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황교안-유승민의 동상이몽

멀고도 넘기 힘든 ‘탄핵의 강’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제안한 ‘보수대통합’이 시작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탄핵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은 보수통합의 조건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했지만 강성 친박(친 박근혜)계는 반기를 들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탄핵’이라는 역린을 어떤 방식으로든 건드려야 하는만큼 보수통합은 험난한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대통합을 두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이 엇박자가 나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보수통합 의지를 밝혔지만, 변혁과의 통합방식에 대한 불만이 당내서 표출되면서다.

다시
뭉칠까

황 대표는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 우파의 모든 뜻 있는 분들과 함께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 위한 통합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우리가 추진하는 통합은 과거로 돌아가는 통합이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통합이어야 한다. 과거는 교훈으로 삼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의 ‘아킬레스건’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책임서 사실상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발언이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서 “지금은 모든 걸 통합의 대의에 걸어야 할 때다. 통합이 정의이고 분열은 불의”라고 말하며, 앞으로 보수통합을 위해 전면전을 펼칠 것을 시사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조건 없이 흩어진 보수진영이 우선 다시 뭉쳐야만 한다는 황 대표의 제안에, 같은 날 변혁의 유승민 의원은 “한국당이 제가 제안한 보수 재건의 원칙을 받아들일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화답했다.

한국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통합과 전진’의 참석자들도 조건 없는 보수 통합을 지지한다며 황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같은 당 김순례 최고위원도 “야권이 통합에 실패한다면 정권 재창출은 고사하고 21대 총선서도 필패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며 “서로의 작은 이해와 조건만 내세우지 말고 자유·안보를 바탕으로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모든 정당의 인재들이 조건 없이 빅텐트에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 친박계인 김태흠 의원은 “유승민계와의 통합을 반대하는 친박계는 이제 극소수거나 없다”며 “보수통합에 대한 시동이 걸린 만큼 개인 의견을 밖으로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당 공식 기구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선 보수통합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의원들이 다수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국당 계파갈등 보수대통합 선명
우리공화당 변혁 사실상 통합불가

황 대표는 지난 7일 보수대통합추진기구(이하 통합추진단)를 꾸려 단장으로 원유철 의원, 실무진으로는 홍철호·이양수 의원을 지명했다. 홍 의원은 바른정당에 있다가 한국당으로 돌아온 ‘복당파’ 의원이고, 이 의원은 우리공화당 홍문종 공동대표의 특보를 지낸 인물인 만큼 통합의 대상들과 용이한 논의를 위한 인사인 것으로 평가된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하지만 탄핵으로 인한 계파 갈등은 보수의 고질적인 문제로 단순히 통합에 대한 의지와 논의로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변혁의 유승민 의원은 앞서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을 위한 원칙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 등 세 가지를 제안했다.

그는 “세 가지 원칙만 확실히 지켜진다면 다른 아무 것도 요구하거나 따지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조건을 황 대표가 받아들이면 친박계와 비박(비 박근혜)계의 이해관계가 동시다발적으로 분출될 여지가 높고, 총선을 앞두고 계파 간의 갈등골이 오히려 더 깊어질 우려도 있다.

황 대표는 우리공화당과도 직간접적 논의와 소통을 해왔으며 이들과 함께 보수 빅텐트를 치겠다는 의견도 표명했다. 변혁과 우리공화당까지 끌어안는 대통합을 원하지만, 변혁과 한국당의 통합이 이뤄질 경우에는 우리공화당을 아우르는 보수통합은 물리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공화당은 강경하게 탄핵 무효를 계속해서 외쳐왔던 입장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변혁과는 ‘물과 기름’으로 비유되는 사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하는 우리공화당에 대해 유 의원은 “3년 전 탄핵에 매달려 있는 분들과는 같이 보수 재건은 어렵다”고 말했고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도 변혁에 ‘위장 보수’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최근 통합추진단장으로 내정된 원유철 의원을 두고도 친박계와 비박계의 기싸움이 벌어졌다. 지난 11일 황 대표에게 비박계인 권성동 의원이 원유철 통합추진단장 지명에 대한 우려를 보낸 문자메시지가 타 언론사에 포착됐다. 황 대표에게 전달된 이 메시지서 권 의원은 “통합추진단장으로 원 의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제가 알기로는 유승민 의원과 신뢰 관계가 없다”며 김무성 의원을 단장으로 추천했다.

물과 기름?
위장 보수?

그러자 원 의원은 지난 13일 SNS를 통해 “권성동 의원께서 ‘원유철은 유승민과 신뢰관계가 없어 통합추진단장으로 적절치 않다’고 했다”며 “제가 소통과정서 신뢰관계가 없었더라면 두 달 동안 물밑서 유 의원의 변혁 측과 소통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황 대표의 의중을 잘 아는 사람을 내심 원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원 의원의 지명으로 논란이 계속되자 한국당 내에서는 “변혁서도 원 의원과 컨텍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변혁의 선택으로 원 의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 의원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유 의원이 원 의원을 원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변혁 이준석 바른미래당 전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라디오 인터뷰서 “황 대표 측 인사가 오히려 판을 깨고자 하는 의도가 강한 것이 아닌가”라고 의심했다. 보수통합 논의와 관련해 변혁과 미리 협의되지 않은 것들을 한국당 쪽에서 흘리는 것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낸 셈이다.

