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판’ 국내 급식시장 실상

돈으로 들이대는 대기업 ‘식판까지 싹쓸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기업들의 급식시장 잠식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공공기관 구내식당은 물론 대학식당까지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은 급식업체들은 이를 기반삼아 높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온 가운데 일감 몰아주기, 독과점, 입찰 비리 등 계속되는 사회적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기준 인천공항공사의 구내식당 19곳 전부를 대기업 4곳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최경환 바른미래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인천공항 구내식당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동원홈푸드, CJ프레시웨이 등이 운영을 장악하고 있다. 

대기업 장악
누구의 편?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016년 입찰자격을 ‘자본금 50억 이상의 법인’으로 변경했다.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은 입찰에 참여조차 못하게 된 것이다. 결국 기존에 구내식당을 운영하던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 교체됐다. 입찰 자격부터 대기업에 유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 의원은 “이 같은 입찰 자격이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들에게는 바늘구멍보다 뚫기 힘든 구조로 돼있다”며 “구내식당 4∼5곳을 한꺼번에 1곳 업체에 몰아주는 대기업에만 유리한 공개경쟁 입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천공항공사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상생 경제를 위해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은 중소·중견업체에 위탁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사정은 공공기관 뿐 아니다. 대학교의 학생식당마저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급식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75개 사립대학 중 36개 대학의 학생식당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를 비롯한 6개 국공립 대학의 학생식당까지 위탁·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세대, 이대, 건대 등의 서울권 사립대학은 일부 대기업들이 급식 위탁을 조건으로 학교에 상당금액을 투자해 중소기업과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의 구내식당 용역 입찰 기준도 논란이 됐다. 평가가 대기업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부채비율과 영업이익 등을 평가하는 선정 기준에 중소 급식업체들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신용등급’만 평가하도록 법이 바뀌었지만 공공기관들은 여전히 과거 기준을 내세웠다.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이 개정된 법을 무시하고, 구내식당 선정 기준에 중소 업체들이 불리한 항목들을 여전히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조달청 협상에 의한 계약 제안서 평가 세부기준’에 따르면 공공기관 용역계약 입찰 공고 시 참여기업의 경영상태 평가는 ‘신용등급’만으로 해야 한다.

그동안은 신용등급과 부채비율은 물론 매출액과 영업이익·현금흐름 등으로 평가하게 돼있었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 상태에 대한 중복평가 요소를 제거하고 중소기업에도 문호를 개방하기 위해 법이 개정됐다.

삼성·SK·CJ 독식…설 자리 없는 중소기업
평가기준 대기업 편? 심사에 부채비율 포함

중소기업은 신용등급이 좋더라도 투자비중이 높을 경우 대기업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서류 심사에서 불리한 구조였던 셈이다. 그러나 경찰청 산하기관인 경찰수사연수원과 중앙경찰학교는 물론 산업은행까지 개정 전 기준으로 입찰공고를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경찰학교는 지난 29일 구내식당 위탁관리업체 제안요청서를 공고하면서 정량평가 배점한도를 40점을 배정해놨다. 정량평가에서는 주로 용역수행 실적이나 단체급식 경력은 물론 부채비율과 신뢰도 등을 따진다. 반면 정성평가에서는 업체들의 발표를 통해 운영 계획 등을 심사한다.

개정된 평가기준에 따르면 정량평가 점수는 20점 이하여야 하며, 신용평가등급 외에 부채비율 등을 심사 항목에 포함하면 안 된다.

그러나 중앙경찰학교는 부채비율을 심사 항목에 포함시켰다. 이대로라면 중소업체들은 정량심사 단계서 대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정량평가서 낮은 점수를 받아 고배를 마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체급식 대기업인 삼성웰스토리(부채비율 54%)와 아워홈(부채비율 60%) 외에는 대부분 업체들의 부채비율이 100%를 훌쩍 웃돈다. 국책은행 중 하나인 산업은행도 지난 25일 구내식당 위탁운영사업자 선정에 관한 입찰 공고를 게시하면서 특정 대기업이 아니면 아예 서류심사서 탈락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운영 능력을 검증하는 기업 신뢰도 부문에 신용등급은 물론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을 추가 심사 항목으로 포함했기 때문이다. 또 집단 급식소 운영실적(중식 기준 700식 이상)과 HACCP 인증자격(식약처인증, 집단급식소에 한함) 등의 평가 항목도 제시했다.

사실상 대기업 외에는 입찰해도 기준 미달인 셈이다. 중소업체들은 응찰한다 하더라도 대기업의 들러리 역할만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서 발표한 공공기관의 기준을 충족하는 중소기업은 찾기 어렵다”며 “중소기업은 서류심사서 제대로 점수를 받을 수 없도록 평가 기준이 설계돼있어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과도한 기준을 제시한 것 같다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경쟁 안 된다
커지는 논란

특히 법이 바뀌었음에도 공공기관이 지키지 않고 있는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구내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살펴야지, 참여하는 기업의 경영상태를 당락의 잣대로 삼는 것은 중소기업은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법 준수를 가장 먼저 해야 할 공공기관들이 과거의 기준으로 입찰 공고를 냈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급식시장 잠식이 도마에 오르면서 업체들 내부의 문제점들도 지적됐다.

