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판’ 국내 급식시장 실상

돈으로 들이대는 대기업 ‘식판까지 싹쓸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기업들의 급식시장 잠식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공공기관 구내식당은 물론 대학식당까지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은 급식업체들은 이를 기반삼아 높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온 가운데 일감 몰아주기, 독과점, 입찰 비리 등 계속되는 사회적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기준 인천공항공사의 구내식당 19곳 전부를 대기업 4곳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최경환 바른미래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인천공항 구내식당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동원홈푸드, CJ프레시웨이 등이 운영을 장악하고 있다. 

대기업 장악
누구의 편?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016년 입찰자격을 ‘자본금 50억 이상의 법인’으로 변경했다.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은 입찰에 참여조차 못하게 된 것이다. 결국 기존에 구내식당을 운영하던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 교체됐다. 입찰 자격부터 대기업에 유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 의원은 “이 같은 입찰 자격이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들에게는 바늘구멍보다 뚫기 힘든 구조로 돼있다”며 “구내식당 4∼5곳을 한꺼번에 1곳 업체에 몰아주는 대기업에만 유리한 공개경쟁 입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천공항공사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상생 경제를 위해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은 중소·중견업체에 위탁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사정은 공공기관 뿐 아니다. 대학교의 학생식당마저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급식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75개 사립대학 중 36개 대학의 학생식당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를 비롯한 6개 국공립 대학의 학생식당까지 위탁·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세대, 이대, 건대 등의 서울권 사립대학은 일부 대기업들이 급식 위탁을 조건으로 학교에 상당금액을 투자해 중소기업과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의 구내식당 용역 입찰 기준도 논란이 됐다. 평가가 대기업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부채비율과 영업이익 등을 평가하는 선정 기준에 중소 급식업체들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신용등급’만 평가하도록 법이 바뀌었지만 공공기관들은 여전히 과거 기준을 내세웠다.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이 개정된 법을 무시하고, 구내식당 선정 기준에 중소 업체들이 불리한 항목들을 여전히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조달청 협상에 의한 계약 제안서 평가 세부기준’에 따르면 공공기관 용역계약 입찰 공고 시 참여기업의 경영상태 평가는 ‘신용등급’만으로 해야 한다.

그동안은 신용등급과 부채비율은 물론 매출액과 영업이익·현금흐름 등으로 평가하게 돼있었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 상태에 대한 중복평가 요소를 제거하고 중소기업에도 문호를 개방하기 위해 법이 개정됐다.

삼성·SK·CJ 독식…설 자리 없는 중소기업
평가기준 대기업 편? 심사에 부채비율 포함

중소기업은 신용등급이 좋더라도 투자비중이 높을 경우 대기업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서류 심사에서 불리한 구조였던 셈이다. 그러나 경찰청 산하기관인 경찰수사연수원과 중앙경찰학교는 물론 산업은행까지 개정 전 기준으로 입찰공고를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경찰학교는 지난 29일 구내식당 위탁관리업체 제안요청서를 공고하면서 정량평가 배점한도를 40점을 배정해놨다. 정량평가에서는 주로 용역수행 실적이나 단체급식 경력은 물론 부채비율과 신뢰도 등을 따진다. 반면 정성평가에서는 업체들의 발표를 통해 운영 계획 등을 심사한다.

개정된 평가기준에 따르면 정량평가 점수는 20점 이하여야 하며, 신용평가등급 외에 부채비율 등을 심사 항목에 포함하면 안 된다.

그러나 중앙경찰학교는 부채비율을 심사 항목에 포함시켰다. 이대로라면 중소업체들은 정량심사 단계서 대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정량평가서 낮은 점수를 받아 고배를 마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체급식 대기업인 삼성웰스토리(부채비율 54%)와 아워홈(부채비율 60%) 외에는 대부분 업체들의 부채비율이 100%를 훌쩍 웃돈다. 국책은행 중 하나인 산업은행도 지난 25일 구내식당 위탁운영사업자 선정에 관한 입찰 공고를 게시하면서 특정 대기업이 아니면 아예 서류심사서 탈락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운영 능력을 검증하는 기업 신뢰도 부문에 신용등급은 물론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을 추가 심사 항목으로 포함했기 때문이다. 또 집단 급식소 운영실적(중식 기준 700식 이상)과 HACCP 인증자격(식약처인증, 집단급식소에 한함) 등의 평가 항목도 제시했다.

사실상 대기업 외에는 입찰해도 기준 미달인 셈이다. 중소업체들은 응찰한다 하더라도 대기업의 들러리 역할만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서 발표한 공공기관의 기준을 충족하는 중소기업은 찾기 어렵다”며 “중소기업은 서류심사서 제대로 점수를 받을 수 없도록 평가 기준이 설계돼있어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과도한 기준을 제시한 것 같다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경쟁 안 된다
커지는 논란

특히 법이 바뀌었음에도 공공기관이 지키지 않고 있는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구내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살펴야지, 참여하는 기업의 경영상태를 당락의 잣대로 삼는 것은 중소기업은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법 준수를 가장 먼저 해야 할 공공기관들이 과거의 기준으로 입찰 공고를 냈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급식시장 잠식이 도마에 오르면서 업체들 내부의 문제점들도 지적됐다.