실제 원 의원은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에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함께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뛰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와의 불화설로 인해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난 뒤, 원 의원이 적극적인 친박 행보로 비박계의 ‘신친박’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 권성동 의원의 문자메시지

아울러 원 의원이 현재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8년을 구형받고 1심 선고를 앞둔 점도 비박계 내에서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한국당 내 비박계 중에는 유 의원과 바른정당서 함께했던 복당파 인물들도 있는데,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을 굳이 통합 추진기구의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이는 황 대표가 복당파들을 고려하지 않고 친박계인 원 의원으로 보수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당 내부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아울러 변혁 유 의원 쪽에서도 한국당의 보수통합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통합을 두고 친박계와 비박계 사이에 잡음이 계속되면서 당 지도부가 인적쇄신 없이 서둘러 보수통합에만 급급하다 보니 계파별 수싸움만 난무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 의원이 통합추진단장으로 추천한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총선 불출마 입장을 밝히면서 “우파 정치 세력이 어렵게 되는 과정서 책임자급에 있던 사람은 이번 선거서 쉬어야 한다”고 친박계 인물들을 에둘러 겨냥하기도 했다.

양쪽 모두
진정성 의심

반면 친박계 일부 의원은 황 대표의 보수통합에 반감을 표시했다. 대표적 친박계 인물로 꼽히는 김진태 의원은 지난 8일, 강원 지역 의원들에게 유승민계인 변혁과의 통합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은 “유 의원을 꽃가마 태워 데려오는 것은 통합이 아닌 분열의 씨앗이다. 확실하지 않은 중도 표심에 호소하다 우파 집토끼가 화가 날 수 있다”고 말해 변혁과의 통합에 반발했다. 김 의원 뿐 아니라 당내 친박계 사이에서는 중진이 다수 포진돼있는 비박계가, 보수통합으로 세를 확장하기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수통합 조건인 탄핵 인정에 대한 황 대표의 미지근한 반응과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계속되자, 변혁 측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서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며 한국당과 아예 선을 그었다. 신당기획단을 발족해 ‘제3지대’서의 중도보수 신당 창당에 우선 매진하고자 하는 셈이다.
 

▲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변혁 측은 보수 진영의 재건을 위해 탄핵의 잘못을 인정해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는 ‘개혁보수’를 강조했다. 보수가 추구하는 지향점과 가치를 분명히 하지 않은 채 한국당이 혁신의 자세를 보여주지 않으면 통합이 불가하단 점을 시사한 셈이다. 사실상 변혁 측과 한국당의 통합은 탄핵을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공화당과 한국당 일부를 몰아내야 가능하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변혁 오신환 신임대표는 YTN서 “한국당이 유 의원의 3대 원칙을 극복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며 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변혁 이혜훈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혁신 없는 통합은 해봐야 의미도 없고 국민들은 선거용 야합이라고 본다”며 “지금 한국당에 대고 혁신 먼저 하라고 얘기했는데 그 부분에 대한 답이 아직 없는 상황이라서 변혁이 ‘통합은 없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 창당 제3지대 가능성도
실패시 내년 총선 패색 짙어

지난 14일 유승민 의원은 “변혁의 1막이 끝났다. 변혁 대표직서 물러난다. 제가 물러나고 오신환 의원이 변혁 신임대표를 맡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당기획단은 공동단장인 권은희·유의동 의원과 신임대표 오신환 의원이 맡게 됐다”고도 했다. 이들은 모두 다 70년대 생으로, 신당의 가치를 ‘공정’이라고 밝히면서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유 의원은 한국당과 통합 논의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우리가 변혁을 만들 때 이대로는 안 된다, 우리 길은 우리 의지로 선택한다는 정신으로 출범했다”며 한국당과 통합을 염두해 창당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변혁 내의 이견 여부에 대해 그는 “15명 변혁 소속 의원과 여기에 권은희·이준석 전 최고위원, 김철근 대변인까지 모두 동의해서 출범시켰다”며 만장일치로 출범한 정당성 있는 기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신당추진기획단장을 맡은 권 의원은 한국당과의 물밑 접촉에 대해 “명확한 것은 한국당서 변혁 입장을 설명할 공식적인 창구, 공식적인 대화, 공식적 논의, 공식적인 준비가 전혀 없으며 향후로도 가질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변혁의 신당 창당 시점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10일이 기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한국당과 변혁이 창당한 신당과의 당대당 통합이다. 변혁이 연내에 신당을 창당한 뒤 한국당과 보수통합 논의가 무르익었을 때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서 유 의원의 ‘새 집 짓기’ 주장대로 제3지대 신당 창당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보수 진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한국당 외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등으로 분열됐다. 20대 총선 패배, 2017년 대선 패배, 2018년 지방선거 패배가 이어지면서, 현재의 상황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면 표가 갈라져 패색이 짙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돌고 돌아
도로 새누리?

만약 한국당과 변혁의 통합이 성공한다면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일대일 구도가 형성돼 한국당의 문재인정부 심판론은 힘을 받을 수 있다. ‘대의’를 위해 한국당 내 계파갈등이 불식될 것인지, 계파 간의 수싸움과 우리공화당이라는 변수가 내년 총선 정국까지 크게 작용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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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