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황교안-유승민의 동상이몽

멀고도 넘기 힘든 ‘탄핵의 강’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제안한 ‘보수대통합’이 시작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탄핵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은 보수통합의 조건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했지만 강성 친박(친 박근혜)계는 반기를 들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탄핵’이라는 역린을 어떤 방식으로든 건드려야 하는만큼 보수통합은 험난한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대통합을 두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이 엇박자가 나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보수통합 의지를 밝혔지만, 변혁과의 통합방식에 대한 불만이 당내서 표출되면서다.

다시
뭉칠까

황 대표는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 우파의 모든 뜻 있는 분들과 함께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 위한 통합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우리가 추진하는 통합은 과거로 돌아가는 통합이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통합이어야 한다. 과거는 교훈으로 삼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의 ‘아킬레스건’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책임서 사실상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발언이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서 “지금은 모든 걸 통합의 대의에 걸어야 할 때다. 통합이 정의이고 분열은 불의”라고 말하며, 앞으로 보수통합을 위해 전면전을 펼칠 것을 시사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조건 없이 흩어진 보수진영이 우선 다시 뭉쳐야만 한다는 황 대표의 제안에, 같은 날 변혁의 유승민 의원은 “한국당이 제가 제안한 보수 재건의 원칙을 받아들일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화답했다.


한국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통합과 전진’의 참석자들도 조건 없는 보수 통합을 지지한다며 황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같은 당 김순례 최고위원도 “야권이 통합에 실패한다면 정권 재창출은 고사하고 21대 총선서도 필패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며 “서로의 작은 이해와 조건만 내세우지 말고 자유·안보를 바탕으로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모든 정당의 인재들이 조건 없이 빅텐트에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 친박계인 김태흠 의원은 “유승민계와의 통합을 반대하는 친박계는 이제 극소수거나 없다”며 “보수통합에 대한 시동이 걸린 만큼 개인 의견을 밖으로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당 공식 기구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선 보수통합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의원들이 다수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국당 계파갈등 보수대통합 선명
우리공화당 변혁 사실상 통합불가

황 대표는 지난 7일 보수대통합추진기구(이하 통합추진단)를 꾸려 단장으로 원유철 의원, 실무진으로는 홍철호·이양수 의원을 지명했다. 홍 의원은 바른정당에 있다가 한국당으로 돌아온 ‘복당파’ 의원이고, 이 의원은 우리공화당 홍문종 공동대표의 특보를 지낸 인물인 만큼 통합의 대상들과 용이한 논의를 위한 인사인 것으로 평가된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하지만 탄핵으로 인한 계파 갈등은 보수의 고질적인 문제로 단순히 통합에 대한 의지와 논의로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변혁의 유승민 의원은 앞서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을 위한 원칙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 등 세 가지를 제안했다.

그는 “세 가지 원칙만 확실히 지켜진다면 다른 아무 것도 요구하거나 따지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조건을 황 대표가 받아들이면 친박계와 비박(비 박근혜)계의 이해관계가 동시다발적으로 분출될 여지가 높고, 총선을 앞두고 계파 간의 갈등골이 오히려 더 깊어질 우려도 있다.

황 대표는 우리공화당과도 직간접적 논의와 소통을 해왔으며 이들과 함께 보수 빅텐트를 치겠다는 의견도 표명했다. 변혁과 우리공화당까지 끌어안는 대통합을 원하지만, 변혁과 한국당의 통합이 이뤄질 경우에는 우리공화당을 아우르는 보수통합은 물리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공화당은 강경하게 탄핵 무효를 계속해서 외쳐왔던 입장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변혁과는 ‘물과 기름’으로 비유되는 사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하는 우리공화당에 대해 유 의원은 “3년 전 탄핵에 매달려 있는 분들과는 같이 보수 재건은 어렵다”고 말했고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도 변혁에 ‘위장 보수’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최근 통합추진단장으로 내정된 원유철 의원을 두고도 친박계와 비박계의 기싸움이 벌어졌다. 지난 11일 황 대표에게 비박계인 권성동 의원이 원유철 통합추진단장 지명에 대한 우려를 보낸 문자메시지가 타 언론사에 포착됐다. 황 대표에게 전달된 이 메시지서 권 의원은 “통합추진단장으로 원 의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제가 알기로는 유승민 의원과 신뢰 관계가 없다”며 김무성 의원을 단장으로 추천했다.

물과 기름?
위장 보수?

