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불 지펴지는’ 정세균 대망론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1.18 10:48:06
  • 호수 12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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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제치고 이낙연 넘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세균 전 국회의장에게 꽃놀이패가 주어졌다. ‘종로’와 ‘총리’라는 카드다. 이 중 종로를 선택한다면 대권으로 한발자국 다가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는 심상치 않은 ‘정세균 대망론’을 추적했다.
 

▲ 정세균 전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가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갈아치우자,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하마평이 정가에 무성하다. 현재 7명의 인사가 자천타천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김진표·원혜영 의원,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등이다. 이 외에도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과 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까지 거론된다.

총리로?
종로로?

잎사 차기 총리와 관련해 짐작 가능한 발언이 나온 바 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서 문재인정부 후반기 인사 방침에 대해 “인재를 널리 구해 탕평인사를 하는 게 좋지 않은가”라고 강조했다.

탕평이라는 말은 여러 해석을 불러왔다. 민주당서 벗어나 있는 박지원 의원, 김종인 전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러나 박 의원은 지난 14일 총리설을 일축하며 “총선이 끝난 뒤 총리 제안이 있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가는 지역적 탕평을 의미했을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민주당 내에서는 “차기 총리는 호남이 가져갈 것”이라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영남 출신이니, 그에 맞춰 총리는 호남에서 나와야 ‘호남 홀대론’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논리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호남 총리론’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에게 내준 호남을 탈환하는 일은 민주당의 숙원이다.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 중 호남 출신은 전북 고창의 진영 장관, 전북 정읍의 김현미 장관, 전북 진안의 정 전 의장이 있다.

이 때문에 정 전 의장에 대해서는 한때 ‘총리 지명설’까지 나돌았다. 일각에선 정 전 의장이 이 총리의 후임으로 임명되고 이 총리는 정 전 의장의 지역구인 종로를 물려받는다는, 사실상의 맞트레이드 시나리오도 거론됐다.

그러나 정 전 의장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근거 없는 추측일 뿐”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도 자신을 둘러싼 총리설에 대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총선? 총리? 선택지 많아
전문가들 “경쟁력 충분”

이는 다분히 국가 의전서열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국회의장의 의전서열은 2위로 총리는 4위다.

정 전 의장이 만약 총리로 간다면, 의전서열이 2단계 아래인 자리로 가는 것이다. 모양새로 보나 입법부의 위상을 감안해서나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정 전 의장과 이 총리가 서로 자리만 맞바꾸는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무엇보다 정 전 의장의 종로 출마 의지가 높다. 17대 국회 이후 전직 의장들은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일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이 같은 관행에도 정 전 의장은 지난 1월 전북도의회 기자실을 찾은 자리서 “의장을 지냈으니 출마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다”며 여지를 남긴 바 있다.
 

▲ ▲(사진 왼쪽부터)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현미(국토교통부)·진영(전 보건복지부)장관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정 전 의장은 의장직을 내려놓은 후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역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종로서 정 전 의장의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정치 전문가들은 그의 경쟁력을 상당히 높게 보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난 13일 YTN과의 인터뷰서 “(종로에)인지도 높은 인사가 나왔을 때 과연 정 전 의장만큼의 경쟁력을 가진 인사가 있느냐, 저는 거의 없다고 본다”며 “굉장히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정 전 의장은 대권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만약 (정 전 의장이) 종로에서 유력한 야당의 대권후보와 경쟁해서 승리하면 저는 정 전 의장 역시 여당의 대권후보로 올라설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본다. 그러니 쉽게 (종로를)포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행은
관행일 뿐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역시 같은 인터뷰서 “(정 전 의장은)대권에 꿈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종로서 당선된다면 본격적인 대권 도전도 가늠해볼 수 있어서 (종로를)누구한테 양보하거나 그럴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종합하면 대권에 뜻이 있는 정 전 의장이 종로에 출마할 것이고, 당선된다면 여권의 유력 대권후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 총선 때마다 ‘정치 1번지’ 종로는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 하나다. 거물급 인사들의 격전지이자 승부처다.

역대 주인들의 면면만 봐도 화려하다. 윤보선 전 대통령(4대), 노무현 전 대통령(16대), 이명박 전 대통령(17대) 등 3명의 역대 대통령들을 배출한 곳이다.

6선의 정 전 의장은 전북서 4선(15·16·17·18대)을 지낸 후 종로서 19대,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만약 정 전 의장이 총 7선, 종로서만 3선에 성공한다면 앞서 언급된 역대 대통령의 뒤를 이을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경쟁자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오는 21대 총선서 종로는 미니 대선을 방불케 할 전망인데 경선부터 빅매치가 예상된다. 전직 의장과 역대 최장수 총리가 대결을 펼치는 그림이 그려진다. 바로 정 전 의장 대 이 총리다.

경선도…
본선도…

이 총리의 출마 예상지 중 하나가 종로다. 그는 복수의 여론조사서 차기 대권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미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획득한 이 총리 입장에선 더 이상 내각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연말쯤 자연스레 정계 복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가는 차기 대통령감으로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는 이 총리가 종로에 나서는 것이 민주당 입장서도 이득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때 종로로 주소지를 옮기는 등 출마를 준비해왔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7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 전 의장이 종로 출마 의지가 확고한 데다 이 총리의 출마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불출마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이낙연 국무총리

예상되는 본선 상대도 만만치 않다. 한국당 내부에선 황교안 대표가 종로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의도연구원장인 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지난 6월 “(황 대표는)종로 출마가 정공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총선을 진두지휘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치 분석가인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같은 달 MBC라디오서 “황 대표가 (종로에)나가니 마니 이런 얘기를 하는데, 한국당은 야당이고 도전자답게 해야 한다”며 “도전자 입장서 ‘한 번 붙어보자’는 자세로 황 대표처럼 가장 경쟁력 있는 사람이 종로에 나가야 한다.(여당서)정 전 의장이든, 임 전 실장이든, 이 총리든 누가 나와도 맞붙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황 대표의 총선 출마는 기정사실처럼 굳어져가는 분위기다. 본인 입장에선 ‘원외 당 대표’라는 한계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당 내부로부터 험지 출마를 요구받고 있다. 

종로→대권 수순 밟나
‘친문 표’부터 얻어야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민주당 추미애 의원을 잡겠다고(서울 광진을에) 가 있는 것처럼 황 대표도 제일 강한 사람을 잡으러 가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종로 출마를 촉구했다.

과연 정 전 의장은 이러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포스트 DJ’라는 타이틀을 거머쥘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호남 출신으로 유일하게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 DJ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지며 4번의 대선이 치러졌지만, 호남 출신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다.


후보마저도 가뭄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결해 패배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사실상 유일한 호남 출신 대권후보였다. 정 전 의장이 종로서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포스트 DJ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정가서 오랜 기간 제기되는 ‘호남 후보 필패론’이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호남의 인구는 영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호남의 힘만으로는 대권후보를 당선시키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 DJ가 대권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충청권의 김종필 총재와의 DJP연합이 꼽힌다. 호남 출신 대권후보에게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검증된 것이다.

친문 표심이 플러스 알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서 촉망받던 대선주자들은 최근 정치적 위험에 처해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시민사회 여러 곳에서 “선처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문계의 상징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특별검사팀은 항소심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대권 길
열렸나?

민주당과 친문계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두 사람이 대권서 멀어질 경우, 정세균·이낙연 등 호남 출신 3인방에게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DJ는 지난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같은 호남의 한화갑 후보보다 영남의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다. 결국 친문의 표심이 ‘정세균 대망론’은 물론 ‘호남 대망론’을 완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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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