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기무사 계엄 문건 파문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1.13 09:41:09
  • 호수 12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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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사건 덮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총리였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문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수사했던 검찰이 사건을 덮었다는 주장도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 군 계염령 문건 관련 기자회견 갖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재판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계엄령 검토 과정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국 관련
대비 계획

임 소장은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제보를 통해 지난해 7월6일 언론에 공개했던 기무사 계엄령 문건인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수행 방안’의 원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임 소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해 새 문건에는 기존 문건서 삭제됐던 내용이 들어 있다며 크게 3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황 대표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시절 NSC 의장이었는데 NSC를 개최해 군사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그가 작성한 문건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문건에는 (군이)서울 진입을 위해 계엄군의 이동경로를 자세히 파악한 내용도 담겨있다. 또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를 구체적으로 하기 위해 포고령을 작성해 이를 어기는 의원들을 검거해 사법처리한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 소장은 “이 문건을 보면(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 이틀 전인 2017년 3월8일을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디데이로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도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과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게 계엄령 검토를 최초로 지시했다는 진술이 거짓이라고 밝혔다. 임 소장은 “조 전 사령관은 한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령 검토 지시를 받기 이전부터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며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전 사령관은 한 전 장관을 만나기 일주일 전부터 소강원 기무사 3처장을 불러 계엄령 문건 작성과 계엄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고, 2017년 2월10일 청와대에 들어가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원본 입수 군인권센터 “황교안 연루 정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NSC 주재 주장

군인권센터는 조 전 사령관이 김 전 실장을 만난 시기가 소강원 3처장에게 계엄령 보고를 요구한 날짜와 일치한다며 청와대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검찰은 ‘2017년 2월17일 조현천을 만나 전반적인 군병력 출동 문제에 대해 관련 법령이 어떻게 돼있는지 검토해보라고 지시해 기무사서 계엄문건을 만들게 됐다’는 한 전 장관의 본인 진술을 근거로 한 전 장관을 불기소하면서 참고인 중지 처분했다.

이에 대해 임 소장은 “참고인 중지 처분의 근거가 된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며 “제보 내용대로라면 계엄 문건과 관련한 모종의 논의가 이전부터 진행돼왔다는 것이며, 발단은 황 대표가 권한대행 체제하에 청와대가 있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오른쪽)와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은 당시 ‘기무사 계엄령 문건 합동수사단’(합수단) 수사서 복수의 참고인들로부터 이런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도 당시 한 전 장관은 거짓 진술을 했으며 김 전 실장은 “보고 받은 바 없다”며 발뺌했다는 게 군인권센터 측의 주장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 소장은 “제보가 사실이라면 검찰은 조 전 사령관 없이도 충분히 사건 전모를 밝혀낼 수 있는 상황서 수사를 중단해 주요 피의자들을 1년 이상 방치하고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준 셈”이라며 “검찰은 사실관계를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검찰은 불기소 처분장에는 한 전 장관 진술만 그대로 인용해 불기소 사유로 적시했다”며 “사건 수사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문건 작성의 발단과 TF 구성 일자 등에 대해 일언반구도 남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진술 확보하고
 조치하지 않아”

추가로 군인권센터는 검찰이 확보하고 있는 계엄령 문건이 총 10개라는 제보를 공개하며 검찰에게 문서와 관련된 사실여부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은 위와 같은 진술을 확보한 바 있는지 ▲군인권센터가 제보받은 내용은 진실인지 ▲모두 진실이라면 사실관계를 고의로 누락해 불기소 처분을 작성한 경위는 무엇인지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군 특별수사단장이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북한 급변 사태를 가정해 계엄령을 검토했다는 문서를 확보하고도 은폐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특별수사단장을 지낸 전익수 대령이 2018년 수사단 활동 당시 휘하 군검사들의 수사 결과를 은폐하려고 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게 군인권센터 측의 주장이다. 전 대령은 ‘계엄령 문건 관련 군·검 합수단’의 공동수사단장, 군의 ‘기무사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의혹 특별수사단’ 특별수사단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2016년 10월 신모 당시 국방비서관실 행정관은 김 전 실장 지시에 따라 ‘북한 급변 사태’를 가정해 국내 전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문건을 바탕으로 ‘북 급변사태 시 긴급명령 관련 검토’, 소위 ‘희망계획’의 일부가 되는 공문서까지 만들었다. 

