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푸르밀 2세의 수상한 회사 추적

전화도 안 받고…본사에 빌붙어 더부살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푸르밀 본사에는 오너 일가 회사 두 곳이 입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곳이 더 있었다. 현재 푸르밀 2세 시대를 열고 있는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의 개인회사다.
 

▲ 신동환 푸르밀 대표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은 범 롯데가 기업이다.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이자 롯데그룹 부회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그러나 신 명예회장과의 불화로 롯데햄·롯데우유 부회장에 머물렀다. 이후 신 회장은 롯데우유를 물적분할시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사명을 롯데우유서 푸르밀로 변경하면서 롯데그룹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했다.

롯데우유
완전 독립

신 회장은 지난 2012년 푸르밀 주식을 자녀들에게 증여했다. 이전까지 자녀들의 지분이 없었던 관계로 2세 승계가 예고됐다. 바통을 이어받은 건 신 회장의 아들 신동환 푸르밀 부사장. 그는 지난해 푸르밀 대표이사로 승진해 2세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푸르밀 본사는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푸르밀 외에 ‘호정무역’(무역업)과 ‘대선건설’(건설업)이 들어서 있다. 각각 신 대표와 그의 여동생 신경아 푸르밀 이사가 대표인 회사다.

호정무역과 대선건설은 2007∼2008년 푸르밀 본사 부지에 안착했다. 물적분할 이후 해당 토지의 소유권이 푸르밀로 온전히 넘어간 때였다. 이들은 푸르밀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사무실을 마련했다.


관련 내용은 푸르밀 감사보고서에 적시돼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정무역은 2008년, 대선건설은 2007년 감사보고서에 등장한다. 이들은 ‘기타 특수관계자’로서 푸르밀에 임차료를 지급했다.

푸르밀은 최근 5년간 호정무역과 대선건설로부터 임대수익을 올렸다. 세부적으로 ▲2018년 2050만원 ▲2017년 2450만원 ▲2016년 2400만원  ▲2015년 2300만원 ▲2014년 2100만원 등이다.

신 대표 개인회사 푸르밀 사옥 주소
지점엔 엉뚱한 회사가…흐릿한 실체

눈길이 가는 건 푸르밀 본사에 회사가 한 곳 더 있다는 사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세양월드’라는 회사의 주소지가 푸르밀 본사 주소와 정확히 일치했다.

세양월드는 지난 1991년 세워진 식품 관련 도소매 업체다. 해당 법인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곳은 오너 2세 신 대표의 개인회사로 보인다. 신 대표는 지난 2010년 5월 세양월드의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3년 단위로 두 직책을 중임했다. 최근 중임 시기는 지난 5월이었다.

신 회장과 신 이사도 각각 이름을 올렸다. 신 회장은 지난 2000년 3월부터 2004년 7월까지 세양월드의 이사였다. 현재는 어떠한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 신 이사는 지난 2005년 6월부터 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거쳐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세양월드의 구성원은 오너 일가다. 주소지는 푸르밀 본사로 뒀는데 특수관계자로 볼 수 있다. 이곳 역시 푸르밀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언급한 호정무역, 대선건설과 같은 맥락이다.
 

▲ (사진 위쪽)지난해 푸르밀 감사보고서. 대선걸설, 호정무역은 푸르밀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임차료를 지급했다. (아래)세양월드 등기부등본 캡쳐본. 세양월드는 지난 2008년 푸르밀 본사로 이전했다. 신 대표는 세양월드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현재 지점은 경기도 성남시 소재 오피스텔로 나와 있지만 다른 업체에 임대했다. 부동산 소유주는 세양월드다.

그러나 세양월드는 푸르밀 감사보고서에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호정무역 등의 경우와 상반된다. ‘실체’에 물음표가 찍히는 까닭이다.

세양월드는 비외감법인이다.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거나 공시할 의무가 없다. 그만큼 정확한 재무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어렴풋이 추정할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20여년전 재무 상태였다.

둥지 텄는데
임차료는?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세양월드는 1999년 470억원 매출에 3억1500만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2000년에는 7억원의 매출과 3억원의 적자로 주저앉았다. 결국 2001년 매출은 ‘0원’까지 추락했지만 2억76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나이스기업정보에 따르면 세양월드가 0원의 매출을 기록할 당시 영업 외 수익은 11억3200만원, 영업 외 비용은 8억1300만원이었다. 이 중 수입이자는 200만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수익처는 확인할 수 없었다. 3년간 총 자산은 35억원, 27억원, 30억원으로 오르내렸다.

