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기무사 계엄 문건 파문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1.13 09:41:09
  • 호수 12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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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사건 덮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총리였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문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수사했던 검찰이 사건을 덮었다는 주장도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 군 계염령 문건 관련 기자회견 갖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재판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계엄령 검토 과정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국 관련
대비 계획

임 소장은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제보를 통해 지난해 7월6일 언론에 공개했던 기무사 계엄령 문건인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수행 방안’의 원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임 소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해 새 문건에는 기존 문건서 삭제됐던 내용이 들어 있다며 크게 3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황 대표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시절 NSC 의장이었는데 NSC를 개최해 군사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그가 작성한 문건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문건에는 (군이)서울 진입을 위해 계엄군의 이동경로를 자세히 파악한 내용도 담겨있다. 또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를 구체적으로 하기 위해 포고령을 작성해 이를 어기는 의원들을 검거해 사법처리한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 소장은 “이 문건을 보면(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 이틀 전인 2017년 3월8일을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디데이로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도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과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게 계엄령 검토를 최초로 지시했다는 진술이 거짓이라고 밝혔다. 임 소장은 “조 전 사령관은 한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령 검토 지시를 받기 이전부터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며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전 사령관은 한 전 장관을 만나기 일주일 전부터 소강원 기무사 3처장을 불러 계엄령 문건 작성과 계엄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고, 2017년 2월10일 청와대에 들어가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원본 입수 군인권센터 “황교안 연루 정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NSC 주재 주장

군인권센터는 조 전 사령관이 김 전 실장을 만난 시기가 소강원 3처장에게 계엄령 보고를 요구한 날짜와 일치한다며 청와대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검찰은 ‘2017년 2월17일 조현천을 만나 전반적인 군병력 출동 문제에 대해 관련 법령이 어떻게 돼있는지 검토해보라고 지시해 기무사서 계엄문건을 만들게 됐다’는 한 전 장관의 본인 진술을 근거로 한 전 장관을 불기소하면서 참고인 중지 처분했다.

이에 대해 임 소장은 “참고인 중지 처분의 근거가 된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며 “제보 내용대로라면 계엄 문건과 관련한 모종의 논의가 이전부터 진행돼왔다는 것이며, 발단은 황 대표가 권한대행 체제하에 청와대가 있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오른쪽)와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은 당시 ‘기무사 계엄령 문건 합동수사단’(합수단) 수사서 복수의 참고인들로부터 이런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도 당시 한 전 장관은 거짓 진술을 했으며 김 전 실장은 “보고 받은 바 없다”며 발뺌했다는 게 군인권센터 측의 주장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 소장은 “제보가 사실이라면 검찰은 조 전 사령관 없이도 충분히 사건 전모를 밝혀낼 수 있는 상황서 수사를 중단해 주요 피의자들을 1년 이상 방치하고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준 셈”이라며 “검찰은 사실관계를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검찰은 불기소 처분장에는 한 전 장관 진술만 그대로 인용해 불기소 사유로 적시했다”며 “사건 수사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문건 작성의 발단과 TF 구성 일자 등에 대해 일언반구도 남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진술 확보하고
 조치하지 않아”

추가로 군인권센터는 검찰이 확보하고 있는 계엄령 문건이 총 10개라는 제보를 공개하며 검찰에게 문서와 관련된 사실여부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은 위와 같은 진술을 확보한 바 있는지 ▲군인권센터가 제보받은 내용은 진실인지 ▲모두 진실이라면 사실관계를 고의로 누락해 불기소 처분을 작성한 경위는 무엇인지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군 특별수사단장이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북한 급변 사태를 가정해 계엄령을 검토했다는 문서를 확보하고도 은폐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특별수사단장을 지낸 전익수 대령이 2018년 수사단 활동 당시 휘하 군검사들의 수사 결과를 은폐하려고 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게 군인권센터 측의 주장이다. 전 대령은 ‘계엄령 문건 관련 군·검 합수단’의 공동수사단장, 군의 ‘기무사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의혹 특별수사단’ 특별수사단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2016년 10월 신모 당시 국방비서관실 행정관은 김 전 실장 지시에 따라 ‘북한 급변 사태’를 가정해 국내 전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문건을 바탕으로 ‘북 급변사태 시 긴급명령 관련 검토’, 소위 ‘희망계획’의 일부가 되는 공문서까지 만들었다. 

