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탐사기획> ‘만들어지는’ 학종의 두 얼굴 ②문제 백화점

10년 만에 천덕꾸러기 신세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획일적인 입시제도를 다양화하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려는 학종의 취지에는 공감도가 높다 . 하지만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돼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학종을 폐지하거나 운영 방식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요시사>는 학종의 도입과 현황, 문제점 및 대안을 살펴봤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입시제도를 ‘누더기’라고 표현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여론에 휩쓸려 개편을 거듭하는 입시제도의 현 상황을 꼬집은 표현이다. 또 “현행 입시제도는 학생, 학부모, 교사, 대학, 정부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개선이 어렵다”고 말했다.

불공정 낙인
학생부 종합

정부 수립 이후 대학 입시제도는 총 18번, 이번 개정안을 포함하면 19번 바뀌었다. 4년에 한 번 꼴이다. 대체적으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입시제도 역시 널을 뛰었다. 본고사, 학력고사,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하 수능), 입학사정관제, 학생부종합전형 (이하 학종) 등 용어를 따라가기도 벅차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백년 후까지의 큰 계획)라는 말은 공염불이 된 지 오래다.

정부 부처끼리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유은혜 교육부총리의 말이 대통령 연설로 뒤집혔다. 대통령 연설서 나온 몇 마디 말에 대학은 일제히 입시제도를 손 보겠다고 나서고 있다. 국가교육회의,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 등에서 나왔던 모든 논의와 결론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정부는 출범 첫해 수능 개편을 시도했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부터 새로운 교육 과정이 적용되면서 과목 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서 수능 절대평가 과목 확대가 갈등의 씨앗으로 떠올랐다. 일부 과목과 전 과목 절대평가 등 2가지 안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종합적인 입시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결국 수능 개편 방침이 백지화되고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2022 학년도 입시제도 개편 추진 과정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입시제도는 전 국민의 관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민감한 문제라 서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사이 입시제도 개편 주체는 교육부서 국가교육회의로, 국가교육회의 산하 대입개편특별위원회, 국가교육회의 산하 공론화위원회 , 시민참여단 등으로 거듭 바뀌었다. 공론화위원회서 논의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두고도 갈등이 빚어졌다. 4가지 개편안을 두고 교육계가 쪼개진 것이다.

정부 바뀔 때마다 제도 손봐
논란 불거질 때마다 뜯어고쳐

시민참여단 공론화 결과 ▲정시 45% 이상 및 수능 상대평가 유지 (1안) ▲수시· 정시 비율 대학 자율 및 수능 절대평가 전면 전환(2안) ▲ 수시·정시 비율 대학 자율 및 수능 상대평가 유지(3안) ▲정시 확대 및 학생부전형 균형 및 수능 상대평가 유지(4 안) 중 1안과 2 안이 각각 52.5%, 48.1%로 높은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공론화위원회는 1안과 2안 사이에 유의미한 통계적 차이가 없다는 점을 들어 판단을 유보했고, 국가교육위원회는 ‘수능 위주 정시 전형 확대’라는 결과를 교육부에 내밀었다. 교육부는 이를 바탕으로 ‘수능 위주 정시 전형 30% 이상 확대 및 수능 상대평가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교육부는 줄곧 정시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유 교육부총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와 관련된 입시 의혹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에도 ‘정시 확대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학종에 대한 불신과 정시 확대에 대한 여론이 높아졌지만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대신 학종 비율이 높은 대학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그러다 상황이 반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회서 진행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27번 사용하는 등 공정 사회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국민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 불공정·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고 사회 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으로,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민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계의 불공정”이라며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히 추진하고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하겠다.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으로 불거진 국민들의 분노에 ‘정시 확대’ 카드를 내민 것이다.

대통령 한 마디에
대학들도 들썩들썩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서 입시제도의 공정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학종의 불공정성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교육계에선 정시 비중을 40 ∼50%까지 높이고 학생부 비교과 항목 폐지 등 학종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와 동시에 ‘학종은 불공정한 전형’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렸다.

학종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아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고, ‘고쳐 써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폐지를 주장하는 쪽이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쪽 모두 현행 학종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실제 학종을 둘러싼 논란은 2007년 노무현정부서 도입할 때부터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가 나올 때마다 교육부에선 환부만 도려내는 방식으로 제도를 뜯어 고쳐왔다. 학종의 역사는 ‘금지’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외부 수상 경력이 문제가 되자 교내 수상 경력으로만 한정 짓고 , 소논문이 문제가 되니 이를 없애는 방식이다. 최근 학종의 비교과 항목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학종의 불공정성을 유발하는 것은 ‘정보 격차’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보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은 어느 덧 고리타분한 표현이 됐다. 정보는 곧 부와 직결됐고, 부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줬다. 학종은 그런 의미서 ‘금수저 전형’ ‘현대판 음서제’라는 별칭을 얻었다.

