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불 지펴지는’ 정세균 대망론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1.18 10:48:06
  • 호수 12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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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제치고 이낙연 넘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세균 전 국회의장에게 꽃놀이패가 주어졌다. ‘종로’와 ‘총리’라는 카드다. 이 중 종로를 선택한다면 대권으로 한발자국 다가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는 심상치 않은 ‘정세균 대망론’을 추적했다.
 

▲ 정세균 전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가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갈아치우자,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하마평이 정가에 무성하다. 현재 7명의 인사가 자천타천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김진표·원혜영 의원,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등이다. 이 외에도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과 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까지 거론된다.

총리로?
종로로?

잎사 차기 총리와 관련해 짐작 가능한 발언이 나온 바 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서 문재인정부 후반기 인사 방침에 대해 “인재를 널리 구해 탕평인사를 하는 게 좋지 않은가”라고 강조했다.

탕평이라는 말은 여러 해석을 불러왔다. 민주당서 벗어나 있는 박지원 의원, 김종인 전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러나 박 의원은 지난 14일 총리설을 일축하며 “총선이 끝난 뒤 총리 제안이 있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가는 지역적 탕평을 의미했을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민주당 내에서는 “차기 총리는 호남이 가져갈 것”이라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영남 출신이니, 그에 맞춰 총리는 호남에서 나와야 ‘호남 홀대론’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논리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호남 총리론’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에게 내준 호남을 탈환하는 일은 민주당의 숙원이다.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 중 호남 출신은 전북 고창의 진영 장관, 전북 정읍의 김현미 장관, 전북 진안의 정 전 의장이 있다.

이 때문에 정 전 의장에 대해서는 한때 ‘총리 지명설’까지 나돌았다. 일각에선 정 전 의장이 이 총리의 후임으로 임명되고 이 총리는 정 전 의장의 지역구인 종로를 물려받는다는, 사실상의 맞트레이드 시나리오도 거론됐다.

그러나 정 전 의장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근거 없는 추측일 뿐”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도 자신을 둘러싼 총리설에 대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총선? 총리? 선택지 많아
전문가들 “경쟁력 충분”

이는 다분히 국가 의전서열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국회의장의 의전서열은 2위로 총리는 4위다.

정 전 의장이 만약 총리로 간다면, 의전서열이 2단계 아래인 자리로 가는 것이다. 모양새로 보나 입법부의 위상을 감안해서나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정 전 의장과 이 총리가 서로 자리만 맞바꾸는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무엇보다 정 전 의장의 종로 출마 의지가 높다. 17대 국회 이후 전직 의장들은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일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이 같은 관행에도 정 전 의장은 지난 1월 전북도의회 기자실을 찾은 자리서 “의장을 지냈으니 출마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다”며 여지를 남긴 바 있다.
 

▲ ▲(사진 왼쪽부터)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현미(국토교통부)·진영(전 보건복지부)장관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정 전 의장은 의장직을 내려놓은 후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역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종로서 정 전 의장의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정치 전문가들은 그의 경쟁력을 상당히 높게 보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난 13일 YTN과의 인터뷰서 “(종로에)인지도 높은 인사가 나왔을 때 과연 정 전 의장만큼의 경쟁력을 가진 인사가 있느냐, 저는 거의 없다고 본다”며 “굉장히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정 전 의장은 대권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만약 (정 전 의장이) 종로에서 유력한 야당의 대권후보와 경쟁해서 승리하면 저는 정 전 의장 역시 여당의 대권후보로 올라설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본다. 그러니 쉽게 (종로를)포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행은
관행일 뿐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역시 같은 인터뷰서 “(정 전 의장은)대권에 꿈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종로서 당선된다면 본격적인 대권 도전도 가늠해볼 수 있어서 (종로를)누구한테 양보하거나 그럴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종합하면 대권에 뜻이 있는 정 전 의장이 종로에 출마할 것이고, 당선된다면 여권의 유력 대권후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 총선 때마다 ‘정치 1번지’ 종로는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 하나다. 거물급 인사들의 격전지이자 승부처다.

역대 주인들의 면면만 봐도 화려하다. 윤보선 전 대통령(4대), 노무현 전 대통령(16대), 이명박 전 대통령(17대) 등 3명의 역대 대통령들을 배출한 곳이다.

6선의 정 전 의장은 전북서 4선(15·16·17·18대)을 지낸 후 종로서 19대,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만약 정 전 의장이 총 7선, 종로서만 3선에 성공한다면 앞서 언급된 역대 대통령의 뒤를 이을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경쟁자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오는 21대 총선서 종로는 미니 대선을 방불케 할 전망인데 경선부터 빅매치가 예상된다. 전직 의장과 역대 최장수 총리가 대결을 펼치는 그림이 그려진다. 바로 정 전 의장 대 이 총리다.

경선도…
본선도…

이 총리의 출마 예상지 중 하나가 종로다. 그는 복수의 여론조사서 차기 대권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미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획득한 이 총리 입장에선 더 이상 내각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연말쯤 자연스레 정계 복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가는 차기 대통령감으로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는 이 총리가 종로에 나서는 것이 민주당 입장서도 이득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때 종로로 주소지를 옮기는 등 출마를 준비해왔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7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 전 의장이 종로 출마 의지가 확고한 데다 이 총리의 출마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불출마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이낙연 국무총리

예상되는 본선 상대도 만만치 않다. 한국당 내부에선 황교안 대표가 종로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의도연구원장인 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지난 6월 “(황 대표는)종로 출마가 정공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총선을 진두지휘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치 분석가인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같은 달 MBC라디오서 “황 대표가 (종로에)나가니 마니 이런 얘기를 하는데, 한국당은 야당이고 도전자답게 해야 한다”며 “도전자 입장서 ‘한 번 붙어보자’는 자세로 황 대표처럼 가장 경쟁력 있는 사람이 종로에 나가야 한다.(여당서)정 전 의장이든, 임 전 실장이든, 이 총리든 누가 나와도 맞붙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황 대표의 총선 출마는 기정사실처럼 굳어져가는 분위기다. 본인 입장에선 ‘원외 당 대표’라는 한계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당 내부로부터 험지 출마를 요구받고 있다. 

종로→대권 수순 밟나
‘친문 표’부터 얻어야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민주당 추미애 의원을 잡겠다고(서울 광진을에) 가 있는 것처럼 황 대표도 제일 강한 사람을 잡으러 가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종로 출마를 촉구했다.

과연 정 전 의장은 이러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포스트 DJ’라는 타이틀을 거머쥘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호남 출신으로 유일하게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 DJ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지며 4번의 대선이 치러졌지만, 호남 출신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다.


후보마저도 가뭄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결해 패배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사실상 유일한 호남 출신 대권후보였다. 정 전 의장이 종로서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포스트 DJ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정가서 오랜 기간 제기되는 ‘호남 후보 필패론’이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호남의 인구는 영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호남의 힘만으로는 대권후보를 당선시키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 DJ가 대권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충청권의 김종필 총재와의 DJP연합이 꼽힌다. 호남 출신 대권후보에게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검증된 것이다.

친문 표심이 플러스 알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서 촉망받던 대선주자들은 최근 정치적 위험에 처해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시민사회 여러 곳에서 “선처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문계의 상징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특별검사팀은 항소심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대권 길
열렸나?

민주당과 친문계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두 사람이 대권서 멀어질 경우, 정세균·이낙연 등 호남 출신 3인방에게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DJ는 지난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같은 호남의 한화갑 후보보다 영남의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다. 결국 친문의 표심이 ‘정세균 대망론’은 물론 ‘호남 대망론’을 완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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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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