그러자 원 의원은 지난 13일 SNS를 통해 “권성동 의원께서 ‘원유철은 유승민과 신뢰관계가 없어 통합추진단장으로 적절치 않다’고 했다”며 “제가 소통과정서 신뢰관계가 없었더라면 두 달 동안 물밑서 유 의원의 변혁 측과 소통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황 대표의 의중을 잘 아는 사람을 내심 원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원 의원의 지명으로 논란이 계속되자 한국당 내에서는 “변혁서도 원 의원과 컨텍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변혁의 선택으로 원 의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 의원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유 의원이 원 의원을 원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변혁 이준석 바른미래당 전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라디오 인터뷰서 “황 대표 측 인사가 오히려 판을 깨고자 하는 의도가 강한 것이 아닌가”라고 의심했다. 보수통합 논의와 관련해 변혁과 미리 협의되지 않은 것들을 한국당 쪽에서 흘리는 것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낸 셈이다.

실제 원 의원은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에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함께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뛰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와의 불화설로 인해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난 뒤, 원 의원이 적극적인 친박 행보로 비박계의 ‘신친박’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 권성동 의원의 문자메시지

아울러 원 의원이 현재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8년을 구형받고 1심 선고를 앞둔 점도 비박계 내에서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한국당 내 비박계 중에는 유 의원과 바른정당서 함께했던 복당파 인물들도 있는데,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을 굳이 통합 추진기구의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이는 황 대표가 복당파들을 고려하지 않고 친박계인 원 의원으로 보수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당 내부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아울러 변혁 유 의원 쪽에서도 한국당의 보수통합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통합을 두고 친박계와 비박계 사이에 잡음이 계속되면서 당 지도부가 인적쇄신 없이 서둘러 보수통합에만 급급하다 보니 계파별 수싸움만 난무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 의원이 통합추진단장으로 추천한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총선 불출마 입장을 밝히면서 “우파 정치 세력이 어렵게 되는 과정서 책임자급에 있던 사람은 이번 선거서 쉬어야 한다”고 친박계 인물들을 에둘러 겨냥하기도 했다.

양쪽 모두
진정성 의심

반면 친박계 일부 의원은 황 대표의 보수통합에 반감을 표시했다. 대표적 친박계 인물로 꼽히는 김진태 의원은 지난 8일, 강원 지역 의원들에게 유승민계인 변혁과의 통합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은 “유 의원을 꽃가마 태워 데려오는 것은 통합이 아닌 분열의 씨앗이다. 확실하지 않은 중도 표심에 호소하다 우파 집토끼가 화가 날 수 있다”고 말해 변혁과의 통합에 반발했다. 김 의원 뿐 아니라 당내 친박계 사이에서는 중진이 다수 포진돼있는 비박계가, 보수통합으로 세를 확장하기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수통합 조건인 탄핵 인정에 대한 황 대표의 미지근한 반응과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계속되자, 변혁 측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서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며 한국당과 아예 선을 그었다. 신당기획단을 발족해 ‘제3지대’서의 중도보수 신당 창당에 우선 매진하고자 하는 셈이다.
 

▲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변혁 측은 보수 진영의 재건을 위해 탄핵의 잘못을 인정해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는 ‘개혁보수’를 강조했다. 보수가 추구하는 지향점과 가치를 분명히 하지 않은 채 한국당이 혁신의 자세를 보여주지 않으면 통합이 불가하단 점을 시사한 셈이다. 사실상 변혁 측과 한국당의 통합은 탄핵을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공화당과 한국당 일부를 몰아내야 가능하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변혁 오신환 신임대표는 YTN서 “한국당이 유 의원의 3대 원칙을 극복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며 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변혁 이혜훈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혁신 없는 통합은 해봐야 의미도 없고 국민들은 선거용 야합이라고 본다”며 “지금 한국당에 대고 혁신 먼저 하라고 얘기했는데 그 부분에 대한 답이 아직 없는 상황이라서 변혁이 ‘통합은 없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 창당 제3지대 가능성도
실패시 내년 총선 패색 짙어

