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 외할머니 살해 사건 전말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1.18 10:59:55
  • 호수 12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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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 돌보러 갔다가 참변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다가 ‘살인’에 관심을 가진 A씨(여)는 외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A씨는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혼자 자살하는 게 억울하다”며 할머니를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봤다. 
 

자신을 돌보러 온 외할머니를 살해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지난 6월 경기도 군포서 발생했다. 외할머니를 무참히 살해한 손녀 A씨에게 법원이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손녀가 범행 당시 “조현성 성격장애 등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점 등을 들어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모는?

A씨는 지난해 3월 대학교에 입학했다. 1학기를 마친 A씨는 2학기를 수료하지 않고 자퇴했다. 재학 시절 성희롱으로 인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A씨는 취업 준비의 어려움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이후 살인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로 ‘살인’ ‘흉기 사용법’ 등을 검색해 범행을 계획했다.

범행 전날, 부모가 집을 비워 외할머니가 집에 오기로 했다는 사실을 안 A씨는 전날 집 인근서 길이 약 32.5cm의 회칼 5개와 목장갑 4개를 구입하는 등 범행을 계획했다. 범행 도중 외할머니의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올 것을 대비해 전화기를 방 밖으로 옮겨놓는 치밀함도 보였다. 


A씨는 외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 잠든 것을 확인한 뒤 눈, 목, 어깨 등을 31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A씨는 범행을 저지른 뒤 방 안쪽 거울에 립스틱을 이용해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는 문구를 쓰고, 밖으로 나가 길거리를 배회했다.

전날 오후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온 A씨의 부부는 조용한 집안 분위기에 이상함을 느꼈다. 두 사람은 A씨는 물론 A씨의 외할머니의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부부가 “다들 아직도 자는 건가?”라며 딸의 방문을 살짝 열었는데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딸의 침대서 흉기에 찔려 사망한 장모의 시신을 발견했다. 부부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용의자로 딸을 특정했다. 인근 CCTV엔 A씨가 당일 오전 4시30분경 홀로 집 밖을 나서는 모습이 찍혔다. A씨의 소재 파악에 나선 경찰은 신고 접수 4시간 만에 군포시의 한 거리서 그를 발견하고, 존속살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스트레스 받고 ‘살인’ 관심 가져
“혼자 죽기 억울해” 범행 저질

경찰은 A씨 부모가 집을 비운 6월2일 저녁부터 3일 새벽 사이에 A씨가 자신의 집을 방문한 외할머니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범행 후 자신의 휴대전화를 버린 뒤, 외할머니 휴대전화를 가지고 집을 나서기도 했다. 경찰이 이에 관해 묻자 “추적을 당할까봐 외할머니 휴대전화를 가지고 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체포된 A씨에게 외할머니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 물었지만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계속된 추궁 끝에 A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자살하려고 했는데 혼자 죽으려고 하니 억울했다. 그래서 당시 함께 있던 외할머니와 함께 죽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 이유에 대해서도 “식도염으로 평소 몸이 아팠다. 그래서 죽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범행 후 숨진 외할머니 옆에서 잠을 자다가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시도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방 거울에 자신의 경찰 진술과 비슷한 내용의 글을 립스틱으로 써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 과정서 A씨는 “범행 당시 사물 변별과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임상 심리평가 결과 범행의 고의성과 범죄성을 자각하고 있었으며, 정신감정 결과 명백한 정신병적 증상이나 현실 검증력 저하가 관찰되지 않았고, 범행 당시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돼있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한 번 잃으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가치로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우리 형법은 비속의 직계존속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우리 사회윤리의 본질적 부분으로 봐 직계존속에 대한 살인을 가중해 처벌하고 있다. 존속을 살해하는 행위는 그 책임과 비난 가능성이 비할 데 없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자신을 가장 아껴주고 보살펴주던 외할머니께 감사하고 더욱 존경하고 사랑해야 하지만, 너무나도 끔찍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랑하는 손녀딸과 대화를 나누다가 함께 잠들 것으로만 알던 피해자는, 그저 손녀딸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려고 하다가 아무런 연유도 알지 못한 채 흉기로 수십번 찔리는 끔찍한 고통과 공포 속에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대화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의 심각성과 중대성은 일반인의 법 감정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패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A씨의 진술서 정신질환 초기 증상이 의심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돌봐준 친누나도 살해?

자신을 돌봐주러 온 친누나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50대가 1심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양민호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B(58)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심신상실 상태서 범행했다고 주장했으나 진술조서 현장 감식, 압수물 등을 분석했을 때 심신 미약 상태는 인정되지만 상실 상태까지 이르렀다고는 보기 힘들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서 범행이 이뤄졌지만, 굉장히 잔혹하고 처참한 방식으로 범행이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해 양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B씨는 지난 4월27일 부산 사하구 한 아파트서 친누나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씨는 범행 이후 경찰 조사서 “누나가 자고 있다”며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B씨는 정신질환으로 30년 가까이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이후에도 국립법무병원(공주감호소)서 치료와 검사를 받았다.

B씨는 선고 공판서 “층간소음 때문에 부모와 친누나를 잃었다”며 횡설수설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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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