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세대 ‘초등학교 신설’ 기준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1.18 11:11:39
  • 호수 12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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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버스 태워 학교 보낼 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초등학교 신설 기준을 두고 다양한 곳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1년부터 개정된 해당 법규에 따르면 최소 4000세대가 있어야 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 4000세대의 문턱을 낮출 수는 없을까.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제주, 청주, 화성 등 다양한 곳에서 초등학교 신설 기준을 맞추지 못해 설립이 무산되고 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가 점점 줄어든다는 이유로 2011년 학교 설립 기준을 최소 2000세대서 4000세대로 높였다.

학교 신설을 두고 이를 억제하려는 교육부와 요구하는 지역사회 사이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해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서 현재의 학교시설이 적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실정에 맞춰 학교를 신설하라는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교육계가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학교 신설
요구에도…

지난 9월 청주 중앙초의 잇따른 증축공사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교육 당국의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빚어지고 있는 과대·과밀 해소를 위해 증축공사를 벌이고 있다”며 ‘학군 조정’과 ‘학교 신설’을 요구했다.

충북도교육청·청주교육지원청과 학부모들에 따르면 청주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학생 수가 2000여명서 97명으로 급격히 줄어 폐교 위기에 놓인 중앙초는 율량2지구가 개발되면서 2015년 2월 문화동서 율량동으로 신축 이전했다. 개교 당시 838명(30학급) 이었던 학생 수는 현재 1729명(57학급)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도 교육청은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의 학교 신설계획(안)이 통과된 후 아파트 추가 건설과 인구 유입 변화 등으로 48학급(1680명) 규모의 증축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2016년 3월 46학급서 2017년 11개 교실을 증축, 2018년 3월 57학급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학급당 학생 수 기준 변경 등으로 지난 6월부터 10개 교실 증축을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잇단 증축 공사로 인해 학교 운동장 절반을 빼앗기고 공사 소음과 등·하교에 불편을 겪고 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당초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이 35명이었으나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28명으로 바뀌면서 학급 수를 늘릴 수밖에 없어 증축공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2017년 학구 조정을 심도 있게 검토해 학부모 의견을 수렴했으나, 중앙초 학부모 대부분이 학구 존치를 원하는 상황서 임의적 통학구역 조정은 비민주적 행위로 판단 및 시행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교 신설은 4000∼6000세대, 학생 수 1000명 이상이 교육부 심사 기준이어서 현 상황으로는 학교설립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2011년 개정
교육부 vs 지역사회 다른 입장

지난 8월 제주도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제주도교육청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에 따르면 제2첨단과기단지 내 2만1000㎡에 들어설 예정인 초등학교가 기본 설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향후 개교가 어려워졌다. 2022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제2첨단과기단지 내 공동주택이 들어서도 최대 2000세대에 머물러 초등학교 신설 기준인 4000세대를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

초등학교 신설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지난 8월9일 제주도의회 행정 사무조사특별위원회의 증인신문서 제기됐다.

바른미래당 한영진 의원은 “JDC는 2016년 첨단과기단지 내 아파트 분양 당시 초등학교 신설을 약속했다”며 “입주민들은 지금도 학교 신설을 믿고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분양 사기’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첨단사업처 관계자는 “제2첨단과기단지 주택 수요를 고려해도 법령상 기본요건인 4000세대 입주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교 설립 여부를 떠나 학교 용지는 남겨둔 상태”라고 말했다. 도 교육청은 현 여건상 초등학교 설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성서도 초등학교 신설을 두고 한 지역주택조합과 교육청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남양지구는 2008년부터 진행된 남양지구 사업은 2010년 도시 관리계획은 고시가 됐다. 화성시는 남양지구 남양동 371-○○일원의 공동주택건립을 위한 도시 관리계획결정에 대해, 도시관리계획 결정과 지형 도면을 승인했다.

2011년 9월7일 마도1초등학교(가칭)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가 통과돼 최초 부지로 확정을 받았다. 이때 세대수는 2133세대로 18학급이었다. 약 2개월 뒤인 11월1일 ‘도시·군 계획시설의 결정, 구조 및 설치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개정 내용에는 최소 4000세대서 최대 6000세대 당 초등학교 1개소가 설치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수차례 시도
결국 무산

주택조합 관계자는 “당시 시공사를 여러 군데 물색해봤지만,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찾지 못했다. 금융 조건 등 다양한 문제로 사업이 진척되다 시간이 흘렀다”고 말했다.

해당 사업이 적정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지체되자 학교 설립 자체도 무산됐다. 착공이 승인받은지 3년 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적정승인 받은 것이 무효가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업 관계자는 “법이 바뀐 걸 나중에야 알았다. 교육청 입장에선 공문을 보냈다고 하지만 사전에 전달받은 적이 없다. 학교 설립하기 위한 예산을 원래 사용하지 않으면 3회 연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자동폐기 후 취소가 됐다는 것이다. 아무 얘기가 없길래 학교 설립은 당연히 추진되는 줄 알았다. 교육부에 확인해보니 3년이 지나니까 자동으로 폐기됐다는 것이다.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2018년에 10월8일 주택조합 측은 지구 내 학교 유치를 다시 요청했다. 같은 해 10월18일 교육청이 인근 학교는 증축이 불가하다는 답을 보내자, 주택조합은 4000세대 미만으로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12월13일 인근 세대수를 학교 반경으로 포함해 재협의를 해달라고 공문 발송, 12월24일 인근세대수 포함한 계획안 제출에 따른 협의를 진행했다. 