지난 14일 유승민 의원은 “변혁의 1막이 끝났다. 변혁 대표직서 물러난다. 제가 물러나고 오신환 의원이 변혁 신임대표를 맡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당기획단은 공동단장인 권은희·유의동 의원과 신임대표 오신환 의원이 맡게 됐다”고도 했다. 이들은 모두 다 70년대 생으로, 신당의 가치를 ‘공정’이라고 밝히면서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유 의원은 한국당과 통합 논의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우리가 변혁을 만들 때 이대로는 안 된다, 우리 길은 우리 의지로 선택한다는 정신으로 출범했다”며 한국당과 통합을 염두해 창당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변혁 내의 이견 여부에 대해 그는 “15명 변혁 소속 의원과 여기에 권은희·이준석 전 최고위원, 김철근 대변인까지 모두 동의해서 출범시켰다”며 만장일치로 출범한 정당성 있는 기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신당추진기획단장을 맡은 권 의원은 한국당과의 물밑 접촉에 대해 “명확한 것은 한국당서 변혁 입장을 설명할 공식적인 창구, 공식적인 대화, 공식적 논의, 공식적인 준비가 전혀 없으며 향후로도 가질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변혁의 신당 창당 시점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10일이 기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한국당과 변혁이 창당한 신당과의 당대당 통합이다. 변혁이 연내에 신당을 창당한 뒤 한국당과 보수통합 논의가 무르익었을 때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서 유 의원의 ‘새 집 짓기’ 주장대로 제3지대 신당 창당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보수 진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한국당 외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등으로 분열됐다. 20대 총선 패배, 2017년 대선 패배, 2018년 지방선거 패배가 이어지면서, 현재의 상황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면 표가 갈라져 패색이 짙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돌고 돌아
도로 새누리?

만약 한국당과 변혁의 통합이 성공한다면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일대일 구도가 형성돼 한국당의 문재인정부 심판론은 힘을 받을 수 있다. ‘대의’를 위해 한국당 내 계파갈등이 불식될 것인지, 계파 간의 수싸움과 우리공화당이라는 변수가 내년 총선 정국까지 크게 작용될지 주목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 유튜버 데뷔 진짜 이유

