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암 마을’ 지도

“우리 동네가 발암지라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마을에 비료공장이 들어섰다. 이후 동네 주민들이 암에 걸리기 시작했다. 세상 사람들은 이 마을을 가리켜 암 마을이라고 불렀다. 20여년 동안 사망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 사이 암에 걸린 주민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났다.
 

▲ ▲ 전수조사 및 수사 촉구 기자회견 갖는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

전라북도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은 암 마을로 불린다. 작은 농촌마을에 붙기엔 너무 과격한 별칭이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주민 4명 중 1명이 암에 걸린 상태다. 암으로 사망한 주민도 10명이 넘는다.

18년 만에
원인 규명

장점마을 주민 수는 99. 100명이 되지 않는 주민들 중 22명이 암에 걸렸고 그 중 14명이 사망했다. 2001년 비료공장이 들어온 이후부터 주민들은 하나둘씩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동네 주민들 사이에 암이 유행처럼 번졌다.

주민들은 수차례에 걸쳐 2001년 들어온 공장이 의심스럽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암에 걸린 주민들이 세상을 떠났다. 마을에는 악취가 진동했고 저수지의 물고기는 집단으로 폐사했다.

주민들은 20174월 암 발병의 원인으로 의심받던 비료공장 금강농산과 관련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고, 같은 해 7월 환경보건위원회가 이를 수용하면서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했다. 2001년 공장이 들어선 이후 16년 만이다.


2년이 지난 후에야 정부의 최종 결과가 나왔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14일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서 가진 장점마을 환경부 역학조사 최종발표회인근 비료공장과 주민 암 발생간의 역학적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강농산은 KT&G로부터 사들인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퇴비로만 사용해야 하지만 불법적으로 유기질 비료로 만들었다. 이는 비료관리법 위반이다. 금강농산은 20174월 공장가동을 잠정 중단했다가 그해 말 폐쇄했다.

모의시험 결과 연초박 건조과정서 발암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와 탐배특이니트로사민 배출이 확인됐다. 공장 가동 중단 1년이 넘은 시점에 채취한 사업장 바닥과 벽면, 원심집진기 등 비료공장 내부와 장점마을 주택의 침적먼지서도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담배특이니트로사민, 다환방향족탄화수소 중 일부 물질은 국제암연구소 기준 1군 발암물질이다. 폐암, 피부암, 비강암, 간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 장점마을 남녀 전체 암 발병률은 갑상샘을 제외한 모든 암에서 전국 표준인구 집단보다 약 225배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점마을 주민 1/4 암 발병
비료공장과 질환 관계 인정

하미나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이번 조사 결과는 환경오염 피해로 인한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을 정부가 확인한 첫 번째 사례라며 향후 환경부에선 익산시와 협의해 주민건강 모니터링과 환경개선 등 사후관리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비특이성 질환이란 특정 요인이 아닌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말한다.

환경부 발표 이후 장점마을 주민들은 역학조사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 주민들은 역학조사서 밝혀졌듯이 주민들이 수년동안 환경오염으로 고통받고 집단으로 암에 걸린 이유는, 금강농산의 불법 행위와 허가기관인 전북도·익산시의 관리·감독 소홀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고 주민들이 악취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사태가 발생해도 행정기관서 돌아온 답변은 문제가 없다였다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전북도와 익산시는 주민들에게 공식사과하고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연초박이 원인이므로 폐기물을 제공한 KT&G도 집단 암 발병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와 함께 피해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뒤늦게 정치권도 나섰다. 전북 익산시의회는 지난 20일 성명서를 통해 암이 집단 발병한 장점마을 사태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익산시의회는 장점마을 주민의 암 집단 발병이 금강농산의 유해물질 때문이라는 발표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주민께 깊은 사죄와 함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문제는 암 발병 사태가 장점마을뿐만 아니라 인근까지 번졌다는 점이다. 장점마을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왈인마을에서도 암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왈인마을 주민에 따르면 비료공장이 들어온 이후 50여명의 주민들 중 확인된 암 환자만 8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3명이 사망했다.

또 인근의 장고재마을서도 10명가량이 암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장고재마을의 전체 주민은 60명으로, 20%가량이 암에 걸린 셈이다. 이 가운데 45명은 사망했고 6명은 현재 투병 중이다. 왈인마을과 장고재마을은 비료공장서 1안팎의 거리에 있다. 500m 거리에 있는 장점마을과 큰 차이가 없다.

인근 마을도
암 발병 많아

주민들은 장점마을의 임 집단 발병이 비료공장의 발암물질 때문이었다는 역학적 관련성이 인정되면서 피해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익산시는 왈인마을과 장고재마을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암 발병 여부를 전수조사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결과를 토대로 전수조사 대상을 확대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장점마을 사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환경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던 다른 지역 문제도 알려지고 있다. 인천 서구 왕길동의 사월마을도 그중 한 곳이다. 120여명이 사는 이 마을 주변엔 크고 작은 공장과 폐기물 처리업체 150여곳이 들어서 있다. 공장과 가정집 사이의 거리가 10m에 불과한 곳도 있다.

대형트럭이 내는 소음과 날리는 쇳가루에 주민들은 호흡기질환, 암 등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호소하는 주민들도 늘었다고 한다. 결국 주민들은 20172월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고, 같은 해 7월 환경보건위원회서 이를 수용해 조사가 이뤄졌다. 그리고 지난 19일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그 결과 생체 내 유해물질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참고치보다는 낮고, 암 발생 비율도 다른 지역보다 유의미하게 높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전체 세대의 70%가 주거환경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과도 함께 제기됐다. 매립지서 배출되는 유해물질과 주민들 질환 사이의 역학관계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사람이 살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라는 점은 확인된 셈이다.

