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세대 ‘초등학교 신설’ 기준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1.18 11:11:39
  • 호수 12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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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버스 태워 학교 보낼 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초등학교 신설 기준을 두고 다양한 곳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1년부터 개정된 해당 법규에 따르면 최소 4000세대가 있어야 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 4000세대의 문턱을 낮출 수는 없을까.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제주, 청주, 화성 등 다양한 곳에서 초등학교 신설 기준을 맞추지 못해 설립이 무산되고 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가 점점 줄어든다는 이유로 2011년 학교 설립 기준을 최소 2000세대서 4000세대로 높였다.

학교 신설을 두고 이를 억제하려는 교육부와 요구하는 지역사회 사이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해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서 현재의 학교시설이 적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실정에 맞춰 학교를 신설하라는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교육계가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학교 신설
요구에도…

지난 9월 청주 중앙초의 잇따른 증축공사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교육 당국의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빚어지고 있는 과대·과밀 해소를 위해 증축공사를 벌이고 있다”며 ‘학군 조정’과 ‘학교 신설’을 요구했다.

충북도교육청·청주교육지원청과 학부모들에 따르면 청주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학생 수가 2000여명서 97명으로 급격히 줄어 폐교 위기에 놓인 중앙초는 율량2지구가 개발되면서 2015년 2월 문화동서 율량동으로 신축 이전했다. 개교 당시 838명(30학급) 이었던 학생 수는 현재 1729명(57학급)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도 교육청은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의 학교 신설계획(안)이 통과된 후 아파트 추가 건설과 인구 유입 변화 등으로 48학급(1680명) 규모의 증축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2016년 3월 46학급서 2017년 11개 교실을 증축, 2018년 3월 57학급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학급당 학생 수 기준 변경 등으로 지난 6월부터 10개 교실 증축을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잇단 증축 공사로 인해 학교 운동장 절반을 빼앗기고 공사 소음과 등·하교에 불편을 겪고 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당초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이 35명이었으나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28명으로 바뀌면서 학급 수를 늘릴 수밖에 없어 증축공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2017년 학구 조정을 심도 있게 검토해 학부모 의견을 수렴했으나, 중앙초 학부모 대부분이 학구 존치를 원하는 상황서 임의적 통학구역 조정은 비민주적 행위로 판단 및 시행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교 신설은 4000∼6000세대, 학생 수 1000명 이상이 교육부 심사 기준이어서 현 상황으로는 학교설립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2011년 개정
교육부 vs 지역사회 다른 입장

지난 8월 제주도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제주도교육청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에 따르면 제2첨단과기단지 내 2만1000㎡에 들어설 예정인 초등학교가 기본 설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향후 개교가 어려워졌다. 2022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제2첨단과기단지 내 공동주택이 들어서도 최대 2000세대에 머물러 초등학교 신설 기준인 4000세대를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

초등학교 신설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지난 8월9일 제주도의회 행정 사무조사특별위원회의 증인신문서 제기됐다.

바른미래당 한영진 의원은 “JDC는 2016년 첨단과기단지 내 아파트 분양 당시 초등학교 신설을 약속했다”며 “입주민들은 지금도 학교 신설을 믿고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분양 사기’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첨단사업처 관계자는 “제2첨단과기단지 주택 수요를 고려해도 법령상 기본요건인 4000세대 입주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교 설립 여부를 떠나 학교 용지는 남겨둔 상태”라고 말했다. 도 교육청은 현 여건상 초등학교 설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성서도 초등학교 신설을 두고 한 지역주택조합과 교육청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남양지구는 2008년부터 진행된 남양지구 사업은 2010년 도시 관리계획은 고시가 됐다. 화성시는 남양지구 남양동 371-○○일원의 공동주택건립을 위한 도시 관리계획결정에 대해, 도시관리계획 결정과 지형 도면을 승인했다.

2011년 9월7일 마도1초등학교(가칭)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가 통과돼 최초 부지로 확정을 받았다. 이때 세대수는 2133세대로 18학급이었다. 약 2개월 뒤인 11월1일 ‘도시·군 계획시설의 결정, 구조 및 설치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개정 내용에는 최소 4000세대서 최대 6000세대 당 초등학교 1개소가 설치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수차례 시도
결국 무산

주택조합 관계자는 “당시 시공사를 여러 군데 물색해봤지만,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찾지 못했다. 금융 조건 등 다양한 문제로 사업이 진척되다 시간이 흘렀다”고 말했다.

해당 사업이 적정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지체되자 학교 설립 자체도 무산됐다. 착공이 승인받은지 3년 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적정승인 받은 것이 무효가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업 관계자는 “법이 바뀐 걸 나중에야 알았다. 교육청 입장에선 공문을 보냈다고 하지만 사전에 전달받은 적이 없다. 학교 설립하기 위한 예산을 원래 사용하지 않으면 3회 연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자동폐기 후 취소가 됐다는 것이다. 아무 얘기가 없길래 학교 설립은 당연히 추진되는 줄 알았다. 교육부에 확인해보니 3년이 지나니까 자동으로 폐기됐다는 것이다.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2018년에 10월8일 주택조합 측은 지구 내 학교 유치를 다시 요청했다. 같은 해 10월18일 교육청이 인근 학교는 증축이 불가하다는 답을 보내자, 주택조합은 4000세대 미만으로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12월13일 인근 세대수를 학교 반경으로 포함해 재협의를 해달라고 공문 발송, 12월24일 인근세대수 포함한 계획안 제출에 따른 협의를 진행했다. 

