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창고가 술집으로?…스타시티몰 특혜 의혹

광진구청-광진소방서 ‘이상한 허가’

[일요시사 취재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스타시티몰에 입점해 있는 한 술집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용도변경과 소방완비증명 등에 관한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광진구청과 광진소방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일요시사>가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 스타시티 옥토버훼스트

서울 광진구의 건대입구역은 대학가 최고 상권으로 손꼽힌다.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지나가고 건국대학교(이하 건국대)가 지척에 있어 젊은 층으로 붐비기 때문이다. 서울 서부권 대학가 상권의 최강자로 신촌을 꼽는다면, 동부권에서는 건대입구역이 단연 상위권이다.

건대입구역
유동인구↑

건대입구역의 전신은 지하철 2호선 화양역이다. 건국대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1985년 지금의 역명으로 바뀌었다. 19967호선이 건대입구역을 지나자 상권은 더욱 확장됐다. 상권의 발달과 함께 유동인구 역시 늘어났다.

수익형부동산 연구개발기업 상가정보연구소가 SK텔레콤 빅데이터 서비스 플랫폼 지오비전 통계를 통해 건대입구역 기준으로 반경 600m 내 상권을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기준 건대입구역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24만명 이상으로 추정됐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건대입구역은 2호선, 7호선 더블 역세권이고 대학교, 대학병원, 백화점 등 수요를 유입시키는 시설이 풍부해 좋은 상권의 요소를 갖췄다대학가 상권인데도 직장인도 많이 오고 중고등학생도 좋아한다고 분석했다.


더샵 스타시티’(이하 스타시티)는 건대입구역 상권의 핵심이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스타시티는 건대입구역 4번 출구서 가깝다. 20071월 준공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다. 58층에 이르는 높이 덕분에 강북지역의 랜드마크로 꼽힌다.

스타시티는 건국대 체육시설 부지에 세워졌다. 건국대 법인은 학교 소유의 교육 부지를 상업용 부지로 전환해 스타시티를 짓고 임대수익을 내고 있다. 일각에선 스타시티를 학교법인서 진행한 수익사업 중 성공적인 사례로 든다. 스타시티 내에는 롯데백화점과 이마트를 포함한 스타시티몰이 있다. 스타시티몰에는 영화관, 식당, 술집 등이 다양한 매장들이 입점해 있다. 스타존과 시티존, 영존 등으로 구성된 종합쇼핑몰이다.

최근 스타시티몰 시티존에 위치한 옥토버훼스트건대 스타시티점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옥토버훼스트는 수제맥주를 판매하는 매장으로, 건대 스타시티점은 20149월 개장해 최근까지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인 용도변경‧소방완비증명 문제삼아
구청과 소방서는 “전혀 문제없다” 해명

옥토버훼스트는 스타시티몰 시티존 지하1층 썬큰(Sunken) 매장에 있다. 썬큰은 움푹 들어간, 가라앉은의 뜻으로 지하에 자연광을 유도하기 위해 대지를 파내고 조성한 곳을 말한다. 7호선 건대입구역 4번 출구서 이마트 방향으로 가다가 계단을 통해 지하1층으로 내려가면 바로 보인다.

논란의 골자는 옥토버훼스트가 입점해 있는 매장이 건축물 용도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의 여부다. 건축허가나 사용승인을 받은 건축물은 임차인에 따라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주택을 근린생활시설로 바꾸거나 단독주택을 고시원으로 바꾸는 등의 경우다.
 

▲ 광진소방서

이때 임차인은 건축물 용도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건축물의 현재 용도가 속하는 시설군보다 상위군에 해당하는 용도로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시장, 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대의 경우에는 신고절차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문화집회시설군에 속하는 예식장서 근린생활시설군인 슈퍼마켓으로 건축물 용도를 변경하려면 구청장 등에 신고를, 슈퍼마켓서 예식장으로 업종을 변경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옥토버훼스트 매장이 건축물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A씨는 옥토버훼스트 매장이 들어선 자리는 도면에 창고 및 기계실이라고 표기돼있다. 일반음식점 용도로 사용하려면 용도변경이나 표시변경을 해야 하는데, 이 같은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표시 변경은 허가와 신고를 제외한 건축물 용도변경의 일종이다. 같은 용도군의 용도변경으로, 건축물 관리대장상 변경신고로 보면 된다. 쉽게 말해 건축물 대장에 나와 있는 용도와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자 할 때는 구청 등을 통한 변경 절차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옥토버훼스트의 경우는 광진구청의 관리를 받고 있다.

학교법인
수익사업

일반음식점을 운영하려면 구청에 영업허가를 받거나 영업신고가 필요하다. 일반음식점은 음식류를 조리판매하는 곳으로, 식사와 함께 부수적으로 음주행위가 허용되는 영업장을 말한다.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된다.