세양월드는 본점 외에도 한 개의 지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점은 경기도 성남 소재의 한 오피스텔.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소유주는 세양월드였다. 하지만 지점으로 등기된 주소지에는 다른 업체의 간판이 걸려 있었다. 영위하는 사업도 세양월드와 거리가 멀었다.

취재 끝에 세양월드 연락처로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통화음만 계속될 뿐 끝내 접촉할 수 없었다.

푸르밀 측은 최초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세양월드에 대해 “모르겠다”고 답했다. 관계자는 ‘세양월드와 푸르밀 주소가 같다’는 말에 “연락처를 남겨주면 잘 알고 있는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고 응했다.

이후 접촉한 관계자는 “(푸르밀)본사 안에 세양월드가 있다”며 “(푸르밀과)같은 주소지를 쓰고 있고, 별도의 사무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나 사업 구상에 대해 계획하고 있는 단계”라며 식품 관련 아이템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세양월드가 신 대표의 개인회사인 만큼 특수관계자로 보인다’는 질의에 “(특수관계자가)맞다”고 답했다.

정상 운영
계약 맺어

‘특수관계자가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면 푸르밀 감사보고서에 적시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엔 “호정무역과 푸르밀이 임대차 계약을 최초로 맺었고, 세양월드는 호정무역과 임대차 계약을 맺어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푸르밀→호정무역→세양월드’로 이어지는 전대차 구조인 셈이다. 전대차는 임차인이 임차물을 제3자에게 임대하는 계약이다. 임대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이 관계자는 “호정무역을 청산하면서 세양월드만 사무실을 쓰다 보니 재임대 방식으로 푸르밀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며 “(세양월드가)관리비 등을 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호정무역은 지난해 7월 해산했고, 같은 해 10월 청산 종결됐다.

그러면서도 “호정무역 청산 이후 몇 달 간 세양월드와 푸르밀의 임대차 내용이 감사보고서에 누락된 것은 맞다. 이후 보고서에 적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정무역과 세양월드는 꽤 오래 전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이들은 각각 1994년과 1991년 신설됐는데 설립 시기는 다르지만 두 회사는 처음과 끝을 함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호정무역과 세양월드는 같은 주소지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총 5번의 이사를 갔는데, 두 회사 모두 같은 곳으로 짐을 옮겼다. 등기된 날짜도 같았으며 이들이 프루밀 본사로 들어온 시기도 동일했다.

사업 영역도 비슷하다. 두 회사의 사업 목적은 상당 부분 겹친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 FIS에 따르면 호정무역과 세양월드는 모두 ‘커피 및 차류 도매업’으로 분류돼있다.

전대차 형식으로 터 잡아
“보고서에 누락된 건 맞다”


사업 내용이 유사한 점, 두 회사가 설립 초기부터 최근까지 사무실을 함께 사용한 점 등을 미뤄 볼 때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회사 관계자는 세양월드 지점으로 등기돼있던 오피스텔에 대해 “(세양월드가)오피스텔을 구입해 (다른 회사에)임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았던 세양월드의 전화번호를 문의했지만 “제게 연락을 주시면 된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현재 푸르밀 주요 주주는 신준호 회장(60.0%), 신경아 이사(12.6%), 신동환 대표(10.0%) 등이다. 손자 신재열·신찬열씨도 각각 4.8%, 2.6%의 지분을 쥐고 있다. 오너 일가서만 90%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0%는 우리사주조합(6.8%), 푸르밀 자기주식(3.2%) 등이다. 사실상 푸르밀은 오너 일가 경영 체제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소유 지분만 따져봤을 때 신 대표는 3대주주에 그친다. 반면 신 대표는 푸르밀 대표이사로 선임됐는데 후계 구도가 비교적 명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완전한 승계’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관건은 푸르밀 최대주주인 신 회장 지분의 확보 여부다. 이를 두고 다양한 경우의 수가 언급된다.

우선 해당 지분을 직접 매입 할 수 있다. 다만 충분한 재원이 동반돼야 한다. 지분을 물려받는 방식도 있지만 상당한 증여세와 상속세가 부담으로 따른다. 개인이 아닌 회사를 활용할 수 있다. 신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가 신 회장의 지분을 사들인다면 푸르밀을 간접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화번호
사실상 없어

하지만 신 대표가 주인으로 있던 호정무역은 지난해 청산 절차를 밟았다. 여동생 신 이사의 대선건설서 신 대표는 1주의 주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 대선건설은 신 이사(72.62%)를 필두로 신 회장과 그의 부인 한일랑씨가 21.90%, 5.48%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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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