학종은 학교 내신 성적으로 산출하는 교과 항목과 봉사활동·동아리·독서활동 ·수상 경력 등의 비교과 항목으로 구성된다. 교과와 비교과로 채운 학생부에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 등을 종합해 평가받는다. 1차서 합격하면 면접과 수능 최저학력 기준 등을 통해 최종 합격이 가려진다. 점수에 따라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울 수 있는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다.

객관식 시험이 아니라 평가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스펙’이 필요해진 것이다. 수능 ‘한 방’으로 대학이 결정되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학생과 학부모는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학생부 기록이 끝나는 날까지 초긴장 상태에 놓였다. 교과 성적은 물론 외부활동에도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학부모 전형
돈·지위 영향

학교생활만으로도 바쁜 자녀를 대신해 학부모가 나섰다. 봉사활동이나 수상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대회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친분이 있는 학부모들끼리는 정보를 공유했다. 학종은 학부모의 개입 여부에 따라 스펙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특히 학부모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정보량을 좌우했다.

대학교수들이 미성년 자녀를 논문의 공저자로 끼워 넣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007∼2017년 발표된 논문을 조사한 결과 49개 대학이 심사한 138개 논문서 교수가 자신의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한 교수는 모두 86명이다.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조사했을 때에도 29개 대학서 82건이 적발됐다.

교육계에선 미성년 자녀를 교수 부모의 논문에 공저자로 등록하는 것이 입시용 경력 쌓기를 위한 꼼수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교육부는 2014 학년도부터 학생부에 논문을 기재하는 것을 금지했다. 학종 평가서도 제외했다. 하지만 일부 대학은 여전히 특기자 전형에 논문을 지원 자격으로 두고 있다.

특별감사를 통해 추가로 드러난 건까지 합치면 교수들의 미성년 자녀가 공저자로 등록된 논문은 794건에 이른다. 이 과정서 서울대 이병천 수의대 교수가 자신의 아들을 공저자로 올린 논문이 2015학년도 강원대 수의학과 편·입학에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강원대에 편·입학 취소를 통보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교수 부모들이 미성년 자녀를 논문의 공저자로 올린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수들끼리 서로의 자녀를 논문의 공저자로 올리는 ‘스펙 품앗이’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조 전 장관 딸의 경우처럼 교육부 조사서 누락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 조 전 장관의 딸은 고등학생 때 논문의 1저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조사를 통해 드러나지 않았다.

학종이 매년 늘어나는 사교육비에 일조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체 초·중·고 학생 수는 줄고 있는데 총 사교육비는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사교육비는 2007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생 수는 558만명으로 전년보다 2.5%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사교육비 총액은 18조7000억원서 19조5000억원으로 8000억원(4.4%) 늘었다. 물가상승률(2%) 의 2배 수준이다.


문 대통령 정시 확대 발언
폐지냐 개선이냐 갑론을박

하유경 교육부 교육통계과장은 “고교 사교육비가 많이 오르면서 전체 사교육비 증가를 이끌었다”며 “대학입시서 수험생들의 예측 가능성이 많이 흔들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종이 확대되고 학생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수험생들의 불안감이 사교육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드라마 <스카이캐슬>처럼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값비싼 ‘입시 코디’를 고용하는 것도 마냥 허구는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입시 코디는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사조차 완벽하게 파악하기 힘든 학종을 세세히 알고 방향을 잡아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자기소개서 대필이나 매매 등은 이미 성행한 지 오래다. 자기소개서 1회 첨삭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업체도 있다고 한다. 또 교사가 작성해야 할 학생부 기록을 학생에게 써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비교과 항목인 자율활동이나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은 글자 수에 맞춰 담임이나 지도교사가 작성하게 돼있다. 이때도 학생과 학부모는 대필 혹은 컨설팅 업체를 찾는다.

2022학년도 입시에서 자기소개서 등 전형과 관련된 서류의 대필, 허위 작성 등이 확인되면 불합격 처리하고 입학 후에라도 입학 취소를 의무화한다는 ‘2022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이 발표됐다. 또 학생 1명의 서류를 다수의 입학사정관이 평가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이번 발표는 공정하고 투명한 입시제도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

교육부서 학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실제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표에 70%가 넘는 국민이 지지를 표했다. 반면 교육계에선 정시 확대와 학종 논란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불공정 전형의 대명사로 낙인 찍힌 학종에 대해서는 폐지와 개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수능이냐
학종이냐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는 지난 5월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이 진행한 학종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서 “학종은 정성평가로 당락을 결정하는 깜깜이 전형”이라며 “학종은 실패한 제도로 개선될 여지가 없다. 이를 폐지하고 정시모집 비중을 9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승주 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은 “수능은 악습이고 폐습이며, 학생들을 한 줄로 줄 세우는 시험평가 교육의 잔재”라며 “학종, 특히 비교과 항목인 창체 활동은 시대변화를 예측한 생명력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지만 그동안 암기 교육, 전담교사 부족 등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학종을 보완해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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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