이 문건에는 계엄 발생의 요건, 국회가 계엄 해제를 시도할 때 저지할 방안 등이 담겼다. 계엄사령관을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당시 군검찰 특별수사단은 희망계획 문건이 기무사 계엄 문건과 관련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청와대와 기무사의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 신모 행정관을 압수수색했다.

임 소장은 “압수수색 과정서 희망계획과 관련한 문서도 확보했지만 수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중단됐다”며 “신모 행정관도 계엄과 관련된 혐의는 덮고 별건수사로 확인한 군사기밀누설,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군인권센터는 전 대령이 수사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임 소장은 “전 대령은 군 특수단장 당시 휘하 군검사들에게 계엄 수사 내용을 보고하지 못하게 하고 추가적인 수사 의지를 피력한 법무관을 특수단서 쫓아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촛불집회가 진행되던 당시 기무사가 집회 상황과 탄핵안 가결 시 군 조치사항 등을 검토한 문건 11건의 존재를 국회 정보위원회가 확인했다. 문건 작성엔 14명이 관여했는데 모두 신분상 불이익 없이 원대복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위 국감서
문건 실물 확인


지난 5일 안보지원사·경찰청에 대한 정보위 국정감사 직후 여야 간사인 김민기(더불어민주당)·이은재(자유한국당) 의원은 브리핑을 열고 “11개의 문건을 실제로 안보지원사서 갖고 있고, 현재 사령관이 직접 확인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문건 내용에 대해선 여야 간사는 “문건의 실물을 봤고, 내용을 확인했지만 공개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여야 간 해석 차이가 컸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간사는 “내용을 보면 계엄령이라든지 쿠데타라든지 하는 내용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며 “현재 상황을 보고하는 내용인데, 너무 와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민기 민주당 간사는 “기무사로서 해야 할 일의 범위를 넘어선 건 분명했다. 안보지원사 사령관도 ‘직무범위를 넘어선 행위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며 “제 판단으론 기무사가 당시 아예 정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이날 간사들에 따르면 안보지원사는 정보위원들에게 “문건 작성자가 14명”이라고 보고했으나 이들이 “처벌받거나 문제 되지 않고 부대로 복귀했다”고 보고했다.

황 대표를 비롯해 국방부·검찰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황 대표는 계엄령 문건 개입 의혹을 폭로한 임 소장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황 대표는 이와 관련해 “(당시)NSC에 참석할 일 있으면 (권한대행이었던)내가 참석한다”고 NSC 주재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계엄 문건은 본 일도, 들은 일도 없다. 완전히 가짜뉴스고, 가짜뉴스가 아니라 거짓말이다. 수사 결과가 엄중하게 나오리라 생각한다”며 모든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청와대 작성 지시했나?
검찰은 작성 의혹 은폐?

검찰은 기무사 계엄령 은폐 의혹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 합수단은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기존 검찰 조직과 별개의 독립수사단을 구성했다”며 “합수단 활동 기간 중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지휘 보고 라인이 아니어서 관련 수사 진행 및 결정에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의혹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서 ‘기무사령부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조사 계획이 정해진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 사항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답변이 제한된다”고 대답했다.

기무사 폐지로 창설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이번 사안과는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안보사는 “계엄령 문건에 대해 자체 조사를 실시하거나 진위를 확인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계엄령 문건은 민간 검찰서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질 부분이며, 안보사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합수단은 지난해 11월 계엄령 문건 수사와 관련해 내란음모 피의자인 조 전 사령관을 기소중지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황 대표, 김 전 실장, 한 전 장관 등 조 전 사령관의 윗선 8명을 참고인 중지 처분했다. 

대검 사실무근
국방부 말 아껴

당시 합수단 수사서 계엄 문건 작성 당시 군 지휘라인의 윗선인 한 전 장관과 김 전 실장은 “계엄문건 작성에 관여한 바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9월 전역한 후 같은 해 12월 미국으로 출국해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은 합수단 해체와 함께 미국에 체류 중인 조 전 사령관 사건을 넘겨받아 여권을 무효화하고, 미국 사법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는 등 강제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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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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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