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기무사 계엄 문건 파문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1.13 09:41:09
  • 호수 12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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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사건 덮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총리였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문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수사했던 검찰이 사건을 덮었다는 주장도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 군 계염령 문건 관련 기자회견 갖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재판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계엄령 검토 과정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국 관련
대비 계획

임 소장은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제보를 통해 지난해 7월6일 언론에 공개했던 기무사 계엄령 문건인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수행 방안’의 원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임 소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해 새 문건에는 기존 문건서 삭제됐던 내용이 들어 있다며 크게 3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황 대표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시절 NSC 의장이었는데 NSC를 개최해 군사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그가 작성한 문건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문건에는 (군이)서울 진입을 위해 계엄군의 이동경로를 자세히 파악한 내용도 담겨있다. 또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를 구체적으로 하기 위해 포고령을 작성해 이를 어기는 의원들을 검거해 사법처리한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 소장은 “이 문건을 보면(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 이틀 전인 2017년 3월8일을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디데이로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도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과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게 계엄령 검토를 최초로 지시했다는 진술이 거짓이라고 밝혔다. 임 소장은 “조 전 사령관은 한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령 검토 지시를 받기 이전부터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며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전 사령관은 한 전 장관을 만나기 일주일 전부터 소강원 기무사 3처장을 불러 계엄령 문건 작성과 계엄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고, 2017년 2월10일 청와대에 들어가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원본 입수 군인권센터 “황교안 연루 정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NSC 주재 주장

군인권센터는 조 전 사령관이 김 전 실장을 만난 시기가 소강원 3처장에게 계엄령 보고를 요구한 날짜와 일치한다며 청와대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검찰은 ‘2017년 2월17일 조현천을 만나 전반적인 군병력 출동 문제에 대해 관련 법령이 어떻게 돼있는지 검토해보라고 지시해 기무사서 계엄문건을 만들게 됐다’는 한 전 장관의 본인 진술을 근거로 한 전 장관을 불기소하면서 참고인 중지 처분했다.

이에 대해 임 소장은 “참고인 중지 처분의 근거가 된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며 “제보 내용대로라면 계엄 문건과 관련한 모종의 논의가 이전부터 진행돼왔다는 것이며, 발단은 황 대표가 권한대행 체제하에 청와대가 있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오른쪽)와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은 당시 ‘기무사 계엄령 문건 합동수사단’(합수단) 수사서 복수의 참고인들로부터 이런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도 당시 한 전 장관은 거짓 진술을 했으며 김 전 실장은 “보고 받은 바 없다”며 발뺌했다는 게 군인권센터 측의 주장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 소장은 “제보가 사실이라면 검찰은 조 전 사령관 없이도 충분히 사건 전모를 밝혀낼 수 있는 상황서 수사를 중단해 주요 피의자들을 1년 이상 방치하고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준 셈”이라며 “검찰은 사실관계를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검찰은 불기소 처분장에는 한 전 장관 진술만 그대로 인용해 불기소 사유로 적시했다”며 “사건 수사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문건 작성의 발단과 TF 구성 일자 등에 대해 일언반구도 남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진술 확보하고
 조치하지 않아”

추가로 군인권센터는 검찰이 확보하고 있는 계엄령 문건이 총 10개라는 제보를 공개하며 검찰에게 문서와 관련된 사실여부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은 위와 같은 진술을 확보한 바 있는지 ▲군인권센터가 제보받은 내용은 진실인지 ▲모두 진실이라면 사실관계를 고의로 누락해 불기소 처분을 작성한 경위는 무엇인지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군 특별수사단장이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북한 급변 사태를 가정해 계엄령을 검토했다는 문서를 확보하고도 은폐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특별수사단장을 지낸 전익수 대령이 2018년 수사단 활동 당시 휘하 군검사들의 수사 결과를 은폐하려고 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게 군인권센터 측의 주장이다. 전 대령은 ‘계엄령 문건 관련 군·검 합수단’의 공동수사단장, 군의 ‘기무사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의혹 특별수사단’ 특별수사단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2016년 10월 신모 당시 국방비서관실 행정관은 김 전 실장 지시에 따라 ‘북한 급변 사태’를 가정해 국내 전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문건을 바탕으로 ‘북 급변사태 시 긴급명령 관련 검토’, 소위 ‘희망계획’의 일부가 되는 공문서까지 만들었다. 