해를 넘겨 ▲1월8일 남양2지구 계획 예정 사항을 포함한 공문 제출 ▲2월25일, 28일 2지구 내용을 제외했을 시 학교설립 가능한 사항 ▲3월 5~8일 2지구를 제외한 채 1지구에만 단독으로 학교 배치가 가능한지를 문의했다. 
 

3월26일 교육청은 당초 의견을 동일하되, 세대수를 충족하면 재검토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6월11일 2지구 공식협의 요청 및 검토 이후 회신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보냈다. 지난 6월21일 남양1지구 옆인 남양2지구(1825세대)를 입원 제안에 따른 학교 용지 이동 및 학교설립이 가능한지 회신을 요청했다. 

현재는 남양 1지구와 2지구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학교설립이 추진될 것이며 학교 위치는 아직 확정이 어렵다고 교육청은 밝혔다. 

시흥시
예외 규정

교육청 관계자는 “남양 1·2지구가 합쳐지면 4000세대가 넘는다. 그렇다면 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설립하려던 학교 위치를 옮길 필요가 있다. 그 위치는 1지구 세대 자녀들만 통학하기 용이하기 때문에 1지구와 2지구 중간쯤인 곳을 정한 다음에 설립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남양 2지구의 사업 속도가 아직 1지구에 비해 못 미치기 때문에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난 뒤 학교 설립추진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4월 국민청원에는 ‘변경된 초등학교 신설기준을 완화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옛날에 지어진 초등학교들과 그 이후 도시개발사업, 역세권개발사업, 재개발사업, 택지지구 신설 등 여러가지 이유로 세대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학교 용지 부담금은 걷고 있으면서 학교 신설기준은 점점 높아진다. 계획된 초등학교 부지는 법이 바뀌었으니 취소한다고 하고 세대수 기준이 더 높아졌으니 설립이 불가하다고 한다’고 게시했다. 

이어 ‘아이들은 먼 길을 걸어 먼 곳으로 초등학교를 배정받아 큰 도로를 건너다녀야 한다. 어느 특정 지역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런 문제를 겪는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화성남양지역주택조합은 지난 7일 ‘학교설립기준완화 요구에 대한 탄원서’를 경기도 교육청에 제출했다. 

탄원서 내용에는 ‘2014년 해당 사업이 취소돼 당시 투자가 취소된다는 것을 공지받거나 전달받은 사항이 없었다. 연장신청할 기회에 대한 정보조차도 모른 상태서 사업을 추진했다’며 ‘지구단위계획변경을 하는 과정인 2018년 12월13일 설립기준이 4000세대로 변경돼 재협의가 시작됐다. 당시는 2010년 11월 도시관리계획 결정 고시 이후 2014년을 개교 목표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득하고 교부금도 지청으로 된 상태였다. 공동주택사업의 지연으로 설립추진이 취소됐다. 교육청은 별다른 조치가 없을 경우 유효기간 3년이 지나면 자동반납 된다는 규정이었다고 답했다. 우리는 이런 규정 사실을 전혀 알지도 못했으며 미리 고지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년동안 화성시와 오산교육지청이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서로 미루는 과정서 수천명의 우리 아이들은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교육권을 명백히 침해받고 있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인구 감소로 인해 규정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현재 화성시는 인구 유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 아이들이 받아야 할 의무교육권을 침해받지 않도록 재검토를 해 초등학교 설립을 허가해 주기를 간곡해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사업 진척되자 학교 설립 무산
교육청 요구사항 계속 추가

또 ‘관련법 제 89조 학교의 결정기준 2항에는 분명히 근린주거구역의 필요에 따라 주변 여건을 고려해 설정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에 따라 교육청이 방법을 강구해달라. 현행법으로 어렵다면 현실성 있는 방법이라도 고지해달라. 현재 학교가 필요하며 학교 설립 요건에도 충족된다는 교육부의 뜻을, 단서나 조항 없이 화성시로 보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화성남양지역주택조합과 교육청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법 개정으로 인해 취소된 것은 공문을 따로 발송 안 했을지 모르지만 ,구두로라도 했을 것이다. 교육청은 현행법을 따라야 하므로 절차대로 이행한 것”이라며 “남양 2지구와 합쳐지면 4000세대를 넘겨 학교 설립 추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남양 2지구 개발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지구 단위계획은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양 2지구 사업 관계자는 “현재 남양 2지구는 주민제안 참여인 상태로 정식으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화성시서 일부 보완해달라는 요청에 11월 말까지 기한을 줬다. 이후 화성시 심의를 거치고 나면 탄탄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현재 2지구는 1지구에 비해 진행이 더딘 것은 사실이지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정확한 시기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 1지구 관계자는 “교육청이 원하는 대로 수정을 해와도 매번 새로운 조건을 제시한다. 행정도 좋지만 학교 인원을 작게 하는 게 추세지 않느냐. 학교를 작게 만들었다가 나중에 증축하는 방법도 있다. 또 새로운 대안도 없이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의 위치를 옮기는 것도 불가하다. 교육청이 원하는 곳에 학교를 짓는기도 쉽지 않다. 농경지인 데다 토지 비용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실성 있는
대안 제시해야”

한편, 시흥시는 이 예외규정을 적용해 4000세대 미만이라도 통학로 등 지리적 특수성을 고려해 학교설립을 승인해 줄 것과 경제협력개발기구 수준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고 학교를 증설해줄 것을 요구했다. 경기도시장 군수협의회는 시흥시 제안 안건에 학교 준공시기를 택지개발지구 입주 시기에 맞출 수 있도록 하는 건의안을 더해 ‘수정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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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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