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창고가 술집으로?…스타시티몰 특혜 의혹

광진구청-광진소방서 ‘이상한 허가’

[일요시사 취재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스타시티몰에 입점해 있는 한 술집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용도변경과 소방완비증명 등에 관한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광진구청과 광진소방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일요시사>가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 스타시티 옥토버훼스트

서울 광진구의 건대입구역은 대학가 최고 상권으로 손꼽힌다.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지나가고 건국대학교(이하 건국대)가 지척에 있어 젊은 층으로 붐비기 때문이다. 서울 서부권 대학가 상권의 최강자로 신촌을 꼽는다면, 동부권에서는 건대입구역이 단연 상위권이다.

건대입구역
유동인구↑

건대입구역의 전신은 지하철 2호선 화양역이다. 건국대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1985년 지금의 역명으로 바뀌었다. 19967호선이 건대입구역을 지나자 상권은 더욱 확장됐다. 상권의 발달과 함께 유동인구 역시 늘어났다.

수익형부동산 연구개발기업 상가정보연구소가 SK텔레콤 빅데이터 서비스 플랫폼 지오비전 통계를 통해 건대입구역 기준으로 반경 600m 내 상권을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기준 건대입구역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24만명 이상으로 추정됐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건대입구역은 2호선, 7호선 더블 역세권이고 대학교, 대학병원, 백화점 등 수요를 유입시키는 시설이 풍부해 좋은 상권의 요소를 갖췄다대학가 상권인데도 직장인도 많이 오고 중고등학생도 좋아한다고 분석했다.


더샵 스타시티’(이하 스타시티)는 건대입구역 상권의 핵심이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스타시티는 건대입구역 4번 출구서 가깝다. 20071월 준공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다. 58층에 이르는 높이 덕분에 강북지역의 랜드마크로 꼽힌다.

스타시티는 건국대 체육시설 부지에 세워졌다. 건국대 법인은 학교 소유의 교육 부지를 상업용 부지로 전환해 스타시티를 짓고 임대수익을 내고 있다. 일각에선 스타시티를 학교법인서 진행한 수익사업 중 성공적인 사례로 든다. 스타시티 내에는 롯데백화점과 이마트를 포함한 스타시티몰이 있다. 스타시티몰에는 영화관, 식당, 술집 등이 다양한 매장들이 입점해 있다. 스타존과 시티존, 영존 등으로 구성된 종합쇼핑몰이다.

최근 스타시티몰 시티존에 위치한 옥토버훼스트건대 스타시티점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옥토버훼스트는 수제맥주를 판매하는 매장으로, 건대 스타시티점은 20149월 개장해 최근까지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인 용도변경‧소방완비증명 문제삼아
구청과 소방서는 “전혀 문제없다” 해명

옥토버훼스트는 스타시티몰 시티존 지하1층 썬큰(Sunken) 매장에 있다. 썬큰은 움푹 들어간, 가라앉은의 뜻으로 지하에 자연광을 유도하기 위해 대지를 파내고 조성한 곳을 말한다. 7호선 건대입구역 4번 출구서 이마트 방향으로 가다가 계단을 통해 지하1층으로 내려가면 바로 보인다.

논란의 골자는 옥토버훼스트가 입점해 있는 매장이 건축물 용도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의 여부다. 건축허가나 사용승인을 받은 건축물은 임차인에 따라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주택을 근린생활시설로 바꾸거나 단독주택을 고시원으로 바꾸는 등의 경우다.
 

▲ 광진소방서

이때 임차인은 건축물 용도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건축물의 현재 용도가 속하는 시설군보다 상위군에 해당하는 용도로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시장, 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대의 경우에는 신고절차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문화집회시설군에 속하는 예식장서 근린생활시설군인 슈퍼마켓으로 건축물 용도를 변경하려면 구청장 등에 신고를, 슈퍼마켓서 예식장으로 업종을 변경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옥토버훼스트 매장이 건축물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A씨는 옥토버훼스트 매장이 들어선 자리는 도면에 창고 및 기계실이라고 표기돼있다. 일반음식점 용도로 사용하려면 용도변경이나 표시변경을 해야 하는데, 이 같은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표시 변경은 허가와 신고를 제외한 건축물 용도변경의 일종이다. 같은 용도군의 용도변경으로, 건축물 관리대장상 변경신고로 보면 된다. 쉽게 말해 건축물 대장에 나와 있는 용도와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자 할 때는 구청 등을 통한 변경 절차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옥토버훼스트의 경우는 광진구청의 관리를 받고 있다.

학교법인
수익사업

일반음식점을 운영하려면 구청에 영업허가를 받거나 영업신고가 필요하다. 일반음식점은 음식류를 조리판매하는 곳으로, 식사와 함께 부수적으로 음주행위가 허용되는 영업장을 말한다.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된다.