이 문건에는 계엄 발생의 요건, 국회가 계엄 해제를 시도할 때 저지할 방안 등이 담겼다. 계엄사령관을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당시 군검찰 특별수사단은 희망계획 문건이 기무사 계엄 문건과 관련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청와대와 기무사의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 신모 행정관을 압수수색했다.

임 소장은 “압수수색 과정서 희망계획과 관련한 문서도 확보했지만 수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중단됐다”며 “신모 행정관도 계엄과 관련된 혐의는 덮고 별건수사로 확인한 군사기밀누설,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군인권센터는 전 대령이 수사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임 소장은 “전 대령은 군 특수단장 당시 휘하 군검사들에게 계엄 수사 내용을 보고하지 못하게 하고 추가적인 수사 의지를 피력한 법무관을 특수단서 쫓아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촛불집회가 진행되던 당시 기무사가 집회 상황과 탄핵안 가결 시 군 조치사항 등을 검토한 문건 11건의 존재를 국회 정보위원회가 확인했다. 문건 작성엔 14명이 관여했는데 모두 신분상 불이익 없이 원대복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위 국감서
문건 실물 확인


지난 5일 안보지원사·경찰청에 대한 정보위 국정감사 직후 여야 간사인 김민기(더불어민주당)·이은재(자유한국당) 의원은 브리핑을 열고 “11개의 문건을 실제로 안보지원사서 갖고 있고, 현재 사령관이 직접 확인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문건 내용에 대해선 여야 간사는 “문건의 실물을 봤고, 내용을 확인했지만 공개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여야 간 해석 차이가 컸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간사는 “내용을 보면 계엄령이라든지 쿠데타라든지 하는 내용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며 “현재 상황을 보고하는 내용인데, 너무 와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민기 민주당 간사는 “기무사로서 해야 할 일의 범위를 넘어선 건 분명했다. 안보지원사 사령관도 ‘직무범위를 넘어선 행위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며 “제 판단으론 기무사가 당시 아예 정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이날 간사들에 따르면 안보지원사는 정보위원들에게 “문건 작성자가 14명”이라고 보고했으나 이들이 “처벌받거나 문제 되지 않고 부대로 복귀했다”고 보고했다.

황 대표를 비롯해 국방부·검찰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황 대표는 계엄령 문건 개입 의혹을 폭로한 임 소장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황 대표는 이와 관련해 “(당시)NSC에 참석할 일 있으면 (권한대행이었던)내가 참석한다”고 NSC 주재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계엄 문건은 본 일도, 들은 일도 없다. 완전히 가짜뉴스고, 가짜뉴스가 아니라 거짓말이다. 수사 결과가 엄중하게 나오리라 생각한다”며 모든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청와대 작성 지시했나?
검찰은 작성 의혹 은폐?

검찰은 기무사 계엄령 은폐 의혹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 합수단은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기존 검찰 조직과 별개의 독립수사단을 구성했다”며 “합수단 활동 기간 중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지휘 보고 라인이 아니어서 관련 수사 진행 및 결정에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의혹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서 ‘기무사령부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조사 계획이 정해진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 사항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답변이 제한된다”고 대답했다.

기무사 폐지로 창설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이번 사안과는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안보사는 “계엄령 문건에 대해 자체 조사를 실시하거나 진위를 확인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계엄령 문건은 민간 검찰서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질 부분이며, 안보사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합수단은 지난해 11월 계엄령 문건 수사와 관련해 내란음모 피의자인 조 전 사령관을 기소중지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황 대표, 김 전 실장, 한 전 장관 등 조 전 사령관의 윗선 8명을 참고인 중지 처분했다. 

대검 사실무근
국방부 말 아껴

당시 합수단 수사서 계엄 문건 작성 당시 군 지휘라인의 윗선인 한 전 장관과 김 전 실장은 “계엄문건 작성에 관여한 바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9월 전역한 후 같은 해 12월 미국으로 출국해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은 합수단 해체와 함께 미국에 체류 중인 조 전 사령관 사건을 넘겨받아 여권을 무효화하고, 미국 사법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는 등 강제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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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