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탐사기획> ‘만들어지는’ 학종의 두 얼굴 ②문제 백화점

10년 만에 천덕꾸러기 신세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획일적인 입시제도를 다양화하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려는 학종의 취지에는 공감도가 높다 . 하지만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돼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학종을 폐지하거나 운영 방식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요시사>는 학종의 도입과 현황, 문제점 및 대안을 살펴봤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입시제도를 ‘누더기’라고 표현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여론에 휩쓸려 개편을 거듭하는 입시제도의 현 상황을 꼬집은 표현이다. 또 “현행 입시제도는 학생, 학부모, 교사, 대학, 정부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개선이 어렵다”고 말했다.

불공정 낙인
학생부 종합

정부 수립 이후 대학 입시제도는 총 18번, 이번 개정안을 포함하면 19번 바뀌었다. 4년에 한 번 꼴이다. 대체적으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입시제도 역시 널을 뛰었다. 본고사, 학력고사,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하 수능), 입학사정관제, 학생부종합전형 (이하 학종) 등 용어를 따라가기도 벅차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백년 후까지의 큰 계획)라는 말은 공염불이 된 지 오래다.

정부 부처끼리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유은혜 교육부총리의 말이 대통령 연설로 뒤집혔다. 대통령 연설서 나온 몇 마디 말에 대학은 일제히 입시제도를 손 보겠다고 나서고 있다. 국가교육회의,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 등에서 나왔던 모든 논의와 결론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정부는 출범 첫해 수능 개편을 시도했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부터 새로운 교육 과정이 적용되면서 과목 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서 수능 절대평가 과목 확대가 갈등의 씨앗으로 떠올랐다. 일부 과목과 전 과목 절대평가 등 2가지 안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종합적인 입시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결국 수능 개편 방침이 백지화되고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2022 학년도 입시제도 개편 추진 과정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입시제도는 전 국민의 관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민감한 문제라 서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사이 입시제도 개편 주체는 교육부서 국가교육회의로, 국가교육회의 산하 대입개편특별위원회, 국가교육회의 산하 공론화위원회 , 시민참여단 등으로 거듭 바뀌었다. 공론화위원회서 논의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두고도 갈등이 빚어졌다. 4가지 개편안을 두고 교육계가 쪼개진 것이다.

정부 바뀔 때마다 제도 손봐
논란 불거질 때마다 뜯어고쳐

시민참여단 공론화 결과 ▲정시 45% 이상 및 수능 상대평가 유지 (1안) ▲수시· 정시 비율 대학 자율 및 수능 절대평가 전면 전환(2안) ▲ 수시·정시 비율 대학 자율 및 수능 상대평가 유지(3안) ▲정시 확대 및 학생부전형 균형 및 수능 상대평가 유지(4 안) 중 1안과 2 안이 각각 52.5%, 48.1%로 높은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공론화위원회는 1안과 2안 사이에 유의미한 통계적 차이가 없다는 점을 들어 판단을 유보했고, 국가교육위원회는 ‘수능 위주 정시 전형 확대’라는 결과를 교육부에 내밀었다. 교육부는 이를 바탕으로 ‘수능 위주 정시 전형 30% 이상 확대 및 수능 상대평가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교육부는 줄곧 정시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유 교육부총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와 관련된 입시 의혹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에도 ‘정시 확대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학종에 대한 불신과 정시 확대에 대한 여론이 높아졌지만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대신 학종 비율이 높은 대학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그러다 상황이 반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회서 진행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27번 사용하는 등 공정 사회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국민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 불공정·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고 사회 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으로,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민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계의 불공정”이라며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히 추진하고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하겠다.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으로 불거진 국민들의 분노에 ‘정시 확대’ 카드를 내민 것이다.

대통령 한 마디에
대학들도 들썩들썩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서 입시제도의 공정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학종의 불공정성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교육계에선 정시 비중을 40 ∼50%까지 높이고 학생부 비교과 항목 폐지 등 학종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와 동시에 ‘학종은 불공정한 전형’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렸다.

학종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아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고, ‘고쳐 써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폐지를 주장하는 쪽이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쪽 모두 현행 학종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실제 학종을 둘러싼 논란은 2007년 노무현정부서 도입할 때부터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가 나올 때마다 교육부에선 환부만 도려내는 방식으로 제도를 뜯어 고쳐왔다. 학종의 역사는 ‘금지’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외부 수상 경력이 문제가 되자 교내 수상 경력으로만 한정 짓고 , 소논문이 문제가 되니 이를 없애는 방식이다. 최근 학종의 비교과 항목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학종의 불공정성을 유발하는 것은 ‘정보 격차’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보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은 어느 덧 고리타분한 표현이 됐다. 정보는 곧 부와 직결됐고, 부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줬다. 학종은 그런 의미서 ‘금수저 전형’ ‘현대판 음서제’라는 별칭을 얻었다.