해를 넘겨 ▲1월8일 남양2지구 계획 예정 사항을 포함한 공문 제출 ▲2월25일, 28일 2지구 내용을 제외했을 시 학교설립 가능한 사항 ▲3월 5~8일 2지구를 제외한 채 1지구에만 단독으로 학교 배치가 가능한지를 문의했다. 
 

3월26일 교육청은 당초 의견을 동일하되, 세대수를 충족하면 재검토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6월11일 2지구 공식협의 요청 및 검토 이후 회신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보냈다. 지난 6월21일 남양1지구 옆인 남양2지구(1825세대)를 입원 제안에 따른 학교 용지 이동 및 학교설립이 가능한지 회신을 요청했다. 

현재는 남양 1지구와 2지구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학교설립이 추진될 것이며 학교 위치는 아직 확정이 어렵다고 교육청은 밝혔다. 

시흥시
예외 규정

교육청 관계자는 “남양 1·2지구가 합쳐지면 4000세대가 넘는다. 그렇다면 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설립하려던 학교 위치를 옮길 필요가 있다. 그 위치는 1지구 세대 자녀들만 통학하기 용이하기 때문에 1지구와 2지구 중간쯤인 곳을 정한 다음에 설립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남양 2지구의 사업 속도가 아직 1지구에 비해 못 미치기 때문에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난 뒤 학교 설립추진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4월 국민청원에는 ‘변경된 초등학교 신설기준을 완화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옛날에 지어진 초등학교들과 그 이후 도시개발사업, 역세권개발사업, 재개발사업, 택지지구 신설 등 여러가지 이유로 세대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학교 용지 부담금은 걷고 있으면서 학교 신설기준은 점점 높아진다. 계획된 초등학교 부지는 법이 바뀌었으니 취소한다고 하고 세대수 기준이 더 높아졌으니 설립이 불가하다고 한다’고 게시했다. 

이어 ‘아이들은 먼 길을 걸어 먼 곳으로 초등학교를 배정받아 큰 도로를 건너다녀야 한다. 어느 특정 지역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런 문제를 겪는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화성남양지역주택조합은 지난 7일 ‘학교설립기준완화 요구에 대한 탄원서’를 경기도 교육청에 제출했다. 

탄원서 내용에는 ‘2014년 해당 사업이 취소돼 당시 투자가 취소된다는 것을 공지받거나 전달받은 사항이 없었다. 연장신청할 기회에 대한 정보조차도 모른 상태서 사업을 추진했다’며 ‘지구단위계획변경을 하는 과정인 2018년 12월13일 설립기준이 4000세대로 변경돼 재협의가 시작됐다. 당시는 2010년 11월 도시관리계획 결정 고시 이후 2014년을 개교 목표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득하고 교부금도 지청으로 된 상태였다. 공동주택사업의 지연으로 설립추진이 취소됐다. 교육청은 별다른 조치가 없을 경우 유효기간 3년이 지나면 자동반납 된다는 규정이었다고 답했다. 우리는 이런 규정 사실을 전혀 알지도 못했으며 미리 고지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년동안 화성시와 오산교육지청이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서로 미루는 과정서 수천명의 우리 아이들은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교육권을 명백히 침해받고 있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인구 감소로 인해 규정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현재 화성시는 인구 유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 아이들이 받아야 할 의무교육권을 침해받지 않도록 재검토를 해 초등학교 설립을 허가해 주기를 간곡해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사업 진척되자 학교 설립 무산
교육청 요구사항 계속 추가

또 ‘관련법 제 89조 학교의 결정기준 2항에는 분명히 근린주거구역의 필요에 따라 주변 여건을 고려해 설정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에 따라 교육청이 방법을 강구해달라. 현행법으로 어렵다면 현실성 있는 방법이라도 고지해달라. 현재 학교가 필요하며 학교 설립 요건에도 충족된다는 교육부의 뜻을, 단서나 조항 없이 화성시로 보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화성남양지역주택조합과 교육청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법 개정으로 인해 취소된 것은 공문을 따로 발송 안 했을지 모르지만 ,구두로라도 했을 것이다. 교육청은 현행법을 따라야 하므로 절차대로 이행한 것”이라며 “남양 2지구와 합쳐지면 4000세대를 넘겨 학교 설립 추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남양 2지구 개발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지구 단위계획은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양 2지구 사업 관계자는 “현재 남양 2지구는 주민제안 참여인 상태로 정식으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화성시서 일부 보완해달라는 요청에 11월 말까지 기한을 줬다. 이후 화성시 심의를 거치고 나면 탄탄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현재 2지구는 1지구에 비해 진행이 더딘 것은 사실이지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정확한 시기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 1지구 관계자는 “교육청이 원하는 대로 수정을 해와도 매번 새로운 조건을 제시한다. 행정도 좋지만 학교 인원을 작게 하는 게 추세지 않느냐. 학교를 작게 만들었다가 나중에 증축하는 방법도 있다. 또 새로운 대안도 없이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의 위치를 옮기는 것도 불가하다. 교육청이 원하는 곳에 학교를 짓는기도 쉽지 않다. 농경지인 데다 토지 비용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실성 있는
대안 제시해야”

한편, 시흥시는 이 예외규정을 적용해 4000세대 미만이라도 통학로 등 지리적 특수성을 고려해 학교설립을 승인해 줄 것과 경제협력개발기구 수준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고 학교를 증설해줄 것을 요구했다. 경기도시장 군수협의회는 시흥시 제안 안건에 학교 준공시기를 택지개발지구 입주 시기에 맞출 수 있도록 하는 건의안을 더해 ‘수정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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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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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