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기무사 계엄 문건 파문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1.13 09:41:09
  • 호수 12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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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사건 덮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총리였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문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수사했던 검찰이 사건을 덮었다는 주장도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 군 계염령 문건 관련 기자회견 갖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재판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계엄령 검토 과정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국 관련
대비 계획

임 소장은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제보를 통해 지난해 7월6일 언론에 공개했던 기무사 계엄령 문건인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수행 방안’의 원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임 소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해 새 문건에는 기존 문건서 삭제됐던 내용이 들어 있다며 크게 3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황 대표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시절 NSC 의장이었는데 NSC를 개최해 군사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그가 작성한 문건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문건에는 (군이)서울 진입을 위해 계엄군의 이동경로를 자세히 파악한 내용도 담겨있다. 또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를 구체적으로 하기 위해 포고령을 작성해 이를 어기는 의원들을 검거해 사법처리한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 소장은 “이 문건을 보면(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 이틀 전인 2017년 3월8일을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디데이로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도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과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게 계엄령 검토를 최초로 지시했다는 진술이 거짓이라고 밝혔다. 임 소장은 “조 전 사령관은 한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령 검토 지시를 받기 이전부터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며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전 사령관은 한 전 장관을 만나기 일주일 전부터 소강원 기무사 3처장을 불러 계엄령 문건 작성과 계엄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고, 2017년 2월10일 청와대에 들어가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원본 입수 군인권센터 “황교안 연루 정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NSC 주재 주장

군인권센터는 조 전 사령관이 김 전 실장을 만난 시기가 소강원 3처장에게 계엄령 보고를 요구한 날짜와 일치한다며 청와대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검찰은 ‘2017년 2월17일 조현천을 만나 전반적인 군병력 출동 문제에 대해 관련 법령이 어떻게 돼있는지 검토해보라고 지시해 기무사서 계엄문건을 만들게 됐다’는 한 전 장관의 본인 진술을 근거로 한 전 장관을 불기소하면서 참고인 중지 처분했다.

이에 대해 임 소장은 “참고인 중지 처분의 근거가 된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며 “제보 내용대로라면 계엄 문건과 관련한 모종의 논의가 이전부터 진행돼왔다는 것이며, 발단은 황 대표가 권한대행 체제하에 청와대가 있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오른쪽)와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은 당시 ‘기무사 계엄령 문건 합동수사단’(합수단) 수사서 복수의 참고인들로부터 이런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도 당시 한 전 장관은 거짓 진술을 했으며 김 전 실장은 “보고 받은 바 없다”며 발뺌했다는 게 군인권센터 측의 주장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 소장은 “제보가 사실이라면 검찰은 조 전 사령관 없이도 충분히 사건 전모를 밝혀낼 수 있는 상황서 수사를 중단해 주요 피의자들을 1년 이상 방치하고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준 셈”이라며 “검찰은 사실관계를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검찰은 불기소 처분장에는 한 전 장관 진술만 그대로 인용해 불기소 사유로 적시했다”며 “사건 수사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문건 작성의 발단과 TF 구성 일자 등에 대해 일언반구도 남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진술 확보하고
 조치하지 않아”

추가로 군인권센터는 검찰이 확보하고 있는 계엄령 문건이 총 10개라는 제보를 공개하며 검찰에게 문서와 관련된 사실여부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은 위와 같은 진술을 확보한 바 있는지 ▲군인권센터가 제보받은 내용은 진실인지 ▲모두 진실이라면 사실관계를 고의로 누락해 불기소 처분을 작성한 경위는 무엇인지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군 특별수사단장이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북한 급변 사태를 가정해 계엄령을 검토했다는 문서를 확보하고도 은폐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특별수사단장을 지낸 전익수 대령이 2018년 수사단 활동 당시 휘하 군검사들의 수사 결과를 은폐하려고 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게 군인권센터 측의 주장이다. 전 대령은 ‘계엄령 문건 관련 군·검 합수단’의 공동수사단장, 군의 ‘기무사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의혹 특별수사단’ 특별수사단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2016년 10월 신모 당시 국방비서관실 행정관은 김 전 실장 지시에 따라 ‘북한 급변 사태’를 가정해 국내 전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문건을 바탕으로 ‘북 급변사태 시 긴급명령 관련 검토’, 소위 ‘희망계획’의 일부가 되는 공문서까지 만들었다. 