이 문건에는 계엄 발생의 요건, 국회가 계엄 해제를 시도할 때 저지할 방안 등이 담겼다. 계엄사령관을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당시 군검찰 특별수사단은 희망계획 문건이 기무사 계엄 문건과 관련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청와대와 기무사의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 신모 행정관을 압수수색했다.

임 소장은 “압수수색 과정서 희망계획과 관련한 문서도 확보했지만 수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중단됐다”며 “신모 행정관도 계엄과 관련된 혐의는 덮고 별건수사로 확인한 군사기밀누설,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군인권센터는 전 대령이 수사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임 소장은 “전 대령은 군 특수단장 당시 휘하 군검사들에게 계엄 수사 내용을 보고하지 못하게 하고 추가적인 수사 의지를 피력한 법무관을 특수단서 쫓아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촛불집회가 진행되던 당시 기무사가 집회 상황과 탄핵안 가결 시 군 조치사항 등을 검토한 문건 11건의 존재를 국회 정보위원회가 확인했다. 문건 작성엔 14명이 관여했는데 모두 신분상 불이익 없이 원대복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위 국감서
문건 실물 확인


지난 5일 안보지원사·경찰청에 대한 정보위 국정감사 직후 여야 간사인 김민기(더불어민주당)·이은재(자유한국당) 의원은 브리핑을 열고 “11개의 문건을 실제로 안보지원사서 갖고 있고, 현재 사령관이 직접 확인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문건 내용에 대해선 여야 간사는 “문건의 실물을 봤고, 내용을 확인했지만 공개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여야 간 해석 차이가 컸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간사는 “내용을 보면 계엄령이라든지 쿠데타라든지 하는 내용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며 “현재 상황을 보고하는 내용인데, 너무 와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민기 민주당 간사는 “기무사로서 해야 할 일의 범위를 넘어선 건 분명했다. 안보지원사 사령관도 ‘직무범위를 넘어선 행위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며 “제 판단으론 기무사가 당시 아예 정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이날 간사들에 따르면 안보지원사는 정보위원들에게 “문건 작성자가 14명”이라고 보고했으나 이들이 “처벌받거나 문제 되지 않고 부대로 복귀했다”고 보고했다.

황 대표를 비롯해 국방부·검찰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황 대표는 계엄령 문건 개입 의혹을 폭로한 임 소장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황 대표는 이와 관련해 “(당시)NSC에 참석할 일 있으면 (권한대행이었던)내가 참석한다”고 NSC 주재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계엄 문건은 본 일도, 들은 일도 없다. 완전히 가짜뉴스고, 가짜뉴스가 아니라 거짓말이다. 수사 결과가 엄중하게 나오리라 생각한다”며 모든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청와대 작성 지시했나?
검찰은 작성 의혹 은폐?

검찰은 기무사 계엄령 은폐 의혹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 합수단은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기존 검찰 조직과 별개의 독립수사단을 구성했다”며 “합수단 활동 기간 중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지휘 보고 라인이 아니어서 관련 수사 진행 및 결정에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의혹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서 ‘기무사령부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조사 계획이 정해진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 사항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답변이 제한된다”고 대답했다.

기무사 폐지로 창설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이번 사안과는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안보사는 “계엄령 문건에 대해 자체 조사를 실시하거나 진위를 확인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계엄령 문건은 민간 검찰서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질 부분이며, 안보사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합수단은 지난해 11월 계엄령 문건 수사와 관련해 내란음모 피의자인 조 전 사령관을 기소중지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황 대표, 김 전 실장, 한 전 장관 등 조 전 사령관의 윗선 8명을 참고인 중지 처분했다. 

대검 사실무근
국방부 말 아껴

당시 합수단 수사서 계엄 문건 작성 당시 군 지휘라인의 윗선인 한 전 장관과 김 전 실장은 “계엄문건 작성에 관여한 바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9월 전역한 후 같은 해 12월 미국으로 출국해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은 합수단 해체와 함께 미국에 체류 중인 조 전 사령관 사건을 넘겨받아 여권을 무효화하고, 미국 사법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는 등 강제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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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