문재인 유튜버 데뷔 진짜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잊히고 싶다던 사람의 행보는 절대 아니지 않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국민 행보를 시작했다. 전임 대통령과 달리 퇴임 후에도 활발한 활동으로 입길에 오르더니 최근에는 그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을 얼마 앞둔 시점에 남긴 “잊히고 싶다”는 말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보수 정당은 문 전 대통령의 말을 ‘허언’이라고 치부하는 중이고 진보 세력에서도 “좀 너무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임 대통령의 행보라고 하기엔 과하다는 지적이다. 의도 없어도 정치 행보로 문 전 대통령은 2022년 3월30일 불교계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퇴임을 40일 정도 남긴 시점이었다. 앞서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 이후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와 계속 연관을 갖는다든지 그런 것은 일절 하고 싶지 않다”며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이 끝나고 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대국민 소통을 이유로 SNS를 시작했다. 책을 추천하거나 시국과 관련해 발언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행사에 참석해 직접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적도 있다. 선거 때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에게서는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문 전 대통령의 행보는 매번 입길에 올랐다. 전직 대통령인 만큼 행보 하나하나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다. 백번 양보해서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의 언행은 정치권은 물론 국민에게도 얘깃거리가 되곤 했다. 그런 문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유튜버로 깜짝 변신했다. 전직 대통령이 유튜버로 데뷔한 사례 역시 역대 최초다. 무엇보다 영상 제작을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겸손방송국’이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해석이 줄을 잇고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초 친명 측서 민감하게 반응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에 게재된 ‘EP. 1 시인이 된 아이들과 첫 여름, 완주’ 영상에 출연했다. 채널명인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무는 경남 양산에서 운영 중인 서점이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평산책방’ 계정에 45초 남짓의 영상을 올려 유튜버로서의 출발을 알린 바 있다. 영상은 문 전 대통령과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됐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책방의 ‘책방지기’로 소개됐다. 첫 번째 추천작은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였다. 소년보호 사건 재판에서 보호위탁 처분을 받은 경남 청소년위탁센터의 청소년 76명이 작성한 시를 엮어 만든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아이들은 앞으로 우리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느냐, 안 그러면 계속 빗나간 생활을 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애들은 들어주기만 해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집의 표제시인 ‘가만히’를 가장 기억에 남는 시로 꼽았다. 두 번째 책으로는 류기인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부장판사 등이 엮은 <네 곁에 있어줄게>를 추천했다. 청소년회복센터 교사, 자원봉사자 등이 소년재판과 소년사건 현장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담은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책은 평산책방이 직접 출판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출판할 수 있었다”면서 “책이 많이 팔려서 아이들에게 인세(저작권 사용료)를 나눠주고 아이들이 ‘시집도 냈고 인세도 받았다’는 자긍심으로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유튜버 데뷔는 정치권을 흔들었다. SNS 글, 직접 발언 등으로 메시지를 던진 적은 있지만 고정 출연을 명목으로 한 주기적인 방송 활동은 그 영향력에 있어서 결이 다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문 전 대통령의 행보에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친명(친 이재명)계’ 쪽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뜬금없이 갑자기 왜? 실제 유튜브 영상은 물론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커뮤니티 등에는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잊혀지고 싶다고 했으면 조용히 있어달라’ ‘왜 대통령이 순방길에 나선 시점에 유튜브를 하나’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영상 제작을 맡은 김씨와의 연관성을 언급하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와 연결 짓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전쟁이 본격화할 즈음에 ‘친문(친 문재인)’ 세력을 규합해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국민의힘 등 야권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에 영향을 끼치겠다는 의도로 비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후보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 민주당 지지층이 친명과 친문(친 문재인)으로 갈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사이가 미묘하게 흔들리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정 대표는 임기 초부터 이 대통령이 주목받아야 할 시기마다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도 정 대표는 당원 주권 강화를 취지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값을 1인1표로 하겠다는 내용을 두고 의견 수렴을 하겠다며 전 당원 여론조사를 밀어붙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당 대표 선거에서 ‘당심’을 등에 업고 당선된 정 대표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연임을 노리고,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쥐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힘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친문 스피커로 불리는 김어준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 대표가 되기 전부터 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온라인 게시판에 자주 글을 남겼다. 당 대표 취임 후에는 “사법개혁안을 당론으로 추진해 본회의에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인사 글을 남기기도 했다. 공천 전쟁 친문 결집? 지난 6일 제주도에서 열린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워크숍 강연에선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봤을 때 <딴지일보>가 가장 바로미터”라고 발언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정 지지층에 휘둘린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타나면서 지방선거가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한편으로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과거와 비교해 많이 훼손된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기 내내 4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점, 퇴임 후의 행보가 지지세를 깎아 먹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게 지난해 총선 때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4·10 총선 당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 활동을 펼쳤다. 당시 그는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이라며 윤석열정부를 연일 공격했다. 국민의힘이 “최악의 정부는 문재인 정부”라고 정면 반박하면서 문 전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폭망’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부·울·경 일대를 돌며 민주당 후보 11명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9명이 낙선한 것이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지지층을 중심으로 ‘문재인 책임론’이 불거졌다. 문 전 대통령의 등장이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보수층에서 ‘문 전 대통령 덕분에 보수가 결집했다’는 조롱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총선 유세 ‘폭망’ 조국 사면으로 민심 악화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사면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돼 수감된 상태였다. 조 대표가 받은 형량은 2년으로 만기 출소는 내년 2월로 예정돼있었다. 그런 그를 ‘광복절 사면’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조 대표 사면 요구는 이정부의 임기 초반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처음 정치권에서 조 대표의 사면 이슈가 흘러나왔을 당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역대 정부에서 임기 초에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점, 조 대표에 대한 민심이 부정적인 점 등이 근거로 떠올랐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대학 입시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 논란과 결합하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줬다.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크게 흔들린 시점도 조국 사태였고, 결정적으로 윤정부의 탄생에 단초가 됐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사면 요구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류가 변했다. ‘조국에게는 마음의 빚이 있다’는 문 전 대통령의 생각이 사면 요구로 나타나면서 조 대표의 사면을 지지하는 쪽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대통령) 임기 때에도 못 한 일을 왜 현 정부에 해달라고 하느냐’는 의견이 분출했다. 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조 대표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사면 요구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 부담 주지 말라는 의견도 빗발쳤다.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조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이겼다’ ‘친문 살아 있다’는 등의 말이 나왔다. 후폭풍은 거셌다. 60%대를 견고하게 유지하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주저앉았다. 공정 이슈가 훼손됐다고 생각한 2030세대가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 영향력은 두고 봐야 문 전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평산책방’ 계정에 올라오는 영상 중 ‘평산책방 TV’라는 코너에 고정 출연할 예정이다. 문 전 대통령이 내놓는 발언, 추천하는 책, 출연자 등이 하나하나 입방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트로이 목마’가 될까, ‘서포터’가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