이 문건에는 계엄 발생의 요건, 국회가 계엄 해제를 시도할 때 저지할 방안 등이 담겼다. 계엄사령관을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당시 군검찰 특별수사단은 희망계획 문건이 기무사 계엄 문건과 관련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청와대와 기무사의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 신모 행정관을 압수수색했다.

임 소장은 “압수수색 과정서 희망계획과 관련한 문서도 확보했지만 수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중단됐다”며 “신모 행정관도 계엄과 관련된 혐의는 덮고 별건수사로 확인한 군사기밀누설,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군인권센터는 전 대령이 수사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임 소장은 “전 대령은 군 특수단장 당시 휘하 군검사들에게 계엄 수사 내용을 보고하지 못하게 하고 추가적인 수사 의지를 피력한 법무관을 특수단서 쫓아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촛불집회가 진행되던 당시 기무사가 집회 상황과 탄핵안 가결 시 군 조치사항 등을 검토한 문건 11건의 존재를 국회 정보위원회가 확인했다. 문건 작성엔 14명이 관여했는데 모두 신분상 불이익 없이 원대복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위 국감서
문건 실물 확인

지난 5일 안보지원사·경찰청에 대한 정보위 국정감사 직후 여야 간사인 김민기(더불어민주당)·이은재(자유한국당) 의원은 브리핑을 열고 “11개의 문건을 실제로 안보지원사서 갖고 있고, 현재 사령관이 직접 확인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문건 내용에 대해선 여야 간사는 “문건의 실물을 봤고, 내용을 확인했지만 공개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여야 간 해석 차이가 컸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간사는 “내용을 보면 계엄령이라든지 쿠데타라든지 하는 내용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며 “현재 상황을 보고하는 내용인데, 너무 와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민기 민주당 간사는 “기무사로서 해야 할 일의 범위를 넘어선 건 분명했다. 안보지원사 사령관도 ‘직무범위를 넘어선 행위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며 “제 판단으론 기무사가 당시 아예 정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이날 간사들에 따르면 안보지원사는 정보위원들에게 “문건 작성자가 14명”이라고 보고했으나 이들이 “처벌받거나 문제 되지 않고 부대로 복귀했다”고 보고했다.

황 대표를 비롯해 국방부·검찰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황 대표는 계엄령 문건 개입 의혹을 폭로한 임 소장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황 대표는 이와 관련해 “(당시)NSC에 참석할 일 있으면 (권한대행이었던)내가 참석한다”고 NSC 주재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계엄 문건은 본 일도, 들은 일도 없다. 완전히 가짜뉴스고, 가짜뉴스가 아니라 거짓말이다. 수사 결과가 엄중하게 나오리라 생각한다”며 모든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청와대 작성 지시했나?
검찰은 작성 의혹 은폐?

검찰은 기무사 계엄령 은폐 의혹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 합수단은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기존 검찰 조직과 별개의 독립수사단을 구성했다”며 “합수단 활동 기간 중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지휘 보고 라인이 아니어서 관련 수사 진행 및 결정에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의혹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서 ‘기무사령부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조사 계획이 정해진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 사항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답변이 제한된다”고 대답했다.

기무사 폐지로 창설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이번 사안과는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안보사는 “계엄령 문건에 대해 자체 조사를 실시하거나 진위를 확인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계엄령 문건은 민간 검찰서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질 부분이며, 안보사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합수단은 지난해 11월 계엄령 문건 수사와 관련해 내란음모 피의자인 조 전 사령관을 기소중지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황 대표, 김 전 실장, 한 전 장관 등 조 전 사령관의 윗선 8명을 참고인 중지 처분했다. 

대검 사실무근
국방부 말 아껴

당시 합수단 수사서 계엄 문건 작성 당시 군 지휘라인의 윗선인 한 전 장관과 김 전 실장은 “계엄문건 작성에 관여한 바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9월 전역한 후 같은 해 12월 미국으로 출국해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은 합수단 해체와 함께 미국에 체류 중인 조 전 사령관 사건을 넘겨받아 여권을 무효화하고, 미국 사법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는 등 강제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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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