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이인성 미술상’ 수상자 공성훈

카메라에 담은 풍경 속 사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구미술관이 이인성 미술상수상자 공성훈의 개인전을 준비했다. 공성훈은 우리가 일상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주변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고 이를 토대로 대상을 하나의 화면에 새롭게 구성해 실재와 판타지가 공존하는 화면을 구축하는 작업을 해왔다.
 

▲ 개 2004 227.3x181.8cm Oil on Canvas

이인성 미술상은 한국 근대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서양화가 이인성의 작품 세계와 높은 예술정신을 기리고 한국미술 발전에 기여하고자 1999년 대구시가 제정한 상이다. 여러 장르가 혼재한 현대미술 흐름 속에서 평면작업에 중점을 두고 독창적이면서 실험적인 작업을 지속하는 중진작가를 매해 선정하고 있다.

재현 아닌

공성훈은 지난 20181019회 이인성 미술상수상자로 뽑혔다. 미술계 전문가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의서 5명의 후보자를 선정해 엄중한 심사를 거친 끝에 공성훈이 최종 수상자로 결정됐다.

당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김지원 교수는 풍경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접근으로 인간의 길을 통찰했다시대의 불안과 모순을 풍경을 통해 표현하는 공성훈의 명확한 관점과 회화적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또 심사위원들은 자연 풍경을 개인과 사회가 긴밀히 맞물린 다층적 의미로 전환해 회화 세계를 확장한 점이 이인성 미술상의 지향점과 부합한다고 평했다.


실재와 판타지의 공존
심리적 불안감 드러내

공성훈은 서울대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서울산업대서 전자공학을 공부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서양화로 작업을 시작했지만 슬라이드 프로젝션을 이용한 설치작업으로 주목받았다. 1998년부터는 회화를 통해 익숙한 일상을 다룬 풍경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전시 사건으로서의 풍경은 공성훈이 지난 20여년동안 지속해온 회화를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전시 제목인 사건으로서의 풍경은 공성훈의 평면 작업 전반을 아우른다.

특정한 장소나 어떤 장면의 재현적인 풍경이 아니라 보는 이로 하여금 심리적 불안감을 주는 사건으로서의 풍경을 다룬다.
 

▲ 버드나무1 2015 Oil on Canvas 227.3x181.8cm

공성훈은 개인전 , ’ ‘벽제의 밤을 통해 밤 풍경화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종종 밤마다 카메라 하나만 들고 산책을 즐겼고 동네 주변의 인적 없는 밤의 모습들, 묶여 있는 개, 인위적인 전쟁기념비, 을씨년스런 화장터, 밤에 더 화려해지는 모텔촌 등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그 사진을 토대로 그림을 그려 밤의 짙은 어두움과 인공조명의 인위적인 강렬함의 대비를 극대화시켰다.

장승연 <아트인컬처> 기자는 공성훈이 그린 풍경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풍경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장소가 많다“‘교외, 여가전시서 선보인 풍경들은 운동장, 모텔, 공원 등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여가 공간들이라고 설명했다.


풍경에 대한 새로운 접근
회화의 본질을 탐구·성찰

그러면서 “‘근린 자연전시서도 인공절벽, 인공연못, 꽃 조형물과 같은 결코 자연스럽지 않은 자연이 소재가 됐다공성훈이 그 풍경들을 더 압도적으로 보이도록 그려 기괴하고도 낯선 분위기를 강렬히 심어놓았다. 한층 불안하고 심리적인 사건처럼 변화한 그림에는 많은 상징적 의미들이 자연스럽게 내포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선 1988년경부터 시작한 벽제의 밤풍경 작품들과 서울 근교의 인공적 자연 풍경, 그리고 바다와 숲, 바위와 절벽을 소재로 작업한 제주도 풍경 등 밀도 높은 회화 작품 70여점을 소개한다.
 

▲ 절벽(담배피우는 남자)  2013 Oil on Canvas 227.3x181.8cm

1993년 처음 선보인 카메라 옵스큐라 설치 작품도 선보인다. 이 작품은 관람객이 대형 카메라 내부로 들어가 대구미술관 3전시실 풍경을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비춰진 것의 관계를 대조적으로 다루는 작업이다.

공성훈이 오랜 시간동안 고민해온 카메라의 발명과 그 이후 회화의 생명력, 리얼리티 개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사건으로서

유은경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공성훈이 회화의 본질을 탐구해나가는 과정과 내적 성찰이 담긴 작품 세계 전반에 대해 확인해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며 동시대 예술의 다양한 변주들 속에서 회화가 가지고 있는 진실한 힘에 대해 재고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내년 112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공성훈은?]

1965년 인천 출생

학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전공 학사(1987)
서울산업대학 전자공학 전공 학사(1991)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전공 석사(1994)


개인전

웅덩이아라리오뮤지엄(2019)
어스름아라리오갤러리(2015)
바람, 그리고 바다아라리오 갤러리(2014)
돌던지기통익옥션갤러리(2014)
풍경 안 풍경신세계갤러리(2014)
‘Not so Sublime’ KDB
대우증권 아트스페이스(2013)
올해의 작가상: 겨울여행국립현대미술관(2013) 외 다수

수상

19회 이인성 미술상(2018)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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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