433개에 달했다. 하지만 김포시청서 조사 방법과 분석기관의 신뢰성 문제를 들어 20132015년 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7년 환경부서 구제급여 선지급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정밀조사가 다시 실시되고 나서야 거물대리 지역의 환경오염 피해 사실이 비로소 인정됐다.

전북 정읍의 정애마을도 제2의 장점마을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북도의회 김철수 의원은 정읍 이평면 정애마을 주민 58명 가운데 4명이 암으로 숨지고 다섯 가족이 타지로 이주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2016년 정애마을 건너편에 폐기물 재활용업체가 들어선 이후 하수 폐기물, 분뇨 악취, 폐기물 처리용 화학약품 냄새로 주민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할 수준이라고 한다.


김 의원은 전북도의 뒷북 행정, 느슨한 행정력이 도마 위에 오르지 않도록 폐기물 수집과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 건강이 위협받지 않도록 직접 나서 불안과 불신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 남원의 내기마을 문제도 오래됐다. 50여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 인근에 1999년 아스콘 공장이 들어섰다. 최근 10년 동안 내기마을 주민 15명이 폐암과 식도암, 방광암 등의 판정을 받았다. 역학조사 결과 마을 지하수서 기준치의 최고 26배에 달하는 라돈이 검출됐다.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아스콘 공장과 채석장, 고압 송전탑 등이 암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월마을·내기마을·북이면
주민들 시름시름 앓고 있어

하지만 암 집단 발병과 공장 등의 유해물질 배출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아 현재까지도 명확한 원인 규명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다 최근 장점마을 조사 책임자였던 김성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장이 내기마을 조사가 부실했다고 양심고백을 했다. MBN 보도에 따르면 김 소장은 라돈의 측정 수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매연물질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각장이 밀집해 있는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상황도 심각하다. 북이면과 내수읍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모든 암과 폐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유의미하게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1일 청주시의회 환경보전연구모임이 개최한 미세먼지와 소각장으로부터 안전한 청주시 만들기토론회 발제에 나선 충북대 의대 김용대 교수는 북이면과 내수읍 주민들의 폐암 발병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다고 발표했다.
 

▲ 인천 사월마을 ⓒJTBC

김 교수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6년 사이 북이면 주민 중 105명이 폐암에 걸렸다. 전국 평균을 1로 가정해 환산하면 북이면 주민의 폐암 발병률은 1.35에 달했다. 전국 폐암 평균발병률보다 35% 높은 것이다. 김 교수는 소각장서 배출되는 다이옥신과 같은 독성물질과 미세먼지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은 지난 10월 대정부질문서 북이면 문제에 대한 환경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북이면서 하루 544t의 쓰레기가 소각되면서 주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이면 주민 5000여명 중 45명이 암으로 고통받고 있고 지난 10년간 60명이 암으로 사망했다그중 식도암과 폐암이 경악할 수준의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조명래 환경부장관에게 물었다.

조 장관은 해당 지역의 소각장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그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암종 발생 빈도도 상당히 높기 때문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건강영향평가
2∼3년 뒤에나

환경부는 지난 9월 북이면 이장들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열고 건강영향조사 계획을 밝혔다. 지난 4월 북이면 주민 1532명이 청원을 넣은 지 5개월 만이다. 건강영향조사는 소각장서 발생하는 오염물질과 주민건강 문제 사이의 인과관계를 찾는 데 중점을 둔다. 최종 조사 결과는 23년 뒤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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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