학종은 학교 내신 성적으로 산출하는 교과 항목과 봉사활동·동아리·독서활동 ·수상 경력 등의 비교과 항목으로 구성된다. 교과와 비교과로 채운 학생부에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 등을 종합해 평가받는다. 1차서 합격하면 면접과 수능 최저학력 기준 등을 통해 최종 합격이 가려진다. 점수에 따라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울 수 있는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다.

객관식 시험이 아니라 평가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스펙’이 필요해진 것이다. 수능 ‘한 방’으로 대학이 결정되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학생과 학부모는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학생부 기록이 끝나는 날까지 초긴장 상태에 놓였다. 교과 성적은 물론 외부활동에도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학부모 전형
돈·지위 영향

학교생활만으로도 바쁜 자녀를 대신해 학부모가 나섰다. 봉사활동이나 수상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대회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친분이 있는 학부모들끼리는 정보를 공유했다. 학종은 학부모의 개입 여부에 따라 스펙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특히 학부모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정보량을 좌우했다.

대학교수들이 미성년 자녀를 논문의 공저자로 끼워 넣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007∼2017년 발표된 논문을 조사한 결과 49개 대학이 심사한 138개 논문서 교수가 자신의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한 교수는 모두 86명이다.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조사했을 때에도 29개 대학서 82건이 적발됐다.

교육계에선 미성년 자녀를 교수 부모의 논문에 공저자로 등록하는 것이 입시용 경력 쌓기를 위한 꼼수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교육부는 2014 학년도부터 학생부에 논문을 기재하는 것을 금지했다. 학종 평가서도 제외했다. 하지만 일부 대학은 여전히 특기자 전형에 논문을 지원 자격으로 두고 있다.

특별감사를 통해 추가로 드러난 건까지 합치면 교수들의 미성년 자녀가 공저자로 등록된 논문은 794건에 이른다. 이 과정서 서울대 이병천 수의대 교수가 자신의 아들을 공저자로 올린 논문이 2015학년도 강원대 수의학과 편·입학에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강원대에 편·입학 취소를 통보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교수 부모들이 미성년 자녀를 논문의 공저자로 올린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수들끼리 서로의 자녀를 논문의 공저자로 올리는 ‘스펙 품앗이’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조 전 장관 딸의 경우처럼 교육부 조사서 누락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 조 전 장관의 딸은 고등학생 때 논문의 1저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조사를 통해 드러나지 않았다.

학종이 매년 늘어나는 사교육비에 일조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체 초·중·고 학생 수는 줄고 있는데 총 사교육비는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사교육비는 2007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생 수는 558만명으로 전년보다 2.5%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사교육비 총액은 18조7000억원서 19조5000억원으로 8000억원(4.4%) 늘었다. 물가상승률(2%) 의 2배 수준이다.

문 대통령 정시 확대 발언
폐지냐 개선이냐 갑론을박

하유경 교육부 교육통계과장은 “고교 사교육비가 많이 오르면서 전체 사교육비 증가를 이끌었다”며 “대학입시서 수험생들의 예측 가능성이 많이 흔들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종이 확대되고 학생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수험생들의 불안감이 사교육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드라마 <스카이캐슬>처럼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값비싼 ‘입시 코디’를 고용하는 것도 마냥 허구는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입시 코디는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사조차 완벽하게 파악하기 힘든 학종을 세세히 알고 방향을 잡아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자기소개서 대필이나 매매 등은 이미 성행한 지 오래다. 자기소개서 1회 첨삭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업체도 있다고 한다. 또 교사가 작성해야 할 학생부 기록을 학생에게 써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비교과 항목인 자율활동이나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은 글자 수에 맞춰 담임이나 지도교사가 작성하게 돼있다. 이때도 학생과 학부모는 대필 혹은 컨설팅 업체를 찾는다.

2022학년도 입시에서 자기소개서 등 전형과 관련된 서류의 대필, 허위 작성 등이 확인되면 불합격 처리하고 입학 후에라도 입학 취소를 의무화한다는 ‘2022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이 발표됐다. 또 학생 1명의 서류를 다수의 입학사정관이 평가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이번 발표는 공정하고 투명한 입시제도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

교육부서 학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실제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표에 70%가 넘는 국민이 지지를 표했다. 반면 교육계에선 정시 확대와 학종 논란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불공정 전형의 대명사로 낙인 찍힌 학종에 대해서는 폐지와 개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수능이냐
학종이냐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는 지난 5월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이 진행한 학종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서 “학종은 정성평가로 당락을 결정하는 깜깜이 전형”이라며 “학종은 실패한 제도로 개선될 여지가 없다. 이를 폐지하고 정시모집 비중을 9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승주 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은 “수능은 악습이고 폐습이며, 학생들을 한 줄로 줄 세우는 시험평가 교육의 잔재”라며 “학종, 특히 비교과 항목인 창체 활동은 시대변화를 예측한 생명력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지만 그동안 암기 교육, 전담교사 부족 등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학종을 보완해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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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