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15)만남

요동치는 가슴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가슴 속에서 설레임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다시 춘섬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한 번 당한 뒤라 그런지 도대체 신뢰가 가지 않았다.

춘섬이 재빠르게 쐐기를 박았다.  

“이번에는 진짜라도 그러네.”


“정말 믿어도 된다는 말인가요.”

“그러지 않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네.”

장담하는 춘섬

춘섬의 하는 양으로 미루어 결코 거짓이 아닌 듯했다.

확신이 서자 이번에는 계량이 다가앉았다.

“그 분에 대해 좀 더 귀 뜸 줄 수 없나요.”

“이야기한 것이 다네.”


살갑게 다가서는 계량의 볼을 가벼이 만져 주고는 춘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잠시 후에 그 분을 이리로 모셔올 터이니 네가 직접 확인해 보도록 해. 만약 내가 말한 내용에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다면 바로 기별을 넣어주고 말이야.”  

춘섬의 행동이 당당했다.

춘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백대붕과 유희경의 이름을 되뇌었다.

계량이 아는 바로는 당대 최고의 시인이라면 그 두 사람 외에는 이렇다 할 사람이 없었다.

방금 전 서쪽으로부터 번져오는 저녁노을을 대할 때보다 가슴이 더욱 요동치기 시작했다.

가만히 가슴에 손을 얹고 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쪽문에 서려있는 저녁노을이 계량의 가슴을 더욱 깊이 설레게 파고들었다.

“나으리, 부끄럽사옵니다.”

허균이 급히 손사래 쳤다.

매창의 거문고 소리에 취해 아련한 꿈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면 무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오, 내 그만 거문고 소리에 취해버렸소. 매창의 거문고 소리를 들으니 이 술에 취하는 일은 그저 장난에 불과하구료.”


“너무 과찬의 말씀이시옵니다. 이제 소녀를 그만 놀리십시오.”

“어허, 놀리기는. 내 진정으로 자네의 거문고 소리에 취했다고 해도 그러는구려.”

매창도 더 이상 다그치지는 않았다.

그 대신 거문고를 밀쳐내기 위해 상에서 물러나려했다.

“잠깐, 한 곡 더 들을 수 있겠소.”

허균의 표정이 간절했다.


자신보다 다섯 살이나 연상인 허균이건만 왠지 자신과 연배인 듯 살갑게 느껴지고 있었다.   

“하오시면.”

거문고를 물리려다 다시 자세를 바로잡았다.

“허 험.”

“계량이 안에 있느냐.”

밖에서 동시에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먼저 들린 그 소리에 온 신경이 집중되었다.

비록 기별을 넣는 신호에 불과한 소리였건만 예삿소리가 아닌 듯이 느껴졌다.

계량이 다시 한 번 옷매무시를 가지런히 하고 방문을 열었다.

그러나 바라보지는 않았다.

이상하리만치 고개 들고 싶지 않았다.

“들어가시지요, 나리.”

“허 험.”

똑 같은 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어서 드시지요.”

손을 맞이하는 계량의 목소리가 바다에서 불어오는 미풍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면 내 실례를 무릅쓰리다.”

방문을 들어서는 손이 정식으로 내지른 일성이었다.

그 뒤를 춘섬이 따라 들었다.

“자, 어서 인사 여쭙게나.”

“내가 바로 촌은 유희경”놀라는 춘섬과 계량
어디서 보았음직한 모습…‘아버지’떠올리다

손이 자리에 앉자 급히 춘섬이 계량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인사는 무슨.”

그 소리가 신호라도 된 듯 계량이 공손하게 예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서 터져오를 듯이 부픈 계량의 가슴 윗부분이 살짝 모습을 드러낸 모양으로 손의 얼굴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소녀 계량이라 하옵니다. 나리의 존함은…….”

예를 마친 계량이 고개 들어 손을 바라보았다. 40 중반 나이는 되었음직했다.

얼굴 여기저기에 가느다란 주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얼굴에서 그윽한 맛이 잔잔하게 풍겨 나오고 있었고 그 모습에 계량이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내 이미 그대의 이름을 한양에서 듣고 있었고 그래서 일부러…….”

손도 역시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나리께서는 백대붕 나리와 촌은 선생님 중 어느 분이신지요.”

당당하게 말을 한다고 했는데 역시 떨리고 있었다.   

“그대는 내가 누군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이요?”

“그것이 소녀가 알고 있는 전부이옵니다. 조선 땅에서 두 분 외에는 달리 시인이라 일컬을 수 있는 분이 없어서지요.” 

“그대는 무슨 연유로 조선의 시인을 두 사람으로 한정하는 게요.”

“굳이 두 분으로 한정 한다기보다 소녀가 알고 있는 전부이기 때문이옵니다.”

자신의 편협함을 돌려서 이야기했다. 편협함이 아닌 계량이 알고 있는 진정한 시인의 경우 두 사람이라는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었던 터였다.

“허 허, 이 조선 땅은 넓다오. 어찌 그 두 사람뿐이겠소.” 

계량이 급히 자세를 바로 했다.

“하오시면 나리의 존함은.”

“내가 바로 촌은이외다. 그 허접한 촌은 유희경이 바로 나외다.”

계량보다도 곁에 있던 춘섬이 놀란 모양이었다.

이름 난 시인이라는 사실은 저도 알고 있었으나 계량이 조선 땅에서 제일로 평가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눈앞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밖에 명월이 없느냐. 어서 상을 들여오지 않고 무엇 하느냐!”

자신감에 차 있는 그 목소리는 물론 계량을 향한 소리였다.

들으란 듯 목소리를 높이고는 계량에게 고개 돌렸다.

“계량은 손님을 이리 무료하게 계시도록 할 일인가.”

말을 마친 춘섬이 서두르기 시작했다.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춘섬이 나가자 계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녀, 정식으로 나리를 뵈옵니다.”

온 정성을 다해 조신하게 절을 올리는 계량을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유희경이 만면에 만족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이렇게 칙사 대접을 받으니 오히려 내가 무색할 지경이로군요. 이제 그만 자리하도록 합시다.”

바로 그 순간 춘섬이 하인들을 시켜 상을 들여오고 있었다.

중앙에 상이 놓이자 유희경의 반대편으로 계량이 앉고 그 중간 부분에 춘섬이 자리 잡았다.

자리 잡기 무섭게 춘섬이 호들갑스럽게 호리병을 들어 유희경에게 기울였다.

“나리, 이곳 부안현의 기생 어미인 이 춘섬을 모른 체 하셔서는 아니 되옵니다.”

호들갑스러운 춘섬의 행동에 촌은이 헛기침하면서 잔을 들었다.

“그나저나 내 어멈에게 거나하게 한잔 받아야 할 듯하이.”

잔을 채우는 춘섬이 계량을 바라보면서 한쪽 눈을 찡그렸다.

그 표정에 계량의 얼굴이 자신도 모르게 붉어지고 있었다.

어디선가…

“자, 너도 내 잔 한번 받거라. 그래야 내가 얼른 자리를 비켜줄 것 아니냐.”

계량이 잠시 사양의 표시로 고개를 돌렸다.

“사양하지 마시고 잔을 받으시오.”

이상하게 계량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 모습 어디선가 꼭 보았음직한 모습 그리고 그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마저 일어나고 있었다.

계량이 눈을 감았다가는 다시 살며시 유희경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하마터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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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