일반음식점을 운영하려면 식품접객업 영업신고서, 액화석유가스 사용시설 완성검사필증, 소방완비증명서, 위생교육필증, 건강진단결과서 등의 구비서류를 들고 구청 위생과를 찾아가면 된다. 이 과정서 구청 위생과가 건축물의 용도변경이나 표시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건축과서 이를 처리하는 식이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옥토버훼스트는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신고 대상이다. 식품접객업소 허가와 신고를 담당하는 광진구청 보건위생과서 담당한다. A씨는 옥토버훼스트서 영업신고를 할 때 구청 위생과서 제대로 확인했어야 한다실수였든 고의였든 공무원들의 안일한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광진구청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건축물 대장에 나온 용도상으로 해당 자리에 옥토버훼스트 같은 일반음식점이 들어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건축물 용도변경 등의 절차 없이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
 

▲ 광진구청

광진구청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그 자리(옥토버훼스트 매장)가 건축물 도면상으로 창고로 돼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건축물 대장을 검토해본 결과 화장실이나 지하공조실 등의 면적에 들어가지 않고 판매시설 자리로 확인돼 표시변경 없이 영업신고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인이 소방완비증명서 등 필요한 제반 서류를 챙겨오면 영업신고를 안 내줄 수가 없다. 우리는 영업신고를 하면 내주는 방식이라며 용도변경이나 기재사항 변경, 표시변경은 건축과서 해주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광진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그 매장(옥토버훼스트)은 판매시설 전용면적에 포함되기 때문에 어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도면에만 그렇게 (창고로)돼있을 뿐 (일반음식점으로) 사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건축법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위생과서 영업허가 등의 적합한 조치가 취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옥토버훼스트 매장의 표시변경은 진행되지 않았다핵심은 그 매장이 판매시설 전용면적에 포함돼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표시변경 없이 일반음식점 영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비상구에
냉장고가?

이어 건축과는 영업허가 부서(보건위생과)서 표시변경 요청이 오면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최종적으로 영업허가 부서에서 판단해 영업허가를 내주는 것이라고 했다. 영업허가 부서에서도 판매시설에 근린생활시설이 다 포함돼있기 때문에 건별로 다 바꾸라고 하지 않는다이 문제는 이미 오래 전에 확인되고 증명된 사항이라고 말을 맺었다.

A씨는 스타시티몰은 종합쇼핑몰이기 때문에 건축물 대장에 영업 및 판매시설이라고 나오는 게 당연하다광진구청의 논리대로라면 전용면적에 포함되는 화장실이나 복도 등에도 일반음식점을 낼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옥토버훼스트 매장의 용도변경 건 외에도 소방완비증명 부분을 문제 삼았다. 광진소방서의 소방완비증명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광진소방서 측은 제대로 처리했다고 반박했다.

소방완비증명, 즉 다중이용업 완비증명 제도는 허가청의 허가행위 이전에 소방 안전시설 등을 적법적합하게 설치하도록 해서 화재예방과 유사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소방업무다. 다중이용업소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영업 중 화재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생명신체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영업을 말한다.
 

▲ 건대 스타시티

해당 매장이 속하는 지역의 소방서가 발급하는 소방완비증명서가 있어야 일반음식점 영업신고가 가능하다. A씨는 비상구로 돼있는 공간에 대형냉장고가 놓여 있고, 주 출입구에는 매장에 불이 났을 때 자동으로 출입문이 열릴 수 있도록 연동하는 작업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상구는 주 출입구의 반대방향에 설치하되, 주 출입구로부터 영업장의 긴 변 길이의 1/2 위치에 설치하도록 돼있다옥토버훼스트의 경우는 주 출입구 바로 반대편에 비상구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대형냉장고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광진소방서 관계자들과 A씨가 옥토버훼스트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영업장 밖 공용부분을 임의구획해 구획된 실로 사용하고 냉장고를 설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광진구청 보건위생과는 지난 916일 냉장고를 자진 철거하도록 지시했고, 시정조치가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인 만나 “묻고 가자”
소방서 측 “경험 많아서”

광진소방서 검사지도팀 관계자는 민원인과 함께 현장조사를 나가 전부 확인한 부분이라고 항변했다. 옥토버훼스트의 소방완비증명은 2014년에 이뤄졌다. 이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껏 집행한 부분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A씨가 문제로 지적한 비상구에 놓인 냉장고에 대해서는 냉장고는 썬큰으로 나가는 문 쪽에 있었다. 우리는 그 공간을 출입통로로 봤다. 소방청서 질의해 회신을 받은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상구 관련 예외규정 중 복도에 자전거 등을 통로 폭의 1/2 범위서 질서 있게 일렬로 정비해 피난이 가능하도록 확보할 경우에는 물건 적치 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피난이나 대피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도 소방완비증명 업무를 할 때 영업장 내부만 본다고 말했다. 대형냉장고가 놓인 비상구는 영업장 밖, 즉 옥토버훼스트 매장이 아닌 공용부분이다. 다시 말하면 2014년 소방완비증명서 발급 당시 그 부분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불분명한 셈이다. 주 출입구 연동 문제에 대해서는 민원인과 함께 확인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A씨는 소방서가 민원에 응대하는 과정서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7월 민원을 제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광진소방서에서 전화로 만나자는 요청이 왔다고 한다. 민원에 대한 답변을 해주려는 줄 알고 나간 자리서 A씨는 광진소방서 소속 김모 당시 화재특별팀장을 만났다.

소방완비증명 관련 업무는 검사지도팀, 특별조사팀서 맡고 있는데 다른 부서 관계자가 그를 만나러 온 것이다. A씨에 따르면 김 팀장은 이 자리서 내가 당신이 필요한 부분을 봐줄 테니 이 문제는 묻고 가자는 뉘앙스로 말했다. A씨는 당시 김 팀장의 말이 매우 황당했다고 설명했다.

광진소방서 검사지도팀 관계자는 당시 소방완비증명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직원이 막 인수인계 받은 터라 경험이 적었다그래서 관련 업무에 가장 경험이 많은 그 분(김 팀장)이 민원인을 응대했다. 그 과정서 오해를 산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현재는
영업 안 해

한편 옥토버훼스트는 현재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문을 닫는 것으로 알고 있다아직 구청으로 폐업신고가 들어온 건 없다고 했다. 스타시티몰 매장 임대를 관리하는 더클래식500’ 관계자는 계약기간이 만료됐다새로운 임차인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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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