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판결’ 재심 흑역사

“나는 범인이 아닙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9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특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부산교도소에 수감돼있던 용의자는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문제는 모방범의 소행으로 알려졌던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나선 것. 8차 사건의 진범으로 알려진 사람은 이미 20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 화성연쇄살인사건 8차 사건 기자회견

화성연쇄살인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918일 언론을 통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특정됐다는 소식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이 같은 상황을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서 복역 중이던 이춘재의 자백이, 상황을 완전히 뒤바꿔버렸다.

경찰 강요에

이춘재는 경찰 조사서 자신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자백했다. 문제는 8차 사건 역시 자신이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8차 사건은 이춘재의 자백 전까지 모방범죄로 알려져 있었다. 8차 사건의 진범으로 알려진 윤모씨는 이미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상태다. 엉뚱한 사람이 억울한 옥살이를 했을 가능성이 생긴 것.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916일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의 한 가정집에서 일어났다. 피해자는 박모양으로, 사건 당시 13세였다. 현장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모가 발견됐다. 경찰은 이 체모를 바탕으로 수리공들을 조사해 윤씨를 검거했다.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모범수로 감형돼 2009년 사회로 나왔다.

윤씨는 검거 직후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판 과정서도 경찰의 가혹행위로 인해 거짓으로 자백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법원에서는 윤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윤씨는 출소 이후 10년이 지난 2019년에야 법원에 정식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윤씨의 재심을 돕고 있는 재심 전문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이주희 변호사는 지난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이번 재심 과정은 단순히 승패 예측에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 사건 진행 과정서 경찰과 검찰, 국과수, 재판, 언론까지 왜 아무도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재심 청구의 의미를 밝혔다.

박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420조가 규정한 7가지 재심 사유 중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5)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1호 및 제7)를 이유로 들었다. 이춘재가 8차 사건 피해자 집의 대문 위치, 방 구조 등을 그려가며 침입경로를 진술한 점이나 윤씨가 범인으로 검거될 때 주요 증거였던 국립과학연구원의 감정서가 부실했던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춘재 “화성 8차 내가 했다 ”
20년 복역한 윤씨 재심 청구

또 경찰이 소아마비 장애인인 윤씨를 불법적으로 체포·감금했고 구타와 가혹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초등학교 3학년을 중퇴한 윤씨가 글씨가 서툴고 맞춤법을 잘 모르자 자술서에 써야 할 내용을 불러주거나 글을 써서 보여주며 작성을 강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심 청구를 통해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겪은 윤씨의 무죄를 밝히고 사법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인권 수사, 과학수사 원칙, 무죄 추정 원칙, 증거재판에 관한 원칙 등이 좀더 명확하게 개선돼야 하고 재심의 엄격함을 보다 완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유죄가 확정 선고된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심을 개시하는 것 자체가 수사기관의 수사는 물론 법원 판결에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요건이 까다롭다.
 

▲ 김신혜씨

앞서 형사사건으로 재심 결정이 내려진 사건은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수원 노숙소녀 사망사건등이 있다. 아버지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로 대법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김신혜씨 사건은 현재 재심이 진행 중이다.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영화 <재심>의 소재가 된 사건이다. 당시 16세의 최모씨가 약촌오거리 부근서 일어난 택시 운전기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다. 사건 당일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을 지나던 최씨는 길가의 한 택시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던 운전기사 유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가 도리어 범인으로 몰렸다.

최씨는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고, 결국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그가 수감돼있던 무렵 경찰이 진범의 정보를 확인했지만, 비난을 우려한 검찰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진범이 진술을 번복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최씨는 2016년에야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도 진범이 아닌 사람들이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경우다. 199926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77세의 주인 유모 할머니의 눈과 입을 청테이프로 막은 뒤 금반지와 현금 등을 빼앗아 달아났다. 유 할머니는 30분 뒤 질식사했다. 유 할머니의 조카며느리와 그 남편도 청테이프에 묶여 공포에 떨었다.

약촌오거리·삼례 나라슈퍼
억울한 누명 벗고 무죄 판결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동네 친구로 지내던 최모씨와 임모씨, 강모씨다. 최씨와 강씨는 지적장애인이었다. 이들은 징역 36년을 복역했다. 하지만 진범은 따로 있었다. 세 사람은 20153월 경찰의 강압수사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전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도 재심 끝에 범인으로 지목됐던 사람이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다. 2007년 수원시 매교동 수원고서 10대 소녀가 살해된 채 발견됐다. 경찰은 노숙자 2명과 가출청소년 5명을 범인으로 검거했다.

이들은 법정서 검사가 자백을 강요했다고 증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2심 재판서 이들이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노숙자 1명은 상해치사 혐의로 5년의 형기를 마친 뒤였다.
 

▲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의 모티브가 된 영화 &lt;재심&gt;

이후 만기 출소한 정모씨가 재심을 청구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벌금형을 받았던 강모씨도 재심을 청구해 무죄로 판결났다. 지적장애 2급인 강씨에 대해 재심 재판부는 강씨가 피해 소녀를 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어 그럼에도 강씨가 자백을 한 이유는 범행을 부인할 경우 받게 될 불이익을 걱정한 것으로 보인다경찰이 강씨에게 자백하라고 압박하는 등 강압수사를 한 정황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서 범인으로 지목된 7명은 모두 무죄로 판명 났다.

내가 했다

무기수 김신혜 사건은 재심이 진행 중이다. 김신혜는 지난 200037일 전남 완도군의 한 버스정류장서 아버지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20013월 대법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사건 당시 범행을 자백했던 김씨는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서 강압수사 등을 주장하며 무죄를 호소했다. 김씨는 2015년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9월 재심을 결정한 원심이 확정되면서 현재 재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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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