최근 SK의 후니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6월 후니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2002억1300만원, 영업이익 108억4000만원을 올려 영업이익률 5.4%을 기록했다. 중소 급식업체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평균 2∼3%대 수준인 것과 달리 후니드는 삼성웰스토리(5.7%) 등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에 버금가는 5∼6%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유지했다. 현대그린푸드(4.2%) 아워홈(3.7%) CJ프레시웨이(1.7%)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이는 후니드가 지분구조상 SK그룹 계열이 아님에도 SK그룹사 오피스·연수원·산업체·건설현장·외식사업 등 급식사업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덕분이다. 급식시장 내 브랜드 인지도나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미약함에도 매년 높은 수익성을 시현할 수 있는 이유다.

후니드는 SK그룹 계열사들의 오피스 및 연수원 식당과 SK하이닉스 이천·청주, SK이노베이션 울산·인천, SK케미칼 울산·청주·오산 등 산업체, SK건설의 건설현장 식당 등에 급식을 지원한다. 후니드가 SK그룹으로부터 급식 일감을 지원받는 이유는 주주구성 및 지분보유 현황에서 일정 정도 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후니드의 지분내역은 유한회사에스앤아이(49.19%), 최영근(9.10%), 최은진(9.06%), 최현진(9.06%), 허기호(8.46%), 김건호(6.80%), 윤석민(4.90%), 김채헌(1.78%), 김남호(1.65%) 등으로 주주관계부터 SK그룹과 관련이 깊다.
 

▲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

특히 주요 주주 가운데 최영근씨는 고(故)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의 1남 3녀 중 외아들이자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과 5촌 조카, 당숙 지간이기도 하다. 최씨는 지난해 3∼5월 15차례에 걸쳐 고농축 대마 액상을 구매·투약하고 이후에도 신원미상의 마약 공급책으로부터 3차례 대마를 구매·투약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최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SK그룹 측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급식업체 후니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향후 업체조정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도 알려졌다. 후니드는 2013년 태영그룹 계열사 중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던 빌딩관리·조경관리업체 태영매니지먼트를 합병하는 등 태영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도 사업 기반을 넓혔다.

부당 내부거래?
법망 피해가기

합병 이후 후니드 지분 일부를 보유한 태영그룹은 계열사 위탁급식을 후니드에 맡겼고 후니드는 태영건설 본사, SBS프리즘 타워, 태영건설의 각 공사현장 등에 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은 후니드 지분을 4.90% 보유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지난 3월 김상조 전임 공정위원장이 한 번 언급했던 바 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업무계획’ 발표 자리서 ‘삼성웰스토리’를 직접 언급하며 식료품과 급식 등 국민 생활에 밀접한 업종을 중심으로 부당 내부거래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 말대로 삼성웰스토리는 식자재 판매와 단체 급식 서비스가 핵심 비즈니스다. 국내 급식 업체 중 매출 기준 1위다. 덩치를 크게 키울 수 있었던 비결은 단연 배후로 깔려 있는 삼성그룹이다.

삼성웰스토리는 직원 10만여명의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사 등 계열사 구내식당을 책임진다. 단체 급식 계약은 통상 1년 단위로 진행되고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비교적 손쉽게 내부거래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삼성물산 래미안 아파트에도 조·중식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사실상 그간 일감 몰아주기로 철퇴를 맞았던 다른 대기업과 다르지 않은 모양새지만 삼성웰스토리는 규제 대상서 벗어나 있었다. 

삼성웰스토리 지분은 삼성물산이 100% 보유한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가 31.16%를 보유해 현행법상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이다. 사익편취 규제는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비상장사나 30% 이상인 상장회사가 대상이다. 

이들 기업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내부거래 비율이 연 매출 12%를 넘으면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 삼성물산은 규제 대상이지만,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는 자회사라는 이유로 일감 몰아주기 대상서 빠졌다.

SK 급식업체 후니드 논란에 업체조정 검토
삼성웰스토리 공정위 압박에 몰아주기 비상

법망을 피한 삼성웰스토리는 문재인정부 공정위의 강력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 비중을 늘려왔다. 지난해 총매출액 1조8114억원 가운데 계열사 매출은 7100억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39.2%에 달한다. 2016년(36.4%), 2017년(38.7%)에 이어 3년째 상승세다.

공정위는 삼성웰스토리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할 수 없게 되자 궁여지책으로 다른 방안을 찾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사익편취가 아닌 부당지원 혐의로 직원 조사에 나선 것이 그 사례다.

그러나 부당지원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사익편취와 달리 내부거래가 정상가격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면밀하게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법 위반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단체급식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이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업계는 지난해 기준 대기업 6개사가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들은 단체급식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수치만 놓고 보면 대기업 점유 비율이 크지만 저렴하고 질 좋은 급식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대기업 급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점유율이 높아졌다는 주장이다.
 

▲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

수익률이 5~10%로 낮은 단체급식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한 중소 급식업체들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그룹 계열사 구내식당 운영 등 내부거래를 통해 확보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처음부터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 구조다. 대기업의 이 같은 ‘독식’ 행태는 문재인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인 대·중소기업 상생발전·공정경쟁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문정부 역시 대기업의 단체급식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제기, 국내 단체급식 시장에 대한 실태조사와 개선방안 마련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시장자율’ 쪽으로 선회했다. 정부는 오는 2019년 12월까지 대기업의 단체급식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방침을 유지키로 했다. 정부가 중소업계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부 나몰라
제도개선 시급 

이동섭 의원은 “이미 민간 급식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대기업이 단가 4000원짜리 구내식당까지 독점하는 것은 4500여개 중소업체를 말살하려는 것”이라며 “정부의 국정기조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인데 이는 이 정책기조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부의 국정기조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공정경쟁을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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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