52세대 122(20196월 기준)이 살고 있는 사월마을에는 제조업체 122, ·소매 17, 폐기물처리업체 16곳 등 165곳의 공장이 있다. 이 중 82곳은 망간과 철 등 중금속과 같은 유해물질 취급 사업장이다. 마을 앞 수도권 매립지 수송도로는 버스와 대형트럭 등이 하루에 13000여대, 마을 내부도로는 승용차와 소형트럭이 하루 약 700대 오가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인천 사월마을의 대기 중 미세먼지와 중금속 등이 인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고, 마을 내 토양 등에서도 중금속이 검출됐다. 2018년 겨울과 봄, 여름 3계절 각 3일간 측정된 대기 중 미세먼지의 평균농도는 55.5/로 같은 날 인근지역 측정망 농도(인천 서구 연희동, 37.1/)보다 1.5배 높았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주민 122명 중 총 15명이 암에 걸렸고 이 중 8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발생된 암의 종류가 다양하고 전국 대비 암 발생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도 전국의 개별입지 공장의 밀도, 14세 미만 및 65세 이상 취약인구 비율을 고려했을 때 인천 서구는 난개발 취약수준이 가장 위험한 10분위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의 70%
주거부적합

유승도 국립환경과학원 환경건강연구부장은 이번 조사는 환경으로부터 기인한 삶의 질 관점서 주거환경 적합성 평가를 시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향후 인천시와 협의해 주민건강 조사와 주거환경 개선 등 사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에는 경기 김포시 거물대리에 거주하다 건강 피해를 입은 주민 8명이 국가로부터 환경오염 피해 구제급여를 지급받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거물대리는 난개발로 인한 환경오염의 대명사 격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2012년 말부터 언론을 통해 거물대리 주민들이 원인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다 20132014년 예비역학조사서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발견됐고 타 지역에 비해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는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 피해 가능성이 확인됐다. 20152단계 역학조사서도 주민들이 토양, 대기, 농작물 오염과 관련된 중금속에 많이 노출돼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138월 당시 김포시 대곶면에 있는 공장 수는 838, 양촌읍 529, 통진읍 433개에 달했다. 하지만 김포시청서 조사 방법과 분석기관의 신뢰성 문제를 들어 20132015년 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7년 환경부서 구제급여 선지급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정밀조사가 다시 실시되고 나서야 거물대리 지역의 환경오염 피해 사실이 비로소 인정됐다.

전북 정읍의 정애마을도 제2의 장점마을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북도의회 김철수 의원은 정읍 이평면 정애마을 주민 58명 가운데 4명이 암으로 숨지고 다섯 가족이 타지로 이주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2016년 정애마을 건너편에 폐기물 재활용업체가 들어선 이후 하수 폐기물, 분뇨 악취, 폐기물 처리용 화학약품 냄새로 주민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할 수준이라고 한다.


김 의원은 전북도의 뒷북 행정, 느슨한 행정력이 도마 위에 오르지 않도록 폐기물 수집과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 건강이 위협받지 않도록 직접 나서 불안과 불신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 남원의 내기마을 문제도 오래됐다. 50여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 인근에 1999년 아스콘 공장이 들어섰다. 최근 10년 동안 내기마을 주민 15명이 폐암과 식도암, 방광암 등의 판정을 받았다. 역학조사 결과 마을 지하수서 기준치의 최고 26배에 달하는 라돈이 검출됐다.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아스콘 공장과 채석장, 고압 송전탑 등이 암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월마을·내기마을·북이면
주민들 시름시름 앓고 있어

하지만 암 집단 발병과 공장 등의 유해물질 배출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아 현재까지도 명확한 원인 규명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다 최근 장점마을 조사 책임자였던 김성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장이 내기마을 조사가 부실했다고 양심고백을 했다. MBN 보도에 따르면 김 소장은 라돈의 측정 수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매연물질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각장이 밀집해 있는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상황도 심각하다. 북이면과 내수읍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모든 암과 폐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유의미하게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1일 청주시의회 환경보전연구모임이 개최한 미세먼지와 소각장으로부터 안전한 청주시 만들기토론회 발제에 나선 충북대 의대 김용대 교수는 북이면과 내수읍 주민들의 폐암 발병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다고 발표했다.
 

▲ 인천 사월마을 ⓒJTBC

김 교수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6년 사이 북이면 주민 중 105명이 폐암에 걸렸다. 전국 평균을 1로 가정해 환산하면 북이면 주민의 폐암 발병률은 1.35에 달했다. 전국 폐암 평균발병률보다 35% 높은 것이다. 김 교수는 소각장서 배출되는 다이옥신과 같은 독성물질과 미세먼지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은 지난 10월 대정부질문서 북이면 문제에 대한 환경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북이면서 하루 544t의 쓰레기가 소각되면서 주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이면 주민 5000여명 중 45명이 암으로 고통받고 있고 지난 10년간 60명이 암으로 사망했다그중 식도암과 폐암이 경악할 수준의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조명래 환경부장관에게 물었다.

조 장관은 해당 지역의 소각장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그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암종 발생 빈도도 상당히 높기 때문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건강영향평가
2∼3년 뒤에나

환경부는 지난 9월 북이면 이장들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열고 건강영향조사 계획을 밝혔다. 지난 4월 북이면 주민 1532명이 청원을 넣은 지 5개월 만이다. 건강영향조사는 소각장서 발생하는 오염물질과 주민건강 문제 사이의 인과관계를 찾는 데 중점을 둔다. 최종 조사 결과는 23년 뒤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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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