최근 SK의 후니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6월 후니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2002억1300만원, 영업이익 108억4000만원을 올려 영업이익률 5.4%을 기록했다. 중소 급식업체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평균 2∼3%대 수준인 것과 달리 후니드는 삼성웰스토리(5.7%) 등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에 버금가는 5∼6%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유지했다. 현대그린푸드(4.2%) 아워홈(3.7%) CJ프레시웨이(1.7%)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이는 후니드가 지분구조상 SK그룹 계열이 아님에도 SK그룹사 오피스·연수원·산업체·건설현장·외식사업 등 급식사업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덕분이다. 급식시장 내 브랜드 인지도나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미약함에도 매년 높은 수익성을 시현할 수 있는 이유다.

후니드는 SK그룹 계열사들의 오피스 및 연수원 식당과 SK하이닉스 이천·청주, SK이노베이션 울산·인천, SK케미칼 울산·청주·오산 등 산업체, SK건설의 건설현장 식당 등에 급식을 지원한다. 후니드가 SK그룹으로부터 급식 일감을 지원받는 이유는 주주구성 및 지분보유 현황에서 일정 정도 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후니드의 지분내역은 유한회사에스앤아이(49.19%), 최영근(9.10%), 최은진(9.06%), 최현진(9.06%), 허기호(8.46%), 김건호(6.80%), 윤석민(4.90%), 김채헌(1.78%), 김남호(1.65%) 등으로 주주관계부터 SK그룹과 관련이 깊다.
 

▲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

특히 주요 주주 가운데 최영근씨는 고(故)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의 1남 3녀 중 외아들이자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과 5촌 조카, 당숙 지간이기도 하다. 최씨는 지난해 3∼5월 15차례에 걸쳐 고농축 대마 액상을 구매·투약하고 이후에도 신원미상의 마약 공급책으로부터 3차례 대마를 구매·투약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최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SK그룹 측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급식업체 후니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향후 업체조정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도 알려졌다. 후니드는 2013년 태영그룹 계열사 중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던 빌딩관리·조경관리업체 태영매니지먼트를 합병하는 등 태영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도 사업 기반을 넓혔다.

부당 내부거래?
법망 피해가기


합병 이후 후니드 지분 일부를 보유한 태영그룹은 계열사 위탁급식을 후니드에 맡겼고 후니드는 태영건설 본사, SBS프리즘 타워, 태영건설의 각 공사현장 등에 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은 후니드 지분을 4.90% 보유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지난 3월 김상조 전임 공정위원장이 한 번 언급했던 바 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업무계획’ 발표 자리서 ‘삼성웰스토리’를 직접 언급하며 식료품과 급식 등 국민 생활에 밀접한 업종을 중심으로 부당 내부거래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 말대로 삼성웰스토리는 식자재 판매와 단체 급식 서비스가 핵심 비즈니스다. 국내 급식 업체 중 매출 기준 1위다. 덩치를 크게 키울 수 있었던 비결은 단연 배후로 깔려 있는 삼성그룹이다.

삼성웰스토리는 직원 10만여명의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사 등 계열사 구내식당을 책임진다. 단체 급식 계약은 통상 1년 단위로 진행되고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비교적 손쉽게 내부거래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삼성물산 래미안 아파트에도 조·중식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사실상 그간 일감 몰아주기로 철퇴를 맞았던 다른 대기업과 다르지 않은 모양새지만 삼성웰스토리는 규제 대상서 벗어나 있었다. 

삼성웰스토리 지분은 삼성물산이 100% 보유한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가 31.16%를 보유해 현행법상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이다. 사익편취 규제는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비상장사나 30% 이상인 상장회사가 대상이다. 

이들 기업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내부거래 비율이 연 매출 12%를 넘으면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 삼성물산은 규제 대상이지만,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는 자회사라는 이유로 일감 몰아주기 대상서 빠졌다.

SK 급식업체 후니드 논란에 업체조정 검토
삼성웰스토리 공정위 압박에 몰아주기 비상

법망을 피한 삼성웰스토리는 문재인정부 공정위의 강력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 비중을 늘려왔다. 지난해 총매출액 1조8114억원 가운데 계열사 매출은 7100억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39.2%에 달한다. 2016년(36.4%), 2017년(38.7%)에 이어 3년째 상승세다.

공정위는 삼성웰스토리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할 수 없게 되자 궁여지책으로 다른 방안을 찾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사익편취가 아닌 부당지원 혐의로 직원 조사에 나선 것이 그 사례다.

그러나 부당지원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사익편취와 달리 내부거래가 정상가격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면밀하게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법 위반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단체급식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이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업계는 지난해 기준 대기업 6개사가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들은 단체급식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수치만 놓고 보면 대기업 점유 비율이 크지만 저렴하고 질 좋은 급식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대기업 급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점유율이 높아졌다는 주장이다.
 

▲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

수익률이 5~10%로 낮은 단체급식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한 중소 급식업체들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그룹 계열사 구내식당 운영 등 내부거래를 통해 확보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처음부터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 구조다. 대기업의 이 같은 ‘독식’ 행태는 문재인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인 대·중소기업 상생발전·공정경쟁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문정부 역시 대기업의 단체급식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제기, 국내 단체급식 시장에 대한 실태조사와 개선방안 마련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시장자율’ 쪽으로 선회했다. 정부는 오는 2019년 12월까지 대기업의 단체급식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방침을 유지키로 했다. 정부가 중소업계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부 나몰라
제도개선 시급 

이동섭 의원은 “이미 민간 급식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대기업이 단가 4000원짜리 구내식당까지 독점하는 것은 4500여개 중소업체를 말살하려는 것”이라며 “정부의 국정기조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인데 이는 이 정책기조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부의 국정기조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공정경쟁을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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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