일반음식점을 운영하려면 식품접객업 영업신고서, 액화석유가스 사용시설 완성검사필증, 소방완비증명서, 위생교육필증, 건강진단결과서 등의 구비서류를 들고 구청 위생과를 찾아가면 된다. 이 과정서 구청 위생과가 건축물의 용도변경이나 표시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건축과서 이를 처리하는 식이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옥토버훼스트는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신고 대상이다. 식품접객업소 허가와 신고를 담당하는 광진구청 보건위생과서 담당한다. A씨는 옥토버훼스트서 영업신고를 할 때 구청 위생과서 제대로 확인했어야 한다실수였든 고의였든 공무원들의 안일한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광진구청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건축물 대장에 나온 용도상으로 해당 자리에 옥토버훼스트 같은 일반음식점이 들어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건축물 용도변경 등의 절차 없이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
 

▲ 광진구청

광진구청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그 자리(옥토버훼스트 매장)가 건축물 도면상으로 창고로 돼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건축물 대장을 검토해본 결과 화장실이나 지하공조실 등의 면적에 들어가지 않고 판매시설 자리로 확인돼 표시변경 없이 영업신고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인이 소방완비증명서 등 필요한 제반 서류를 챙겨오면 영업신고를 안 내줄 수가 없다. 우리는 영업신고를 하면 내주는 방식이라며 용도변경이나 기재사항 변경, 표시변경은 건축과서 해주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광진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그 매장(옥토버훼스트)은 판매시설 전용면적에 포함되기 때문에 어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도면에만 그렇게 (창고로)돼있을 뿐 (일반음식점으로) 사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건축법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위생과서 영업허가 등의 적합한 조치가 취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옥토버훼스트 매장의 표시변경은 진행되지 않았다핵심은 그 매장이 판매시설 전용면적에 포함돼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표시변경 없이 일반음식점 영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비상구에
냉장고가?

이어 건축과는 영업허가 부서(보건위생과)서 표시변경 요청이 오면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최종적으로 영업허가 부서에서 판단해 영업허가를 내주는 것이라고 했다. 영업허가 부서에서도 판매시설에 근린생활시설이 다 포함돼있기 때문에 건별로 다 바꾸라고 하지 않는다이 문제는 이미 오래 전에 확인되고 증명된 사항이라고 말을 맺었다.

A씨는 스타시티몰은 종합쇼핑몰이기 때문에 건축물 대장에 영업 및 판매시설이라고 나오는 게 당연하다광진구청의 논리대로라면 전용면적에 포함되는 화장실이나 복도 등에도 일반음식점을 낼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옥토버훼스트 매장의 용도변경 건 외에도 소방완비증명 부분을 문제 삼았다. 광진소방서의 소방완비증명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광진소방서 측은 제대로 처리했다고 반박했다.

소방완비증명, 즉 다중이용업 완비증명 제도는 허가청의 허가행위 이전에 소방 안전시설 등을 적법적합하게 설치하도록 해서 화재예방과 유사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소방업무다. 다중이용업소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영업 중 화재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생명신체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영업을 말한다.
 

▲ 건대 스타시티

해당 매장이 속하는 지역의 소방서가 발급하는 소방완비증명서가 있어야 일반음식점 영업신고가 가능하다. A씨는 비상구로 돼있는 공간에 대형냉장고가 놓여 있고, 주 출입구에는 매장에 불이 났을 때 자동으로 출입문이 열릴 수 있도록 연동하는 작업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상구는 주 출입구의 반대방향에 설치하되, 주 출입구로부터 영업장의 긴 변 길이의 1/2 위치에 설치하도록 돼있다옥토버훼스트의 경우는 주 출입구 바로 반대편에 비상구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대형냉장고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광진소방서 관계자들과 A씨가 옥토버훼스트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영업장 밖 공용부분을 임의구획해 구획된 실로 사용하고 냉장고를 설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광진구청 보건위생과는 지난 916일 냉장고를 자진 철거하도록 지시했고, 시정조치가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인 만나 “묻고 가자”
소방서 측 “경험 많아서”

광진소방서 검사지도팀 관계자는 민원인과 함께 현장조사를 나가 전부 확인한 부분이라고 항변했다. 옥토버훼스트의 소방완비증명은 2014년에 이뤄졌다. 이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껏 집행한 부분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A씨가 문제로 지적한 비상구에 놓인 냉장고에 대해서는 냉장고는 썬큰으로 나가는 문 쪽에 있었다. 우리는 그 공간을 출입통로로 봤다. 소방청서 질의해 회신을 받은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상구 관련 예외규정 중 복도에 자전거 등을 통로 폭의 1/2 범위서 질서 있게 일렬로 정비해 피난이 가능하도록 확보할 경우에는 물건 적치 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피난이나 대피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도 소방완비증명 업무를 할 때 영업장 내부만 본다고 말했다. 대형냉장고가 놓인 비상구는 영업장 밖, 즉 옥토버훼스트 매장이 아닌 공용부분이다. 다시 말하면 2014년 소방완비증명서 발급 당시 그 부분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불분명한 셈이다. 주 출입구 연동 문제에 대해서는 민원인과 함께 확인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A씨는 소방서가 민원에 응대하는 과정서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7월 민원을 제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광진소방서에서 전화로 만나자는 요청이 왔다고 한다. 민원에 대한 답변을 해주려는 줄 알고 나간 자리서 A씨는 광진소방서 소속 김모 당시 화재특별팀장을 만났다.

소방완비증명 관련 업무는 검사지도팀, 특별조사팀서 맡고 있는데 다른 부서 관계자가 그를 만나러 온 것이다. A씨에 따르면 김 팀장은 이 자리서 내가 당신이 필요한 부분을 봐줄 테니 이 문제는 묻고 가자는 뉘앙스로 말했다. A씨는 당시 김 팀장의 말이 매우 황당했다고 설명했다.

광진소방서 검사지도팀 관계자는 당시 소방완비증명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직원이 막 인수인계 받은 터라 경험이 적었다그래서 관련 업무에 가장 경험이 많은 그 분(김 팀장)이 민원인을 응대했다. 그 과정서 오해를 산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현재는
영업 안 해

한편 옥토버훼스트는 현재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문을 닫는 것으로 알고 있다아직 구청으로 폐업신고가 들어온 건 없다고 했다. 스타시티몰 매장 임대를 관리하는 더클래식500’ 관계자는 계약기간이 만료됐다새로운 임차인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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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